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 등의 일정으로 러시아에서만 꼬박 5박 6일을 보내고 지난 19일 평양에 돌아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0일에는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여독도 풀지 못한 채 참석한 정치국 회의, 과연 어떤 내용이 논의 됐을까요?
■ 김정은 "북러 사이 '긴밀한 접촉과 협동' 강화"
북한의 정치국은 통상 5년에 한 번꼴로 열리는 당 대회, 그리고 매년 한두 차례 정도 여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 당내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권력 기구입니다. 김 위원장 집권 뒤 여러 주요 안건들이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됐습니다.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 제8기 제16차 정치국회의 모습. / 노동신문
이번 회의 안건은 '러시아 연방 공식 친선 방문 결과 보고', 한 건이었습니다. 방러 결과 보고는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맡았는데,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 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 연방의 여러 지역을 방문한 데 대한 상세한 정형이 통보됐다"고 오늘(22일)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북러 관계가 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서고 세계 정치 지형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데 대해 언급됐다"면서 김 부장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의 의의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북러 관계 발전 계획 등을 소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각 분야의 협조를 다방면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북러 해당 부문들 사이 긴밀한 접촉과 협동을 강화해 두 나라 인민 복리 증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에 대해 "정치국 회의가 '방러'라는 단일 의제인 점, 당 대 당 관계가 아닌 북러 관계에서 당 국제부장이 결과 보고를 한 점 모두 이례적"이라며 "대내적으로는 정상 외교의 지도력을 부각하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에 '빈말하지 않는다'는 협력 이행 의지를 내비치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무기 거래와 경제 협력 등 앞서 러시아와 논의한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였을 거란 분석입니다.
■ 항저우에는 '체육 전문가'만…10월 '북·중·러' 정상회담?
오늘(22일) 오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공식 입촌식에 참석 뒤 기념촬영을 하는 북한 선수단.
이런 가운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 중 북한 선수단은 오늘 오전 선수촌 입촌식을 했습니다. 입촌식에서 선수단을 대표한 건 오광혁이라는 남성으로, 체육성 부상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노동신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외교 무대에 복귀한 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고위급 대표단을 통해 중국과 외교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지만, 일단은 김 체육상을 보낸 데 그친 겁니다.
일각에서는 폐막식 때 갑자기 고위급 대표단을 보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처럼, 이번에도 북한 당국이 대회 중간 또는 폐막 즈음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아직까지 크지 않아 보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깜짝 등장한 황병서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왼쪽부터)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스포츠 행사는) 개막식이 폐막식보다 중요하고, 이미 체육상을 단장으로 보낸다고 발표한 만큼 추가로 대표단을 보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북한과 중국 간에는 당 대 당 연락 채널이 잘 구축된 만큼 실무적으로는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참석할 가능성도 작다고 봤습니다. 이 포럼에는 이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 의사를 밝힌 만큼, 김 위원장도 참석하게 되면 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큰 장소로 꼽혀왔습니다.
임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처럼 다수가 모이거나, 일대일로 포럼 같은 다자회의 참석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 만큼, 이번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의 신뢰 관계를 확인하고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북·중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가운데, 한편으로 북한의 존재가 부담되지 않도록 추가 도발이나 핵실험 등을 자제시키는 게 중요한 외교적 과제"라며 "북한도 향후 중국과의 원만한 경제 협력 등을 위해선 일대일로 포럼 이후 연내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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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다녀온 김정은, ‘항저우’는 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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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9-22 14:26:2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 등의 일정으로 러시아에서만 꼬박 5박 6일을 보내고 지난 19일 평양에 돌아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0일에는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여독도 풀지 못한 채 참석한 정치국 회의, 과연 어떤 내용이 논의 됐을까요?
■ 김정은 "북러 사이 '긴밀한 접촉과 협동' 강화"
북한의 정치국은 통상 5년에 한 번꼴로 열리는 당 대회, 그리고 매년 한두 차례 정도 여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 당내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권력 기구입니다. 김 위원장 집권 뒤 여러 주요 안건들이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됐습니다.
이번 회의 안건은 '러시아 연방 공식 친선 방문 결과 보고', 한 건이었습니다. 방러 결과 보고는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맡았는데,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 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 연방의 여러 지역을 방문한 데 대한 상세한 정형이 통보됐다"고 오늘(22일)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북러 관계가 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서고 세계 정치 지형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데 대해 언급됐다"면서 김 부장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의 의의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북러 관계 발전 계획 등을 소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각 분야의 협조를 다방면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북러 해당 부문들 사이 긴밀한 접촉과 협동을 강화해 두 나라 인민 복리 증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에 대해 "정치국 회의가 '방러'라는 단일 의제인 점, 당 대 당 관계가 아닌 북러 관계에서 당 국제부장이 결과 보고를 한 점 모두 이례적"이라며 "대내적으로는 정상 외교의 지도력을 부각하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에 '빈말하지 않는다'는 협력 이행 의지를 내비치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무기 거래와 경제 협력 등 앞서 러시아와 논의한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였을 거란 분석입니다.
■ 항저우에는 '체육 전문가'만…10월 '북·중·러' 정상회담?
이런 가운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 중 북한 선수단은 오늘 오전 선수촌 입촌식을 했습니다. 입촌식에서 선수단을 대표한 건 오광혁이라는 남성으로, 체육성 부상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노동신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외교 무대에 복귀한 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고위급 대표단을 통해 중국과 외교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지만, 일단은 김 체육상을 보낸 데 그친 겁니다.
일각에서는 폐막식 때 갑자기 고위급 대표단을 보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처럼, 이번에도 북한 당국이 대회 중간 또는 폐막 즈음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아직까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스포츠 행사는) 개막식이 폐막식보다 중요하고, 이미 체육상을 단장으로 보낸다고 발표한 만큼 추가로 대표단을 보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북한과 중국 간에는 당 대 당 연락 채널이 잘 구축된 만큼 실무적으로는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참석할 가능성도 작다고 봤습니다. 이 포럼에는 이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 의사를 밝힌 만큼, 김 위원장도 참석하게 되면 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큰 장소로 꼽혀왔습니다.
임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처럼 다수가 모이거나, 일대일로 포럼 같은 다자회의 참석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 만큼, 이번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의 신뢰 관계를 확인하고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북·중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가운데, 한편으로 북한의 존재가 부담되지 않도록 추가 도발이나 핵실험 등을 자제시키는 게 중요한 외교적 과제"라며 "북한도 향후 중국과의 원만한 경제 협력 등을 위해선 일대일로 포럼 이후 연내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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