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아프리카에서 서구 영향력 퇴조…러시아 세력 확장

입력 2023.10.04 (12:36) 수정 2023.10.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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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들어 아프리카에서 가봉, 니제르 등에서 잇따라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이전 정권은 과거 자신들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반면 권력을 잡은 군부는 서구 국가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달라지는 역학관계에 대해 김혜송 해설위원과 함께 알아봅니다.

아프리카에서 요즘 쿠데타가 잇달아 일어났죠?

[기자]

가장 최근의 쿠데타가 한 달여 전입니다.

8월 30일인데요.

가봉에서는 봉고 대통령 부자가 56년간 장기 집권을 이어왔는데 군부가 일어나 권력을 잡았습니다.

그보다 한 달여 전인 7월 26일에는 니제르의 군부가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선언했죠.

이들 쿠데타를 포함해서 최근 4년 사이 아프리카 일곱 나라에 군사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앵커]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곳은 어떤 나라들인가요?

[기자]

2019년 4월 이후 상황인데요.

군부 정권이 들어선 나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말씀드리죠.

2019년 수단, 2020년 말리, 2021년 기니, 차드, 지난해 부르키나파소의 순으로 정부가 전복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니제르와 가봉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고요.

주로 아프리카 중북부 쪽인데요 이렇게 사하라사막과 사바나 초원지대 경계를 사헬 지역이라고 부릅니다.

적도에 위치한 가봉을 제외하고 사헬 지역 여섯 나라에 거대한 군부 정권 벨트가 형성된거죠.

[앵커]

이러한 변화가 국제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기자]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사헬 지역 국가에 많게는 5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 등 테러 세력들의 활동에 대비해서죠.

그런데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등에 차례로 들어선 군사정권은 서방 국가와의 협력을 거부했습니다.

프랑스군은 두 나라에서 철수하고 거점을 니제르로 옮겼습니다.

이렇게 해서 니제르에는 프랑스군 천500명과 미군 천100명 등 서방 국가들의 병력이 주둔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을 위한 서방 국가들의 거점 국가 역할을 하던 니제르마저 쿠데타로 정부가 전복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앵커]

니제르 군부는 서방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프랑스 정부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니제르 국민들 사이에서도 반프랑스 정서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니제르는 지난달 프랑스와의 군사협정을 파기하고 프랑스 대사에게 48시간 내에 떠날 것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군부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그러자 니제르 군부는 대사관을 봉쇄하고 프랑스 국적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하며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지난달 24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니제르에서 외교관을 불러들이고 군대도 연말까지 철수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지난달 24일 : "프랑스 정부는 니제르 주재 대사를 복귀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수 시간 내에 우리 대사와 외교관들은 프랑스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테러에 맞서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 니제르 당국과의 군사 협력을 중단할 것입니다."]

[앵커]

이들 국가들이 반서방 정서를 드러내는 건 무엇 때문인가요?

[기자]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들은 과거 식민 지배를 받았던 곳입니다.

특히 쿠데타가 일어난 일곱 나라 가운데 수단을 빼고는 프랑스어권이죠.

20세기 들어 독립했지만 프랑스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는데요.

현지 주민들은 옛 식민 종주국 등 서방 국가들이 부패한 정권을 후원해왔고 그 결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아왔다고 믿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쿠데타는 경제난과 사회적 혼란, 그럼에도 계속되는 장기 집권 속에 이를 혁파한다는 명분으로 군부가 들고 일어났다고 하겠는데요.

일부 주민들은 쿠데타 지지 시위에 나섰고 주둔군 철수 등 식민지 시절 종주국에 대한 반감도 드러냅니다.

[살리푸/시위참가 시민 : "니제르에서 프랑스군이 철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제가 오늘 시위에 참여한 이유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앵커]

아프리카에서 서구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힘의 공백이 생기겠네요.

[기자]

프랑스는 아프리카 15곳에 군을 주둔시켜왔는데 점차 축소돼서 5곳만 남았는데 더 줄어들게 됐죠.

또 니제르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 가능성을 전하기는 외신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구 국가들의 퇴조로 생기는 공백을 러시아 등이 채우는 모습입니다.

러시아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중심으로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을 내세워 영향력을 확대해왔습니다.

지난달 16일에는 러시아 국방차관이 말리를 방문했다는 보도도 있었고요.

또 러시아와 중국이 포함된 신흥 경제 5개국, 브릭스는 지난 8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입지를 넓혔습니다.

[앵커]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해석도 가능하겠군요.

[기자]

경제적으로 빈국이지만 자원으로는 부국인 경우가 많습니다.

니제르는 세계 7대 우라늄 생산국가이고 가봉도 원유, 망간 등의 자원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또한 55개국이 있는 대륙으로 외교 세력으로서의 가치도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넬리즈 버나드/전략안정화자문단 국장 : "유엔 총회 기간에 (아프리카의) 몇몇 지도자들이 원조와 외교에서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제 대등한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가져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국과 서방, 유럽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러한 협력 관계를 잃게 될 것입니다."]

