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맞은 ‘정치인 현수막’…막을 방법은 없나?
입력 2023.09.26 (18:35)
수정 2023.09.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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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갑 지역구에 걸린 ‘명절 현수막’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서울 마포갑 지역. 국민의힘의 서울지역 '사고 당협' 9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한 마포갑은 상대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다보니 이 지역을 노리는 국민의힘 소속 현역 국회의원만 벌써 3명 이상인데요.
최승재 의원(비례)과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얼마 전 국민의힘과 합당한 조정훈 의원(비례)이 그 주인공입니다.
여기에다 18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역시 출마를 저울질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지역에 유독 많은 국민의힘 지원자들이 몰려드는 건 현역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사업가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서울 마포갑 지역구에 걸린 ‘명절 현수막’들
■당협위원장 공석으로 경쟁 치열.. 현수막 정치 극성
이처럼 마포갑 지역구가 국민의힘 총선 출마 예상자 사이의 치열한 전장이 되면서 덩달아 바빠진 건 출마 후보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입니다.
현수막 전쟁의 포문을 연 건 얼마전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한 조정훈 의원입니다.
조 의원은 이달 초 마포갑 지역 곳곳에 본인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는데요. 아직 국민의힘과 합당 전이라 시대전환 소속이었고,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습니다.
이에 질세라 마포갑 지역구를 눈독 들이고 있는 다른 국회의원들도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물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극적인 정치구호보다는 대부분 명절 인사와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현수막 공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20·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용호 의원도 마포갑 지역에 현수막 수십여 개를 걸었습니다.
비례대표인 최승재 의원 역시 마포갑 지역 사무소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현수막을 설치했습니다.
서울 마포갑 지역구에 걸린 ‘명절 현수막’들
■옥외광고물법 위반 소지.. 대부분 '정당 현수막' 인정 어려워
그런데 이런 현수막들,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걸까요?
거리에 내거는 현수막은 원래 '옥외광고물법'의 적용을 받았습니다. 반드시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내용상의 제약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6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정당 현수막'은 적용 예외 대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당 현수막'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짝퉁 '정당 현수막'이 많다는 겁니다.
행정안전부의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은 '정당 현수막'에 정당명이 아니라 특정인의 이름을 표시할 수 있는 경우는 당 대표나 당원협의회장(지역위원장)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당 현수막은 정당 경비에 따라 제작, 설치하는 현수막만을 의미하며, 의원이나 당원 등 개인 경비로 설치하는 현수막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되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마포갑의 경우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용호 의원과 최승재 의원은 의원 개인 명의로 정당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습니다. 정당 현수막이 아니라면 옥외광고물 법상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조정훈 의원의 경우 국민의힘과 합당 전에 시대전환의 당 대표 자격으로 현수막을 걸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국민의힘과 합당하게 된다면 정당 현수막을 게시할 자격이 없어집니다.
이와 관련해 마포구청 옥외광고물 담당 공무원은 "최승재 의원의 경우 정당 현수막'에 해당되지 않아 불법 현수막으로 판단돼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용호 의원의 경우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중앙당 당직이 있기 때문에 게시 자격은 되지만, 당직을 현수막에 표시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불법이라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어 일단 조치를 보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같은 명절 현수막' 두고 선관위와 행안위 안내 엇갈려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이달 초 전국 자치단체에 '2023년 추석 명절 관련「공직선거법」안내'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선관위의 안내를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성명이 표시된 의례적인 명절 현수막을 거리에 게시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청사의 외벽 면에 게시하는 행위"는 할 수 있는 사례에 들어가 있습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정치인들의 추석 인사 현수막 역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그런데 단서조항이 있습니다. "'옥외광고물법' 위반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는 겁니다.
단서조항이 무슨 의미인지 선관위에 물어봤습니다. 선관위는 "선관위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하기 때문에 옥외광고물법 위반은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일선 자치단체에서는 이 같은 안내를 "의례적인 명절 인사 현수막은 문제가 없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일부 정치인들은 이런 혼선을 악용해 사실 무제한적으로 '홍보용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는 겁니다.
혼선이 커지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12일 자치단체에 '추석 명절 현수막 관련 옥외 광고물법 안내'라는 공문을 보내 '당 대표'나 '당협위원장'이 아닌 일반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 명의의 현수막은 '정당 현수막'이 아니라고 안내했습니다.
이 같은 '정당 현수막' 규정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자치단체장 역시 개인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을 거는 행위는 '정당 현수막'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옥외광고물관리법'상 별도의 허가나 신고가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행정 현장에서는 자치단체들이 '정당현수막' 예외 대상인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거나, 오히려 별도 개인 신고 없는 자치단체장 명의의 현수막을 방치하기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서울 시내 거리에 걸린 구청장 명의의 명절 현수막
'자치단체장 이름'이 들어간 '명절 현수막'이 옥외광고물법과 행안부 가이드라인 위반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서울 서대문구청 옥외광고물 담당 공무원은 "법률 자문을 받았는데 공직선거법이 더 우선 적용되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현수막 스트레스' 언제 끝날까?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전에 3개월 동안 집계된 전국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6,415건이었는데, 개정법 시행 후 3개월 동안 1만 4,197건으로 2배가 넘게 늘었습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달 2월 인천시 연수구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가 정당 현수막 게시용 끈에 목이 걸려 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환경문제도 무시 못 합니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발생한 선거용 폐현수막은 1,110여 톤, 같은 해 치러진 8대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1,557톤에 달하는데요. 평상시에 수시로 게시했다가 폐기하는 '정당 현수막'과 '정치인 홍보 현수막' 등은 아예 폐기실적이 집계조차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올해 3월부터 국회에서는 정당 현수막의 표시 방법, 기간, 장소·개수 제한 등을 추가로 규제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는데요.
