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때마다 샀는데 후회돼요”…엔화 투자해도 될까? [주말엔]

입력 2023.09.30 (08:00) 수정 2023.09.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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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화 내릴 때마다 조금씩 환전했는데. 너무 커졌어요"

30대 여성 직장인인 김 모 씨는 요즘 원/엔 환율을 자주 들여다봅니다. 엔화가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환전을 해두기 위해서입니다. "꼭 투자하려는 것보다 엔화가 싸서 자주 여행을 갈 듯 해서" 산다고 합니다.

엔화 가치가 940원이 깨질 때부터 환전하다 보니 조금씩 바꾼 돈이 지금은 200만 엔에 이릅니다. 김 씨는 "환전을 너무 일찍 시작해 손해를 봤다"며 웃었습니다.

한때 100엔에 1,000원을 넘나들던 엔화는 지금은 900원에 접근했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 장중에는 급기야 100엔에 894원까지 찍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엔화 환율의 흐름을 보면, 불과 3년 전에는 1,100 원 이상에도 거래됐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20% 이상 엔화 가치가 내려갔습니다. 지난 6월 8년 만에 800원대로 내려간 이후 잠시 반등했다가 지난주 다시 800원대에 거래된 것입니다.

■ '엔저' 원인은 마이너스 금리

원인은 단순합니다. 세계 각국이 최근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는데도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기준금리는 -0.1%입니다.

일본은 지난 20여 년 대부분의 기간 0%나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왔습니다. 반면 미국 달러화는 기준금리만큼만 예금을 줘도 5.5%나 이자를 받습니다. 엔화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분간은 이런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입니다. 일본도 최근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요. 가계 실질 소득 상승률도 1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거나 완화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당장은 버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 때문에 최근 다시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한 것입니다.

■ 관광객 수 코로나 이전의 86%까지 회복…수출은 '암초'

이렇게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는 늘어납니다.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하지 못했지만, 관광객 수 증가가 뚜렷합니다.

일본 관광청 발표를 보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지난달 215만 명으로 석 달째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특히 지난달에는 코로나 이전 대비 -14%로 과거와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습니다.


관광 측면에서는 많이 회복했습니다만, 수출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7월과 8월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8월 수출이 1년 전 대비 0.8% 감소했습니다.

원인은 중국과 반도체로,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더딘 데다 중국이 최근 일본산 수산물 수입까지 금지하면서 일본은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년 전보다 11% 줄었습니다.

또, 타이완이나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던 반도체 제조장비도 줄었습니다. 다만 엔화 가치가 낮아진 탓에 자동차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 25년 만에 한국 제친 일본 성장률

최근 수출이 생각만큼은 안 좋다고 해도 올해 성장률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앞설 것입니다. 지난 주에 OECD가 발표한 일본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8%입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5%니까 우리나라보다는 높은데 이게 무려 25년 만의 일입니다.

다만 일본도 고물가와 싸우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가 넘는데, 일본은 오랜 기간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다가 갑자기 올랐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큽니다. 특히 수입 식료품 가격이 엔저 영향으로 폭등하면서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일본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저공 행진을 하는 것도 이런 물가 영향이 큽니다.

지나친 엔저도 일본에는 부담이기에, 일본 정부는 최근 들어 구두개입 형태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잠시 엔화 가치는 올랐지만, 다시 약세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3년간 환율을 달러당 145엔대로 내다보면서 일본 증시가 활황을 보일 거로 내다봤습니다. 어쨌든 엔저 효과가 일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에는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 엔화, 투자해도 될까?

