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당신의 부모님은 안녕하십니까?

입력 2023.09.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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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32회 Ⅱ] 당신의 부모님은 안녕하십니까?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벽이 허물어진 요양시설

코로나19는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질병이었습니다.

KBS뉴스(2020년 10월 2일)
부모님들이 계신 요양시설 면회는 여전히 막혀 있고

자식들에게서 멀어진 노인들...

보지 못하는 사이 은밀한 일들도 벌어졌습니다.

"어머니가 물건이냐 어머니를 물건 다루듯 관리한..."


코로나19 격리가 끝나고...

[녹취]KBS뉴스(2022년 10월 4일)
오늘부터 요양병원·시설 등 대면 접촉 면회가 허용됩니다.

막혀있던 벽이 허물어 지면서, 시설에서의 노인 학대는 줄어들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람이 설마, 그랬는데"

"진짜 주먹으로 이렇게 풀 스윙으로 (저희 아버지)를 쳤거든요."


■요양원→병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19 확진 판정…증상은 언제부터?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절에서)엄마를 위해서 기리는 음악을 좀 들으라 하더라고요

기자/
이거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들으세요?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네네. 출퇴근 때

갑작스러운 이별이었습니다.


한 달이 넘었지만 형제는,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어머니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제 자주 찾아와서 아버지랑 같이 행복하게 계세요. 자주 찾아뵐게요.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해진 어머니를 아들은 6년 동안 직접 모셨습니다.

요양원으로 옮긴 건 재작년 11월이었습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어머니가) 걸어가다 넘어지면 못 일어나니까 하루 이상 누워 있고 하니까 위험하겠다 싶어 가지고 요양원을 결심을 했거든요.


처음에는 잘 모셨다 싶었습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22년 2월. 이때만 해도 인지가 가능했어요. 이렇게 보고 있고

기자/
매달 이렇게 촬영을 하셨구나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4월. 이렇게 어버이날이라고 조카들이 편지도 읽어주고 이렇게 했거든요. 이렇게 직접 숟가락질도 하면서 먹었어요.

코로나19 유행도 무사히 잘 넘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습니다.

요양원 측이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는데 고열 증세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겁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일반인도 병원에 들어가는 지금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제일 먼저 실행하는 게 코로나 검사니까 양성 반응이 나온 거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올 초 발에 입었던 화상이 심해져 피부가 괴사한 사실을 코로나19로 입원한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화상 입었던 올해 초에도)일주일 정도 지나 가지고 (화상을 치료하는) 병원 측에서 전화가 왔어요. 어머니 발 상태가 화상이 심한데 이거 치료를 해야겠다고.

기자/
요양원이 아니라 병원에서요?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네, 화상이 걸린 적이 없는데 무슨 화상이죠? 이러니까 화상이 있대요 심하대요. 그제서야 요양원 측에 전화를 해가지고 화상이 있느냐...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찜질팩으로 이만큼 화상을 날 수 있는지.+올려놓고 위에 수건을 깔았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그 수건을 빼 가지고 화상을 입었다고 어머니한테 잘못을 씌우고 있거든요.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뒤 다른 요양원으로 모신 지 6일째 되던 날, 어머니는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해당 요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원장님 혹시 언제 오세요? 저희가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요양원 측 관계자/
오늘은 안 되실 것 같은데. 오늘은 오후 일정이 있으셔 가지고

전화로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요양원장은 요양원에서 병원에 가기 전까지 코로나19 증세는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요양원장/
자가 진단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그리고 온도도 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기자/
선생님 이게 원장 선생님. 제가 지금 지도를 보니까 0000실버타운에서 00병원까지 30분 걸리는데

요양원장/
그 정도 걸리겠죠

기자/
그러면 열도 그 30분 사이에 올랐다는 거예요?

