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KBS제주 보도특집 ‘도시의 거리’…15분 도시란?

입력 2023.09.21 (19:19) 수정 2023.09.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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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추진하고 있는 15분 도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보도특집 다큐멘터리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김가람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제목을 도시의 거리로 정한 이유를 들어볼까요?

[기자]

네, 15분 도시에서 강조하는 게 바로 물리적인 거리입니다.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5분을 내세운 건데요,

이처럼 생활 필수기능들간에 떨어져 있는 거리라는 의미를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 15분 도시하면 바로 보행과 자전거 이용이 떠오르실텐데요,

이런 행동들은 도로나 보행로 같은 거리에서 이뤄지는 것들이죠.

이처럼 물리적인 거리와 길이라는 의미의 거리를 담은 제목이 도시의 거리라고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여러 의미가 담긴 제목이었네요,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이번 특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죠.

먼저 민선 8기 제주도정은 15분 도시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책을 채택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기자]

네, 관광지가 아닌 인구 70만 명의 삶의 터전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제주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제주시 동지역 집중화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데요,

제주는 지금까지 자동차 중심의 도시계획을 추진해왔죠.

그 결과 도로 보급률이 서울에 이어 전국 두 번째일 정도로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제주시 동지역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제주 어디서든 차를 타고 한 시간이면 올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생활필수기능들도 제주시로 모이면서 읍면 지역은 소외되는 지역 불균형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제주시 여건이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자동차 중심 도시계획이 본격 추진되기 전에 형성된 구도심은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고,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이면도로의 불법 주차나 보행환경 악화도 심각한 문젭니다.

결국 제주도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보겠다며 15분 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보면 프랑스 현지 취재를 다녀오셨어요.

프랑스를 다녀온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네, 말씀드린 것처럼 제주에서는 15분 도시가 추진되고 있는데요,

다만 15분 도시라는 개념은 아무래도 낯선 게 사실이고,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15분 만에 갈 수 있는 도시라는 오해인데요,

따라서 15분 도시를 주창한 프랑스 소르본대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를 직접 만나 15분 도시의 개념과 가치를 물어보고, 특히 15분 도시를 채택한 프랑스 파리의 변화상을 취재하기 위해 직접 다녀왔습니다.

[앵커]

그러면 모레노 교수가 말하는 15분 도시는 어떤 개념인가요?

[기자]

네, 모레노 교수는 15분 도시를 큐브 놀이에 빗대 설명합니다.

큐브는 정육면체의 면을 하나의 색깔로 맞추는 놀이인데요,

모레노 교수는 지금의 도시가 마치 큐브처럼 업무는 업무끼리, 주거는 주거끼리, 비슷한 기능들을 묶어놓는 방식을 채택해왔다고 설명합니다.

비슷한 기능들이 모여있어야 도시가 더 효율으로 굴러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다만 이런 과정에 생활필수기능들은 멀러 떨어지게 됐고, 특히 먼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는 거죠.

따라서 모레노 교수는 큐브 놀이를 반대로 하는 것이 15분 도시라고 말합니다.

각각의 면을 한 가지 색으로 맞추지 말고 여러 가지 색을 섞어놓자는 거죠.

즉, 업무나 주거, 문화와 돌봄 등의 생활 필수기능들을 도시 공간 곳곳에 섞자는 겁니다.

이를 통해 이동에 쓰는 시간을 아끼면 가족이나 이웃과의 교류처럼 더 가치있는 일에 시간을 쓸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애착도 생길 수 있다는 게 바로 15분 도시의 핵심 가치입니다.

[앵커]

15분 도시를 제안하는 또 다른 배경도 있을까요?

[기자]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도시의 거리는 자동차 때문에 더 길어졌는데요,

모레노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유효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를 중심에 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걷거나 자전거로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 필수기능을 누릴 수 있는 15분 도시를 제안하게 된 겁니다.

[앵커]

네, 잘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프랑스 파리의 이야기를 나눠보죠.

어떻게 변화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사실 파리시는 15분 도시를 채택하기 전부터 자동차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두 가지를 언급할 수 있겠는데요,

먼저 센강은 파리시를 가로지르는 강인데 원래는 강변을 따라 자동차 전용 도로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의 강변북로 같은 건데요,

파리시는 10년 전 이곳의 자동차 진입을 전면 통제하고 시민들을 위한 공공장소로 탈바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바스티유 광장은 원래 원형 로터리였는데요,

지금은 한쪽을 막아 도심 속 쉼터로 만들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가게 앞 주차 공간을 테라스로 쓰거나, 통학로에는 아예 자동차가 다닐 수 없도록 하는 학교가는 길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자동차의 빈자리는 어떻게 대체하고 있나요?

