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식물기구’ 유엔 안보리, 개혁으로 오명 벗을까
입력 2023.09.22 (10:48)
수정 2023.09.24 (10: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국제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국제협력기구가 유엔입니다.
그런데 올해 열린 유엔 총회에선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올해 유엔 총회, 시작부터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기자]
단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들의 참석률만 봐도 그렇습니다.
유엔 총회의 꽃은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설하는 일반토의인데요.
이 자리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만 참석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그렇다쳐도 영국과 프랑스 정상까지 자리를 비운 건 의외인데요.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안보리가 더이상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사무총장도 이런 비판을 감안한 듯 개혁이 필요하다고 연설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 "세계는 변화했습니다. 유엔은 그렇지 않았고요. 21세기 경제 지형과 정치적 현실에 맞춰 유엔을 개혁할 때가 됐습니다."]
[앵커]
사실 유엔 안보리를 개혁하자는 얘기는 하루이틀 나온 말이 아니잖아요?
[기자]
5개 상임이사국은 거의 80년 전 제2차세계대전의 승전국 중심으로 구성돼 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고요.
유엔 안보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서 안보리 결의를 수 없이 어겨도 2017년 이후 추가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바로 상임이사국 만장일치제 때문입니다.
5개국 가운데 한 나라만 반대해도 유엔 안보리에선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제재안에 반대하면서 안보리가 무력해진 겁니다.
여기에다 지난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이를 막지 못한 것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개혁이 필요한 건 분명한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기자]
중국과 러시아 견제가 필요한 미국이 적극적인 모습인데요.
현재 5개국인 상임이사국의 수를 확대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안보리의 진전과 합의를 너무 자주 방해하는 이 교착 상태를 깨야 합니다. 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필요합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미국 측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5~6개국을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보로는 인도, 브라질, 독일, 일본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요.
이 나라들 입장에선 자국 영향력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상임이사국 확대, 반길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상임이사국 수만 늘릴 경우 미래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입니다.
[앵커]
1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 더 직접적인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래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쓰지 못하게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직접 안보리에 참석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꼬집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는) 거부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둑질한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라보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거부권이 "유엔 헌장에 명시된 합법적 권한"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개혁 합의가 쉽지 않을 거란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죠.
실제로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이 말은 곧 다른 상임이사국들도 거부권을 포기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합의에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고, 현재 영구적인 이 상임이사국 지위를 아예 박탈하자는 방안은 현실성이 더 없어보입니다.
[앵커]
유엔 안보리가 이렇게 무력화된 건 원인을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표면적인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신냉전 구도, 양극화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안보리의 약화가 단순히 유엔의 쇠퇴가 아니라 국제사회 자체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나중엔 같은 이익과 목표로 똘똘 뭉친 동맹 중심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질서의 균형추 역할을 했던 유엔 안보리가 이번 논의를 통해 '식물기구'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국제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국제협력기구가 유엔입니다.
그런데 올해 열린 유엔 총회에선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올해 유엔 총회, 시작부터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기자]
단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들의 참석률만 봐도 그렇습니다.
유엔 총회의 꽃은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설하는 일반토의인데요.
이 자리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만 참석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그렇다쳐도 영국과 프랑스 정상까지 자리를 비운 건 의외인데요.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안보리가 더이상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사무총장도 이런 비판을 감안한 듯 개혁이 필요하다고 연설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 "세계는 변화했습니다. 유엔은 그렇지 않았고요. 21세기 경제 지형과 정치적 현실에 맞춰 유엔을 개혁할 때가 됐습니다."]
[앵커]
사실 유엔 안보리를 개혁하자는 얘기는 하루이틀 나온 말이 아니잖아요?
[기자]
5개 상임이사국은 거의 80년 전 제2차세계대전의 승전국 중심으로 구성돼 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고요.
유엔 안보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서 안보리 결의를 수 없이 어겨도 2017년 이후 추가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바로 상임이사국 만장일치제 때문입니다.
5개국 가운데 한 나라만 반대해도 유엔 안보리에선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제재안에 반대하면서 안보리가 무력해진 겁니다.
여기에다 지난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이를 막지 못한 것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개혁이 필요한 건 분명한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기자]
중국과 러시아 견제가 필요한 미국이 적극적인 모습인데요.
현재 5개국인 상임이사국의 수를 확대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안보리의 진전과 합의를 너무 자주 방해하는 이 교착 상태를 깨야 합니다. 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필요합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미국 측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5~6개국을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보로는 인도, 브라질, 독일, 일본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요.
이 나라들 입장에선 자국 영향력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상임이사국 확대, 반길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상임이사국 수만 늘릴 경우 미래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입니다.
[앵커]
1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 더 직접적인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래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쓰지 못하게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직접 안보리에 참석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꼬집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는) 거부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둑질한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라보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거부권이 "유엔 헌장에 명시된 합법적 권한"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개혁 합의가 쉽지 않을 거란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죠.
실제로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이 말은 곧 다른 상임이사국들도 거부권을 포기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합의에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고, 현재 영구적인 이 상임이사국 지위를 아예 박탈하자는 방안은 현실성이 더 없어보입니다.
[앵커]
유엔 안보리가 이렇게 무력화된 건 원인을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표면적인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신냉전 구도, 양극화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안보리의 약화가 단순히 유엔의 쇠퇴가 아니라 국제사회 자체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나중엔 같은 이익과 목표로 똘똘 뭉친 동맹 중심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질서의 균형추 역할을 했던 유엔 안보리가 이번 논의를 통해 '식물기구'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식물기구’ 유엔 안보리, 개혁으로 오명 벗을까
-
- 입력 2023-09-22 10:48:08
- 수정2023-09-24 10:36:09

[앵커]
국제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국제협력기구가 유엔입니다.
