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흙으로 피워낸 꽃과 보석…도예가 이계안

입력 2023.09.12 (19:53) 수정 2023.09.1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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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도자기와 하나가 되는 순간.

일흔일곱의 노장에겐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평화롭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 할 수가 없습니다. 정신 상태가 여기 완전히 몰입되는 그 순간 정말 재미나게 즐겁게 50년이 넘게 이걸 만지고 있어도 항상 즐겁게."]

그의 손끝에서 질박한 흙은 꽃으로 보석으로 다시 빛납니다.

솜씨 좋은 도공들이 옹기를 구워내던 고성 하이면의 한 들판.

가마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이계안 씨는 묵묵히 가마를 지킨 '대한민국 도예 명장'입니다.

경상남도 명장 1호이기도 한 그에게 도자기는 분신.

일흔일곱 살에도 매일 물레를 돌리는 뜨거운 현역입니다.

[이계안/도예가 : "교감. 항상 흙이 사람에게 오는 느낌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제 팔십 가까이 가있지만 안 할 수 없어요. 너무 재미나요. 이게 내 정신입니다."]

무려 55년을 흙과 동고동락한 그에게 흙은 유년을 같이 보낸 따뜻한 친구.

흙으로 구슬을 만들던 소년은 흙의 질감에 이끌려 도예가가 됐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동그랗게 되거든요. 쇠죽솥 불 땔 때 그 밑에 딱 벌려서 넣어두면 잘 만든 게 나오면 참 야물고 갖고 놀기 좋고 너무 센 데 가면 바로 텅텅 터져버려요."]

손과 발에 혼신을 더한 물레질이 그의 도예 인생을 대신 보여주는데요.

근력을 필요로 하는 물레질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변형한 물레에 노장의 남다른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내가 힘이 모자라서 원심력을 더 크게 얻으려고 밑에 원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건 지금 타렴을 하거나 할 때는 이 밑에 자석이 있는데 이렇게 떼어내어서 저걸 박아서 크게 하거나..."]

전통 가마 역시 좁은 출입구를 키우고 고열에서 벌어지고 터지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무쇠로 고정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열팽창에 의해서 불을 때면 여기가 이렇게 조금 조금씩 늘어나서 흙을 덧칠을 해도 흙가루가 떨어져서 불량이 많이 납니다. 이걸 쪼여 주면 절대 벌어지지 않고..."]

["퉁퉁 치면 여기 소리하고 이 소리하고 손에 오는 느낌들이 있습니다. 그걸 두드리면서 감을 찾아내야 돼요."]

손끝의 감각만으로 정교하게 깎고 다듬고 나서야 비로소 유약 작업이 이어지는데요.

작품 하나가 고유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들여 피워낸 결정문이 그의 주특기입니다.

["꽃이 큰 게 있고 또 많이 나온 게 있고 찢어진 게 있고 이게 희소성입니다. 가을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날려서 흩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 보면 재미나게 막 흩어져요. 이런 결정을 피우려면 어느 한계치에 내려오면 여기서 다시 또 불을 더 피워야 돼요."]

고려청자부터 백자 달항아리, 진사, 분청도자기에 회화를 접목한 현대도자기까지.

모든 도예를 섭렵한 명장의 실험정신은 꽃을 피운 듯, 보석을 수놓은 듯 아름다운 결정문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계안/대한민국 도예 명장 : "나무 이파리가 아무리 그래도 400도 500도가 되면 거의 타서 없어져 버리거든요. 이렇게 흔적을 남긴다는 건 최근 개발된 노하우입니다. 표현하기도 재미나고..."]

흙에서 보낸 55년, 도예가를 키운 건 8할이 흙이었습니다.

["불에서 많이 견딜 수 있는 것, 색감을 잘 낼 수 있는 것, 만들 때 금이 안 가고 잘 만들어지는 것. 질감이 참 재미납니다. 자연철로 이렇게 있는 게 성분에 들어 있기 때문에 구웠을 때 작품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여전히 흙을 탐구하는 도예가, 노장의 다음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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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흙으로 피워낸 꽃과 보석…도예가 이계안
    • 입력 2023-09-12 19:53:49
    • 수정2023-09-12 20:43:20
    뉴스7(창원)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도자기와 하나가 되는 순간.

