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빠른데, 업로드 느려…깨알에 숨은 ‘비밀’

입력 2023.09.19 (12:01) 수정 2023.09.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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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이 계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집이나 사무실의 초고속 인터넷은 중요하다. 모바일로는 복잡한 작업이나 오래 걸리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때, 소비자들은 무엇을 가장 중요시할까. 단연코 속도다.

한국소비자원이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 300명에게 물었더니, 최저보장속도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4.2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다.

'톡' 클릭하면 '탁' 접속되는 데 한국 누리꾼들은 익숙해진지 오래다. 다들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 "다운로드만 빠르면 된다"

A 씨는 이런 당연한 서비스를 누리지 못했다. 누구나 알만한 회사의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했다. 상품명도 '프리미엄 인터넷'이었다.

해당 업체는 최저 100Mbps(1초 동안 100메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음을 의미함)를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실상은 달랐다. 사용 기간 내내 유독 업로드가 느렸다.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에 접속해 속도를 재봤다. 다운로드 속도는 50Mbps였다. 최저보장속도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쓸 만했다.

문제는 업로드였다. 속도가 겨우 5Mbps였다. 업체가 약속한 속도의 1/20 수준이었다.

업체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고객님, 저희는 다운로드 속도만 보장하면 되고요. 업로드 속도는 법적 제한이 없어요."

황당한 설명이지만, 업체의 설명은 현행 규정에 부합한다.

그 규정이란 「전기통신역무 선택에 필요한 정보제공기준」이다. 이름부터 난해한 이 규정은 하향 속도, 즉 다운로드만 최대 속도의 50%를 보장하면 문제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비대칭 규제다. 다운로드 속도는 따지면서, 업로드 속도는 따지지 않는다.

■ '비대칭' 인터넷, 들어보셨나요

실제로 소비자원에 접수된 민원도 그렇다. 상당수가 다운로드는 쓸 만하지만, 업로드가 너무 느리다는 내용이다.

'우리 집 인터넷은 광케이블인데…왜 유독 업로드 속도만 느리게 하는 거지?'

이런 궁금증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유는 업체들이 잘 알려주지 않는 기술적 방식에 숨어있다. 우리가 쓰는 초고속 인터넷은 다 같은 초고속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광케이블인 곳도 있지만, 여전히 일부는 동케이블이나 심지어 구리 전화선을 쓰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에서 말이 되는 일인가 싶겠지만, 현실이다.

아래 표는 올해 7월 현재의 실태다.


여전히 10% 정도는 HFC나 xDSL 방식을 쓴다. 10%라고 하니까 적어 보일 수 있는데, 가구 수로는 250만 가구가 넘는다. 주로 단독주택이나 노후 아파트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인터넷 서비스는 부득이 속도를 제한해야 한다. 회선 용량의 한계 때문에 다운로드와 업로드 모두 속도를 확 열어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쓰는 업로드 속도에 상한을 씌우는 것이다. 정부의 규정이 업로드 속도는 문제 삼지 않는 점도 한몫을 했다.

비대칭 규제가 비대칭 인터넷을 유발한 것이다.

■ 이 글씨가 보이세요?

수도관이 녹슬었다면, 가끔 녹물이 나오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수도관을 일거에 다 바꿀 수 없다면, 녹물이 나올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HFC나 xDSL 회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업로드 속도 제한이 불가피한 일이라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주면 된다.

소비자원도 이 점을 따졌다.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렸는지를 집중 확인했다.

인터넷 업체들은 '우리는 알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약관을 제시했다. 빨간 상자 안이 그 내용이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저보장속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는 문구인데,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씨가 보이세요?'라고…


국내엔 인터넷 업체가 총 9곳 있다. 그중 비교적 큰 회사인 통신 3사의 안내 실태가 이렇다.

실제로 소비자원 설문 조사에서, 소비자의 85%가 '최저보장속도 등에 대해 안내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 느린 인터넷, 보상받을 수 있어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서비스 해지를 요구하면, '위약금 내세요.'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업체는 속도 규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으니, 서비스 해지는 소비자 탓이라는 식이다.

소비자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 그나마 비빌 언덕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21년 7월 주요 통신사에 이런 권고를 내렸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상품의 최저보장속도가 최대 속도의 50% 이상 되어야 하고, 속도 미달 시에는 별도의 보상신청을 안 해도 자동으로 요금이 감면되도록 권고했다.

문제는 이때 따지는 속도는 다운로드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이 규정뿐이다.

인터넷 속도에 불만인 소비자라면, 꼭 이 보상 규정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다만, 인터넷 속도를 본인이 직접 측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기는 해야 한다.

