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1명만 이용하는 전세사기 저리대출, 예견된 실패?

입력 2023.09.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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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대책은 올해 상반기 여야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피해자가 속출하자 야당은 정부가 보증금을 대신 먼저 지급하는 이른바 '선 구상, 후 보상'책을 요구했고, 국토부와 여당은 사기 피해를 국가가 메꿔줘서는 안 된다며 장기간 저리 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치열한 협상 끝에 여야는 저리 대출 확대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만, 야당은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대출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분들인데, 다시 대출을 받으라는 정부의 대안을 피해자들로서는 수용하기가 매우 힘드실 거다. 저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이 피해자들의 요구에는 이렇듯 매우 미흡하고 또 절박한 피해자들의 손을 끝내 정부가 잡아주지 않은 인색한 특별법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장, 5월 22일)

이렇게 합의한 '전세 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도 3개월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특별법의 효과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기관 저리 대출 이용률을 확인해보니 고작 1.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저리 대출 이용자는 전체 피해자 4,627명 가운데 6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실상 피해자 100명 중 1명만 지원을 받은 겁니다.

■ '부부 연 소득 7천만 원 이하'만 지원…까다로운 조건에 피해자도 외면

문제는 대출 조건입니다. 지난 5월 통과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금리 1.2~2.1%로 최대 2억 4천만 원까지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요.

피해자로 인정되더라도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 ▲부부합산 연 소득 7천만 원 이하, ▲순자산가액 5.06억 원 이하, ▲전세피해주택 임차보증금 5억 원 이하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에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겁니다.


이처럼 문턱이 높다 보니, 신청률 자체가 저조합니다. 전체 피해자의 4.3%에 불과한 201명만 대출 신청을 접수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외면받는 지원 대책이 된 셈입니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국토부의 행정 편의적인 제도 설계로 저리 대출은 피해자들로 외면을 받고 있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리 대출 실효성 문제뿐만 아니라 전세피해 관련 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전세사기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선구제 후구상 방안 등 실효성 있는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대책위 "피해자 인정 시 '프리패스' 수준 지원 필요"…'거점 은행'도 요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전국대책위)’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부부합산 연 소득 7천만 원은 대표적으로 피해자들이 불만을 품고 있는 요건"이라며 "사실 요즘에 맞벌이하면 웬만하면 7천만 원은 그냥 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충족을 못 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일단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다면 금융지원을 받는 데 있어서 다른 별도의 조건은 없어야 하지 않나? 거의 '프리패스'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현재 금융지원 관련해 은행별, 지점별, 담당자별 안내가 다 다르다"며 "피해자 대책위에서 계속 거점 은행 창구를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모든 지점에서 내용을 숙지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지역별 거점 은행을 지정해서 특별법 내용에 맞고 일관된 안내를 받게 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안상미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도 "맞벌이 안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7천만 원이면 최저임금 이하로 받아야만 해당이 된다. 현실성이 없다"며 "정부에선 피해자들이 다 구제가 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 /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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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대책은 올해 상반기 여야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피해자가 속출하자 야당은 정부가 보증금을 대신 먼저 지급하는 이른바 '선 구상, 후 보상'책을 요구했고, 국토부와 여당은 사기 피해를 국가가 메꿔줘서는 안 된다며 장기간 저리 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치열한 협상 끝에 여야는 저리 대출 확대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만, 야당은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대출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분들인데, 다시 대출을 받으라는 정부의 대안을 피해자들로서는 수용하기가 매우 힘드실 거다. 저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이 피해자들의 요구에는 이렇듯 매우 미흡하고 또 절박한 피해자들의 손을 끝내 정부가 잡아주지 않은 인색한 특별법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장, 5월 22일)

이렇게 합의한 '전세 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도 3개월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특별법의 효과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기관 저리 대출 이용률을 확인해보니 고작 1.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저리 대출 이용자는 전체 피해자 4,627명 가운데 6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실상 피해자 100명 중 1명만 지원을 받은 겁니다.

■ '부부 연 소득 7천만 원 이하'만 지원…까다로운 조건에 피해자도 외면

문제는 대출 조건입니다. 지난 5월 통과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금리 1.2~2.1%로 최대 2억 4천만 원까지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요.

피해자로 인정되더라도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 ▲부부합산 연 소득 7천만 원 이하, ▲순자산가액 5.06억 원 이하, ▲전세피해주택 임차보증금 5억 원 이하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에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겁니다.


이처럼 문턱이 높다 보니, 신청률 자체가 저조합니다. 전체 피해자의 4.3%에 불과한 201명만 대출 신청을 접수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외면받는 지원 대책이 된 셈입니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국토부의 행정 편의적인 제도 설계로 저리 대출은 피해자들로 외면을 받고 있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리 대출 실효성 문제뿐만 아니라 전세피해 관련 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전세사기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선구제 후구상 방안 등 실효성 있는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대책위 "피해자 인정 시 '프리패스' 수준 지원 필요"…'거점 은행'도 요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전국대책위)’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부부합산 연 소득 7천만 원은 대표적으로 피해자들이 불만을 품고 있는 요건"이라며 "사실 요즘에 맞벌이하면 웬만하면 7천만 원은 그냥 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충족을 못 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일단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다면 금융지원을 받는 데 있어서 다른 별도의 조건은 없어야 하지 않나? 거의 '프리패스'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현재 금융지원 관련해 은행별, 지점별, 담당자별 안내가 다 다르다"며 "피해자 대책위에서 계속 거점 은행 창구를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모든 지점에서 내용을 숙지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지역별 거점 은행을 지정해서 특별법 내용에 맞고 일관된 안내를 받게 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안상미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도 "맞벌이 안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7천만 원이면 최저임금 이하로 받아야만 해당이 된다. 현실성이 없다"며 "정부에선 피해자들이 다 구제가 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 /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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