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수천만 원 전용…공무원 사비까지 털어 명절 떡값

입력 2023.09.18 (16:28) 수정 2023.09.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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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8월) 3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을 방문한 김충섭 경북 김천시장. 이날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지난달(8월) 3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을 방문한 김충섭 경북 김천시장. 이날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4일 행정 수장의 구속으로 사상 초유의 행정 공백 사태를 맞은 경북 김천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머물던 김충섭 경북 김천 시장이 구금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직무가 정지된 겁니다. 곧바로 부시장이 시정을 넘겨받긴 했지만, 김천시는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김 시장 뿐 아니라 전·현직 공무원 30여 명이 줄줄이 기소됐기 때문입니다.

■ 명절 선물 받은 유권자만 1,800명…읍·면·동장 총동원

김충섭 시장의 주 혐의는 2021년 설·추석 무렵 공무원과 읍·면·동장들을 동원해 선거구민 등에게 명절 선물을 돌린 것입니다.

동원된 공무원은 김천시 총무과 직원 3명과, 산하 읍·면·동장 등 24명입니다.

이들에게 선물을 받은 유권자도 모두 1,800명인데 금액은 6,600만 원 어치에 달합니다.

특히 김천시 총무과 직원들은 시장의 지시로 '명절 선물 명단'을 관리하며, 선거구민 350명에게 1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선물 3,800만 원 어치를 제공했습니다. 대부분이 지역 유력 인사들입니다.

22개 읍·면·동장들 역시 '명절 선물 명단'을 전달받고, 그 명단에 따라 2만 원 상당의 선물 2,800만 원 어치를 돌렸습니다.

검찰이 이번 사안을 '대규모 조직적 범행'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기소한 이윱니다.

경북 김천시청 전경경북 김천시청 전경

■ 업무추진비 전용…공무원들 '사비'까지 털었다

명절 선물을 사는 데 든 6천 6백만 원은 어디서 났을까요?

'명절 선물 명단'을 받아든 공무원들은 업무추진비를 전용했습니다.

지역 유력인사들의 명절 떡값으로 쓰인 김천시민 세금은 합계 3천 3백만 원.

일부 공무원은 사비까지 털었습니다. 모은 돈은 1,700만 원이었습니다. 나머지 자금도 부적절한 방법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김충섭 시장은 이 같은 범행 이후,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김 시장을 포함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물은 모두 33명. 앞서 검찰이 올해 초 김천시 현직 5급 공무원을 구속 기소하고, 현직 공무원 6명·퇴직 공무원 3명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입니다. 2차례 기소된 사람도 2명이나 있습니다.

선물을 받은 유권자들은 괜찮을까요? 이들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제공받은 금액의 최대 50배, 3천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게 될 수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수십 명의 공무원이 줄줄이 재판을 받게 된 데다 많은 지역민이 과태료를 낼 처지가 된 김천 지역사회 민심은 뒤숭숭한 상황.

김천시 공무원
"전체가 다 우울하죠. 시 전체가 우울합니다, 지금."

혼란 가운데에서도 김천 시민들은,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가 나쁜 관행을 털고 성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천시민
"사무관들·면장들, 이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랬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당연하게. 일단 이런 계기로 삼아서 바뀌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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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9-18 17: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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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8월) 3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을 방문한 김충섭 경북 김천시장. 이날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4일 행정 수장의 구속으로 사상 초유의 행정 공백 사태를 맞은 경북 김천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머물던 김충섭 경북 김천 시장이 구금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직무가 정지된 겁니다. 곧바로 부시장이 시정을 넘겨받긴 했지만, 김천시는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김 시장 뿐 아니라 전·현직 공무원 30여 명이 줄줄이 기소됐기 때문입니다.

■ 명절 선물 받은 유권자만 1,800명…읍·면·동장 총동원

김충섭 시장의 주 혐의는 2021년 설·추석 무렵 공무원과 읍·면·동장들을 동원해 선거구민 등에게 명절 선물을 돌린 것입니다.

동원된 공무원은 김천시 총무과 직원 3명과, 산하 읍·면·동장 등 24명입니다.

이들에게 선물을 받은 유권자도 모두 1,800명인데 금액은 6,600만 원 어치에 달합니다.

특히 김천시 총무과 직원들은 시장의 지시로 '명절 선물 명단'을 관리하며, 선거구민 350명에게 1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선물 3,800만 원 어치를 제공했습니다. 대부분이 지역 유력 인사들입니다.

22개 읍·면·동장들 역시 '명절 선물 명단'을 전달받고, 그 명단에 따라 2만 원 상당의 선물 2,800만 원 어치를 돌렸습니다.

검찰이 이번 사안을 '대규모 조직적 범행'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기소한 이윱니다.

경북 김천시청 전경
■ 업무추진비 전용…공무원들 '사비'까지 털었다

명절 선물을 사는 데 든 6천 6백만 원은 어디서 났을까요?

'명절 선물 명단'을 받아든 공무원들은 업무추진비를 전용했습니다.

지역 유력인사들의 명절 떡값으로 쓰인 김천시민 세금은 합계 3천 3백만 원.

일부 공무원은 사비까지 털었습니다. 모은 돈은 1,700만 원이었습니다. 나머지 자금도 부적절한 방법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김충섭 시장은 이 같은 범행 이후,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김 시장을 포함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물은 모두 33명. 앞서 검찰이 올해 초 김천시 현직 5급 공무원을 구속 기소하고, 현직 공무원 6명·퇴직 공무원 3명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입니다. 2차례 기소된 사람도 2명이나 있습니다.

선물을 받은 유권자들은 괜찮을까요? 이들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제공받은 금액의 최대 50배, 3천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게 될 수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수십 명의 공무원이 줄줄이 재판을 받게 된 데다 많은 지역민이 과태료를 낼 처지가 된 김천 지역사회 민심은 뒤숭숭한 상황.

김천시 공무원
"전체가 다 우울하죠. 시 전체가 우울합니다, 지금."

혼란 가운데에서도 김천 시민들은,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가 나쁜 관행을 털고 성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천시민
"사무관들·면장들, 이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랬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당연하게. 일단 이런 계기로 삼아서 바뀌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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