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 상경했다는 남성, ‘이 말’에 마음 돌렸다

입력 2023.09.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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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공장소에서 범죄가 잇따르면서, 낯선 이를 대하는 마음은 이전과 조금 달라졌습니다.

큰 소리 내는 사람을 보면 손에 뭘 들었는지부터 확인한다는 분도 많습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의 애견샵에서 일하는 28살 이윤채 씨도 비슷한 두려움을 겪었습니다.

처음 보는 남성이 가게 안으로 벌컥 들어온 겁니다. 손은 바지 주머니 안에 넣은 채였습니다.


■ "죽고 싶다"는 남성...함께 쪼그려 앉아전한 위로의 말

경비업체를 호출하려던 순간, 남성이 입을 열었습니다.

"자살 충동이 너무 심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좀 도와주세요."
그리곤 큰 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대로 119에 구조 신고를 하자, 남성은 가게에서 나가 계단에 걸터앉았습니다.

이 씨는 경찰이 올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까 생각했지만, 큰 울음소리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남성 옆에 함께 쪼그려 앉았습니다. 남성을 진정시키려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치료받은 적 있는지, 어떤 것 때문에 우는지 등등...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가 살아오신 인생에 대해서 감히 평가할 수도 없고, 얼마나 힘든지 가늠도 안 돼요. 그래도 아저씨가 앞으로 살아가시면서 저 같은 사람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곧이어 도착한 경찰. 경찰관과 함께 이동하기 전, 남성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 씨를 힘껏 껴안았습니다.

왜 '고맙다'도 아닌 '미안하다' 였을까요. 잠시나마 이 씨의 시간을 빼앗아 미안하단 의미인 것 같다고 이 씨는 전했습니다.


■ 순경이 사온 컵라면에..."진심 느껴져 치료받겠다"

남성은 휘청일 정도로 몸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병원을 가긴 싫다며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마음을 돌린 건 신입 순경의 '컵라면'이었습니다.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남성의 말에, 10개월 차 경찰관인 김수진 순경은 컵라면부터 사왔습니다.

음식을 먹고 안정을 찾은 남성.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전날 서울로 열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팔을 다치게 된 사연, 순탄치 않았던 결혼 생활까지.

두 시간의 대화 끝에, 남성은 치료를 받겠다고 했고 경찰관과 함께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지금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안으려는 모습에서 용기가 느껴졌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도움을 주는 것, 어렵습니다. 요즘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르는 사람에게 손 내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성도 이 씨가 일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전 한참을 망설이고, 신고해달라고 한 뒤 바로 가게를 나섰을 겁니다.

남성이 이 씨를 힘껏 껴안았을 때도 이 씨는 당혹스러운 마음보단 '고마움을 표현하는 용기'가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이런 용기 낸 손을 잡아준다면, 이 씨처럼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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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고 싶어 상경했다는 남성, ‘이 말’에 마음 돌렸다
    • 입력 2023-09-18 17: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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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공장소에서 범죄가 잇따르면서, 낯선 이를 대하는 마음은 이전과 조금 달라졌습니다.

큰 소리 내는 사람을 보면 손에 뭘 들었는지부터 확인한다는 분도 많습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의 애견샵에서 일하는 28살 이윤채 씨도 비슷한 두려움을 겪었습니다.

처음 보는 남성이 가게 안으로 벌컥 들어온 겁니다. 손은 바지 주머니 안에 넣은 채였습니다.


■ "죽고 싶다"는 남성...함께 쪼그려 앉아전한 위로의 말

경비업체를 호출하려던 순간, 남성이 입을 열었습니다.

"자살 충동이 너무 심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좀 도와주세요."
그리곤 큰 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대로 119에 구조 신고를 하자, 남성은 가게에서 나가 계단에 걸터앉았습니다.

이 씨는 경찰이 올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까 생각했지만, 큰 울음소리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남성 옆에 함께 쪼그려 앉았습니다. 남성을 진정시키려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치료받은 적 있는지, 어떤 것 때문에 우는지 등등...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가 살아오신 인생에 대해서 감히 평가할 수도 없고, 얼마나 힘든지 가늠도 안 돼요. 그래도 아저씨가 앞으로 살아가시면서 저 같은 사람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곧이어 도착한 경찰. 경찰관과 함께 이동하기 전, 남성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 씨를 힘껏 껴안았습니다.

왜 '고맙다'도 아닌 '미안하다' 였을까요. 잠시나마 이 씨의 시간을 빼앗아 미안하단 의미인 것 같다고 이 씨는 전했습니다.


■ 순경이 사온 컵라면에..."진심 느껴져 치료받겠다"

남성은 휘청일 정도로 몸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병원을 가긴 싫다며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마음을 돌린 건 신입 순경의 '컵라면'이었습니다.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남성의 말에, 10개월 차 경찰관인 김수진 순경은 컵라면부터 사왔습니다.

음식을 먹고 안정을 찾은 남성.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전날 서울로 열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팔을 다치게 된 사연, 순탄치 않았던 결혼 생활까지.

두 시간의 대화 끝에, 남성은 치료를 받겠다고 했고 경찰관과 함께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지금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안으려는 모습에서 용기가 느껴졌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도움을 주는 것, 어렵습니다. 요즘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르는 사람에게 손 내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성도 이 씨가 일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전 한참을 망설이고, 신고해달라고 한 뒤 바로 가게를 나섰을 겁니다.

남성이 이 씨를 힘껏 껴안았을 때도 이 씨는 당혹스러운 마음보단 '고마움을 표현하는 용기'가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이런 용기 낸 손을 잡아준다면, 이 씨처럼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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