요양원장/
열이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바로 밥을 먹었어요 어르신들이요. 밥을 먹는데 밥 다 먹고 나서 방에 가면 5초밖에 안 걸리거든요. 5초 만에 돌아가시는 경우 있어요

기자/
그러니까 30분 만에 열이 올랐다는 거죠?

요양원장/
당연하죠. 병원에 물어보세요.

기자/
한 몇 시간 만에 (코로나19가) 검출되지는 않잖아요

요양원장/
그런데 그거 누가 압니까? 의사입니까? 기자님이 의사입니까? 아무도 몰라요. 몸속에 있는 거라서 저도 모르고

발에 입은 화상도 병원에 가기 전 다 나은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요양원장/
6월 말에 (화상 입은 자리에)딱지 다 앉았고 특별한 거 없었고요...7월 12일에 입원을 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7월 20일에 괴사가 발견돼서 자기가 그렇게 진료카드에 되어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자기 병원에서 괴사가 일어난 거지 왜 우리 보고 그러냐고요.

기자/
상식적으로 그게 단기간에 그렇게 일어났다고 보기가 어려운 거거든요.

요양원장/
아니 상식이 왜 필요합니까? 의사만이 그거를 진단을 내리는 거고 하루 만에도 그분이.

■ 요양원 등 시설 내 노인학대 폭발적 증가

남현종 MC/
지금 가족과 요양원 측의 입장이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는데요.
관건은 지금 이 어르신께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을 때 요양원 측에서 제때 적절한 조치를 했느냐 못했느냐 여부인 거잖아요?

방준원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요양원장은 병원에 가기 전까지 어르신이 가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는 거고요.
가족은 이미 증상이 며칠 전부터 있었는데 병원에 뒤늦게 갔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해 보니 어르신께서 확진 판정을 받은 병원, 30분 거리 떨어져 있는 그 병원에서 기록을 보니 이틀 전부터 할머니에게 고열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남현종 MC/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 같은데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방준원 기자/
현재 해당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방임 정황을 포착해 조사하고 있는데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요양원 관계자를 조사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이걸 보면 해당 요양원이 조사에 비협조적인 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남현종 MC/
기관 조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을 정도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는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외부에서 요양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방준원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요양원 등 기관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건수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중앙 노인 보호 전문기관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요양원 등 기관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건수는 2018년 788 건, 2019년 1,067 건, 2020년 874 건, 2021년 2,170 건입니다.

2012년 267건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겁니다.

남현종 MC/
물론 어르신들을 잘 보살피는 요양원도 많겠습니다만 그래도 학대나 방임 피해를 줄이려면 제3자의 관리 감독도 상당히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방준원 기자/
그래서 올해 6월부터는 시행규칙이 개정돼 요양원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됐는데요. 공동거실, 침실, 치료실, 식당, 엘리베이터 등 개별 구역마다 CCTV를 한 대 이상 설치하게 시행규칙이 개정된 겁니다.

CCTV 의무 시행규칙 개정은 6개월 유예를 두고 있습니다. 기존 기관은 12월 21일까지 설치해야 합니다.

남현종 MC/
만약 이렇게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방임이나 학대 피해들을 줄일 수 있을까요?

방준원기자/
어느 정도 줄여질 것으로 보긴 하는데요. 다만 근본적인 예방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cctv가 있는 곳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방임을 취재해 봤습니다.

■ CCTV가 있어도 발생하는 노인학대



수도권의 한 요양원. 오정남(가명) 할아버지가 식판 빈 곳을 숟가락으로 긁습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
빈 그릇을 굉장히 많이 긁으셨어요. 그러니까 배가 고프셨던 거 같아요. 어.. 그래서 그 빈 그릇을.. 쇠 그거를 긁으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계속. 근데 그 식판을 획 낚아채 가듯이 갖고 가셨어요.

홀로 남은 어르신, 점점 몸이 기울더니... 버티지 못하고 침대에서 떨어집니다.

아등바등하지만 사람은 오지 않고... 요양원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노인을 여러 번 지나칩니다.

