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으려 강도짓?…그가 붙잡힌 곳은 베트남 카지노

입력 2023.09.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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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베트남 다낭 현지에서 목격된 신협 강도사건 피의자 A 씨.지난 5일 베트남 다낭 현지에서 목격된 신협 강도사건 피의자 A 씨.

지난달 18일, 대전시 관저동의 한 신협에 괴한이 침입했습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소화기를 뿌린 뒤 흉기로 신협 직원을 위협해 현금 3,90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괴한을 경찰이 추적했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고 며칠이 지나서야 베트남으로 도주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다낭의 한 카지노에서 도박하고 있다는 현지 교민의 제보 끝에 47살 A 씨가 붙잡혔습니다. 그는 왜 은행강도 행각을 벌였을까요?

지난달 18일 대전시 관저동의 한 방범 CCTV에 찍힌 신협 강도 피의자 A 씨의 모습.지난달 18일 대전시 관저동의 한 방범 CCTV에 찍힌 신협 강도 피의자 A 씨의 모습.

■사라진 은행강도

신협 은행강도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피의자 A 씨는 해당 신협에 들렀던 것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날은 인근에서 ‘장날’이 들어서 인파가 몰렸고, 범행은 하루 뒤인 18일 이뤄졌습니다.
A 씨는 신협에서 돈을 빼앗은 뒤 훔친 오토바이 2대를 사용해 50km 떨어진 충남 금산까지 도주했습니다. 여기서 오토바이를 버린 뒤 택시와 도보를 이용해 다시 대전으로 30km를 이동했고 중간중간 옷을 바꿔입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사망을 빠져나간 A 씨는 지난달 20일, 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출국한 다음에서야 거주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지만 훔친 돈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인터폴 적색수배

은행강도가 해외로 도주하면서 대전경찰청은 A 씨를 검거하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리고 공개수사로 전환했습니다.
경찰은 베트남 공안에도 협조를 구하고 베트남 현지에 현상금 300만 원을 내걸고 지명수배까지 내렸습니다.
170cm 전후의 건장한 체격, 47살의 나이, 그리고 얼굴까지 알려진 A 씨.
결국, 지난 10일 현지 교민으로부터 “카지노에서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현지 주재관과 베트남 공안은 신고 3시간 만에 A 씨를 붙잡았습니다. 검거 당시 A 씨의 수중에는 카지노 칩 등 250만 원밖에 없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지 공안 조사에서 A 씨는 범행을 인정했고 훔친 돈 대부분은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에 의해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A 씨.경찰에 의해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A 씨.

■국내로 강제송환

범행 직후 베트남으로 도주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21일, A 씨가 항공기를 통해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대전서부경찰서에 도착한 A 씨는 취재진에게 “죄송합니다.”라는 짤막한 심경 한마디만 남긴 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A 씨를 특수강도 및 절도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A 씨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신협 강도살인 사건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조용필 대전 서부경찰서 형사과장.신협 강도살인 사건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조용필 대전 서부경찰서 형사과장.

■생활비와 도박자금

대전 서부경찰서는 오늘(26일) 브리핑을 열고, A 씨가 신협에서 훔친 3,900만 원을 어디에 썼는지를 공개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신협에서 훔친 돈 중 1,000만 원을 돈을 빌린 지인 3~4명에게 건넸고, 600만 원은 주식투자, 400만 원은 생활비 명목으로 가족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베트남 현지에서 1,300만 원을 환전해 카지노 도박과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미 파산한 상태며 금융기관 채무는 없지만, 과거 인테리어와 요식업 등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2억 원 정도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특히 A 씨가 원정도박과 온라인도박 등에 손을 댔고, 이 과정에서도 도박자금을 지인들에게 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A 씨는 지난 8월 초부터 범행을 계획했고, 베트남 출국은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즉흥적으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피처로 결정한 베트남 다낭은 도주 당일 예매할 수 있는 유일한 행선지였다는 것이 경찰 설명입니다.

베트남 현지 공안에 의해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는 A 씨.베트남 현지 공안에 의해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는 A 씨.

