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당하고’·‘낙상에 방치’…요양시설 CCTV 있어도 버젓이

입력 2023.09.17 (21:29) 수정 2023.09.1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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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양시설에서의 노인 학대 사례가 그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한데도 방치되는가 하면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때문에 정부가 모든 요양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했지만, CCTV가 있는 곳에서도 버젓이 노인 학대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방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권의 한 요양원.

빈 그릇을 연신 긁어내던 할아버지.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음성변조 : "배가 고프셨던 거 같아요. 그 빈 그릇을... 근데 그 식판을 홱 낚아채 가듯이 갖고 가셨어요."]

홀로 남겨진 뒤, 점점 몸이 기울더니...

이내 침대에서 떨어집니다.

일어나려고 혼자 애써보는 동안, 요양원 관계자들이 방을 지나칩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음성변조 : "꽤 오래 혼자 계셨어요. 한 20분?"]

해당 요양원은 "저녁 시간이라 바빠서 직원들이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방임의 정황은 다른 데서도 발견됐습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음성변조 : "(반창고를) 두 달을 붙여놓으신 거예요. 그러니까 등에 같이 협착이 된 거예요."]

경찰은 방임 혐의로 이 요양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할아버지는 지난달 숨을 거뒀습니다.

또 다른 수도권의 요양원.

한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를 밀쳐내더니 이번엔 주먹을 휘두릅니다.

응급실에 실려 간 할아버지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숨졌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CCTV 기록을 보니, 요양보호사가 폭행한 일까지 있었습니다.

[송인식(가명) 씨 유가족 : "4건의 폭행이 더 발견된 거예요. 저희가 알고 있는 3건까지 하면 (한 달 사이) 총 7건의 폭행이 발견된 거예요."]

요양원 등 기관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지난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모든 요양시설에 개별 구역마다 CCTV를 한 대 이상씩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학대 방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순둘/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 "아무래도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거는 사실이겠죠.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나올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있잖아요. 다 통제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겠죠."]

[이주형/변호사 : "CCTV엔 찍혔어도 그 상황들이 알려지지 않으면 그냥 묻히거든요. 노인 보호 전문기관이 들어가서 조사를 하는데 (열람을) 거부해 버리면 조사할 방법이 없어요."]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강민수 정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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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행 당하고’·‘낙상에 방치’…요양시설 CCTV 있어도 버젓이
    • 입력 2023-09-17 21:29:11
    • 수정2023-09-17 21:57:35
    뉴스 9
[앵커]

요양시설에서의 노인 학대 사례가 그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한데도 방치되는가 하면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때문에 정부가 모든 요양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했지만, CCTV가 있는 곳에서도 버젓이 노인 학대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방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권의 한 요양원.

빈 그릇을 연신 긁어내던 할아버지.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음성변조 : "배가 고프셨던 거 같아요. 그 빈 그릇을... 근데 그 식판을 홱 낚아채 가듯이 갖고 가셨어요."]

홀로 남겨진 뒤, 점점 몸이 기울더니...

이내 침대에서 떨어집니다.

일어나려고 혼자 애써보는 동안, 요양원 관계자들이 방을 지나칩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음성변조 : "꽤 오래 혼자 계셨어요. 한 20분?"]

해당 요양원은 "저녁 시간이라 바빠서 직원들이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방임의 정황은 다른 데서도 발견됐습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음성변조 : "(반창고를) 두 달을 붙여놓으신 거예요. 그러니까 등에 같이 협착이 된 거예요."]

경찰은 방임 혐의로 이 요양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할아버지는 지난달 숨을 거뒀습니다.

또 다른 수도권의 요양원.

한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를 밀쳐내더니 이번엔 주먹을 휘두릅니다.

응급실에 실려 간 할아버지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숨졌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CCTV 기록을 보니, 요양보호사가 폭행한 일까지 있었습니다.

[송인식(가명) 씨 유가족 : "4건의 폭행이 더 발견된 거예요. 저희가 알고 있는 3건까지 하면 (한 달 사이) 총 7건의 폭행이 발견된 거예요."]

요양원 등 기관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지난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모든 요양시설에 개별 구역마다 CCTV를 한 대 이상씩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학대 방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순둘/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 "아무래도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거는 사실이겠죠.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나올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있잖아요. 다 통제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겠죠."]

[이주형/변호사 : "CCTV엔 찍혔어도 그 상황들이 알려지지 않으면 그냥 묻히거든요. 노인 보호 전문기관이 들어가서 조사를 하는데 (열람을) 거부해 버리면 조사할 방법이 없어요."]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강민수 정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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