그런데 올해 열린 유엔 총회에선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올해 유엔 총회, 시작부터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기자]
단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들의 참석률만 봐도 그렇습니다.
유엔 총회의 꽃은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설하는 일반토의인데요.
이 자리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만 참석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그렇다쳐도 영국과 프랑스 정상까지 자리를 비운 건 의외인데요.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안보리가 더이상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사무총장도 이런 비판을 감안한 듯 개혁이 필요하다고 연설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 "세계는 변화했습니다. 유엔은 그렇지 않았고요. 21세기 경제 지형과 정치적 현실에 맞춰 유엔을 개혁할 때가 됐습니다."]
[앵커]
사실 유엔 안보리를 개혁하자는 얘기는 하루이틀 나온 말이 아니잖아요?
[기자]
5개 상임이사국은 거의 80년 전 제2차세계대전의 승전국 중심으로 구성돼 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고요.
유엔 안보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서 안보리 결의를 수 없이 어겨도 2017년 이후 추가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바로 상임이사국 만장일치제 때문입니다.
5개국 가운데 한 나라만 반대해도 유엔 안보리에선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제재안에 반대하면서 안보리가 무력해진 겁니다.
여기에다 지난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이를 막지 못한 것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개혁이 필요한 건 분명한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기자]
중국과 러시아 견제가 필요한 미국이 적극적인 모습인데요.
현재 5개국인 상임이사국의 수를 확대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안보리의 진전과 합의를 너무 자주 방해하는 이 교착 상태를 깨야 합니다. 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필요합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미국 측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5~6개국을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보로는 인도, 브라질, 독일, 일본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요.
이 나라들 입장에선 자국 영향력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상임이사국 확대, 반길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상임이사국 수만 늘릴 경우 미래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입니다.
[앵커]
1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 더 직접적인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래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쓰지 못하게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직접 안보리에 참석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꼬집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는) 거부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둑질한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라보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거부권이 "유엔 헌장에 명시된 합법적 권한"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개혁 합의가 쉽지 않을 거란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죠.
실제로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이 말은 곧 다른 상임이사국들도 거부권을 포기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합의에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고, 현재 영구적인 이 상임이사국 지위를 아예 박탈하자는 방안은 현실성이 더 없어보입니다.
[앵커]
유엔 안보리가 이렇게 무력화된 건 원인을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표면적인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신냉전 구도, 양극화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안보리의 약화가 단순히 유엔의 쇠퇴가 아니라 국제사회 자체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나중엔 같은 이익과 목표로 똘똘 뭉친 동맹 중심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질서의 균형추 역할을 했던 유엔 안보리가 이번 논의를 통해 '식물기구'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국제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국제협력기구가 유엔입니다.
그런데 올해 열린 유엔 총회에선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올해 유엔 총회, 시작부터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기자]
단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들의 참석률만 봐도 그렇습니다.
유엔 총회의 꽃은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설하는 일반토의인데요.
이 자리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만 참석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그렇다쳐도 영국과 프랑스 정상까지 자리를 비운 건 의외인데요.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안보리가 더이상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사무총장도 이런 비판을 감안한 듯 개혁이 필요하다고 연설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 "세계는 변화했습니다. 유엔은 그렇지 않았고요. 21세기 경제 지형과 정치적 현실에 맞춰 유엔을 개혁할 때가 됐습니다."]
[앵커]
사실 유엔 안보리를 개혁하자는 얘기는 하루이틀 나온 말이 아니잖아요?
[기자]
5개 상임이사국은 거의 80년 전 제2차세계대전의 승전국 중심으로 구성돼 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고요.
유엔 안보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서 안보리 결의를 수 없이 어겨도 2017년 이후 추가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바로 상임이사국 만장일치제 때문입니다.
5개국 가운데 한 나라만 반대해도 유엔 안보리에선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제재안에 반대하면서 안보리가 무력해진 겁니다.
여기에다 지난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이를 막지 못한 것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개혁이 필요한 건 분명한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기자]
중국과 러시아 견제가 필요한 미국이 적극적인 모습인데요.
현재 5개국인 상임이사국의 수를 확대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안보리의 진전과 합의를 너무 자주 방해하는 이 교착 상태를 깨야 합니다. 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필요합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미국 측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5~6개국을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보로는 인도, 브라질, 독일, 일본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요.
이 나라들 입장에선 자국 영향력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상임이사국 확대, 반길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상임이사국 수만 늘릴 경우 미래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입니다.
[앵커]
1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 더 직접적인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래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쓰지 못하게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직접 안보리에 참석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꼬집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는) 거부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둑질한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라보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거부권이 "유엔 헌장에 명시된 합법적 권한"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개혁 합의가 쉽지 않을 거란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죠.
실제로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이 말은 곧 다른 상임이사국들도 거부권을 포기해야 하는 거잖아요.
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합의에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고, 현재 영구적인 이 상임이사국 지위를 아예 박탈하자는 방안은 현실성이 더 없어보입니다.
[앵커]
유엔 안보리가 이렇게 무력화된 건 원인을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표면적인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신냉전 구도, 양극화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안보리의 약화가 단순히 유엔의 쇠퇴가 아니라 국제사회 자체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나중엔 같은 이익과 목표로 똘똘 뭉친 동맹 중심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질서의 균형추 역할을 했던 유엔 안보리가 이번 논의를 통해 '식물기구'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
허효진 기자 her@kbs.co.kr
허효진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