기자/
혹시 뭐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몇 분(방치됐다), 뭐 이렇게 말씀하시던가요? 대강?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
몇 분.. 방치 기간이 꽤 오랜 시간이었다.+한 20분?

해당 요양원 측은 “저녁시간이라 직원들이 바빠서 미처 발견을 못한 거 같다. 이후 순찰을 강화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방임의 정황은 다른 데서도 나타났습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
아버지가 아래 거(틀니)를 안 끼고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빠 내가 이거를 깨끗하게 닦아드릴게요, 치아를 주세요,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가 아기처럼 안 주려 그러시는 거예요. 이렇게, 이렇게 이를 물고 그러셨어요.+겨우겨우 빼내고 씻어서 끼워드리려고 보니 치아가 그렇게 돼 있더라고요.

오랜 기간 붙이고 떼어놓지 않은 반창고도 보였습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
두 달을 붙여놓으신 거예요. 그러니까 등에 같이 협착이 된 거예요.

경찰은 방임 혐의로 이 요양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오 할아버지는 지난달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수도권의 요양원...

한 노인이 휠체어를 탄 다른 노인을 멀리 밀어버립니다.

밀려난 노인이 휠체어를 끌고 다시 오자, 이번엔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지난 2월 요양원에 입소한 송인식(가명) 할아버지는 들어간 지 한 달도 안 돼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송인식(가명) 씨 유가족/
응급실에 이제 들어갔을 때의 상황은 의사 선생님 얘기로는 뇌출혈이다 라고 얘기를 하셨고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폭행은 한 건이 아니었습니다.

송인식(가명) 씨 유가족/
cctv에서 2월 11일날 저희 아버지가 저희가 인지하고 있는 그 폭행 말고도 4건의 폭행이 더 발견이 된 거예요.+저희가 알고 있는 3건까지 하면 (한 달 사이) 총 7건의 폭행이 발견된 거예요/

요양보호사가 폭행한 사건까지 확인됐습니다.

송인식(가명) 씨 유가족/
아래에서 풀스윙으로 쳐서 저희 아버지 이 귀 쪽 있는 데를 타격을 하더라고요.

왜 그랬을까.

기자/
요양보호사님도 그때 당시에 폭행을 하셔가지고 같이 검찰에 넘어갔다고 들었는데

요양원 측 관계자/
(지금) 나와서 어떻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요양원은 해당 요양보호사를 해고 했고, 지자체는 요양원에 대해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은 이걸로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송인식(가명) 유가족/
나중에 이 사람이 어떤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될 경우에는 그다음부터는 일을 못하겠죠. 그런데 그전까지는 어느 요양원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거고


■시설에서의 노인 학대, 막으려면?
남현종 MC/
cctv가 있는데도 저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거라면 cctv 설치가 의무화가 되더라도 근본적인 한계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방준원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대가 cctv가 있는 곳에서 발생하고 있거든요. 문제는 이 cctv에 대한 열람입니다. 현장에는 보통 노인보호전문기관이 1차적으로 방문을 하는데 나가 거든요. 아까 잠깐 언급된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서 노인보호전문기관도 이제는 cctv를 열람할 근거가 어느 정도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초상권 그리고 개인정보를 이유로 열람을 거부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합니다. 조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거죠.

남현종 MC/
결국, 요양원 운영자들의 태도가 상당히 중요하겠는데요.

방준원 기자/
그렇죠. 그런데 또 그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죠.

이주형 변호사/
(대체로 학대는) 우발적인 그런 신체적 학대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경우에 그 시설 운영자들이 노인 학대 신고를 하도록 좀 독려를 했으면 좋겠다. 근데 그게 독려만 가지고는 안되거든요? 왜냐하면 시설에서 노인 학대가 발생하면 시설에 대해서는 행정 처분이 나가니까 시설장들도 숨길 수밖에 없죠.