일본 증시 활황이나 언젠가는 엔화 가치가 오를 거라는 기대 때문에 엔화와 일본 시장에 투자하시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엔화 예금은 보통 금리가 매우 낮습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5.5%인데, 엔화를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은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투자하실 때 엔저 현상이 상당히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자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염두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지난주 미국 연준 FOMC에서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계속될 거라는 점이 암시됐는데요, 강한 달러, 약한 엔화가 지속 될 거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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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릴 때마다 샀는데 후회돼요”…엔화 투자해도 될까? [주말엔]
    • 입력 2023-09-30 08:00:48
    • 수정2023-09-30 09:15:43
    주말엔

■ "엔화 내릴 때마다 조금씩 환전했는데. 너무 커졌어요"

30대 여성 직장인인 김 모 씨는 요즘 원/엔 환율을 자주 들여다봅니다. 엔화가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환전을 해두기 위해서입니다. "꼭 투자하려는 것보다 엔화가 싸서 자주 여행을 갈 듯 해서" 산다고 합니다.

엔화 가치가 940원이 깨질 때부터 환전하다 보니 조금씩 바꾼 돈이 지금은 200만 엔에 이릅니다. 김 씨는 "환전을 너무 일찍 시작해 손해를 봤다"며 웃었습니다.

한때 100엔에 1,000원을 넘나들던 엔화는 지금은 900원에 접근했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 장중에는 급기야 100엔에 894원까지 찍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엔화 환율의 흐름을 보면, 불과 3년 전에는 1,100 원 이상에도 거래됐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20% 이상 엔화 가치가 내려갔습니다. 지난 6월 8년 만에 800원대로 내려간 이후 잠시 반등했다가 지난주 다시 800원대에 거래된 것입니다.

■ '엔저' 원인은 마이너스 금리

원인은 단순합니다. 세계 각국이 최근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는데도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기준금리는 -0.1%입니다.

일본은 지난 20여 년 대부분의 기간 0%나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왔습니다. 반면 미국 달러화는 기준금리만큼만 예금을 줘도 5.5%나 이자를 받습니다. 엔화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분간은 이런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입니다. 일본도 최근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요. 가계 실질 소득 상승률도 1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거나 완화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당장은 버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 때문에 최근 다시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한 것입니다.

■ 관광객 수 코로나 이전의 86%까지 회복…수출은 '암초'

이렇게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는 늘어납니다.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하지 못했지만, 관광객 수 증가가 뚜렷합니다.

일본 관광청 발표를 보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지난달 215만 명으로 석 달째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특히 지난달에는 코로나 이전 대비 -14%로 과거와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습니다.


관광 측면에서는 많이 회복했습니다만, 수출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7월과 8월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8월 수출이 1년 전 대비 0.8% 감소했습니다.

원인은 중국과 반도체로,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더딘 데다 중국이 최근 일본산 수산물 수입까지 금지하면서 일본은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년 전보다 11% 줄었습니다.

또, 타이완이나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던 반도체 제조장비도 줄었습니다. 다만 엔화 가치가 낮아진 탓에 자동차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 25년 만에 한국 제친 일본 성장률

최근 수출이 생각만큼은 안 좋다고 해도 올해 성장률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앞설 것입니다. 지난 주에 OECD가 발표한 일본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8%입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5%니까 우리나라보다는 높은데 이게 무려 25년 만의 일입니다.

다만 일본도 고물가와 싸우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가 넘는데, 일본은 오랜 기간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다가 갑자기 올랐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큽니다. 특히 수입 식료품 가격이 엔저 영향으로 폭등하면서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일본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저공 행진을 하는 것도 이런 물가 영향이 큽니다.

지나친 엔저도 일본에는 부담이기에, 일본 정부는 최근 들어 구두개입 형태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잠시 엔화 가치는 올랐지만, 다시 약세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3년간 환율을 달러당 145엔대로 내다보면서 일본 증시가 활황을 보일 거로 내다봤습니다. 어쨌든 엔저 효과가 일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에는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 엔화, 투자해도 될까?

일본 증시 활황이나 언젠가는 엔화 가치가 오를 거라는 기대 때문에 엔화와 일본 시장에 투자하시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엔화 예금은 보통 금리가 매우 낮습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5.5%인데, 엔화를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은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투자하실 때 엔저 현상이 상당히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자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염두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지난주 미국 연준 FOMC에서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계속될 거라는 점이 암시됐는데요, 강한 달러, 약한 엔화가 지속 될 거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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