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에 드러난 리비아 참사 현장…‘전·후’ 비교해보니

입력 2023.09.15 (16:48) 수정 2023.09.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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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11,300명 · 실종 10,100명…"주민 6명 중 1명이 목숨 잃은 셈"

리비아 '데르나'에서 일어난 대홍수로 인한 인명피해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 '대니얼'이 리비아 동부 지중해 연안도시에 상륙하면서 400mm가 넘는 비가 6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이 때문에 댐이 무너지면서 쏟아져나온 급류가 도시를 덮쳤습니다.

리비아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가 현지시각 14일 기준으로 집계한 인명피해는 사망 11,300명에 실종 10,100명입니다. 최종 사망자 수가 최대 2만여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전망이 현실이 될 경우 이번 대홍수로 데르나 지역 주민 6명 중에 1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 됩니다. 대홍수 직전 데르나 인구는 12만 5천명 수준이었습니다.

■ 위성에 찍힌 피해 현장… 급류에 휩쓸려 사라진 마을과 도로


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대홍수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이번 참사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데르나 지역은 아랍어로 '와디'라고 부르는 건천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습니다. 이 와디는 비가 올 때는 물이 흐르지만, 대부분은 말라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홍수 때는 거센 물살이 이 와디를 따라 내려오다 도시를 덮쳤는데 어떤 곳은 급류의 높이가 7미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위에 있는 대홍수 전과 후 비교 사진을 보면 와디 인근의 주택들이 물에 휩쓸려 내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도로와 교량도 없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홍수로 도시의 20%가 물살에 휩쓸렸다고 합니다.


■ 와디에서 떨어져 있는 곳도 극심한 피해…사라진 농경지와 축구장


와디 근처에 있는 마을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와디에서 떨어진 곳도 극심한 피해를 본 건 마찬가지입니다.

위 위성사진을 보면 마을 사이에 있던 농경지가 모두 물에 잠겼고, 축구장도 사라졌습니다.

비가 그치고 급류가 어느 정도 빠져나간 이후 날씨가 맑아졌을 때 촬영된 위성사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 역시 대홍수 당시 거센 물살이 지나가면서 사람과 차량 등이 휩쓸렸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물에 잠겨있는 와디 하구…지중해에 휩쓸려간 실종자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데르나는 지중해 연안도시입니다. 와디가 바로 지중해로 연결이 됩니다.

위성 사진을 보면 와디의 하구 역시 도로와 다리가 끊어지고 물이 들어차 있습니다.

급류에 휩쓸린 실종자들이 지중해에 떠내려갔다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으니, 이 하구 지역은 삶과 죽음의 마지막 갈림길이 됐습니다.

■ 사라진 항만 시설과 선박들…국제원유 가격에도 영향


와디 하구 인근에 있는 항만 시설도 피해를 겪었습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방파제와 접안 시설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위에 있던 건물들은 모두 사라지고 진흙만 남았습니다.

항만 안에 접안하고 있던 선박들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이 항구가 석유를 수출하는 항구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리비아의 다른 원유 선적 항구 역시 이번 홍수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리비아는 대홍수 여파로 원유수출항 4곳을 폐쇄했는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리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주요 산유국입니다.

■ 2002년 이후 방치된 댐, 위성사진에는 흔적만 남아


이번 대홍수의 1차적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데르나 지역의 9월 평균 강우량은 10mm도 안 되는데, 하루에 갑자기 400mm가 넘는 비가 온 것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메디케인'으로 불리는 지중해 열대성 저기압의 위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한편으로는 인재이기도 합니다.

위 위성사진을 보면 이번 대홍수에 무너진 상류 댐이 흔적만 남아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댐은 2002년 이후 제대로 된 유지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리비아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내전을 벌여온 탓에 국가 기반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겁니다.

