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중국, 한국의 길을 따르면 위기 극복한다?

입력 2023.10.0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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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블랙박스다

수도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베이다이허는 철새 도래지이며 휴양지다. 물론 철새만 그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중국 지도자들이 여름이면 늘 그곳에 모인다. 명분은 휴양이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칩거'하거나 '회의'하면서 중국의 미래를 논했다.

올해는 미·중 분쟁 와중인 만큼, 또 중국의 부동산 경기나 소비심리가 급랭한 만큼, 중국이 칩거 중에 대응책을 논의한다고 해서 서방의 관심도 컸다.

그러자 중국은 거리를 엄격히 통제했다. 특별히, 테슬라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게 했다. 주행 중에 데이터와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내밀한 부분은 알리고 싶지 않다. 경제는 열었지만, 여전히 정치체제의 중요한 부분은 베일에 가린 중국이다.

중국은 블랙박스다. 속을 알 수 없다.

■ 중국 질문, ‘차이나 퀘스천’

그럴수록 밖에선 더 알고 싶다. 정치적으론 세계에서 가장 큰 권위주의 국가이고, 경제적으론 가장 큰 성장 엔진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거대담론은 늘 뜨거운 화두다. 가장 중요한 중국 담론을 '차이나 퀘스천(중국 질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①2000년대 초까지, 질문은 '중국은 민주화될까'였고, 그 답은 YES가 많았다.

학생을 중심으로 민주화를 요구한 톈안먼 사태(1989년)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해 역사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는 '경제 발전을 지속하면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중산층은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기 때문에' 민주화될 수밖에 없다는 경험적 원칙이 있었다.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 불가사의할 정도의 '장기 고속 경제 성장'을 구가했다. 대한민국 등 극소수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비교 가능한 대상조차 없다. 그 결과 중산층이 부상했다. 더 잘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그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경제 성장을 안 할 수도 없다. 경제성장 없는 거대 권위주의 국가의 장기 존속 확률은 더욱 낮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장 열차에 올라탄 권위주의 국가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리고, 민주화되거나 쇠락한다는 이야기가 중국 담론의 주류였다. 분석은 '언제냐?', 또 '이번 도화선은 어디냐, 학생 지식인이냐, 도시 중산층이냐, 아니면 농민공 등 빈민이냐'에 집중됐다.


② 시진핑 집권 전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은 다른걸까?

우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세계 경제를 중국이 구조했다. 중국의 거대한 부양책이 미국 금융의 탐욕으로 무너져내리던 세계 경제를 떠받쳤다. 중국은 고속철 등 국내 거대 인프라에 막대하게 투자하고, 해외에선 일대일로 정책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고맙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 즈음 중국의 경제 규모(GDP, PPP 기준)는 미국의 절반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세계의 시선이 바뀌었다.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다, 정치체제는 의외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높다는 분석이 득세했다. 그럴수록 중국은 '서방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라며 '독자노선' 목소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질문은 '왜 중국은 다른가?'로 옮겨졌다.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과 중국은 어떻게 달랐길래, 권위주의 국가 민주화의 중력을 피해갔는가? '억압해서'는 진실의 일부일 뿐이다. 중국처럼 거대한 국가를 '감시와 억압'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시각은 단견이다. 서방의 중국 연구자들은 '회복 탄력성'이 높고, '성과에 보상'하고, '교육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풀뿌리 단위의 정치적 불만을 제도화해내는' 최소한의 민주성 등에 주목했다.

언제 중국이 GDP에서 미국을 넘어설지를 두려움을 안고 묻는 서방의 연구자들도 많아졌다.

③ 시진핑 3기, 질문은 다시 바뀌고 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보복관세를 기점으로 미 ·중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미국은 중국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대로 인식했고, 그 중국의 부상을 막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로 정권은 교체되었으나, 그 본질은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의 산업정책은 그 최신판이다. CHIPS 법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IRA로 배터리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산업 부문에서 '글로벌 공급망' 선 긋기에 나섰다. 중국과의 단절을 선언하며 동맹국들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그 경쟁 구조에 미묘한 정서적 층위를 더했다. 발원지를 둘러싸고, 또 대응을 둘러싸고 미·중은 대립했다. 양국의 국민들은 정서적 틈새를 넓혀갔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에 이상 신호가 들어왔다. 민간 부동산 부실이 위험 수준이라는 경보가 들어왔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졌다. 중국은 즉각 소비심리 지표와 청년실업 지표 발표를 중단했다. 중국이 경제 활력 상실로 '일본식 장기 불황'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질문이 변하고 있다. 이제 '중국도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도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진퇴양난에 들어섰다, 중국이 성장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저출산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는 등의 주장과 그 근거가 쏟아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40년 경제 붐은 끝났다(China’s 40-Year Boom Is Over)"고 단언했다.