현행법상 학대 정황이 확인되면 영업 정지 지정 취소가 내려지는데요. 영업정지만 치더라도 요양원은 어르신들을 모두 내보낸 다음에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면 다시 어르신들을 모셔야 합니다. 사실상 처음부터 시작되는 리스크가 있다고 하는 건데요. 이래서 학대 정도에 따라 행정처분을 조금 더 세분화해서 운영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남현종 MC/
다만 오늘 저희가 분명하게 말씀드리는 건 대개 많은 요양원에서 적절하게 어르신들을 돌봐주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군데에서의 학대와 폭행들은 조금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서 아예 없애야 되지 않은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방준원 기자/
그렇죠. 선량하게 성실하게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원, 요양보호사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든가 전반적인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당근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요양보호사라든가 이런 분들이 굉장히 돌봄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어려움을 좀 경감시켜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요양보호사의 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고, 요양보호사가 받고 있는 급여에 대해서 현실화해준다든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우린 준비가 됐을까?

내년이면 우리도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준비는 얼마나 되어있을까요?

기자/
우리나라가 지금 노인을 위하는 나라라고 생각을 하세요?

이한규 어르신/
그렇진 않아요. 그렇진 않아요.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할 때 가게 되는 곳, 그곳이 언젠가부터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백형자 어르신/
나는 요양원 같은 데 별로 가고 싶지가 않다 이거지 내 생각은, 나는 절대로 안 가려 그래. 안 가려고. 그냥 조금 하꼬방이라도 내 집에서 살다가 그냥

반복되는 학대와 방임을 막으려면 관계기관의 감시와 처벌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결국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관심과 노력 아닐까요.

이동찬 변호사/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계속 취재를 하시고. 계속 공론화하고. 계속 답을 찾아가야 되는 부분입니다. 사회학적인 원인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고...

이주형 변호사/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가능한 신속하게 받아서 정책이나 입법에 반영을 해 줘서 노인 학대 문제가 좀 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면 좋겠다는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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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층시사국] 당신의 부모님은 안녕하십니까?
    • 입력 2023-09-17 2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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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32회 Ⅱ] 당신의 부모님은 안녕하십니까?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벽이 허물어진 요양시설

코로나19는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질병이었습니다.

KBS뉴스(2020년 10월 2일)
부모님들이 계신 요양시설 면회는 여전히 막혀 있고

자식들에게서 멀어진 노인들...

보지 못하는 사이 은밀한 일들도 벌어졌습니다.

"어머니가 물건이냐 어머니를 물건 다루듯 관리한..."


코로나19 격리가 끝나고...

[녹취]KBS뉴스(2022년 10월 4일)
오늘부터 요양병원·시설 등 대면 접촉 면회가 허용됩니다.

막혀있던 벽이 허물어 지면서, 시설에서의 노인 학대는 줄어들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람이 설마, 그랬는데"

"진짜 주먹으로 이렇게 풀 스윙으로 (저희 아버지)를 쳤거든요."


■요양원→병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19 확진 판정…증상은 언제부터?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절에서)엄마를 위해서 기리는 음악을 좀 들으라 하더라고요

기자/
이거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들으세요?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네네. 출퇴근 때

갑작스러운 이별이었습니다.


한 달이 넘었지만 형제는,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어머니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제 자주 찾아와서 아버지랑 같이 행복하게 계세요. 자주 찾아뵐게요.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해진 어머니를 아들은 6년 동안 직접 모셨습니다.

요양원으로 옮긴 건 재작년 11월이었습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어머니가) 걸어가다 넘어지면 못 일어나니까 하루 이상 누워 있고 하니까 위험하겠다 싶어 가지고 요양원을 결심을 했거든요.


처음에는 잘 모셨다 싶었습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22년 2월. 이때만 해도 인지가 가능했어요. 이렇게 보고 있고

기자/
매달 이렇게 촬영을 하셨구나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4월. 이렇게 어버이날이라고 조카들이 편지도 읽어주고 이렇게 했거든요. 이렇게 직접 숟가락질도 하면서 먹었어요.