일흔일곱의 노장에겐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평화롭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 할 수가 없습니다. 정신 상태가 여기 완전히 몰입되는 그 순간 정말 재미나게 즐겁게 50년이 넘게 이걸 만지고 있어도 항상 즐겁게."]

그의 손끝에서 질박한 흙은 꽃으로 보석으로 다시 빛납니다.

솜씨 좋은 도공들이 옹기를 구워내던 고성 하이면의 한 들판.

가마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이계안 씨는 묵묵히 가마를 지킨 '대한민국 도예 명장'입니다.

경상남도 명장 1호이기도 한 그에게 도자기는 분신.

일흔일곱 살에도 매일 물레를 돌리는 뜨거운 현역입니다.

[이계안/도예가 : "교감. 항상 흙이 사람에게 오는 느낌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제 팔십 가까이 가있지만 안 할 수 없어요. 너무 재미나요. 이게 내 정신입니다."]

무려 55년을 흙과 동고동락한 그에게 흙은 유년을 같이 보낸 따뜻한 친구.

흙으로 구슬을 만들던 소년은 흙의 질감에 이끌려 도예가가 됐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동그랗게 되거든요. 쇠죽솥 불 땔 때 그 밑에 딱 벌려서 넣어두면 잘 만든 게 나오면 참 야물고 갖고 놀기 좋고 너무 센 데 가면 바로 텅텅 터져버려요."]

손과 발에 혼신을 더한 물레질이 그의 도예 인생을 대신 보여주는데요.

근력을 필요로 하는 물레질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변형한 물레에 노장의 남다른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내가 힘이 모자라서 원심력을 더 크게 얻으려고 밑에 원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건 지금 타렴을 하거나 할 때는 이 밑에 자석이 있는데 이렇게 떼어내어서 저걸 박아서 크게 하거나..."]

전통 가마 역시 좁은 출입구를 키우고 고열에서 벌어지고 터지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무쇠로 고정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열팽창에 의해서 불을 때면 여기가 이렇게 조금 조금씩 늘어나서 흙을 덧칠을 해도 흙가루가 떨어져서 불량이 많이 납니다. 이걸 쪼여 주면 절대 벌어지지 않고..."]

["퉁퉁 치면 여기 소리하고 이 소리하고 손에 오는 느낌들이 있습니다. 그걸 두드리면서 감을 찾아내야 돼요."]

손끝의 감각만으로 정교하게 깎고 다듬고 나서야 비로소 유약 작업이 이어지는데요.

작품 하나가 고유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들여 피워낸 결정문이 그의 주특기입니다.

["꽃이 큰 게 있고 또 많이 나온 게 있고 찢어진 게 있고 이게 희소성입니다. 가을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날려서 흩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 보면 재미나게 막 흩어져요. 이런 결정을 피우려면 어느 한계치에 내려오면 여기서 다시 또 불을 더 피워야 돼요."]

고려청자부터 백자 달항아리, 진사, 분청도자기에 회화를 접목한 현대도자기까지.

모든 도예를 섭렵한 명장의 실험정신은 꽃을 피운 듯, 보석을 수놓은 듯 아름다운 결정문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계안/대한민국 도예 명장 : "나무 이파리가 아무리 그래도 400도 500도가 되면 거의 타서 없어져 버리거든요. 이렇게 흔적을 남긴다는 건 최근 개발된 노하우입니다. 표현하기도 재미나고..."]

흙에서 보낸 55년, 도예가를 키운 건 8할이 흙이었습니다.

["불에서 많이 견딜 수 있는 것, 색감을 잘 낼 수 있는 것, 만들 때 금이 안 가고 잘 만들어지는 것. 질감이 참 재미납니다. 자연철로 이렇게 있는 게 성분에 들어 있기 때문에 구웠을 때 작품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여전히 흙을 탐구하는 도예가, 노장의 다음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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