하지만,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진 못해서 일반 시민들의 '정치 현수막' 스트레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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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9-26 18:35:28
- 수정2023-09-26 20:34:03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서울 마포갑 지역. 국민의힘의 서울지역 '사고 당협' 9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한 마포갑은 상대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다보니 이 지역을 노리는 국민의힘 소속 현역 국회의원만 벌써 3명 이상인데요.
최승재 의원(비례)과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얼마 전 국민의힘과 합당한 조정훈 의원(비례)이 그 주인공입니다.
여기에다 18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역시 출마를 저울질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지역에 유독 많은 국민의힘 지원자들이 몰려드는 건 현역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사업가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당협위원장 공석으로 경쟁 치열.. 현수막 정치 극성
이처럼 마포갑 지역구가 국민의힘 총선 출마 예상자 사이의 치열한 전장이 되면서 덩달아 바빠진 건 출마 후보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입니다.
현수막 전쟁의 포문을 연 건 얼마전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한 조정훈 의원입니다.
조 의원은 이달 초 마포갑 지역 곳곳에 본인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는데요. 아직 국민의힘과 합당 전이라 시대전환 소속이었고,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습니다.
이에 질세라 마포갑 지역구를 눈독 들이고 있는 다른 국회의원들도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물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극적인 정치구호보다는 대부분 명절 인사와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현수막 공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20·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용호 의원도 마포갑 지역에 현수막 수십여 개를 걸었습니다.
비례대표인 최승재 의원 역시 마포갑 지역 사무소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현수막을 설치했습니다.
■옥외광고물법 위반 소지.. 대부분 '정당 현수막' 인정 어려워
그런데 이런 현수막들,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걸까요?
거리에 내거는 현수막은 원래 '옥외광고물법'의 적용을 받았습니다. 반드시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내용상의 제약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6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정당 현수막'은 적용 예외 대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당 현수막'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짝퉁 '정당 현수막'이 많다는 겁니다.
행정안전부의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은 '정당 현수막'에 정당명이 아니라 특정인의 이름을 표시할 수 있는 경우는 당 대표나 당원협의회장(지역위원장)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당 현수막은 정당 경비에 따라 제작, 설치하는 현수막만을 의미하며, 의원이나 당원 등 개인 경비로 설치하는 현수막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되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마포갑의 경우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용호 의원과 최승재 의원은 의원 개인 명의로 정당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습니다. 정당 현수막이 아니라면 옥외광고물 법상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조정훈 의원의 경우 국민의힘과 합당 전에 시대전환의 당 대표 자격으로 현수막을 걸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국민의힘과 합당하게 된다면 정당 현수막을 게시할 자격이 없어집니다.
이와 관련해 마포구청 옥외광고물 담당 공무원은 "최승재 의원의 경우 정당 현수막'에 해당되지 않아 불법 현수막으로 판단돼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용호 의원의 경우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중앙당 당직이 있기 때문에 게시 자격은 되지만, 당직을 현수막에 표시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불법이라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어 일단 조치를 보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같은 명절 현수막' 두고 선관위와 행안위 안내 엇갈려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이달 초 전국 자치단체에 '2023년 추석 명절 관련「공직선거법」안내'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선관위의 안내를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성명이 표시된 의례적인 명절 현수막을 거리에 게시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청사의 외벽 면에 게시하는 행위"는 할 수 있는 사례에 들어가 있습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정치인들의 추석 인사 현수막 역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그런데 단서조항이 있습니다. "'옥외광고물법' 위반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는 겁니다.
단서조항이 무슨 의미인지 선관위에 물어봤습니다. 선관위는 "선관위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하기 때문에 옥외광고물법 위반은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일선 자치단체에서는 이 같은 안내를 "의례적인 명절 인사 현수막은 문제가 없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일부 정치인들은 이런 혼선을 악용해 사실 무제한적으로 '홍보용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는 겁니다.
혼선이 커지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12일 자치단체에 '추석 명절 현수막 관련 옥외 광고물법 안내'라는 공문을 보내 '당 대표'나 '당협위원장'이 아닌 일반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 명의의 현수막은 '정당 현수막'이 아니라고 안내했습니다.
이 같은 '정당 현수막' 규정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자치단체장 역시 개인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을 거는 행위는 '정당 현수막'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옥외광고물관리법'상 별도의 허가나 신고가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행정 현장에서는 자치단체들이 '정당현수막' 예외 대상인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거나, 오히려 별도 개인 신고 없는 자치단체장 명의의 현수막을 방치하기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자치단체장 이름'이 들어간 '명절 현수막'이 옥외광고물법과 행안부 가이드라인 위반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서울 서대문구청 옥외광고물 담당 공무원은 "법률 자문을 받았는데 공직선거법이 더 우선 적용되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현수막 스트레스' 언제 끝날까?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전에 3개월 동안 집계된 전국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6,415건이었는데, 개정법 시행 후 3개월 동안 1만 4,197건으로 2배가 넘게 늘었습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달 2월 인천시 연수구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가 정당 현수막 게시용 끈에 목이 걸려 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환경문제도 무시 못 합니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발생한 선거용 폐현수막은 1,110여 톤, 같은 해 치러진 8대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1,557톤에 달하는데요. 평상시에 수시로 게시했다가 폐기하는 '정당 현수막'과 '정치인 홍보 현수막' 등은 아예 폐기실적이 집계조차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올해 3월부터 국회에서는 정당 현수막의 표시 방법, 기간, 장소·개수 제한 등을 추가로 규제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는데요.
하지만,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진 못해서 일반 시민들의 '정치 현수막' 스트레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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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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