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수장 없는 사법부’…대법관 추천은 누가?

입력 2023.09.25 (08:33) 수정 2023.09.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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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6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24일 퇴임했지만 새 대법원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루어져야 할 국회 본회의가 미뤄지면서인데요. 당분간 대법원은 수장이 공석인 채 '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입니다.

법원조직법 제13조 제3항은 대법원장이 궐위시 혹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임대법관이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임대법관은 임명된 지 가장 오래된 대법관을 말하는데, 지금은 안철상 대법관입니다.

■ 30년 만의 대법원장 공석…언제까지?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공석인 채 대법원이 운영되는 건 오늘(25일)로 30년 만의 일입니다. 1993년 김덕주 11대 대법원장이 재산공개 뒤 투기성 부동산 논란으로 사퇴한 뒤, 후임인 윤관 대법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약 2주일 정도가 빈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전과 달리 공백 기간이 더 길어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당초 여야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치려던 방안을 협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협의 당사자 한 쪽이 사라졌고, 논의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은 그 이후에나 진행될 전망입니다. 자연히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 일정 논의는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현재 정기국회에서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11월 9일입니다. 여야가 추가 협상을 통해 10월에 추가 본회의 일정을 잡지 않으면 최소 한 달 동안 대법원장 자리가 빌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10월 10일부터 27일까지 국회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이 기간 중 본회의를 잡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문제는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이 진행된다 해도 가결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입니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인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자리인데, 국회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이 필요합니다.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진 야당이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야당은 이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린 인사청문보고서를 통과시켰습니다. 비상장 주식 미신고 등 재산 형성 과정 등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단 이유에서였습니다. 부결 가능성이 남아있는 겁니다.

만약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어 35년 만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례가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다시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역시 다시 거쳐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연내에 대법원장 자리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오석준 대법관의 경우 임명 제청 후 국회의 반대로 임명동의안 통과까지 123일이 걸렸습니다.

■ '대법원장 대행'이 대법관 추천 가능할까…전례 없어

물론 대법원장이 공석이라도 당장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향후 이뤄질 인사, 그리고 재판입니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 △법관인사위, 대법관후보추천위 위원 임명권을 갖고 있는데,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 대행이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당장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원칙적으로 공무원의 직무대행은 본래 모든 권한을 대행할 수 있지만, 대법원장의 인사 추천권을 대행한 전례는 없습니다.

내년 1월 1일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 퇴임이 예정돼 있어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해야 하는데, 늦어도 12월까지는 새 대법원장이 임명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 대행으로서 대법관 후보, 즉 본인의 후임을 제청하게 됩니다. 안 대법관 퇴임 후 선임 대법관은 김선수 대법관입니다.

대법원장이 당연직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선고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소부에서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겨 심리합니다.

다만 권한대행이 재판장을 맡아 전원합의체 선고를 한 전례가 있긴 합니다. 1978년 민복기 전 대법원장의 정년퇴임으로 3개월 정도 공석이 있었을 당시에도 권한대행이 전원합의체 선고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권한대행이 재판장을 맡아 전원합의체 심리중인 사건을 처리할지는 의문입니다. 판결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 의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장 권한 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선 이르면 오늘 열릴 대법관회의에서 논의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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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6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24일 퇴임했지만 새 대법원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루어져야 할 국회 본회의가 미뤄지면서인데요. 당분간 대법원은 수장이 공석인 채 '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입니다.

법원조직법 제13조 제3항은 대법원장이 궐위시 혹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임대법관이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임대법관은 임명된 지 가장 오래된 대법관을 말하는데, 지금은 안철상 대법관입니다.

■ 30년 만의 대법원장 공석…언제까지?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공석인 채 대법원이 운영되는 건 오늘(25일)로 30년 만의 일입니다. 1993년 김덕주 11대 대법원장이 재산공개 뒤 투기성 부동산 논란으로 사퇴한 뒤, 후임인 윤관 대법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약 2주일 정도가 빈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전과 달리 공백 기간이 더 길어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당초 여야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치려던 방안을 협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협의 당사자 한 쪽이 사라졌고, 논의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은 그 이후에나 진행될 전망입니다. 자연히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 일정 논의는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현재 정기국회에서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11월 9일입니다. 여야가 추가 협상을 통해 10월에 추가 본회의 일정을 잡지 않으면 최소 한 달 동안 대법원장 자리가 빌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10월 10일부터 27일까지 국회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이 기간 중 본회의를 잡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문제는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이 진행된다 해도 가결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입니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인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자리인데, 국회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이 필요합니다.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진 야당이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야당은 이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린 인사청문보고서를 통과시켰습니다. 비상장 주식 미신고 등 재산 형성 과정 등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단 이유에서였습니다. 부결 가능성이 남아있는 겁니다.

만약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어 35년 만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례가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다시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역시 다시 거쳐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연내에 대법원장 자리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오석준 대법관의 경우 임명 제청 후 국회의 반대로 임명동의안 통과까지 123일이 걸렸습니다.

■ '대법원장 대행'이 대법관 추천 가능할까…전례 없어

물론 대법원장이 공석이라도 당장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향후 이뤄질 인사, 그리고 재판입니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 △법관인사위, 대법관후보추천위 위원 임명권을 갖고 있는데,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 대행이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당장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원칙적으로 공무원의 직무대행은 본래 모든 권한을 대행할 수 있지만, 대법원장의 인사 추천권을 대행한 전례는 없습니다.

내년 1월 1일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 퇴임이 예정돼 있어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해야 하는데, 늦어도 12월까지는 새 대법원장이 임명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 대행으로서 대법관 후보, 즉 본인의 후임을 제청하게 됩니다. 안 대법관 퇴임 후 선임 대법관은 김선수 대법관입니다.

대법원장이 당연직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선고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소부에서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겨 심리합니다.

다만 권한대행이 재판장을 맡아 전원합의체 선고를 한 전례가 있긴 합니다. 1978년 민복기 전 대법원장의 정년퇴임으로 3개월 정도 공석이 있었을 당시에도 권한대행이 전원합의체 선고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권한대행이 재판장을 맡아 전원합의체 심리중인 사건을 처리할지는 의문입니다. 판결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 의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장 권한 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선 이르면 오늘 열릴 대법관회의에서 논의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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