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일회용품 줄이자” 협약 무색…함성 뒤 청소노동자 ‘한숨’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직접 관람하려고 경기장 찾는 분들 많으시죠.
응원전이며 각종 먹거리까지...
즐길 때는 좋지만 여기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 지는 관심 밖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 처음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협약까지 맺었지만, 현장은 여전했습니다.
김화영, 신현욱 기자가 야구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응원 열기로 가득 찬 야구장.
응원 도구는 필수, 치킨과 맥주로 흥을 돋웁니다.
응원 도구도, 음식 용기도, 모두 '일회용품'입니다.
[임채연/경기 고양시 : "일회용품 아니면 집에서 가져와야 하니까 일회용품 사용을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올해 4월, 프로야구 10개 구단과 환경부는 처음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고 협약을 맺었습니다.
특히 비닐 막대풍선은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일회용 응원 도구를 사서 구장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노점상/음성변조 : "(이거 안에 들고 갈 수 있어요?) 네, 다 들어가요. (반입금지라고 돼 있는데) 말만 그렇게 돼 있지 다 가져가요."]
구장 측 제재는 없습니다.
[검표 직원/음성변조 : "(이거 들고 가도 돼요? 응원봉 괜찮아요?) 네, 딱히 규제는 안 해요."]
[임승재/서울 은평구 : "왜냐면 (노점상에서) 파니까, '갖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 팔지 않을까'라고 생각해가지고 산 거라..."]
일회용 식음료 용기 사용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10대 구단의 홈 구장 9곳 중 식음료 '다회 용기'를 제공하는 곳은 단 2곳뿐.
이마저도 일부 매장에서만, 관중이 먼저 '요구'해야 제공합니다.
[카페 직원/음성변조 : "다회용기 지금 안하고 있어서요, 일반으로 드릴게요. (안 남아 있어요?) 네."]
[음식점 직원/음성변조 : "(다회용기 저희가 쓰면 담아주시나요?) 다회용기 있으시면 주세요, 저희는 없어가지고..."]
야구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 한 켠엔 일회용품이 한데 섞여 거대한 '쓰레기 산'이 쌓였습니다.
매 경기, 모든 구장이 이렇습니다.
1년 동안 야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만 2천 톤이 넘습니다.
이 2리터짜리 물병 백만 개를 가득 채울 양이 여기서 나오는 겁니다.
결국 일일이 다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건데, 과연 누구의 몫일까요.
[리포트]
바로 청소노동자들입니다.
이렇게 뒤섞인 쓰레기를 다시 나눠 담느라, 동 틀 때까지 경기장에 남아있어야 합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한 쓰레기통.
청소 노동자의 '노란 장갑'은 쉴 틈이 없습니다.
[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올라오니까 이렇게 차 있어요. 시작도 안 했는데."]
분리수거는 되고 있을까.
비닐과 종이, 먹다 만 음식물이 뒤섞여 버려져 있습니다.
쓰레기를 손으로 뒤지며 재활용품을 일일이 솎아내야 합니다.
상자와 음식물을 분리하고, 컵에 가득 찬 음료는 따라 버립니다.
[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여기 이렇게 버리면 안되는 거거든요."]
한 층에 쓰레기통이 70여 개, 청소노동자 1명이 분리해야 하는 대형 쓰레기 봉투는 20개가 넘습니다.
불꺼진 경기장, 관중석의 쓰레기도 청소 노동자 몫입니다.
제가 직접 치워봤더니, 관중석 한 구역을 돌았는데도 이 45L짜리 쓰레기봉투가 가득 찼습니다.
꼬박 10시간 작업 끝에 새벽 4시에야 일이 마무리됩니다.
[청소노동자/음성변조 :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다 아프죠. 밤새도록 일을 해야 하니까."]
KBO와 환경부에 일회용품 줄이기 협약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환경부는 점진적으로 사용을 줄이기로 한 것이어서 따로 확인하진 않았다고 설명했고, KBO는 분리 배출을 최대한 유도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진예원/녹색연합 활동가 : "구단이 야구장의 쓰레기 배출 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내년부터는 일회용 응원도구를 사용하면 구장 측에 3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잠실야구장 측은 구단들의 일회용 응원도구 생산은 중단됐지만, 관중들을 일일이 단속하는 건 쉽지 않다며 홍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허수곤/그래픽:서수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야구장 일회용품 줄이자” 협약 무색…함성 뒤 청소노동자 ‘한숨’
-
- 입력 2023-09-23 07:38:21
- 수정2023-09-23 08:00:35
프로야구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직접 관람하려고 경기장 찾는 분들 많으시죠.
