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함 속 싹트는 불확실성…동맹의 미래는? [한미동맹70년]

입력 2023.09.30 (09:00) 수정 2023.09.3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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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0월 1일, 한국과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문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70년 한미동맹의 시작이었습니다. 한미동맹은 당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위협은 핵 개발로 인해 훨씬 더 고도화됐고, 국제 정세는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KBS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세 차례에 걸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한미 동맹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순서>
① 한미 사이에 선 '중국', 동맹의 길을 묻다
② "어딜 가나 K컬쳐"…외교 지형을 바꾼 소프트파워
③ 공고함 속 싹트는 불확실성…동맹의 미래는?


■ "한미동맹, 크고 작은 부침에도 줄곧 공고하게 유지"

"한미동맹이 체결된 이후 지난 70년간 동북아에서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습니다. 70년간 전쟁이 부재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내 견고한 세력균형이 유지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국가도 이를 신속하고 압도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고, 어느 국가도 그러한 전략을 감히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은 미일 동맹과 함께 동북아에서 촉진제이자 유지자 기능을 담당했다"며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크고 작은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은 줄곧 공고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그 결과물인 '워싱턴선언', 8월의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와 그 결과물인 '캠프데이비드 원칙'은 한미동맹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공고함 속에 싹트는 몇 가지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대외정책 전반에 영향 미칠 듯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다들 생각하는 방식이 바뀐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그런 대규모의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일어났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 불가능한 것은 없구나, 뭐든지 일어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 것 같고요. 당연히 한반도에서의 전쟁이나 타이완 해협에서에서의 전쟁이나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겁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 주최로 현지 시간 15일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에드 케이스 미국 하원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왜 신경을 쓰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 있으면, 그 어떤 나라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대외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되면, 한미동맹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재래식 무기를 제공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의 대립이 동북아에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에드 케이스 미국 하원의원에드 케이스 미국 하원의원

■ 가장 큰 변수는 내년 미국 대선 …전망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외에도 중국과의 전략 경쟁, 타이완에서의 급변 사태, 북한에서의 급변사태 등 한미동맹을 뒤흔들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내년 11월에 있을 미국의 대선입니다. 현재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결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미동맹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더 유리한 고지에 있는지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립니다.

토드 벨트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프로그램 교수는 "이번 대선은 어느 정당을 더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당을 더 싫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유권자 규모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좀 더 유리하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아드리엔 보크트 CNN 에디터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며 "당시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지금 바이든 정부에 실망하기도 하고 경제 성적도 나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스티브 허만 미국의소리(VOA)방송 선임기자는 "현재 선거인단 규모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민주당도 아니고 공화당도 아닌 곳에서 나온 제3의 후보가 출마한다면 결과는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 바이든 당선 시 한미일 협력 강화·대북 대화 재개 가능성

빅터 차 석좌는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할 마음의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굉장히 많이 보냈는데, 그동안은 북한 쪽에서 관심이 없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이 된다면 북한이 응답해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조하는 만큼, 재선이 되면 현재의 '한미일 협력 강화'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 "트럼프 당선 시 한미동맹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어"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외교 정책은 대통령이 바뀌면 극단적으로 바뀌는 편"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경 간의 경제적 조치, 관세 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데니 로이 동서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는 합리적 확률이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한미동맹을 끊으려고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었던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빅터 차 CSIS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거의 모든 게 바뀔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동맹, 나토 등 동맹의 가치를 덜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빅터 차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민이었을 때 한 발언부터 모든 발언을 분석했는데, 동맹을 경시하는 일관성이 있었다며, 대통령으로 재선이 되면 그런 생각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정권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매슈 포틴저 NSC 선임 보좌관 등 합리적인 인물이 백악관에 있었지만, 재선이 된다면 이런 사람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라며, 큰일이 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미동맹의 가치가 크게 축소되고, 주한미군 주둔 비용 등으로 한미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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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30 09:00:38
    • 수정2023-09-30 22: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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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0월 1일, 한국과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문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70년 한미동맹의 시작이었습니다. 한미동맹은 당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위협은 핵 개발로 인해 훨씬 더 고도화됐고, 국제 정세는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KBS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세 차례에 걸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한미 동맹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순서>
① 한미 사이에 선 '중국', 동맹의 길을 묻다
② "어딜 가나 K컬쳐"…외교 지형을 바꾼 소프트파워
③ 공고함 속 싹트는 불확실성…동맹의 미래는?


■ "한미동맹, 크고 작은 부침에도 줄곧 공고하게 유지"

"한미동맹이 체결된 이후 지난 70년간 동북아에서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습니다. 70년간 전쟁이 부재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내 견고한 세력균형이 유지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국가도 이를 신속하고 압도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고, 어느 국가도 그러한 전략을 감히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은 미일 동맹과 함께 동북아에서 촉진제이자 유지자 기능을 담당했다"며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크고 작은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은 줄곧 공고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그 결과물인 '워싱턴선언', 8월의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와 그 결과물인 '캠프데이비드 원칙'은 한미동맹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공고함 속에 싹트는 몇 가지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대외정책 전반에 영향 미칠 듯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다들 생각하는 방식이 바뀐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그런 대규모의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일어났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 불가능한 것은 없구나, 뭐든지 일어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 것 같고요. 당연히 한반도에서의 전쟁이나 타이완 해협에서에서의 전쟁이나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겁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 주최로 현지 시간 15일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에드 케이스 미국 하원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왜 신경을 쓰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 있으면, 그 어떤 나라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대외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되면, 한미동맹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재래식 무기를 제공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의 대립이 동북아에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에드 케이스 미국 하원의원
■ 가장 큰 변수는 내년 미국 대선 …전망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외에도 중국과의 전략 경쟁, 타이완에서의 급변 사태, 북한에서의 급변사태 등 한미동맹을 뒤흔들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내년 11월에 있을 미국의 대선입니다. 현재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결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미동맹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더 유리한 고지에 있는지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립니다.

토드 벨트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프로그램 교수는 "이번 대선은 어느 정당을 더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당을 더 싫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유권자 규모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좀 더 유리하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아드리엔 보크트 CNN 에디터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며 "당시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지금 바이든 정부에 실망하기도 하고 경제 성적도 나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스티브 허만 미국의소리(VOA)방송 선임기자는 "현재 선거인단 규모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민주당도 아니고 공화당도 아닌 곳에서 나온 제3의 후보가 출마한다면 결과는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 바이든 당선 시 한미일 협력 강화·대북 대화 재개 가능성

빅터 차 석좌는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할 마음의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굉장히 많이 보냈는데, 그동안은 북한 쪽에서 관심이 없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이 된다면 북한이 응답해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조하는 만큼, 재선이 되면 현재의 '한미일 협력 강화'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 "트럼프 당선 시 한미동맹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어"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외교 정책은 대통령이 바뀌면 극단적으로 바뀌는 편"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경 간의 경제적 조치, 관세 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데니 로이 동서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는 합리적 확률이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한미동맹을 끊으려고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었던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빅터 차 CSIS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거의 모든 게 바뀔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동맹, 나토 등 동맹의 가치를 덜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빅터 차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민이었을 때 한 발언부터 모든 발언을 분석했는데, 동맹을 경시하는 일관성이 있었다며, 대통령으로 재선이 되면 그런 생각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정권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매슈 포틴저 NSC 선임 보좌관 등 합리적인 인물이 백악관에 있었지만, 재선이 된다면 이런 사람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라며, 큰일이 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미동맹의 가치가 크게 축소되고, 주한미군 주둔 비용 등으로 한미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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