코로나19 유행도 무사히 잘 넘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습니다.

요양원 측이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는데 고열 증세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겁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일반인도 병원에 들어가는 지금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제일 먼저 실행하는 게 코로나 검사니까 양성 반응이 나온 거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올 초 발에 입었던 화상이 심해져 피부가 괴사한 사실을 코로나19로 입원한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화상 입었던 올해 초에도)일주일 정도 지나 가지고 (화상을 치료하는) 병원 측에서 전화가 왔어요. 어머니 발 상태가 화상이 심한데 이거 치료를 해야겠다고.

기자/
요양원이 아니라 병원에서요?

요양원 이용자 유가족/
네, 화상이 걸린 적이 없는데 무슨 화상이죠? 이러니까 화상이 있대요 심하대요. 그제서야 요양원 측에 전화를 해가지고 화상이 있느냐...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찜질팩으로 이만큼 화상을 날 수 있는지.+올려놓고 위에 수건을 깔았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그 수건을 빼 가지고 화상을 입었다고 어머니한테 잘못을 씌우고 있거든요.

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뒤 다른 요양원으로 모신 지 6일째 되던 날, 어머니는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해당 요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원장님 혹시 언제 오세요? 저희가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요양원 측 관계자/
오늘은 안 되실 것 같은데. 오늘은 오후 일정이 있으셔 가지고

전화로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요양원장은 요양원에서 병원에 가기 전까지 코로나19 증세는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요양원장/
자가 진단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그리고 온도도 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기자/
선생님 이게 원장 선생님. 제가 지금 지도를 보니까 0000실버타운에서 00병원까지 30분 걸리는데

요양원장/
그 정도 걸리겠죠

기자/
그러면 열도 그 30분 사이에 올랐다는 거예요?

요양원장/
열이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바로 밥을 먹었어요 어르신들이요. 밥을 먹는데 밥 다 먹고 나서 방에 가면 5초밖에 안 걸리거든요. 5초 만에 돌아가시는 경우 있어요

기자/
그러니까 30분 만에 열이 올랐다는 거죠?

요양원장/
당연하죠. 병원에 물어보세요.

기자/
한 몇 시간 만에 (코로나19가) 검출되지는 않잖아요

요양원장/
그런데 그거 누가 압니까? 의사입니까? 기자님이 의사입니까? 아무도 몰라요. 몸속에 있는 거라서 저도 모르고

발에 입은 화상도 병원에 가기 전 다 나은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요양원장/
6월 말에 (화상 입은 자리에)딱지 다 앉았고 특별한 거 없었고요...7월 12일에 입원을 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7월 20일에 괴사가 발견돼서 자기가 그렇게 진료카드에 되어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자기 병원에서 괴사가 일어난 거지 왜 우리 보고 그러냐고요.

기자/
상식적으로 그게 단기간에 그렇게 일어났다고 보기가 어려운 거거든요.

요양원장/
아니 상식이 왜 필요합니까? 의사만이 그거를 진단을 내리는 거고 하루 만에도 그분이.

■ 요양원 등 시설 내 노인학대 폭발적 증가

남현종 MC/
지금 가족과 요양원 측의 입장이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는데요.
관건은 지금 이 어르신께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을 때 요양원 측에서 제때 적절한 조치를 했느냐 못했느냐 여부인 거잖아요?

방준원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요양원장은 병원에 가기 전까지 어르신이 가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는 거고요.
가족은 이미 증상이 며칠 전부터 있었는데 병원에 뒤늦게 갔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해 보니 어르신께서 확진 판정을 받은 병원, 30분 거리 떨어져 있는 그 병원에서 기록을 보니 이틀 전부터 할머니에게 고열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남현종 MC/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 같은데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방준원 기자/
현재 해당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방임 정황을 포착해 조사하고 있는데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요양원 관계자를 조사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이걸 보면 해당 요양원이 조사에 비협조적인 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남현종 MC/
기관 조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을 정도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는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외부에서 요양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방준원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요양원 등 기관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건수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중앙 노인 보호 전문기관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요양원 등 기관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건수는 2018년 788 건, 2019년 1,067 건, 2020년 874 건, 2021년 2,170 건입니다.