■은행강도, 은행강도

공교롭게도 신협 은행강도 A 씨가 범행을 벌인 9월 18일은 22년 전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고인인 52살 이승만과 51살 이정학의 항소심 선고가 있던 날이기도 합니다.
20년 넘도록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의 두 피의자는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베트남으로 도주하며 또 다른 ‘장기 미제’로 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속에 붙잡힌 A 씨.
경찰은 A 씨가 베트남 현지에서도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베트남 공안 측에 자료를 건네받는 대로 추가 수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베트남에서 도피행각을 벌일 때 절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경찰 설명입니다.
경찰은 A 씨를 검찰로 조만간 송치할 예정인 가운데, 검찰이 재판에 넘기기 전 A 씨에 대한 구체적인 범행 여부가 추가로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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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6 16: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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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베트남 다낭 현지에서 목격된 신협 강도사건 피의자 A 씨.
지난달 18일, 대전시 관저동의 한 신협에 괴한이 침입했습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소화기를 뿌린 뒤 흉기로 신협 직원을 위협해 현금 3,90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괴한을 경찰이 추적했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고 며칠이 지나서야 베트남으로 도주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다낭의 한 카지노에서 도박하고 있다는 현지 교민의 제보 끝에 47살 A 씨가 붙잡혔습니다. 그는 왜 은행강도 행각을 벌였을까요?

지난달 18일 대전시 관저동의 한 방범 CCTV에 찍힌 신협 강도 피의자 A 씨의 모습.
■사라진 은행강도

신협 은행강도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피의자 A 씨는 해당 신협에 들렀던 것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날은 인근에서 ‘장날’이 들어서 인파가 몰렸고, 범행은 하루 뒤인 18일 이뤄졌습니다.
A 씨는 신협에서 돈을 빼앗은 뒤 훔친 오토바이 2대를 사용해 50km 떨어진 충남 금산까지 도주했습니다. 여기서 오토바이를 버린 뒤 택시와 도보를 이용해 다시 대전으로 30km를 이동했고 중간중간 옷을 바꿔입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사망을 빠져나간 A 씨는 지난달 20일, 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출국한 다음에서야 거주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지만 훔친 돈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인터폴 적색수배

은행강도가 해외로 도주하면서 대전경찰청은 A 씨를 검거하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리고 공개수사로 전환했습니다.
경찰은 베트남 공안에도 협조를 구하고 베트남 현지에 현상금 300만 원을 내걸고 지명수배까지 내렸습니다.
170cm 전후의 건장한 체격, 47살의 나이, 그리고 얼굴까지 알려진 A 씨.
결국, 지난 10일 현지 교민으로부터 “카지노에서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현지 주재관과 베트남 공안은 신고 3시간 만에 A 씨를 붙잡았습니다. 검거 당시 A 씨의 수중에는 카지노 칩 등 250만 원밖에 없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지 공안 조사에서 A 씨는 범행을 인정했고 훔친 돈 대부분은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에 의해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A 씨.
■국내로 강제송환

범행 직후 베트남으로 도주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21일, A 씨가 항공기를 통해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대전서부경찰서에 도착한 A 씨는 취재진에게 “죄송합니다.”라는 짤막한 심경 한마디만 남긴 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A 씨를 특수강도 및 절도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A 씨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신협 강도살인 사건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조용필 대전 서부경찰서 형사과장.
■생활비와 도박자금

대전 서부경찰서는 오늘(26일) 브리핑을 열고, A 씨가 신협에서 훔친 3,900만 원을 어디에 썼는지를 공개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신협에서 훔친 돈 중 1,000만 원을 돈을 빌린 지인 3~4명에게 건넸고, 600만 원은 주식투자, 400만 원은 생활비 명목으로 가족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베트남 현지에서 1,300만 원을 환전해 카지노 도박과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미 파산한 상태며 금융기관 채무는 없지만, 과거 인테리어와 요식업 등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2억 원 정도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특히 A 씨가 원정도박과 온라인도박 등에 손을 댔고, 이 과정에서도 도박자금을 지인들에게 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A 씨는 지난 8월 초부터 범행을 계획했고, 베트남 출국은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즉흥적으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피처로 결정한 베트남 다낭은 도주 당일 예매할 수 있는 유일한 행선지였다는 것이 경찰 설명입니다.

베트남 현지 공안에 의해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는 A 씨.
■은행강도, 은행강도

공교롭게도 신협 은행강도 A 씨가 범행을 벌인 9월 18일은 22년 전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고인인 52살 이승만과 51살 이정학의 항소심 선고가 있던 날이기도 합니다.
20년 넘도록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의 두 피의자는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베트남으로 도주하며 또 다른 ‘장기 미제’로 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속에 붙잡힌 A 씨.
경찰은 A 씨가 베트남 현지에서도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베트남 공안 측에 자료를 건네받는 대로 추가 수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베트남에서 도피행각을 벌일 때 절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경찰 설명입니다.
경찰은 A 씨를 검찰로 조만간 송치할 예정인 가운데, 검찰이 재판에 넘기기 전 A 씨에 대한 구체적인 범행 여부가 추가로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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