이른바 '피크 차이나'다.

지난 5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표지지난 5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표지

■ “‘롱 코비드’로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

미국의패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아담 포센 소장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고 선언했다. 포린 어페어스지 기고를 통해 '그동안 중국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힘'이 사그라들고 있다고 했다.

포센 소장은 권위주의 국가 경제 발전의 '예측 가능한 경향성'을 내세운다. ①우선 독재자가 성장을 촉진하는 시기가 나타난다. 말 잘 듣는 기업을 선별 지원한다. ②일정 기간 성장이 유지되고,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변화가 시작된다. 정치 권력의 자의적인 경제 개입이 늘어난다. ③결국, 가계와 기업은 불확실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투자하기보다는' 현금을 비축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한다. ④경제는 활력을 잃고, 침체로 빠져든다.

지금까지 중국만 이 경로를 피했다. 그러나 코로나 대응 과정에 중국도 늪에 빠져들었다는 게 포센 생각이다.

징조는 이미 있었다. 시진핑은 2013년 정적 숙청의 방법으로 '반부패 운동'을 들고 나왔고, 2020년 코로나 와중에 알리바바의 마윈을 압박하고 앤트그룹의 IPO를 막았다. 권력의 자의적 활용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반대 정파를 제외하면', 혹은 '특정 빅테크 기업 소수의 부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민과는 무관한 얘기였다.

진짜 아킬레스건은 '롱 코비드'로 인해 드러났다. 제로 코로나다. 공산당이 통치 차원에서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너무 오래 지속했다. 모든 인민이 영향을 받았다. 소비자와 기업은 움츠러들었고, 생태계의 자신감이 훼손됐다.


부동산과 내구재 부문에서 위축이 완연하다. 기업은 투자보다 유동성 확보를 원한다. 이 상황에선 정부가 다시 부양책으로 돌아선대도 효과는 즉각적이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첨단기술 자급자족 정책은 '정부는 경제에 자의적으로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역시 쓰는 돈에 비해 효과가 불투명할 것이다.

그리하여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나 마두로의 운명, 터키 에르도안의 길, 헝가리의 오르반의 진로, 푸틴이 빠진 수렁에 중국도 빠졌다.

포센은 그러면서 서방의 대중국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휘청댄다고 좋아하지 마라, 경제는 망가져도 지도자는 오래 자리에 머물 수 있다. 그런 상황은 중국의 덩치를 생각해볼 때 세계 경제에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면서 포용정책을 말한다. 중국의 기업과 시민과 돈이 중국을 빠져나와 서방으로 넘어오려 할텐데, 이 과정을 촉진 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중국 자본의 투자를 막지 말고, 중국 유학생의 유학도 막지 말고 흡수하란 얘기다. 대중국 '햇볕정책' 주문이다.

■ “그래도 아무렴, 폴란드만 못할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의 수석 논설위원 마틴 울프는 반기를 들었다. 중국엔 '깊은 구조적 문제'가 있긴 하다. 그 자체엔 이견이 없다. 다만, 동시에 중국은 거대한 나라다.

그러면서 1인당 GDP 이야기를 꺼낸다. 일단 폴란드와 비교한다. 2022년, 1인당 GDP(PPP, 구매력 기준)를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의 28% 수준에 머물러 있다. 폴란드(57%)의 절반이다. 그러면서 묻는다. 중국이 1인당 GDP 기준으로 폴란드만큼 성장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중국은 1980년 1인당 GDP에서 미국의 2%에 불과했다. 28%가 되는 데 42년이 걸렸다. 그러니까 40여 년 동안 거의 네 곱절이 되었다. 그런데 앞으로 20년 동안 두 배가 되는 게 어려울까?

만약 두 배가 된다면, 그 세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1인당 GDP를 기준으로 미국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의 의미는 전체 GDP를 기준으로는 미국의 두 배가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미국과 EU 전체, 즉 서구 경제 전체의 규모보다 중국이 크다.

그러면서 한국을 언급한다. 중국만큼 기적처럼 보이는 성장을 한 나라는 손에 꼽는데, 그 가운데 한국이 있다면서 슬며시 끌고 들어온다.