2012년 267건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겁니다.

남현종 MC/
물론 어르신들을 잘 보살피는 요양원도 많겠습니다만 그래도 학대나 방임 피해를 줄이려면 제3자의 관리 감독도 상당히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방준원 기자/
그래서 올해 6월부터는 시행규칙이 개정돼 요양원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됐는데요. 공동거실, 침실, 치료실, 식당, 엘리베이터 등 개별 구역마다 CCTV를 한 대 이상 설치하게 시행규칙이 개정된 겁니다.

CCTV 의무 시행규칙 개정은 6개월 유예를 두고 있습니다. 기존 기관은 12월 21일까지 설치해야 합니다.

남현종 MC/
만약 이렇게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방임이나 학대 피해들을 줄일 수 있을까요?

방준원기자/
어느 정도 줄여질 것으로 보긴 하는데요. 다만 근본적인 예방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cctv가 있는 곳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방임을 취재해 봤습니다.

■ CCTV가 있어도 발생하는 노인학대



수도권의 한 요양원. 오정남(가명) 할아버지가 식판 빈 곳을 숟가락으로 긁습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
빈 그릇을 굉장히 많이 긁으셨어요. 그러니까 배가 고프셨던 거 같아요. 어.. 그래서 그 빈 그릇을.. 쇠 그거를 긁으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계속. 근데 그 식판을 획 낚아채 가듯이 갖고 가셨어요.

홀로 남은 어르신, 점점 몸이 기울더니... 버티지 못하고 침대에서 떨어집니다.

아등바등하지만 사람은 오지 않고... 요양원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노인을 여러 번 지나칩니다.

기자/
혹시 뭐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몇 분(방치됐다), 뭐 이렇게 말씀하시던가요? 대강?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
몇 분.. 방치 기간이 꽤 오랜 시간이었다.+한 20분?

해당 요양원 측은 “저녁시간이라 직원들이 바빠서 미처 발견을 못한 거 같다. 이후 순찰을 강화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방임의 정황은 다른 데서도 나타났습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
아버지가 아래 거(틀니)를 안 끼고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빠 내가 이거를 깨끗하게 닦아드릴게요, 치아를 주세요,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가 아기처럼 안 주려 그러시는 거예요. 이렇게, 이렇게 이를 물고 그러셨어요.+겨우겨우 빼내고 씻어서 끼워드리려고 보니 치아가 그렇게 돼 있더라고요.

오랜 기간 붙이고 떼어놓지 않은 반창고도 보였습니다.

오정남(가명) 씨 유가족/
두 달을 붙여놓으신 거예요. 그러니까 등에 같이 협착이 된 거예요.

경찰은 방임 혐의로 이 요양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오 할아버지는 지난달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수도권의 요양원...

한 노인이 휠체어를 탄 다른 노인을 멀리 밀어버립니다.

밀려난 노인이 휠체어를 끌고 다시 오자, 이번엔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지난 2월 요양원에 입소한 송인식(가명) 할아버지는 들어간 지 한 달도 안 돼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송인식(가명) 씨 유가족/
응급실에 이제 들어갔을 때의 상황은 의사 선생님 얘기로는 뇌출혈이다 라고 얘기를 하셨고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폭행은 한 건이 아니었습니다.

송인식(가명) 씨 유가족/
cctv에서 2월 11일날 저희 아버지가 저희가 인지하고 있는 그 폭행 말고도 4건의 폭행이 더 발견이 된 거예요.+저희가 알고 있는 3건까지 하면 (한 달 사이) 총 7건의 폭행이 발견된 거예요/

요양보호사가 폭행한 사건까지 확인됐습니다.

