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목숨값은 가벼운가요?…교사 순직 인정 비율은 24%뿐

입력 2023.09.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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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교육과정부장(연구부장)이었던 교사 홍 모 씨.

지난해 6월 교사 대상 컨설팅 장학 행사를 준비하다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했지만 홍 교사는 숨졌습니다.

홍 씨의 사인은 자발성 지주막하출혈, 즉 뇌출혈이었습니다. 홍 씨의 나이 41살이었습니다.

■인사처 순직 '불승인'..."업무상 과로로 인한 사망 인정 자료 부족"

홍 씨의 남편은 순직을 인정받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올해 1월 인사혁신처에 순직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6달 뒤 돌아온 답은 '불승인'이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순직 신청이 접수되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열어 순직 여부를 심사합니다. 이 심의회에는 공무원과 공무원연금공단 직원, 변호사, 의사, 전문가 등 11~15명이 참여합니다.

인사혁신처는 불승인 통보서에서 유족 측이 제출한 업무수행 자료들을 검토했지만 "초과근무 시간 등 업무상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하기 위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홍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뇌출혈이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 유족 재심 신청 예정 "집에서 초과근무 월평균 51시간"

홍 씨의 남편은 순직 불승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남편은 홍 씨가 숨지기 직전 6달 동안 월평균 51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근무 시간이 끝나고 퇴근하고 나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았고 휴일인 주말에도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홍 씨가 집에서 업무PC와 노트북으로 로그온, 로그오프한 시간 기록을 인사처에 제출했지만 인사처는 이 기록만으로는 초과근무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겁니다.

홍 씨 남편이 제출한 초과근무 기록홍 씨 남편이 제출한 초과근무 기록

남편은 또 홍 씨가 높은 집중력과 기획력을 요구하는 교육과정부장 업무를 하면서 이해 관계자와의 의견 충돌이나 민원을 유발하는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더군다나 홍 씨가 근무하던 학교는 학생 수 천8백여 명으로 서울 초등학교 평균의 약 3배, 학급 수는 2배 정도로 대규모 학교라서 근무 환경이 열악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남편은 재심을 신청한 뒤 승인 여부 결정이 나기까지 다시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남편은 "아내가 학교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정부 방역 대책에 따라 학사 운영 방침도 빠른 속도로 의사 결정을 해야되고, 자료를 준비해야 되고, 의견 수렴하고 통보해야 되는 과정에 심적으로 굉장히 큰 스트레스와 업무 고통이 있었을 것"이라며 "아내가 평소에 내색을 잘 안 했지만 기운이 빠지고 소진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순직을 인정하기 위한 입증 책임이 나한테 있기 때문에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고 충분히 기억할 그럴 여유가 없었다"면서 "아내가 과로를 이만큼 했다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 계속 발로 뛰고 자료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마음 아팠다"고 덧붙였습니다.


■ 교사 24%만 순직 인정...공무원 평균 54%

공무원이 순직으로 인정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인사혁신처가 밝힌 최근 3년간(2019년~22년) 공무원 순직 승인 관련 자료를 보면 경찰 공무원의 순직 승인 비율은 61.5%, 소방 공무원은 65%입니다.

경찰, 소방, 교육, 우정직 공무원을 제외한 기타 모든 직종 공무원의 순직 인정 비율은 60.5%였고 공무원 전체로 보면 54% 가량이 순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신청자 2명 중에 1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교사를 포함한 교육 공무원의 경우 순직 인정 비율은 24%에 불과합니다. 다른 공무원의 승인 비율에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교사의 순직 인정 비율이 낮은 것과 관련해 장대진 서울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교육과정부장(연구부장)이 교육과정 운영, 수업 연구 등 업무가 많다는 것은 교사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라면서 "학교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 부위원장은 "과로나 공무상 재해로 돌아가실 경우에 교육청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서 제대로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청, 교육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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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7 15: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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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교육과정부장(연구부장)이었던 교사 홍 모 씨.

지난해 6월 교사 대상 컨설팅 장학 행사를 준비하다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했지만 홍 교사는 숨졌습니다.

홍 씨의 사인은 자발성 지주막하출혈, 즉 뇌출혈이었습니다. 홍 씨의 나이 41살이었습니다.

■인사처 순직 '불승인'..."업무상 과로로 인한 사망 인정 자료 부족"

홍 씨의 남편은 순직을 인정받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올해 1월 인사혁신처에 순직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6달 뒤 돌아온 답은 '불승인'이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순직 신청이 접수되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열어 순직 여부를 심사합니다. 이 심의회에는 공무원과 공무원연금공단 직원, 변호사, 의사, 전문가 등 11~15명이 참여합니다.

인사혁신처는 불승인 통보서에서 유족 측이 제출한 업무수행 자료들을 검토했지만 "초과근무 시간 등 업무상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하기 위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홍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뇌출혈이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 유족 재심 신청 예정 "집에서 초과근무 월평균 51시간"

홍 씨의 남편은 순직 불승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남편은 홍 씨가 숨지기 직전 6달 동안 월평균 51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근무 시간이 끝나고 퇴근하고 나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았고 휴일인 주말에도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홍 씨가 집에서 업무PC와 노트북으로 로그온, 로그오프한 시간 기록을 인사처에 제출했지만 인사처는 이 기록만으로는 초과근무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겁니다.

홍 씨 남편이 제출한 초과근무 기록
남편은 또 홍 씨가 높은 집중력과 기획력을 요구하는 교육과정부장 업무를 하면서 이해 관계자와의 의견 충돌이나 민원을 유발하는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더군다나 홍 씨가 근무하던 학교는 학생 수 천8백여 명으로 서울 초등학교 평균의 약 3배, 학급 수는 2배 정도로 대규모 학교라서 근무 환경이 열악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남편은 재심을 신청한 뒤 승인 여부 결정이 나기까지 다시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남편은 "아내가 학교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정부 방역 대책에 따라 학사 운영 방침도 빠른 속도로 의사 결정을 해야되고, 자료를 준비해야 되고, 의견 수렴하고 통보해야 되는 과정에 심적으로 굉장히 큰 스트레스와 업무 고통이 있었을 것"이라며 "아내가 평소에 내색을 잘 안 했지만 기운이 빠지고 소진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순직을 인정하기 위한 입증 책임이 나한테 있기 때문에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고 충분히 기억할 그럴 여유가 없었다"면서 "아내가 과로를 이만큼 했다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 계속 발로 뛰고 자료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마음 아팠다"고 덧붙였습니다.


■ 교사 24%만 순직 인정...공무원 평균 54%

공무원이 순직으로 인정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인사혁신처가 밝힌 최근 3년간(2019년~22년) 공무원 순직 승인 관련 자료를 보면 경찰 공무원의 순직 승인 비율은 61.5%, 소방 공무원은 65%입니다.

경찰, 소방, 교육, 우정직 공무원을 제외한 기타 모든 직종 공무원의 순직 인정 비율은 60.5%였고 공무원 전체로 보면 54% 가량이 순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신청자 2명 중에 1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교사를 포함한 교육 공무원의 경우 순직 인정 비율은 24%에 불과합니다. 다른 공무원의 승인 비율에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교사의 순직 인정 비율이 낮은 것과 관련해 장대진 서울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교육과정부장(연구부장)이 교육과정 운영, 수업 연구 등 업무가 많다는 것은 교사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라면서 "학교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 부위원장은 "과로나 공무상 재해로 돌아가실 경우에 교육청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서 제대로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청, 교육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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