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을 가스로 노랗게?”…17톤 강제 착색한 선과장

입력 2023.09.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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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한 선과장에서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감귤을 강제 착색하는 현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서귀포시 한 선과장에서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감귤을 강제 착색하는 현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 서귀포시 한 감귤 선과장에 들어서자 화학약품이 든 스프레이 용기 수십 개가 발견됩니다.

용기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에틸렌 가스'입니다. 덜 익은 감귤을 컨테이너에 담아 비닐로 덮고, 그 안에 에틸렌 가스를 주입하면 며칠 뒤 샛노랗게 변합니다.

인위적으로 샛노란 감귤을 만들어 소비자를 속이는 겁니다.

해당 선과장에서 이 같은 수법으로 강제 착색한 하우스 감귤만 무려 17여 톤(1만7200kg). 20㎏들이 컨테이너 860개 분량으로, 착색도가 50% 미만이었습니다.

서귀포시 한 선과장에서 발견된 에틸렌 가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서귀포시 한 선과장에서 발견된 에틸렌 가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도자치경찰단이 적발한 사례 중 가장 큰 규모의 강제 착색 현장입니다.

감귤을 인위적으로 착색하면 신선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품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주도는 이를 금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라 에틸렌 가스, 아세틸렌 가스, 카바이드 등 화학약품이나 열풍기, 전기 등을 이용해 후숙·강제 착색하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자치경찰 수사관이 60대 선과장 대표에게 왜 이런 행위를 했는지 묻자 "노릿노릿 하지 않으면 팔리질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수사관은 "약품을 치면 껍질을 까면서 사람 손에 묻을 수도 있지 않으냐"고 따져 물었지만, 선과장 대표는 "남들도 다 쓴다"고 말했습니다.

수사관에 따르면 강제 착색된 감귤의 경우, 색깔은 샛노랗지만 감귤 꼭지는 대부분 검게 말라 있습니다.

자치경찰단은 서귀포시 감귤농정과에 해당 선과장의 조례 위반 사항을 인계하고, 과태료 부과 및 폐기 조치 등 행정 처분을 의뢰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귀포시는 "선과장에 폐기 명령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면서 "조례에 따라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례에 따르면 착색한 물량 1kg당 2,000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계산법대로라면 1만 7,200kg의 경우 3,440만 원이 부과돼야 하지만, 상한선이 1,000만 원인 만큼 해당 선과장에는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서귀포시 한 선과장에서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감귤을 강제 착색하는 현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서귀포시 한 선과장에서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감귤을 강제 착색하는 현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이처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제주 감귤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지난 9일에도 극조생 미숙 감귤을 수확한 뒤 유통을 시도한 서귀포시 지역의 또 다른 선과장을 적발했습니다.

해당 선과장은 사전 출하 신고가 되지 않은 미숙(덜 익은) 감귤 6.6톤을 사업장에 보관하면서 출하를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귀포시는 해당 감귤을 전량 폐기 조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제주시도 지난 15일 상품 기준 당도에 못 미치는 극조생 미숙과 1.2톤을 조기 수확한 제주시의 한 과수원을 적발해 폐기 처분하도록 했습니다.

극조생 미숙 감귤을 수확한 뒤 유통을 시도한 서귀포시 또 다른 선과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극조생 미숙 감귤을 수확한 뒤 유통을 시도한 서귀포시 또 다른 선과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이 같은 비상식 행위가 횡행하는 이유는 하우스 감귤 가격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산 하우스 감귤 누계 가격은 3kg당 2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0% 넘게 올랐습니다.