송인식(가명) 씨 유가족/
아래에서 풀스윙으로 쳐서 저희 아버지 이 귀 쪽 있는 데를 타격을 하더라고요.

왜 그랬을까.

기자/
요양보호사님도 그때 당시에 폭행을 하셔가지고 같이 검찰에 넘어갔다고 들었는데

요양원 측 관계자/
(지금) 나와서 어떻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요양원은 해당 요양보호사를 해고 했고, 지자체는 요양원에 대해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은 이걸로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송인식(가명) 유가족/
나중에 이 사람이 어떤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될 경우에는 그다음부터는 일을 못하겠죠. 그런데 그전까지는 어느 요양원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거고


■시설에서의 노인 학대, 막으려면?
남현종 MC/
cctv가 있는데도 저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거라면 cctv 설치가 의무화가 되더라도 근본적인 한계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방준원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대가 cctv가 있는 곳에서 발생하고 있거든요. 문제는 이 cctv에 대한 열람입니다. 현장에는 보통 노인보호전문기관이 1차적으로 방문을 하는데 나가 거든요. 아까 잠깐 언급된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서 노인보호전문기관도 이제는 cctv를 열람할 근거가 어느 정도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초상권 그리고 개인정보를 이유로 열람을 거부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합니다. 조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거죠.

남현종 MC/
결국, 요양원 운영자들의 태도가 상당히 중요하겠는데요.

방준원 기자/
그렇죠. 그런데 또 그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죠.

이주형 변호사/
(대체로 학대는) 우발적인 그런 신체적 학대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경우에 그 시설 운영자들이 노인 학대 신고를 하도록 좀 독려를 했으면 좋겠다. 근데 그게 독려만 가지고는 안되거든요? 왜냐하면 시설에서 노인 학대가 발생하면 시설에 대해서는 행정 처분이 나가니까 시설장들도 숨길 수밖에 없죠.

현행법상 학대 정황이 확인되면 영업 정지 지정 취소가 내려지는데요. 영업정지만 치더라도 요양원은 어르신들을 모두 내보낸 다음에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면 다시 어르신들을 모셔야 합니다. 사실상 처음부터 시작되는 리스크가 있다고 하는 건데요. 이래서 학대 정도에 따라 행정처분을 조금 더 세분화해서 운영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남현종 MC/
다만 오늘 저희가 분명하게 말씀드리는 건 대개 많은 요양원에서 적절하게 어르신들을 돌봐주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군데에서의 학대와 폭행들은 조금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서 아예 없애야 되지 않은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방준원 기자/
그렇죠. 선량하게 성실하게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원, 요양보호사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든가 전반적인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당근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요양보호사라든가 이런 분들이 굉장히 돌봄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어려움을 좀 경감시켜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요양보호사의 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고, 요양보호사가 받고 있는 급여에 대해서 현실화해준다든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우린 준비가 됐을까?

내년이면 우리도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준비는 얼마나 되어있을까요?

기자/
우리나라가 지금 노인을 위하는 나라라고 생각을 하세요?

이한규 어르신/
그렇진 않아요. 그렇진 않아요.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할 때 가게 되는 곳, 그곳이 언젠가부터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백형자 어르신/
나는 요양원 같은 데 별로 가고 싶지가 않다 이거지 내 생각은, 나는 절대로 안 가려 그래. 안 가려고. 그냥 조금 하꼬방이라도 내 집에서 살다가 그냥

반복되는 학대와 방임을 막으려면 관계기관의 감시와 처벌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결국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관심과 노력 아닐까요.

이동찬 변호사/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계속 취재를 하시고. 계속 공론화하고. 계속 답을 찾아가야 되는 부분입니다. 사회학적인 원인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고...

이주형 변호사/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가능한 신속하게 받아서 정책이나 입법에 반영을 해 줘서 노인 학대 문제가 좀 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면 좋겠다는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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