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대사관엔 없었던 ‘대일 항의 논평’…독도·야스쿠니 항의는 국내용?

입력 2023.09.21 (14: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독도대한민국 독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얼었다, 녹았다를 아무리 반복해도 우리가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는 몇 가지 민감한 현안들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참배입니다.

우리로서는 아무리 한일 관계가 좋아지더라도 독도 문제에선 단호해질 수밖에 없고,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가 찾아가는 것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매년 일본이 외교청서와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독도의 날 행사를 하면 우리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이나 논평을 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합니다. 어느 정부에서든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성명과 논평들은 통상 외교부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도 한국어와 일본어로 공개되는데, 일본 국민들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쉽게 찾아보고 확인하게 하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간 반복되던 이 모습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 대일 항의 논평은 꾸준히 냈는데…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는 '잠잠'

지난달 17일 캡처한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화면입니다.

2023년 3월~2023년 5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2023년 3월~2023년 5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한일 양국 간 외교 현안을 담은 보도자료, 브리핑, 대변인 성명과 논평이 올라오는 '한일관계 동향' 게시판입니다.

전체 게시글 763건, 가장 최신 글은 5월 21일 자 '윤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입니다.

이틀 전인 8월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해 외교부가 '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는 대변인 명의 논평을 냈지만, 이 게시판에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22년 7월~2023년 3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2022년 7월~2023년 3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이틀 전 나온 논평이라 아직 업로드가 안 된 것은 아닐까, 해서 지난해 8월 15일 같은 사안으로 냈던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찾아봤지만, 역시 올라와 있지 않았습니다.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광복절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 영유권 주장' 관련해 대변인 명의 항의 논평이나 성명을 낸 것은 모두 9번이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1년 4개월 가량의 게시글을 쭉 보면,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선 이 중 어느 것도 최근까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22년 5월~2022년 6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2022년 5월~2022년 6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2022년 3월~2022년 5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2022년 3월~2022년 5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 외교부 "홈페이지 연결돼 정부 입장 확인 가능"…뒤늦게 게시

2013년 이후 최근 10년간 이 같은 성명이나 논평은 대체로 당일 또는 수일 내에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도 업로드됐습니다. 물론 간혹 빠진 경우도 있고, 한두 달 차이를 두고 올라온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누락돼 있던 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 자료나,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금 지급을 설명하는 보도자료 등은 그때그때 꾸준히 게시돼왔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누락'이 아니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윤호중 의원은 "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고의성이 있어 보인"며 "윤석열 정부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자꾸 일본 정부의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데 눈치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은 당당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외교부는 누락된 사실을 지적하자 " 대사관 홈페이지와 외교부 홈페이지는 연결돼 있어, 주요 외교 사안에 대한 정부 입장과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1년여간 올리지 않았던 항의 논평과 성명들을 한꺼번에 업로드했습니다.

이제는 윤석열 정부의 독도·야스쿠니 신사 참배 관련 항의 논평·성명을 공관 홈페이지에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주일 대사관엔 없었던 ‘대일 항의 논평’…독도·야스쿠니 항의는 국내용?
    • 입력 2023-09-21 14:22:43
    심층K
대한민국 독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얼었다, 녹았다를 아무리 반복해도 우리가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는 몇 가지 민감한 현안들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참배입니다.

우리로서는 아무리 한일 관계가 좋아지더라도 독도 문제에선 단호해질 수밖에 없고,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가 찾아가는 것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매년 일본이 외교청서와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독도의 날 행사를 하면 우리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이나 논평을 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합니다. 어느 정부에서든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성명과 논평들은 통상 외교부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도 한국어와 일본어로 공개되는데, 일본 국민들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쉽게 찾아보고 확인하게 하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간 반복되던 이 모습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 대일 항의 논평은 꾸준히 냈는데…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는 '잠잠'

지난달 17일 캡처한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화면입니다.

2023년 3월~2023년 5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한일 양국 간 외교 현안을 담은 보도자료, 브리핑, 대변인 성명과 논평이 올라오는 '한일관계 동향' 게시판입니다.

전체 게시글 763건, 가장 최신 글은 5월 21일 자 '윤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입니다.

이틀 전인 8월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해 외교부가 '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는 대변인 명의 논평을 냈지만, 이 게시판에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22년 7월~2023년 3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이틀 전 나온 논평이라 아직 업로드가 안 된 것은 아닐까, 해서 지난해 8월 15일 같은 사안으로 냈던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찾아봤지만, 역시 올라와 있지 않았습니다.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광복절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 영유권 주장' 관련해 대변인 명의 항의 논평이나 성명을 낸 것은 모두 9번이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1년 4개월 가량의 게시글을 쭉 보면,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선 이 중 어느 것도 최근까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22년 5월~2022년 6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2022년 3월~2022년 5월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 외교부 "홈페이지 연결돼 정부 입장 확인 가능"…뒤늦게 게시

2013년 이후 최근 10년간 이 같은 성명이나 논평은 대체로 당일 또는 수일 내에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도 업로드됐습니다. 물론 간혹 빠진 경우도 있고, 한두 달 차이를 두고 올라온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누락돼 있던 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 자료나,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금 지급을 설명하는 보도자료 등은 그때그때 꾸준히 게시돼왔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누락'이 아니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윤호중 의원은 "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고의성이 있어 보인"며 "윤석열 정부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자꾸 일본 정부의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데 눈치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은 당당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외교부는 누락된 사실을 지적하자 " 대사관 홈페이지와 외교부 홈페이지는 연결돼 있어, 주요 외교 사안에 대한 정부 입장과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1년여간 올리지 않았던 항의 논평과 성명들을 한꺼번에 업로드했습니다.

이제는 윤석열 정부의 독도·야스쿠니 신사 참배 관련 항의 논평·성명을 공관 홈페이지에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