또 댐이 무너지면 하류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하는 경고가 발령됐어야 하는데, 이런 위기관리체계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리비아 대홍수 참사를 보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재난에 대한 관리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에서 1,000만 달러, 한화 약 132억 원을 리비아 참사 대응에 쓰기로 했고, 영국도 10,000 파운드, 약 16억 6천만 원의 긴급구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리비아를 돕기 위해 국제사회에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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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성사진에 드러난 리비아 참사 현장…‘전·후’ 비교해보니
    • 입력 2023-09-15 16:48:57
    • 수정2023-09-18 17: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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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11,300명 · 실종 10,100명…"주민 6명 중 1명이 목숨 잃은 셈"

리비아 '데르나'에서 일어난 대홍수로 인한 인명피해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 '대니얼'이 리비아 동부 지중해 연안도시에 상륙하면서 400mm가 넘는 비가 6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이 때문에 댐이 무너지면서 쏟아져나온 급류가 도시를 덮쳤습니다.

리비아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가 현지시각 14일 기준으로 집계한 인명피해는 사망 11,300명에 실종 10,100명입니다. 최종 사망자 수가 최대 2만여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전망이 현실이 될 경우 이번 대홍수로 데르나 지역 주민 6명 중에 1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 됩니다. 대홍수 직전 데르나 인구는 12만 5천명 수준이었습니다.

■ 위성에 찍힌 피해 현장… 급류에 휩쓸려 사라진 마을과 도로


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대홍수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이번 참사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데르나 지역은 아랍어로 '와디'라고 부르는 건천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습니다. 이 와디는 비가 올 때는 물이 흐르지만, 대부분은 말라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홍수 때는 거센 물살이 이 와디를 따라 내려오다 도시를 덮쳤는데 어떤 곳은 급류의 높이가 7미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위에 있는 대홍수 전과 후 비교 사진을 보면 와디 인근의 주택들이 물에 휩쓸려 내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도로와 교량도 없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홍수로 도시의 20%가 물살에 휩쓸렸다고 합니다.


■ 와디에서 떨어져 있는 곳도 극심한 피해…사라진 농경지와 축구장


와디 근처에 있는 마을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와디에서 떨어진 곳도 극심한 피해를 본 건 마찬가지입니다.

위 위성사진을 보면 마을 사이에 있던 농경지가 모두 물에 잠겼고, 축구장도 사라졌습니다.

비가 그치고 급류가 어느 정도 빠져나간 이후 날씨가 맑아졌을 때 촬영된 위성사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 역시 대홍수 당시 거센 물살이 지나가면서 사람과 차량 등이 휩쓸렸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물에 잠겨있는 와디 하구…지중해에 휩쓸려간 실종자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데르나는 지중해 연안도시입니다. 와디가 바로 지중해로 연결이 됩니다.

위성 사진을 보면 와디의 하구 역시 도로와 다리가 끊어지고 물이 들어차 있습니다.

급류에 휩쓸린 실종자들이 지중해에 떠내려갔다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으니, 이 하구 지역은 삶과 죽음의 마지막 갈림길이 됐습니다.

■ 사라진 항만 시설과 선박들…국제원유 가격에도 영향


와디 하구 인근에 있는 항만 시설도 피해를 겪었습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방파제와 접안 시설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위에 있던 건물들은 모두 사라지고 진흙만 남았습니다.

항만 안에 접안하고 있던 선박들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이 항구가 석유를 수출하는 항구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리비아의 다른 원유 선적 항구 역시 이번 홍수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리비아는 대홍수 여파로 원유수출항 4곳을 폐쇄했는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리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주요 산유국입니다.

■ 2002년 이후 방치된 댐, 위성사진에는 흔적만 남아


이번 대홍수의 1차적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데르나 지역의 9월 평균 강우량은 10mm도 안 되는데, 하루에 갑자기 400mm가 넘는 비가 온 것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메디케인'으로 불리는 지중해 열대성 저기압의 위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한편으로는 인재이기도 합니다.

위 위성사진을 보면 이번 대홍수에 무너진 상류 댐이 흔적만 남아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댐은 2002년 이후 제대로 된 유지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리비아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내전을 벌여온 탓에 국가 기반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겁니다.

또 댐이 무너지면 하류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하는 경고가 발령됐어야 하는데, 이런 위기관리체계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번 리비아 대홍수 참사를 보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재난에 대한 관리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에서 1,000만 달러, 한화 약 132억 원을 리비아 참사 대응에 쓰기로 했고, 영국도 10,000 파운드, 약 16억 6천만 원의 긴급구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리비아를 돕기 위해 국제사회에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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