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차기’·‘바리캉’ 피해자들, 인천에 모인 이유

입력 2023.09.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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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살인 사건' 첫 재판이 오늘(19일) 낮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 이은총 씨의 유족은 "내 동생 살려내"라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 피고인, "공소사실 모두 인정" … 유족, "반성하는 태도 아냐"

피고인 설 모 씨는 살인, 특수상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설 씨 측은 오늘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설 씨는 시종일관 태연한 모습을 하고, 묻는 말에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유족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설 씨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너무 반성하지 않고 있어서 놀랐다"며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단지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보복살인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시 한번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했습니다.

■ 검찰, "피해자 유족 정신적 고통 커"

검찰은 오늘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잔인하게 살해한 범행"이라며 "어린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이 범행 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 유족들에 대해 경제적, 심리치료 지원을 하고 있으나 가족 모두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재범 가능성을 고려해 어제(18일) 피고인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습니다. 또, 피해자 가족을 양형과 관련한 증인으로 신청하고 피해자 딸의 심리 감정 결과도 받아 제출할 예정입니다.

[연관 기사] 스토킹 피해자 유족에게 걸려온 전화…“죽은 피해자는 말할 수 없잖아요” [주말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5598&ref=A

■ "그냥 곁에 있어 주고 싶어서요."

이날 곁에서 유족을 토닥여준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다름 아닌 또 다른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와, '바리캉 폭행 사건' 피해자의 가족들이 직접 찾아 온 겁니다.


'돌려차기 사건'은 성범죄를 목적으로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한 사건, '바리캉 사건'은 여자친구를 감금한 뒤 구타와 성폭행한 건입니다.

나이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범죄 피해자'라는 것뿐.

살면서 겪게 될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 있고 난 뒤, 서로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만났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그냥 옆에 있어 주고 싶어서,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재판에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은총 씨 유족도 앞서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기댈 곳은 비슷한 일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들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는 아무도 "잘 지내시죠?"라고 묻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범죄 피해를 입은 이후로는, 그 누구도 잘 지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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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려차기’·‘바리캉’ 피해자들, 인천에 모인 이유
    • 입력 2023-09-19 18: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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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살인 사건' 첫 재판이 오늘(19일) 낮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 이은총 씨의 유족은 "내 동생 살려내"라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 피고인, "공소사실 모두 인정" … 유족, "반성하는 태도 아냐"

피고인 설 모 씨는 살인, 특수상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설 씨 측은 오늘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설 씨는 시종일관 태연한 모습을 하고, 묻는 말에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유족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설 씨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너무 반성하지 않고 있어서 놀랐다"며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단지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보복살인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시 한번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했습니다.

■ 검찰, "피해자 유족 정신적 고통 커"

검찰은 오늘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잔인하게 살해한 범행"이라며 "어린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이 범행 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 유족들에 대해 경제적, 심리치료 지원을 하고 있으나 가족 모두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재범 가능성을 고려해 어제(18일) 피고인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습니다. 또, 피해자 가족을 양형과 관련한 증인으로 신청하고 피해자 딸의 심리 감정 결과도 받아 제출할 예정입니다.

[연관 기사] 스토킹 피해자 유족에게 걸려온 전화…“죽은 피해자는 말할 수 없잖아요” [주말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5598&ref=A

■ "그냥 곁에 있어 주고 싶어서요."

이날 곁에서 유족을 토닥여준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다름 아닌 또 다른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와, '바리캉 폭행 사건' 피해자의 가족들이 직접 찾아 온 겁니다.


'돌려차기 사건'은 성범죄를 목적으로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한 사건, '바리캉 사건'은 여자친구를 감금한 뒤 구타와 성폭행한 건입니다.

나이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범죄 피해자'라는 것뿐.

살면서 겪게 될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 있고 난 뒤, 서로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만났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그냥 옆에 있어 주고 싶어서,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재판에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은총 씨 유족도 앞서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기댈 곳은 비슷한 일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들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는 아무도 "잘 지내시죠?"라고 묻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범죄 피해를 입은 이후로는, 그 누구도 잘 지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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