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생각난다”…고유가·고금리는 어디를 향하나?

입력 2023.10.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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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금리, 서브프라임 사건 터지던 때로 가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생각납니다. 금리를 높인 뒤에 한동안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사태가 시작됐거든요. 지금 미국 금리가 가는 길이 거기가 아닌가요?" 최근의 고유가 기조와 미국의 기준 금리를 보면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한 말이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05년 6월부터 2006년 6월에 걸쳐 기준금리 상단을 5.2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1년 3개월간 기준금리 5.25%의 고금리 상황이 계속됐다.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 금융위기'로 번진 서브프라임 사태는 1년 3개월간 고금리가 계속되던 상황에서 터졌다.

■ 2024년은 2007년의 반복인가?

이제 올해를 보자. 9월 FOMC의 결과는 '동결' 그 자체보다는 점도표 변화가 핵심이었다. 점도표는 FOMC의 각 위원이 생각하는 기간별 목표 금리다. 위원들은 올해 한 차례 0.25%p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위원들이 제시한 내년 금리 목표치의 중간값은 5.1%에 이른다.


기준금리 상단으로 말하자면, 내년에도 5.25%를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2024년은 2007년처럼 1년 이상 미국의 고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이 된다.

미국 연준 FOMC는 앞서 지난 6월에 공개했던 점도표로는 내년 기준금리를 4.6%로 내다봤는데, 석 달만에 이를 0.5%p나 올린 것이다. 2년 뒤인 2025년의 기준금리 전망도 0.5%p 오른 3.9%가 됐다. 기준금리가 5%대 고금리는 1년, 4% 이상의 상당히 높은 금리로는 2년은 간다는 뜻이다.

■ 고유가가 다시 자극하는 물가

왜 이런 결과가 벌어졌을까? 지난달 FOMC 회의가 열리기 전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유가였다. 10개월 만에 배럴당 95달러까지 올랐던 유가가 과연 연준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주목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단결하면서 감산에 감산을 거듭하며 올리고 있는 유가를 FOMC 위원들은 유심히 봤을 것이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등 개발 사업을 위해, 러시아는 재정 안정과 서방 사회의 타격을 위해 감산을 결정했다. 세계 원유생산량 2~3위인 이 두 나라의 '카르텔'은 힘이 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애가 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앞서기도 하는 것도 고물가와 비싼 휘발유가격의 탓이 크다.

미국인들의 임금도 올랐다고 하지만, 모든 계층에 고르게 오른 것이 아니기에 당장 오른 물가에 고통을 받는 서민도 많은 것이다.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물가와의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고금리 기조를 버리기 어렵다.

■ 고금리는 우리 경제의 문제…부동산 PF 등 우려 커져

미국이 이런 고금리 기조로 간다면 우리도 고금리 상황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우리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선제적으로 우리가 먼저 기준 금리를 낮추리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고금리와 고유가, 고물가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영끌 대출'로 집을 샀다가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부동산 PF 문제는 아직 제거되지 않은 뇌관이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2년 계속된다면 건설업계뿐 아니라 금융계에서도 어느 시점부터는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계속 높은 이자를 무느니 청산하겠다"고 나서는 곳도 나올 수 있다. 예상보다 길어질 고금리 상황에 대해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유가는 안 그래도 50조 원 가까운 누적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의 원가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12조 원의 미수금이 남은 가스공사도 원가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가스공사가 도입하는 가스의 80%는 유가에 연동된 가격으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가스값을 또 올린다면 이번 겨울 지난해와 같은 '난방 대란'이 또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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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2 08: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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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금리, 서브프라임 사건 터지던 때로 가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생각납니다. 금리를 높인 뒤에 한동안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사태가 시작됐거든요. 지금 미국 금리가 가는 길이 거기가 아닌가요?" 최근의 고유가 기조와 미국의 기준 금리를 보면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한 말이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05년 6월부터 2006년 6월에 걸쳐 기준금리 상단을 5.2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1년 3개월간 기준금리 5.25%의 고금리 상황이 계속됐다.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 금융위기'로 번진 서브프라임 사태는 1년 3개월간 고금리가 계속되던 상황에서 터졌다.

■ 2024년은 2007년의 반복인가?

이제 올해를 보자. 9월 FOMC의 결과는 '동결' 그 자체보다는 점도표 변화가 핵심이었다. 점도표는 FOMC의 각 위원이 생각하는 기간별 목표 금리다. 위원들은 올해 한 차례 0.25%p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위원들이 제시한 내년 금리 목표치의 중간값은 5.1%에 이른다.


기준금리 상단으로 말하자면, 내년에도 5.25%를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2024년은 2007년처럼 1년 이상 미국의 고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이 된다.

미국 연준 FOMC는 앞서 지난 6월에 공개했던 점도표로는 내년 기준금리를 4.6%로 내다봤는데, 석 달만에 이를 0.5%p나 올린 것이다. 2년 뒤인 2025년의 기준금리 전망도 0.5%p 오른 3.9%가 됐다. 기준금리가 5%대 고금리는 1년, 4% 이상의 상당히 높은 금리로는 2년은 간다는 뜻이다.

■ 고유가가 다시 자극하는 물가

왜 이런 결과가 벌어졌을까? 지난달 FOMC 회의가 열리기 전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유가였다. 10개월 만에 배럴당 95달러까지 올랐던 유가가 과연 연준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주목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단결하면서 감산에 감산을 거듭하며 올리고 있는 유가를 FOMC 위원들은 유심히 봤을 것이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등 개발 사업을 위해, 러시아는 재정 안정과 서방 사회의 타격을 위해 감산을 결정했다. 세계 원유생산량 2~3위인 이 두 나라의 '카르텔'은 힘이 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애가 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앞서기도 하는 것도 고물가와 비싼 휘발유가격의 탓이 크다.

미국인들의 임금도 올랐다고 하지만, 모든 계층에 고르게 오른 것이 아니기에 당장 오른 물가에 고통을 받는 서민도 많은 것이다.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물가와의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고금리 기조를 버리기 어렵다.

■ 고금리는 우리 경제의 문제…부동산 PF 등 우려 커져

미국이 이런 고금리 기조로 간다면 우리도 고금리 상황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우리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선제적으로 우리가 먼저 기준 금리를 낮추리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고금리와 고유가, 고물가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영끌 대출'로 집을 샀다가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부동산 PF 문제는 아직 제거되지 않은 뇌관이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2년 계속된다면 건설업계뿐 아니라 금융계에서도 어느 시점부터는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계속 높은 이자를 무느니 청산하겠다"고 나서는 곳도 나올 수 있다. 예상보다 길어질 고금리 상황에 대해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유가는 안 그래도 50조 원 가까운 누적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의 원가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12조 원의 미수금이 남은 가스공사도 원가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가스공사가 도입하는 가스의 80%는 유가에 연동된 가격으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가스값을 또 올린다면 이번 겨울 지난해와 같은 '난방 대란'이 또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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