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미 자동차노조 파업…‘친노동’ 바이든 사면초가?

입력 2023.09.20 (10:47) 수정 2023.09.20 (10: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 자동차 노조가 사상 초유의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파업은 단순 임금 협상 문제를 넘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내년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오늘로 파업이 닷새째인데, 협상에 거의 진전이 없다고요?

[기자]

노조 측은 오히려 파업을 더 키울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15일 전미자동차노조가 제너럴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 3개 자동차 업체의 공장 3곳에서 파업에 돌입했죠.

3대 업체의 조립 공장이 동시에 파업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합쳐서 만 3천 명 가까운 노동자가 일손을 놓은 상황입니다.

[숀 페인/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 "기록적인 이익에는 똑같이 기록적인 노동 계약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 노동자의 차례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의 몫입니다."]

노조는 앞으로 4년 동안 임금 40% 인상, 전기차 확대 과정에서 일자리 보장 등을 요구하는데, 사측은 최대 20% 임금 인상 정도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파업으로 일부 차종의 생산이 멈추면서, 각 업체가 일주일에 우리 돈으로 6천억 원 안팎의 손해를 볼 거로 추산됩니다.

[앵커]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바이든 대통령도 나섰죠?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현장에 정부 인사를 파견해 중재를 돕고 있는데요.

그동안 '친노동자' 대통령을 표방해 온 것처럼 사실상 노조 편에 서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연설을 하고 "집단 협상을 위한 노동자 권리를 존중한다"며, 제조사들에 더 크게 양보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이 노동자 민심을 더 챙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죠.

파업을 벌이는 제조업 공장들이 몰린,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은 미국 선거에서 주요 경합주들입니다.

내년 11월 대선 재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놓칠 수 없는 곳들이죠.

뉴욕타임스는 "파업의 중심지가 미시간주라는 데 의미가 깊다"고 짚었는데, 미시간주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가까스로 이긴 지역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겠는데요?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다음 주 미시간주로 갑니다.

공화당 2차 대선 토론회도 건너뛰고.

파업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을 할 거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트럼프와 공화당은 바이든, 민주당보다 '친기업' 성향이죠.

그런 트럼프가 노조에 손을 뻗는 이유,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직면한 위기를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전기차 산업에만 투자하는 바이든 정부 때문에 제조업 공장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게 됐다며 표심을 자극한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 "바이든은 배출가스 기준을 두 배로 엄격하게 만들어서 자동차 회사들이 약 2천억 달러를 쓰게 했습니다. 자동차 가격은 치솟게 됐고, 자동차 일자리 수천 개를 죽이고 있습니다."]

[앵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공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흔드는 건 사실이잖아요?

[기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어서 인력이 더 적게 듭니다.

그러지 않아도 제조사들은 비용이 적게 드는 전기차 시대로 나아가려 하고, 바이든 정부 역시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분야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기존 공장 노동자들 입장에선 임금이 많네, 적네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정부는 회사를 돕고 있는 겁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정부가 그동안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이기는 '윈-윈' 기조로 노조를 지지해왔지만, 이번 파업 노조는 성격이 다르다"고 짚었습니다.

전기차라는 시대적 흐름에 휩쓸리는 노조가 "사측을 공생 관계로 보는 경향이 덜하다"는 겁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저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공정해야 하고, 자동차 노동자들과 자동차 회사들에 '윈-윈'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노조는 바이든 정부의 이런 태도가 미덥지 않은 거겠죠.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던 전미자동차노조는 아직은 태도를 보류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파업이 잘 마무리된다 해도 바이든 대통령에겐 큰 숙제가 남게 된다고요?

[기자]

어쨌든 임금이 크게 오르는 방식으로 파업이 끝나면, 다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에 타격이 될 겁니다.

최근 원유 공급이 줄면서 국제유가까지 가파르게 올라, 안 그래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이죠.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로 물가도 잡고, 실업률도 낮췄다며 경제 성과를 부각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가 겹친 겁니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미 연준이 이번 달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해도, 긴축을 유지하는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연준은 우리 시각 내일 새벽 기준금리를 발표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미 자동차노조 파업…‘친노동’ 바이든 사면초가?
    • 입력 2023-09-20 10:47:26
    • 수정2023-09-20 10:57:17
    지구촌뉴스
[앵커]

미국 자동차 노조가 사상 초유의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파업은 단순 임금 협상 문제를 넘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내년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오늘로 파업이 닷새째인데, 협상에 거의 진전이 없다고요?