한국은 1960년에 미국의 9% 수준이었는데, 80년대에 지금의 중국 수준(20%대)에 올라선다. 그리고 2007년, 지금의 폴란드 수준(57%)이 되고, 지금은 70% 정도에 다다랐다.

만약 중국이 한국만큼만 한다면, 2040년에 폴란드가 되고, 2050년에 지금의 한국 수준에 다다른다.

■ 한국이 해낸 개혁을 중국이 한다면?

물론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우선 빚 의존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은 성장 과정에 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빚을 지나치게 많이 냈다. 특히 2015년 이후로 민간 투자가 정체되자, 정부가 주요 투자 주체로 나서서 성장을 유지했다. 이 '빚에 의존하는 경제'를 수술해야 한다.

동시에 생산성도 향상시켜야 한다. 2009년 이후 생산성 향상은 연평균 0.5%p에 그쳤다. 2000년에서 2008년 사이 2.0%p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이 모든 게 어려워 보이지만 불가능하진 않다며, 또 한국을 끌어들인다. 한국도 1982년 부채 위기를 겪고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지만 극복했다. 심지어 일본이 겪은 장기 정체도 겪지 않았다. 50년대 GDP는 일본의 1/3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더 부유하다. (구매력, PPP 기준이긴 하지만 울프는 실제로 한국이 일본보다 부유하다고 했다.)

울프는 중국도 한국처럼 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매년 140만 명의 엔지니어가 배출되고, 특허 숫자에서 이미 오래전에 미국을 앞서고 독보적으로 질주하는 나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정보기술에서 유럽을 앞서는 중국이 폴란드와 나란히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FT의 수석 논설위원이 보기에 중국에 정치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근거는 한국이다. 그러면서 울프는 이렇게 이야기를 끝낸다.

우리가 중국 굴기의 마지막 국면을 보고 있는 것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장면은 피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서방의 바람보다는 '중국의 선택'에 달려있다.

<참고기사>
-아담 포센,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The End of China’s Economic Miracle), 포린어페어스지 2023년 9·10월호

-마틴 울프, 아직 '피크 차이나'를 말할 때가 아니다 (We shouldn’t call ‘peak China’ just yet), 파이낸셜타임스 2023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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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5 08: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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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블랙박스다

수도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베이다이허는 철새 도래지이며 휴양지다. 물론 철새만 그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중국 지도자들이 여름이면 늘 그곳에 모인다. 명분은 휴양이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칩거'하거나 '회의'하면서 중국의 미래를 논했다.

올해는 미·중 분쟁 와중인 만큼, 또 중국의 부동산 경기나 소비심리가 급랭한 만큼, 중국이 칩거 중에 대응책을 논의한다고 해서 서방의 관심도 컸다.

그러자 중국은 거리를 엄격히 통제했다. 특별히, 테슬라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게 했다. 주행 중에 데이터와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내밀한 부분은 알리고 싶지 않다. 경제는 열었지만, 여전히 정치체제의 중요한 부분은 베일에 가린 중국이다.

중국은 블랙박스다. 속을 알 수 없다.

■ 중국 질문, ‘차이나 퀘스천’

그럴수록 밖에선 더 알고 싶다. 정치적으론 세계에서 가장 큰 권위주의 국가이고, 경제적으론 가장 큰 성장 엔진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거대담론은 늘 뜨거운 화두다. 가장 중요한 중국 담론을 '차이나 퀘스천(중국 질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①2000년대 초까지, 질문은 '중국은 민주화될까'였고, 그 답은 YES가 많았다.

학생을 중심으로 민주화를 요구한 톈안먼 사태(1989년)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해 역사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는 '경제 발전을 지속하면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중산층은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기 때문에' 민주화될 수밖에 없다는 경험적 원칙이 있었다.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 불가사의할 정도의 '장기 고속 경제 성장'을 구가했다. 대한민국 등 극소수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비교 가능한 대상조차 없다. 그 결과 중산층이 부상했다. 더 잘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그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경제 성장을 안 할 수도 없다. 경제성장 없는 거대 권위주의 국가의 장기 존속 확률은 더욱 낮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장 열차에 올라탄 권위주의 국가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리고, 민주화되거나 쇠락한다는 이야기가 중국 담론의 주류였다. 분석은 '언제냐?', 또 '이번 도화선은 어디냐, 학생 지식인이냐, 도시 중산층이냐, 아니면 농민공 등 빈민이냐'에 집중됐다.


