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70년] 한미 사이에 선 ‘중국’, 동맹의 길을 묻다

입력 2023.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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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0월 1일, 한국과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문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70년 한미동맹의 시작이었습니다. 한미동맹은 당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위협은 핵 개발로 인해 훨씬 더 고도화됐고, 국제 정세는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KBS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늘부터 세 차례에 걸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한미 동맹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순서>
① 한미 사이에 선 '중국', 동맹의 길을 묻다
② "어딜 가나 K컬쳐"…외교 지형을 바꾼 소프트파워
③ 공고함 속 싹트는 불확실성…동맹의 미래는?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 '고차방정식'된 동북아 정세…한미동맹 역할도 변화

"일본은 미국의 영원한 동맹국으로, 중국은 미국의 영원한 경쟁국으로, 러시아는 문제국으로 남을테니 (동북아에서) 한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미국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 주최로 현지 시간 15일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CSIS가 2009년부터 한국 관련 연구에 집중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만들어졌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그 사이 냉전이 끝났고, 한국은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 급성장했으며, 중국은 G2 국가로 등극해 패권국이던 미국을 위협했습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대표되는 전략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넓혀갔고,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전략으로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여러 협의체를 만들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15일 기자들과 만난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1년 반 전쯤 국무부 조직에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약 30년 동안 국무부 내에서 중국과 몽골이 같은 부서로 묶여 있었는데, 중국과의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몽골을 떼어내 한국 담당 부서와 합쳤다는 겁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몽골과 (사이가 나쁜) 중국을 붙여놓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한미 관계도 예전엔 북한의 위협에 초점을 맞췄었는데, 이제는 한반도를 넘어서 전 세계적인 도전 과제들을 다루는 식으로 확장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이 찾은 답은 '한미일 협력'…"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에 호의적"

"한국과 일본이 과거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고, 화해를 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굉장히 파워풀(powerful)한 공동의 적이 있잖아요. 3국이 똘똘 뭉쳐야 해요."

현지 시간 14일 기자들과 만난 에드 케이스 미국 하원의원은 한일 양국이 역사적 트라우마로 감정이 좋지 않은 건 이해하지만, 이제는 관계를 개선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데니 로이 동서센터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일본과 협력하려는 의지가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로이 연구원은 더 나아가 "미국의 관점은 한국과 일본, 미국이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고 북한과 중국이란 공동의 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본이 군사적 보통 국가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시각은 워싱턴 조야의 공통된 인식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재무장화' 주장은 아직 소수 의견으로 보이지만, 시기가 지나면 이 문제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한일 간에 역사 문제가 여전히 갈등 요소로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화'를 포함해 '한미일 협력'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한미 동맹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음을 우려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인태사 정보 자산의 90%는 중국에 쏟는다"…'타이완' 분쟁 때 파병 요청?

현지 시간 19일 기자들과 만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고위 관계자는 인태사의 임무가 중국, 북한, 러시아, 자연재해, 극단주의, 다섯가지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인태사 정보 부대의 경우 자산의 90%를 중국의 행동과 의도를 분석하는데 쏟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무력으로 타이완을 침공할 가능성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변수는 많다며, 무력 충돌 발생 시 미국은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상황에 따라 한국 정부가 (파병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최소 몇 년 간은 타이완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현상을 바꾸는 어떠한 상황이 생겼을 때 한국 등 동맹국이 얼마나 미국을 도와줄 것인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핵 능력을 고도화한 북한에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타이완 등 기존 현상을 변경하는 사태에 대응하는 것도 한미동맹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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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동맹70년] 한미 사이에 선 ‘중국’, 동맹의 길을 묻다
    • 입력 2023-09-28 09: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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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0월 1일, 한국과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문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70년 한미동맹의 시작이었습니다. 한미동맹은 당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위협은 핵 개발로 인해 훨씬 더 고도화됐고, 국제 정세는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KBS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늘부터 세 차례에 걸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한미 동맹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순서>
① 한미 사이에 선 '중국', 동맹의 길을 묻다
② "어딜 가나 K컬쳐"…외교 지형을 바꾼 소프트파워
③ 공고함 속 싹트는 불확실성…동맹의 미래는?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 '고차방정식'된 동북아 정세…한미동맹 역할도 변화

"일본은 미국의 영원한 동맹국으로, 중국은 미국의 영원한 경쟁국으로, 러시아는 문제국으로 남을테니 (동북아에서) 한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미국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 주최로 현지 시간 15일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CSIS가 2009년부터 한국 관련 연구에 집중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만들어졌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그 사이 냉전이 끝났고, 한국은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 급성장했으며, 중국은 G2 국가로 등극해 패권국이던 미국을 위협했습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대표되는 전략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넓혀갔고,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전략으로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여러 협의체를 만들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15일 기자들과 만난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1년 반 전쯤 국무부 조직에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약 30년 동안 국무부 내에서 중국과 몽골이 같은 부서로 묶여 있었는데, 중국과의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몽골을 떼어내 한국 담당 부서와 합쳤다는 겁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몽골과 (사이가 나쁜) 중국을 붙여놓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한미 관계도 예전엔 북한의 위협에 초점을 맞췄었는데, 이제는 한반도를 넘어서 전 세계적인 도전 과제들을 다루는 식으로 확장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이 찾은 답은 '한미일 협력'…"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에 호의적"

"한국과 일본이 과거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고, 화해를 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굉장히 파워풀(powerful)한 공동의 적이 있잖아요. 3국이 똘똘 뭉쳐야 해요."

현지 시간 14일 기자들과 만난 에드 케이스 미국 하원의원은 한일 양국이 역사적 트라우마로 감정이 좋지 않은 건 이해하지만, 이제는 관계를 개선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데니 로이 동서센터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일본과 협력하려는 의지가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로이 연구원은 더 나아가 "미국의 관점은 한국과 일본, 미국이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고 북한과 중국이란 공동의 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본이 군사적 보통 국가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시각은 워싱턴 조야의 공통된 인식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재무장화' 주장은 아직 소수 의견으로 보이지만, 시기가 지나면 이 문제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한일 간에 역사 문제가 여전히 갈등 요소로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화'를 포함해 '한미일 협력'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한미 동맹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음을 우려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인태사 정보 자산의 90%는 중국에 쏟는다"…'타이완' 분쟁 때 파병 요청?

현지 시간 19일 기자들과 만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고위 관계자는 인태사의 임무가 중국, 북한, 러시아, 자연재해, 극단주의, 다섯가지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인태사 정보 부대의 경우 자산의 90%를 중국의 행동과 의도를 분석하는데 쏟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무력으로 타이완을 침공할 가능성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변수는 많다며, 무력 충돌 발생 시 미국은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상황에 따라 한국 정부가 (파병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최소 몇 년 간은 타이완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현상을 바꾸는 어떠한 상황이 생겼을 때 한국 등 동맹국이 얼마나 미국을 도와줄 것인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핵 능력을 고도화한 북한에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타이완 등 기존 현상을 변경하는 사태에 대응하는 것도 한미동맹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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