응원전이며 각종 먹거리까지...
즐길 때는 좋지만 여기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 지는 관심 밖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 처음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협약까지 맺었지만, 현장은 여전했습니다.
김화영, 신현욱 기자가 야구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응원 열기로 가득 찬 야구장.
응원 도구는 필수, 치킨과 맥주로 흥을 돋웁니다.
응원 도구도, 음식 용기도, 모두 '일회용품'입니다.
[임채연/경기 고양시 : "일회용품 아니면 집에서 가져와야 하니까 일회용품 사용을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올해 4월, 프로야구 10개 구단과 환경부는 처음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고 협약을 맺었습니다.
특히 비닐 막대풍선은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일회용 응원 도구를 사서 구장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노점상/음성변조 : "(이거 안에 들고 갈 수 있어요?) 네, 다 들어가요. (반입금지라고 돼 있는데) 말만 그렇게 돼 있지 다 가져가요."]
구장 측 제재는 없습니다.
[검표 직원/음성변조 : "(이거 들고 가도 돼요? 응원봉 괜찮아요?) 네, 딱히 규제는 안 해요."]
[임승재/서울 은평구 : "왜냐면 (노점상에서) 파니까, '갖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 팔지 않을까'라고 생각해가지고 산 거라..."]
일회용 식음료 용기 사용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10대 구단의 홈 구장 9곳 중 식음료 '다회 용기'를 제공하는 곳은 단 2곳뿐.
이마저도 일부 매장에서만, 관중이 먼저 '요구'해야 제공합니다.
[카페 직원/음성변조 : "다회용기 지금 안하고 있어서요, 일반으로 드릴게요. (안 남아 있어요?) 네."]
[음식점 직원/음성변조 : "(다회용기 저희가 쓰면 담아주시나요?) 다회용기 있으시면 주세요, 저희는 없어가지고..."]
야구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 한 켠엔 일회용품이 한데 섞여 거대한 '쓰레기 산'이 쌓였습니다.
매 경기, 모든 구장이 이렇습니다.
1년 동안 야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만 2천 톤이 넘습니다.
이 2리터짜리 물병 백만 개를 가득 채울 양이 여기서 나오는 겁니다.
결국 일일이 다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건데, 과연 누구의 몫일까요.
[리포트]
바로 청소노동자들입니다.
이렇게 뒤섞인 쓰레기를 다시 나눠 담느라, 동 틀 때까지 경기장에 남아있어야 합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한 쓰레기통.
청소 노동자의 '노란 장갑'은 쉴 틈이 없습니다.
[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올라오니까 이렇게 차 있어요. 시작도 안 했는데."]
분리수거는 되고 있을까.
비닐과 종이, 먹다 만 음식물이 뒤섞여 버려져 있습니다.
쓰레기를 손으로 뒤지며 재활용품을 일일이 솎아내야 합니다.
상자와 음식물을 분리하고, 컵에 가득 찬 음료는 따라 버립니다.
[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여기 이렇게 버리면 안되는 거거든요."]
한 층에 쓰레기통이 70여 개, 청소노동자 1명이 분리해야 하는 대형 쓰레기 봉투는 20개가 넘습니다.
불꺼진 경기장, 관중석의 쓰레기도 청소 노동자 몫입니다.
제가 직접 치워봤더니, 관중석 한 구역을 돌았는데도 이 45L짜리 쓰레기봉투가 가득 찼습니다.
꼬박 10시간 작업 끝에 새벽 4시에야 일이 마무리됩니다.
[청소노동자/음성변조 :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다 아프죠. 밤새도록 일을 해야 하니까."]
KBO와 환경부에 일회용품 줄이기 협약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환경부는 점진적으로 사용을 줄이기로 한 것이어서 따로 확인하진 않았다고 설명했고, KBO는 분리 배출을 최대한 유도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진예원/녹색연합 활동가 : "구단이 야구장의 쓰레기 배출 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내년부터는 일회용 응원도구를 사용하면 구장 측에 3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잠실야구장 측은 구단들의 일회용 응원도구 생산은 중단됐지만, 관중들을 일일이 단속하는 건 쉽지 않다며 홍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허수곤/그래픽:서수민
-
-
김화영 기자 hwa0@kbs.co.kr
김화영 기자의 기사 모음 -
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신현욱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