② 시진핑 집권 전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은 다른걸까?

우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세계 경제를 중국이 구조했다. 중국의 거대한 부양책이 미국 금융의 탐욕으로 무너져내리던 세계 경제를 떠받쳤다. 중국은 고속철 등 국내 거대 인프라에 막대하게 투자하고, 해외에선 일대일로 정책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고맙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 즈음 중국의 경제 규모(GDP, PPP 기준)는 미국의 절반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세계의 시선이 바뀌었다.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다, 정치체제는 의외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높다는 분석이 득세했다. 그럴수록 중국은 '서방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라며 '독자노선' 목소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질문은 '왜 중국은 다른가?'로 옮겨졌다.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과 중국은 어떻게 달랐길래, 권위주의 국가 민주화의 중력을 피해갔는가? '억압해서'는 진실의 일부일 뿐이다. 중국처럼 거대한 국가를 '감시와 억압'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시각은 단견이다. 서방의 중국 연구자들은 '회복 탄력성'이 높고, '성과에 보상'하고, '교육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풀뿌리 단위의 정치적 불만을 제도화해내는' 최소한의 민주성 등에 주목했다.

언제 중국이 GDP에서 미국을 넘어설지를 두려움을 안고 묻는 서방의 연구자들도 많아졌다.

③ 시진핑 3기, 질문은 다시 바뀌고 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보복관세를 기점으로 미 ·중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미국은 중국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대로 인식했고, 그 중국의 부상을 막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로 정권은 교체되었으나, 그 본질은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의 산업정책은 그 최신판이다. CHIPS 법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IRA로 배터리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산업 부문에서 '글로벌 공급망' 선 긋기에 나섰다. 중국과의 단절을 선언하며 동맹국들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그 경쟁 구조에 미묘한 정서적 층위를 더했다. 발원지를 둘러싸고, 또 대응을 둘러싸고 미·중은 대립했다. 양국의 국민들은 정서적 틈새를 넓혀갔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에 이상 신호가 들어왔다. 민간 부동산 부실이 위험 수준이라는 경보가 들어왔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졌다. 중국은 즉각 소비심리 지표와 청년실업 지표 발표를 중단했다. 중국이 경제 활력 상실로 '일본식 장기 불황'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질문이 변하고 있다. 이제 '중국도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도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진퇴양난에 들어섰다, 중국이 성장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저출산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는 등의 주장과 그 근거가 쏟아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40년 경제 붐은 끝났다(China’s 40-Year Boom Is Over)"고 단언했다.

이른바 '피크 차이나'다.

지난 5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표지
■ “‘롱 코비드’로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

미국의패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아담 포센 소장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고 선언했다. 포린 어페어스지 기고를 통해 '그동안 중국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힘'이 사그라들고 있다고 했다.

포센 소장은 권위주의 국가 경제 발전의 '예측 가능한 경향성'을 내세운다. ①우선 독재자가 성장을 촉진하는 시기가 나타난다. 말 잘 듣는 기업을 선별 지원한다. ②일정 기간 성장이 유지되고,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변화가 시작된다. 정치 권력의 자의적인 경제 개입이 늘어난다. ③결국, 가계와 기업은 불확실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투자하기보다는' 현금을 비축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한다. ④경제는 활력을 잃고, 침체로 빠져든다.

지금까지 중국만 이 경로를 피했다. 그러나 코로나 대응 과정에 중국도 늪에 빠져들었다는 게 포센 생각이다.

징조는 이미 있었다. 시진핑은 2013년 정적 숙청의 방법으로 '반부패 운동'을 들고 나왔고, 2020년 코로나 와중에 알리바바의 마윈을 압박하고 앤트그룹의 IPO를 막았다. 권력의 자의적 활용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반대 정파를 제외하면', 혹은 '특정 빅테크 기업 소수의 부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민과는 무관한 얘기였다.

진짜 아킬레스건은 '롱 코비드'로 인해 드러났다. 제로 코로나다. 공산당이 통치 차원에서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너무 오래 지속했다. 모든 인민이 영향을 받았다. 소비자와 기업은 움츠러들었고, 생태계의 자신감이 훼손됐다.


부동산과 내구재 부문에서 위축이 완연하다. 기업은 투자보다 유동성 확보를 원한다. 이 상황에선 정부가 다시 부양책으로 돌아선대도 효과는 즉각적이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첨단기술 자급자족 정책은 '정부는 경제에 자의적으로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역시 쓰는 돈에 비해 효과가 불투명할 것이다.