[기자]

네, 바로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겁니다.

파리시는 2024년까지 전역을 연결하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다만 이 과정에서 자동차를 아예 내쫓는 건 아닙니다.

기존에는 보행이나 자전거보다 자동차 운행을 우선 순위에 두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보행과 자전거를 자동차 운행보다 우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그런데 자동차를 보행이나 자전거로 대체하면 결국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짧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도시는 곳곳이 개발된 상태일텐데, 한정된 도시 공간에서 부족한 생활필수기능을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여기서 15분 도시가 등장하게 되는 건데요, 앞서 15분 도시에서는 시간이 주요한 개념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도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모레노 교수가 꺼내든 것도 역시 시간입니다.

하나의 건물을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쓰는 건데요,

예를 들어 저녁 시간에 손님이 적은 카페는 강의실로 활용하거나, 밤에만 수요가 있는 클럽은 낮에 무용학원으로 쓰는 등 시간에 따라 용도를 달리하자는 거죠.

실제로 파리시는 학교 오아시스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도심 어디에나 있는 학교를 주말에는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교 운동장에 공원을 만들어 도심에 부족한 녹지 공간을 공급하거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강좌를 여는 등 다양한 기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 필수기능을 공급하는 또다른 방법이 있다면요?

[기자]

네, 파리 중심부의 옛 국방부 건물이 대표 사례인데요,

이곳은 파리를 찾는 관광객이면 많이들 찾는 오르세 미술관까지 걸어서 5분밖에 안 걸리는 요지입니다.

파리시는 이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요,

공공 임대주택 2천 5백 세대와 보육원, 스포츠 시설이 함께 들어설 계획입니다.

이밖에 파리 북서부 지역의 클리시-바티뇰 지구 같은 곳의 건물들은 사무실과 상가, 주거공간 등 여러 기능들이 모여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건물에 여러 기능을 부여하면 한정된 도시 공간에서도 생활 필수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모레노 교수의 설명입니다.

[앵커]

그런데 15분 도시는 대도시에서만 가능한 개념은 아닌가요?

[기자]

네, 실제 파리를 비롯해 널리 알려진 사례는 모두 대도시입니다.

따라서 도농복합 지역인 제주에서 15분 도시가 과연 가능하겠냐는 의문도 적지 않은데요,

그래서 취재진은 프랑스 남부의 생띨레흐-드-브렛마스를 가봤습니다.

이곳은 인구가 4천 7백 명 뿐인 작은 마을인데도 15분 도시를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 단체장인 장 미쉘 페레씨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가까운 지역으로 출퇴근하면서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그래서 생각한 게 자전거 도로와 환승센터 설치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등교할 때는 자동차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은만큼, 차를 타고 학교까지 가서 아이를 내려주되, 부모는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자는 겁니다.

또 지난 6월에는 19세기에 지어진 옛 청사에 의사 3명을 채용해 건강의료센터를 열었는데요,

장기적으로는 이곳을 식당과 카페, 식료품점 등 다양한 기능이 부여된 장소로 사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나아가 생활필수기능이 밀집한 친환경 주거지역도 만들 계획인데요,

정리하면 생활필수기능을 한 데 모으면서도 자전거 이동을 중심으로 하는 15분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익히들 알고 있는 15분 도시와는 다른 것 같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15분 도시의 창시자인 모레노 교수는 15분 도시에 대해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근접성과 탄소중립, 건물의 다중 이용과 행복한 이웃관계 등의 원칙들을 긴 시간에 걸쳐 도시에 적용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즉, 15분 도시를 도입하면 도시가 바로 뚝딱뚝딱 바뀌는 게 아니라, 어떤 도시를 지향할 것이냐는 철학에 가까운 개념인 겁니다.

따라서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굳이 15분에 집착하지 말고 30분처럼 더 길게 목표를 잡을 수 있고, 또 자전거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제주에서도 15분 도시를 시도할 수 있겠네요.

[기자]

네, 가급적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이동수단을 통해 너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생활 필수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면, 제주에서도 15분 도시의 가치를 구현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주가 15분 도시를 추진하겠다면서도 도로 개설과 같은 기존의 도시계획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건데요,

이럴 경우 단순히 읍면지역에 시설만 공급하고마는 또다른 개발정책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인만큼, 15분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를 잘 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네,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가람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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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K] KBS제주 보도특집 ‘도시의 거리’…15분 도시란?
    • 입력 2023-09-21 19:19:56
    • 수정2023-09-21 20:23:11
    뉴스7(제주)
[앵커]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추진하고 있는 15분 도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보도특집 다큐멘터리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김가람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제목을 도시의 거리로 정한 이유를 들어볼까요?

