유병호 총장, 못팔겠다 소송냈다 패소…어떤 주식이기에?

입력 2023.09.12 (16:51) 수정 2023.09.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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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배우자의 주식을 백지 신탁하라는 정부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습니다.

공직자인 유 총장이 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던 건지, 또 어떤 주식이 문제가 된 건지 살펴보겠습니다.


감사원 실세로 알려진 유병호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감사를 진두 지휘해 왔습니다.

유 총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건 가족들이 보유한 주식 문제였습니다. 지난해 9월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통해 드러난 당시 유 사무총장 배우자와 자녀들의 주식은 20억 원어치 정도였습니다.


주식 보유 내역이 공개되자, 야당은 유 사무총장을 몰아붙였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감사'로 알려진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주도했던 유 사무총장의 자녀들이 '원전 수혜주'라고 할 수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1급 이상 공직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보유한 주식의 가액이 3,000만 원을 넘을 경우 두 달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합니다. 차관급 공직자인 유병호 사무총장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주식백지신탁위원회의 직무 관련성 심사를 거쳐 매각 또는 백지신탁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주식백지신탁위 "유병호 총장 가족 주식, 직무 관련성 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심사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녀의 원전 관련 주식이 아니라, 유 사무총장 배우자가 보유한 제약·바이오 관련 주식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유 사무총장은 백지신탁 대신 '불복'과 '행정소송'을 택했습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전자, 지씨셀 등 배우자와 자녀의 국내 상장 주식은 모두 매각했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유병호 사무총장 ‘이해충돌’ 주식 매각 결정에 불복 소송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590725

■"배우자 주식은 비상장 바이오 주식...액면가 보다 가치 높아"

하지만 행정소송 결과 역시, 유 사무총장의 패배였습니다.

대체 어떤 주식이길래 유 총장은 구설수를 감수하며 배우자 명의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고 했던 걸까요?

유 총장의 배우자 A 씨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저명한 연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우자 A 씨는 '투자'를 한 게 아니라 일종의 '스톡옵션'으로 비상장 해외 바이오 업체의 주식을 획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와 관련해 유 총장은 지난 2월 국회에 출석해 "집사람도 헌법상 재산권을 가진 전문인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며 "무조건 제가 강요할 수도 없고, 정부에서 그렇게 무조건 강제 매각하라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GC녹십자의 연구 책임자로 근무하다, 지난해 초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가 보유한 주식은 지씨셀,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으로 제약기업인 녹십자의 자회사나 관련 기업인데요. 주로 검체 검사나 유전자 관련 치료제 개발을 하는 바이오 회사들입니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배우자 명의의 비상장 주식 3종목을 신고한 금액은 8억여 원. 하지만 업계가 추산하는 해당 주식의 실제 가치는 액면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모든 감사 총괄하는 사무총장...직무 관련성 폭넓게 인정돼

행정법원 재판부는 "유 사무총장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은 감사원의 선택적 회계검사 대상에 해당하고 사무총장 권한과 업무 범위에 비춰 각 회사에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로서 사적 이해관계와 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당연히 후자를 우선해 이해충돌을 회피할 의무가 있다"며 "공무원 개개인의 양심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행정소송에서 민간기업에 대해 관련 정보를 취득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유한 주식을 발행 회사의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인정되고, 감사결과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유병호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이 감사위원에 해당하지 않고 감사위원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아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무총장은 의안을 작성하고, 회계검사, 감찰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등 감사원 사무처의 주요 업무 전반을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총장이 감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한 권리가 주어진 상황에서, 감사위원은 총장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감사를 총괄하고 결재하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 범위를 따로 정할 수 없다"면서 "감사원의 직무 범위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감사원 사무처를 이끌 수 있겠느냐"고 유 총장을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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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병호 총장, 못팔겠다 소송냈다 패소…어떤 주식이기에?
    • 입력 2023-09-12 16:51:08
    • 수정2023-09-13 11: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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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배우자의 주식을 백지 신탁하라는 정부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습니다.<br /><br />공직자인 유 총장이 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던 건지, 또 어떤 주식이 문제가 된 건지 살펴보겠습니다.

감사원 실세로 알려진 유병호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감사를 진두 지휘해 왔습니다.

유 총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건 가족들이 보유한 주식 문제였습니다. 지난해 9월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통해 드러난 당시 유 사무총장 배우자와 자녀들의 주식은 20억 원어치 정도였습니다.


주식 보유 내역이 공개되자, 야당은 유 사무총장을 몰아붙였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감사'로 알려진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주도했던 유 사무총장의 자녀들이 '원전 수혜주'라고 할 수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1급 이상 공직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보유한 주식의 가액이 3,000만 원을 넘을 경우 두 달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합니다. 차관급 공직자인 유병호 사무총장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주식백지신탁위원회의 직무 관련성 심사를 거쳐 매각 또는 백지신탁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주식백지신탁위 "유병호 총장 가족 주식, 직무 관련성 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심사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녀의 원전 관련 주식이 아니라, 유 사무총장 배우자가 보유한 제약·바이오 관련 주식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유 사무총장은 백지신탁 대신 '불복'과 '행정소송'을 택했습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전자, 지씨셀 등 배우자와 자녀의 국내 상장 주식은 모두 매각했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유병호 사무총장 ‘이해충돌’ 주식 매각 결정에 불복 소송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590725

■"배우자 주식은 비상장 바이오 주식...액면가 보다 가치 높아"

하지만 행정소송 결과 역시, 유 사무총장의 패배였습니다.

대체 어떤 주식이길래 유 총장은 구설수를 감수하며 배우자 명의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고 했던 걸까요?

유 총장의 배우자 A 씨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저명한 연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우자 A 씨는 '투자'를 한 게 아니라 일종의 '스톡옵션'으로 비상장 해외 바이오 업체의 주식을 획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와 관련해 유 총장은 지난 2월 국회에 출석해 "집사람도 헌법상 재산권을 가진 전문인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며 "무조건 제가 강요할 수도 없고, 정부에서 그렇게 무조건 강제 매각하라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GC녹십자의 연구 책임자로 근무하다, 지난해 초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가 보유한 주식은 지씨셀,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으로 제약기업인 녹십자의 자회사나 관련 기업인데요. 주로 검체 검사나 유전자 관련 치료제 개발을 하는 바이오 회사들입니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배우자 명의의 비상장 주식 3종목을 신고한 금액은 8억여 원. 하지만 업계가 추산하는 해당 주식의 실제 가치는 액면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모든 감사 총괄하는 사무총장...직무 관련성 폭넓게 인정돼

행정법원 재판부는 "유 사무총장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은 감사원의 선택적 회계검사 대상에 해당하고 사무총장 권한과 업무 범위에 비춰 각 회사에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로서 사적 이해관계와 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당연히 후자를 우선해 이해충돌을 회피할 의무가 있다"며 "공무원 개개인의 양심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행정소송에서 민간기업에 대해 관련 정보를 취득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유한 주식을 발행 회사의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인정되고, 감사결과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유병호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이 감사위원에 해당하지 않고 감사위원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아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무총장은 의안을 작성하고, 회계검사, 감찰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등 감사원 사무처의 주요 업무 전반을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총장이 감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한 권리가 주어진 상황에서, 감사위원은 총장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감사를 총괄하고 결재하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 범위를 따로 정할 수 없다"면서 "감사원의 직무 범위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감사원 사무처를 이끌 수 있겠느냐"고 유 총장을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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