[기자]

노조 측은 오히려 파업을 더 키울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15일 전미자동차노조가 제너럴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 3개 자동차 업체의 공장 3곳에서 파업에 돌입했죠.

3대 업체의 조립 공장이 동시에 파업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합쳐서 만 3천 명 가까운 노동자가 일손을 놓은 상황입니다.

[숀 페인/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 "기록적인 이익에는 똑같이 기록적인 노동 계약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 노동자의 차례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의 몫입니다."]

노조는 앞으로 4년 동안 임금 40% 인상, 전기차 확대 과정에서 일자리 보장 등을 요구하는데, 사측은 최대 20% 임금 인상 정도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파업으로 일부 차종의 생산이 멈추면서, 각 업체가 일주일에 우리 돈으로 6천억 원 안팎의 손해를 볼 거로 추산됩니다.

[앵커]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바이든 대통령도 나섰죠?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현장에 정부 인사를 파견해 중재를 돕고 있는데요.

그동안 '친노동자' 대통령을 표방해 온 것처럼 사실상 노조 편에 서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연설을 하고 "집단 협상을 위한 노동자 권리를 존중한다"며, 제조사들에 더 크게 양보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이 노동자 민심을 더 챙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죠.

파업을 벌이는 제조업 공장들이 몰린,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은 미국 선거에서 주요 경합주들입니다.

내년 11월 대선 재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놓칠 수 없는 곳들이죠.

뉴욕타임스는 "파업의 중심지가 미시간주라는 데 의미가 깊다"고 짚었는데, 미시간주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가까스로 이긴 지역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겠는데요?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다음 주 미시간주로 갑니다.

공화당 2차 대선 토론회도 건너뛰고.

파업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을 할 거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트럼프와 공화당은 바이든, 민주당보다 '친기업' 성향이죠.

그런 트럼프가 노조에 손을 뻗는 이유,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직면한 위기를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전기차 산업에만 투자하는 바이든 정부 때문에 제조업 공장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게 됐다며 표심을 자극한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 "바이든은 배출가스 기준을 두 배로 엄격하게 만들어서 자동차 회사들이 약 2천억 달러를 쓰게 했습니다. 자동차 가격은 치솟게 됐고, 자동차 일자리 수천 개를 죽이고 있습니다."]

[앵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공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흔드는 건 사실이잖아요?

[기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어서 인력이 더 적게 듭니다.

그러지 않아도 제조사들은 비용이 적게 드는 전기차 시대로 나아가려 하고, 바이든 정부 역시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분야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기존 공장 노동자들 입장에선 임금이 많네, 적네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정부는 회사를 돕고 있는 겁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정부가 그동안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이기는 '윈-윈' 기조로 노조를 지지해왔지만, 이번 파업 노조는 성격이 다르다"고 짚었습니다.

전기차라는 시대적 흐름에 휩쓸리는 노조가 "사측을 공생 관계로 보는 경향이 덜하다"는 겁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저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공정해야 하고, 자동차 노동자들과 자동차 회사들에 '윈-윈'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노조는 바이든 정부의 이런 태도가 미덥지 않은 거겠죠.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던 전미자동차노조는 아직은 태도를 보류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파업이 잘 마무리된다 해도 바이든 대통령에겐 큰 숙제가 남게 된다고요?

[기자]

어쨌든 임금이 크게 오르는 방식으로 파업이 끝나면, 다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에 타격이 될 겁니다.

최근 원유 공급이 줄면서 국제유가까지 가파르게 올라, 안 그래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이죠.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로 물가도 잡고, 실업률도 낮췄다며 경제 성과를 부각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가 겹친 겁니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미 연준이 이번 달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해도, 긴축을 유지하는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연준은 우리 시각 내일 새벽 기준금리를 발표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