[기자]

네, 15분 도시에서 강조하는 게 바로 물리적인 거리입니다.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5분을 내세운 건데요,

이처럼 생활 필수기능들간에 떨어져 있는 거리라는 의미를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 15분 도시하면 바로 보행과 자전거 이용이 떠오르실텐데요,

이런 행동들은 도로나 보행로 같은 거리에서 이뤄지는 것들이죠.

이처럼 물리적인 거리와 길이라는 의미의 거리를 담은 제목이 도시의 거리라고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여러 의미가 담긴 제목이었네요,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이번 특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죠.

먼저 민선 8기 제주도정은 15분 도시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책을 채택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기자]

네, 관광지가 아닌 인구 70만 명의 삶의 터전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제주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제주시 동지역 집중화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데요,

제주는 지금까지 자동차 중심의 도시계획을 추진해왔죠.

그 결과 도로 보급률이 서울에 이어 전국 두 번째일 정도로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제주시 동지역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제주 어디서든 차를 타고 한 시간이면 올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생활필수기능들도 제주시로 모이면서 읍면 지역은 소외되는 지역 불균형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제주시 여건이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자동차 중심 도시계획이 본격 추진되기 전에 형성된 구도심은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고,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이면도로의 불법 주차나 보행환경 악화도 심각한 문젭니다.

결국 제주도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보겠다며 15분 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보면 프랑스 현지 취재를 다녀오셨어요.

프랑스를 다녀온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네, 말씀드린 것처럼 제주에서는 15분 도시가 추진되고 있는데요,

다만 15분 도시라는 개념은 아무래도 낯선 게 사실이고,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15분 만에 갈 수 있는 도시라는 오해인데요,

따라서 15분 도시를 주창한 프랑스 소르본대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를 직접 만나 15분 도시의 개념과 가치를 물어보고, 특히 15분 도시를 채택한 프랑스 파리의 변화상을 취재하기 위해 직접 다녀왔습니다.

[앵커]

그러면 모레노 교수가 말하는 15분 도시는 어떤 개념인가요?

[기자]

네, 모레노 교수는 15분 도시를 큐브 놀이에 빗대 설명합니다.

큐브는 정육면체의 면을 하나의 색깔로 맞추는 놀이인데요,

모레노 교수는 지금의 도시가 마치 큐브처럼 업무는 업무끼리, 주거는 주거끼리, 비슷한 기능들을 묶어놓는 방식을 채택해왔다고 설명합니다.

비슷한 기능들이 모여있어야 도시가 더 효율으로 굴러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다만 이런 과정에 생활필수기능들은 멀러 떨어지게 됐고, 특히 먼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는 거죠.

따라서 모레노 교수는 큐브 놀이를 반대로 하는 것이 15분 도시라고 말합니다.

각각의 면을 한 가지 색으로 맞추지 말고 여러 가지 색을 섞어놓자는 거죠.

즉, 업무나 주거, 문화와 돌봄 등의 생활 필수기능들을 도시 공간 곳곳에 섞자는 겁니다.

이를 통해 이동에 쓰는 시간을 아끼면 가족이나 이웃과의 교류처럼 더 가치있는 일에 시간을 쓸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애착도 생길 수 있다는 게 바로 15분 도시의 핵심 가치입니다.

[앵커]

15분 도시를 제안하는 또 다른 배경도 있을까요?

[기자]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도시의 거리는 자동차 때문에 더 길어졌는데요,

모레노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유효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를 중심에 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걷거나 자전거로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 필수기능을 누릴 수 있는 15분 도시를 제안하게 된 겁니다.

[앵커]

네, 잘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프랑스 파리의 이야기를 나눠보죠.

어떻게 변화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사실 파리시는 15분 도시를 채택하기 전부터 자동차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두 가지를 언급할 수 있겠는데요,

먼저 센강은 파리시를 가로지르는 강인데 원래는 강변을 따라 자동차 전용 도로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의 강변북로 같은 건데요,

파리시는 10년 전 이곳의 자동차 진입을 전면 통제하고 시민들을 위한 공공장소로 탈바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바스티유 광장은 원래 원형 로터리였는데요,

지금은 한쪽을 막아 도심 속 쉼터로 만들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가게 앞 주차 공간을 테라스로 쓰거나, 통학로에는 아예 자동차가 다닐 수 없도록 하는 학교가는 길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자동차의 빈자리는 어떻게 대체하고 있나요?