특히 추석 대목이 낀 이달 기준으론 3kg당 하우스 감귤 도매가격이 2만 7천 원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사과, 배 등 경쟁 과일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감귤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치경찰단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제주 감귤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박상현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감귤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농가와 상인으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유관부서와 협력해 강력한 지도 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치경찰단은 제주 전역에 4개 반 12명의 단속반을 꾸렸으며, 드론까지 활용해 조기 수확 및 강제착색 현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극조생 미숙 감귤을 수확한 뒤 유통을 시도한 서귀포시 또 다른 선과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극조생 미숙 감귤을 수확한 뒤 유통을 시도한 서귀포시 또 다른 선과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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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8 1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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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한 선과장에서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감귤을 강제 착색하는 현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 서귀포시 한 감귤 선과장에 들어서자 화학약품이 든 스프레이 용기 수십 개가 발견됩니다.

용기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에틸렌 가스'입니다. 덜 익은 감귤을 컨테이너에 담아 비닐로 덮고, 그 안에 에틸렌 가스를 주입하면 며칠 뒤 샛노랗게 변합니다.

인위적으로 샛노란 감귤을 만들어 소비자를 속이는 겁니다.

해당 선과장에서 이 같은 수법으로 강제 착색한 하우스 감귤만 무려 17여 톤(1만7200kg). 20㎏들이 컨테이너 860개 분량으로, 착색도가 50% 미만이었습니다.

서귀포시 한 선과장에서 발견된 에틸렌 가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제주도자치경찰단이 적발한 사례 중 가장 큰 규모의 강제 착색 현장입니다.

감귤을 인위적으로 착색하면 신선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품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주도는 이를 금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라 에틸렌 가스, 아세틸렌 가스, 카바이드 등 화학약품이나 열풍기, 전기 등을 이용해 후숙·강제 착색하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자치경찰 수사관이 60대 선과장 대표에게 왜 이런 행위를 했는지 묻자 "노릿노릿 하지 않으면 팔리질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수사관은 "약품을 치면 껍질을 까면서 사람 손에 묻을 수도 있지 않으냐"고 따져 물었지만, 선과장 대표는 "남들도 다 쓴다"고 말했습니다.

수사관에 따르면 강제 착색된 감귤의 경우, 색깔은 샛노랗지만 감귤 꼭지는 대부분 검게 말라 있습니다.

자치경찰단은 서귀포시 감귤농정과에 해당 선과장의 조례 위반 사항을 인계하고, 과태료 부과 및 폐기 조치 등 행정 처분을 의뢰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귀포시는 "선과장에 폐기 명령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면서 "조례에 따라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례에 따르면 착색한 물량 1kg당 2,000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계산법대로라면 1만 7,200kg의 경우 3,440만 원이 부과돼야 하지만, 상한선이 1,000만 원인 만큼 해당 선과장에는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서귀포시 한 선과장에서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감귤을 강제 착색하는 현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이처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제주 감귤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지난 9일에도 극조생 미숙 감귤을 수확한 뒤 유통을 시도한 서귀포시 지역의 또 다른 선과장을 적발했습니다.

해당 선과장은 사전 출하 신고가 되지 않은 미숙(덜 익은) 감귤 6.6톤을 사업장에 보관하면서 출하를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귀포시는 해당 감귤을 전량 폐기 조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제주시도 지난 15일 상품 기준 당도에 못 미치는 극조생 미숙과 1.2톤을 조기 수확한 제주시의 한 과수원을 적발해 폐기 처분하도록 했습니다.

극조생 미숙 감귤을 수확한 뒤 유통을 시도한 서귀포시 또 다른 선과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이 같은 비상식 행위가 횡행하는 이유는 하우스 감귤 가격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산 하우스 감귤 누계 가격은 3kg당 2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0% 넘게 올랐습니다.

특히 추석 대목이 낀 이달 기준으론 3kg당 하우스 감귤 도매가격이 2만 7천 원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사과, 배 등 경쟁 과일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감귤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치경찰단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제주 감귤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박상현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감귤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농가와 상인으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유관부서와 협력해 강력한 지도 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치경찰단은 제주 전역에 4개 반 12명의 단속반을 꾸렸으며, 드론까지 활용해 조기 수확 및 강제착색 현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극조생 미숙 감귤을 수확한 뒤 유통을 시도한 서귀포시 또 다른 선과장.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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