그리하여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나 마두로의 운명, 터키 에르도안의 길, 헝가리의 오르반의 진로, 푸틴이 빠진 수렁에 중국도 빠졌다.

포센은 그러면서 서방의 대중국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휘청댄다고 좋아하지 마라, 경제는 망가져도 지도자는 오래 자리에 머물 수 있다. 그런 상황은 중국의 덩치를 생각해볼 때 세계 경제에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면서 포용정책을 말한다. 중국의 기업과 시민과 돈이 중국을 빠져나와 서방으로 넘어오려 할텐데, 이 과정을 촉진 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중국 자본의 투자를 막지 말고, 중국 유학생의 유학도 막지 말고 흡수하란 얘기다. 대중국 '햇볕정책' 주문이다.

■ “그래도 아무렴, 폴란드만 못할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의 수석 논설위원 마틴 울프는 반기를 들었다. 중국엔 '깊은 구조적 문제'가 있긴 하다. 그 자체엔 이견이 없다. 다만, 동시에 중국은 거대한 나라다.

그러면서 1인당 GDP 이야기를 꺼낸다. 일단 폴란드와 비교한다. 2022년, 1인당 GDP(PPP, 구매력 기준)를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의 28% 수준에 머물러 있다. 폴란드(57%)의 절반이다. 그러면서 묻는다. 중국이 1인당 GDP 기준으로 폴란드만큼 성장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중국은 1980년 1인당 GDP에서 미국의 2%에 불과했다. 28%가 되는 데 42년이 걸렸다. 그러니까 40여 년 동안 거의 네 곱절이 되었다. 그런데 앞으로 20년 동안 두 배가 되는 게 어려울까?

만약 두 배가 된다면, 그 세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1인당 GDP를 기준으로 미국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의 의미는 전체 GDP를 기준으로는 미국의 두 배가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미국과 EU 전체, 즉 서구 경제 전체의 규모보다 중국이 크다.

그러면서 한국을 언급한다. 중국만큼 기적처럼 보이는 성장을 한 나라는 손에 꼽는데, 그 가운데 한국이 있다면서 슬며시 끌고 들어온다.

한국은 1960년에 미국의 9% 수준이었는데, 80년대에 지금의 중국 수준(20%대)에 올라선다. 그리고 2007년, 지금의 폴란드 수준(57%)이 되고, 지금은 70% 정도에 다다랐다.

만약 중국이 한국만큼만 한다면, 2040년에 폴란드가 되고, 2050년에 지금의 한국 수준에 다다른다.

■ 한국이 해낸 개혁을 중국이 한다면?

물론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우선 빚 의존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은 성장 과정에 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빚을 지나치게 많이 냈다. 특히 2015년 이후로 민간 투자가 정체되자, 정부가 주요 투자 주체로 나서서 성장을 유지했다. 이 '빚에 의존하는 경제'를 수술해야 한다.

동시에 생산성도 향상시켜야 한다. 2009년 이후 생산성 향상은 연평균 0.5%p에 그쳤다. 2000년에서 2008년 사이 2.0%p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이 모든 게 어려워 보이지만 불가능하진 않다며, 또 한국을 끌어들인다. 한국도 1982년 부채 위기를 겪고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지만 극복했다. 심지어 일본이 겪은 장기 정체도 겪지 않았다. 50년대 GDP는 일본의 1/3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더 부유하다. (구매력, PPP 기준이긴 하지만 울프는 실제로 한국이 일본보다 부유하다고 했다.)

울프는 중국도 한국처럼 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매년 140만 명의 엔지니어가 배출되고, 특허 숫자에서 이미 오래전에 미국을 앞서고 독보적으로 질주하는 나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정보기술에서 유럽을 앞서는 중국이 폴란드와 나란히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FT의 수석 논설위원이 보기에 중국에 정치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근거는 한국이다. 그러면서 울프는 이렇게 이야기를 끝낸다.

우리가 중국 굴기의 마지막 국면을 보고 있는 것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장면은 피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서방의 바람보다는 '중국의 선택'에 달려있다.

<참고기사>
-아담 포센,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The End of China’s Economic Miracle), 포린어페어스지 2023년 9·10월호

-마틴 울프, 아직 '피크 차이나'를 말할 때가 아니다 (We shouldn’t call ‘peak China’ just yet), 파이낸셜타임스 2023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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