[기자]

네, 바로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겁니다.

파리시는 2024년까지 전역을 연결하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다만 이 과정에서 자동차를 아예 내쫓는 건 아닙니다.

기존에는 보행이나 자전거보다 자동차 운행을 우선 순위에 두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보행과 자전거를 자동차 운행보다 우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그런데 자동차를 보행이나 자전거로 대체하면 결국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짧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도시는 곳곳이 개발된 상태일텐데, 한정된 도시 공간에서 부족한 생활필수기능을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여기서 15분 도시가 등장하게 되는 건데요, 앞서 15분 도시에서는 시간이 주요한 개념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도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모레노 교수가 꺼내든 것도 역시 시간입니다.

하나의 건물을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쓰는 건데요,

예를 들어 저녁 시간에 손님이 적은 카페는 강의실로 활용하거나, 밤에만 수요가 있는 클럽은 낮에 무용학원으로 쓰는 등 시간에 따라 용도를 달리하자는 거죠.

실제로 파리시는 학교 오아시스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도심 어디에나 있는 학교를 주말에는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교 운동장에 공원을 만들어 도심에 부족한 녹지 공간을 공급하거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강좌를 여는 등 다양한 기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 필수기능을 공급하는 또다른 방법이 있다면요?

[기자]

네, 파리 중심부의 옛 국방부 건물이 대표 사례인데요,

이곳은 파리를 찾는 관광객이면 많이들 찾는 오르세 미술관까지 걸어서 5분밖에 안 걸리는 요지입니다.

파리시는 이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요,

공공 임대주택 2천 5백 세대와 보육원, 스포츠 시설이 함께 들어설 계획입니다.

이밖에 파리 북서부 지역의 클리시-바티뇰 지구 같은 곳의 건물들은 사무실과 상가, 주거공간 등 여러 기능들이 모여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건물에 여러 기능을 부여하면 한정된 도시 공간에서도 생활 필수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모레노 교수의 설명입니다.

[앵커]

그런데 15분 도시는 대도시에서만 가능한 개념은 아닌가요?

[기자]

네, 실제 파리를 비롯해 널리 알려진 사례는 모두 대도시입니다.

따라서 도농복합 지역인 제주에서 15분 도시가 과연 가능하겠냐는 의문도 적지 않은데요,

그래서 취재진은 프랑스 남부의 생띨레흐-드-브렛마스를 가봤습니다.

이곳은 인구가 4천 7백 명 뿐인 작은 마을인데도 15분 도시를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 단체장인 장 미쉘 페레씨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가까운 지역으로 출퇴근하면서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그래서 생각한 게 자전거 도로와 환승센터 설치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등교할 때는 자동차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은만큼, 차를 타고 학교까지 가서 아이를 내려주되, 부모는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자는 겁니다.

또 지난 6월에는 19세기에 지어진 옛 청사에 의사 3명을 채용해 건강의료센터를 열었는데요,

장기적으로는 이곳을 식당과 카페, 식료품점 등 다양한 기능이 부여된 장소로 사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나아가 생활필수기능이 밀집한 친환경 주거지역도 만들 계획인데요,

정리하면 생활필수기능을 한 데 모으면서도 자전거 이동을 중심으로 하는 15분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익히들 알고 있는 15분 도시와는 다른 것 같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15분 도시의 창시자인 모레노 교수는 15분 도시에 대해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근접성과 탄소중립, 건물의 다중 이용과 행복한 이웃관계 등의 원칙들을 긴 시간에 걸쳐 도시에 적용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즉, 15분 도시를 도입하면 도시가 바로 뚝딱뚝딱 바뀌는 게 아니라, 어떤 도시를 지향할 것이냐는 철학에 가까운 개념인 겁니다.

따라서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굳이 15분에 집착하지 말고 30분처럼 더 길게 목표를 잡을 수 있고, 또 자전거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제주에서도 15분 도시를 시도할 수 있겠네요.

[기자]

네, 가급적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이동수단을 통해 너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생활 필수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면, 제주에서도 15분 도시의 가치를 구현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주가 15분 도시를 추진하겠다면서도 도로 개설과 같은 기존의 도시계획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건데요,

이럴 경우 단순히 읍면지역에 시설만 공급하고마는 또다른 개발정책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인만큼, 15분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를 잘 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네,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가람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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