그래픽 : 권세라, 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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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이 계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집이나 사무실의 초고속 인터넷은 중요하다. 모바일로는 복잡한 작업이나 오래 걸리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때, 소비자들은 무엇을 가장 중요시할까. 단연코 속도다.

한국소비자원이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 300명에게 물었더니, 최저보장속도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4.2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다.

'톡' 클릭하면 '탁' 접속되는 데 한국 누리꾼들은 익숙해진지 오래다. 다들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 "다운로드만 빠르면 된다"

A 씨는 이런 당연한 서비스를 누리지 못했다. 누구나 알만한 회사의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했다. 상품명도 '프리미엄 인터넷'이었다.

해당 업체는 최저 100Mbps(1초 동안 100메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음을 의미함)를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실상은 달랐다. 사용 기간 내내 유독 업로드가 느렸다.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에 접속해 속도를 재봤다. 다운로드 속도는 50Mbps였다. 최저보장속도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쓸 만했다.

문제는 업로드였다. 속도가 겨우 5Mbps였다. 업체가 약속한 속도의 1/20 수준이었다.

업체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고객님, 저희는 다운로드 속도만 보장하면 되고요. 업로드 속도는 법적 제한이 없어요."

황당한 설명이지만, 업체의 설명은 현행 규정에 부합한다.

그 규정이란 「전기통신역무 선택에 필요한 정보제공기준」이다. 이름부터 난해한 이 규정은 하향 속도, 즉 다운로드만 최대 속도의 50%를 보장하면 문제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비대칭 규제다. 다운로드 속도는 따지면서, 업로드 속도는 따지지 않는다.

■ '비대칭' 인터넷, 들어보셨나요

실제로 소비자원에 접수된 민원도 그렇다. 상당수가 다운로드는 쓸 만하지만, 업로드가 너무 느리다는 내용이다.

'우리 집 인터넷은 광케이블인데…왜 유독 업로드 속도만 느리게 하는 거지?'

이런 궁금증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유는 업체들이 잘 알려주지 않는 기술적 방식에 숨어있다. 우리가 쓰는 초고속 인터넷은 다 같은 초고속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광케이블인 곳도 있지만, 여전히 일부는 동케이블이나 심지어 구리 전화선을 쓰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에서 말이 되는 일인가 싶겠지만, 현실이다.

아래 표는 올해 7월 현재의 실태다.


여전히 10% 정도는 HFC나 xDSL 방식을 쓴다. 10%라고 하니까 적어 보일 수 있는데, 가구 수로는 250만 가구가 넘는다. 주로 단독주택이나 노후 아파트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인터넷 서비스는 부득이 속도를 제한해야 한다. 회선 용량의 한계 때문에 다운로드와 업로드 모두 속도를 확 열어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쓰는 업로드 속도에 상한을 씌우는 것이다. 정부의 규정이 업로드 속도는 문제 삼지 않는 점도 한몫을 했다.

비대칭 규제가 비대칭 인터넷을 유발한 것이다.

■ 이 글씨가 보이세요?

수도관이 녹슬었다면, 가끔 녹물이 나오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수도관을 일거에 다 바꿀 수 없다면, 녹물이 나올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HFC나 xDSL 회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업로드 속도 제한이 불가피한 일이라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주면 된다.

소비자원도 이 점을 따졌다.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렸는지를 집중 확인했다.

인터넷 업체들은 '우리는 알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약관을 제시했다. 빨간 상자 안이 그 내용이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저보장속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는 문구인데,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씨가 보이세요?'라고…


국내엔 인터넷 업체가 총 9곳 있다. 그중 비교적 큰 회사인 통신 3사의 안내 실태가 이렇다.

실제로 소비자원 설문 조사에서, 소비자의 85%가 '최저보장속도 등에 대해 안내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 느린 인터넷, 보상받을 수 있어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서비스 해지를 요구하면, '위약금 내세요.'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업체는 속도 규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으니, 서비스 해지는 소비자 탓이라는 식이다.

소비자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 그나마 비빌 언덕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21년 7월 주요 통신사에 이런 권고를 내렸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상품의 최저보장속도가 최대 속도의 50% 이상 되어야 하고, 속도 미달 시에는 별도의 보상신청을 안 해도 자동으로 요금이 감면되도록 권고했다.

문제는 이때 따지는 속도는 다운로드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이 규정뿐이다.

인터넷 속도에 불만인 소비자라면, 꼭 이 보상 규정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다만, 인터넷 속도를 본인이 직접 측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기는 해야 한다.

그래픽 : 권세라, 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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