과거 식민시대의 관성으로 아프리카를 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러시아와 중국 등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국가들로서는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에 상응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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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10-04 14: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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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들어 아프리카에서 가봉, 니제르 등에서 잇따라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이전 정권은 과거 자신들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반면 권력을 잡은 군부는 서구 국가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달라지는 역학관계에 대해 김혜송 해설위원과 함께 알아봅니다.

아프리카에서 요즘 쿠데타가 잇달아 일어났죠?

[기자]

가장 최근의 쿠데타가 한 달여 전입니다.

8월 30일인데요.

가봉에서는 봉고 대통령 부자가 56년간 장기 집권을 이어왔는데 군부가 일어나 권력을 잡았습니다.

그보다 한 달여 전인 7월 26일에는 니제르의 군부가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선언했죠.

이들 쿠데타를 포함해서 최근 4년 사이 아프리카 일곱 나라에 군사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앵커]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곳은 어떤 나라들인가요?

[기자]

2019년 4월 이후 상황인데요.

군부 정권이 들어선 나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말씀드리죠.

2019년 수단, 2020년 말리, 2021년 기니, 차드, 지난해 부르키나파소의 순으로 정부가 전복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니제르와 가봉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고요.

주로 아프리카 중북부 쪽인데요 이렇게 사하라사막과 사바나 초원지대 경계를 사헬 지역이라고 부릅니다.

적도에 위치한 가봉을 제외하고 사헬 지역 여섯 나라에 거대한 군부 정권 벨트가 형성된거죠.

[앵커]

이러한 변화가 국제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기자]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사헬 지역 국가에 많게는 5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 등 테러 세력들의 활동에 대비해서죠.

그런데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등에 차례로 들어선 군사정권은 서방 국가와의 협력을 거부했습니다.

프랑스군은 두 나라에서 철수하고 거점을 니제르로 옮겼습니다.

이렇게 해서 니제르에는 프랑스군 천500명과 미군 천100명 등 서방 국가들의 병력이 주둔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을 위한 서방 국가들의 거점 국가 역할을 하던 니제르마저 쿠데타로 정부가 전복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앵커]

니제르 군부는 서방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프랑스 정부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니제르 국민들 사이에서도 반프랑스 정서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니제르는 지난달 프랑스와의 군사협정을 파기하고 프랑스 대사에게 48시간 내에 떠날 것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군부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그러자 니제르 군부는 대사관을 봉쇄하고 프랑스 국적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하며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지난달 24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니제르에서 외교관을 불러들이고 군대도 연말까지 철수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지난달 24일 : "프랑스 정부는 니제르 주재 대사를 복귀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수 시간 내에 우리 대사와 외교관들은 프랑스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테러에 맞서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 니제르 당국과의 군사 협력을 중단할 것입니다."]

[앵커]

이들 국가들이 반서방 정서를 드러내는 건 무엇 때문인가요?

[기자]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들은 과거 식민 지배를 받았던 곳입니다.

특히 쿠데타가 일어난 일곱 나라 가운데 수단을 빼고는 프랑스어권이죠.

20세기 들어 독립했지만 프랑스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는데요.

현지 주민들은 옛 식민 종주국 등 서방 국가들이 부패한 정권을 후원해왔고 그 결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아왔다고 믿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쿠데타는 경제난과 사회적 혼란, 그럼에도 계속되는 장기 집권 속에 이를 혁파한다는 명분으로 군부가 들고 일어났다고 하겠는데요.

일부 주민들은 쿠데타 지지 시위에 나섰고 주둔군 철수 등 식민지 시절 종주국에 대한 반감도 드러냅니다.

[살리푸/시위참가 시민 : "니제르에서 프랑스군이 철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제가 오늘 시위에 참여한 이유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앵커]

아프리카에서 서구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힘의 공백이 생기겠네요.

[기자]

프랑스는 아프리카 15곳에 군을 주둔시켜왔는데 점차 축소돼서 5곳만 남았는데 더 줄어들게 됐죠.

또 니제르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 가능성을 전하기는 외신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구 국가들의 퇴조로 생기는 공백을 러시아 등이 채우는 모습입니다.

러시아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중심으로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을 내세워 영향력을 확대해왔습니다.

지난달 16일에는 러시아 국방차관이 말리를 방문했다는 보도도 있었고요.

또 러시아와 중국이 포함된 신흥 경제 5개국, 브릭스는 지난 8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입지를 넓혔습니다.

[앵커]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해석도 가능하겠군요.

[기자]

경제적으로 빈국이지만 자원으로는 부국인 경우가 많습니다.

니제르는 세계 7대 우라늄 생산국가이고 가봉도 원유, 망간 등의 자원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또한 55개국이 있는 대륙으로 외교 세력으로서의 가치도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넬리즈 버나드/전략안정화자문단 국장 : "유엔 총회 기간에 (아프리카의) 몇몇 지도자들이 원조와 외교에서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제 대등한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가져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국과 서방, 유럽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러한 협력 관계를 잃게 될 것입니다."]

과거 식민시대의 관성으로 아프리카를 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러시아와 중국 등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국가들로서는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에 상응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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