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양자컴퓨터’ 상용화 성큼?…국내 주도 연구팀 새 설계법 제시

입력 2023.10.06 (03:01) 수정 2023.10.0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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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양자컴퓨터

국내 연구기관 주도의 국제 연구팀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주요 선진국과 빅테크 기업들이 주목하는, 일명 '꿈의 컴퓨터'입니다.

미국은 차세대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양자 컴퓨터를 꼽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금지 또는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인공지능(AI), 첨단반도체와 함께 양자컴퓨팅 분야도 포함했습니다. 반면 동맹국들과는 양자 기술 개발 협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중국 역시 양자컴퓨터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미국 등 다른 나라를 위협할만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35년 '양자경제 중심국가' 도약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양자 산업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 올리고, 관련 인재도 현재의 7배인 2,500명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슈퍼컴 1만 년 걸릴 문제, 단 200초 만에 해결

양자컴퓨터가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이유는 현재 최고의 연산 능력을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때문입니다.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려야 해결할 수 있는 난수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단 200초 만에 풀어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압도적인 성능의 비결은 양자컴퓨터의 원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재 컴퓨터의 정보 단위는 '0' 또는 '1'로 표현되는 비트(bit) 입니다. 동전의 앞면 또는 뒷면으로 상태를 나타내는 겁니다.

그런데 양자 시스템에선 '0'또는 '1'이 각각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겹치기) 상태'가 가능합니다. 그만큼 현재의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산 처리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양자 정보의 단위는 큐비트(qubit : quantum bit)라고 합니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핵심 '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기까지 가장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이 '큐비트'를 어떻게 설계하고 표현하느냐인데, 이번에 국제 연구팀의 성과는 바로 '큐비트 설계'에 있습니다.

그동안 각국의 연구진들이 초전도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양자위상상태 등을 이용한 다양한 큐비트 설계 방식을 제시했지만, 정밀한 제어가 어렵다거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의 단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자료:기초과학연구원(IBS)자료:기초과학연구원(IBS)

이런 상황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일본, 스페인, 미국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큐비트 설계 방식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자스핀 큐비트…"원자 단위서 정밀 제어"

기초과학연구원의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연구진은 얇은 절연체(산화마그네슘)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들이 놓인 구조의 큐비트 플랫폼을 제시했습니다.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란 탐침 장비를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서 여러 원자 스핀들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복수 티타늄 원자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이후 센서 역할을 할 티타늄 원자(센서 큐비트)에 탐침을 두고 원격제어 방식으로 센서와 원거리에 놓인 여러 큐비트(원격큐비트)들을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하고 측정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앞서 나왔던 해외 연구진의 큐비트 설계방식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정밀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동 교신저자인 박수현 연구위원은 " 원격으로 원자를 조작하면서 여러 개의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전까지는 표면에서 단일 큐비트만 제어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단위에서 복수 큐비트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10억 분의 1미터 크기인 '나노'보다 더 작은 '원자' 단위에서 큐비트 여러 개를 동시에 제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궁극적으로는 소형화된 양자컴퓨터 개발에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기존 한계 뛰어 넘는 큐비트…양자 새 시대 가능성"

또한, 가장 작은 크기의 큐비트를 이용해 양자집적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큐비트 방식들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초전도체 등 특정 재료가 필요한 방식(초전도접합)과는 달리 다양한 원자를 큐비트 재료로 쓸 수 있는 것 역시 경쟁력으로 꼽힙니다.

공동 교신저자인 배유정 연구위원은 " 전자스핀 큐비트 플랫폼을 수십, 수백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다"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양자정보과학의 새 시대를 열고, 혁신을 견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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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기관 주도의 국제 연구팀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주요 선진국과 빅테크 기업들이 주목하는, 일명 '꿈의 컴퓨터'입니다.

미국은 차세대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양자 컴퓨터를 꼽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금지 또는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인공지능(AI), 첨단반도체와 함께 양자컴퓨팅 분야도 포함했습니다. 반면 동맹국들과는 양자 기술 개발 협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중국 역시 양자컴퓨터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미국 등 다른 나라를 위협할만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35년 '양자경제 중심국가' 도약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양자 산업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 올리고, 관련 인재도 현재의 7배인 2,500명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슈퍼컴 1만 년 걸릴 문제, 단 200초 만에 해결

양자컴퓨터가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이유는 현재 최고의 연산 능력을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때문입니다.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려야 해결할 수 있는 난수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단 200초 만에 풀어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압도적인 성능의 비결은 양자컴퓨터의 원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재 컴퓨터의 정보 단위는 '0' 또는 '1'로 표현되는 비트(bit) 입니다. 동전의 앞면 또는 뒷면으로 상태를 나타내는 겁니다.

그런데 양자 시스템에선 '0'또는 '1'이 각각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겹치기) 상태'가 가능합니다. 그만큼 현재의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산 처리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양자 정보의 단위는 큐비트(qubit : quantum bit)라고 합니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핵심 '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기까지 가장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이 '큐비트'를 어떻게 설계하고 표현하느냐인데, 이번에 국제 연구팀의 성과는 바로 '큐비트 설계'에 있습니다.

그동안 각국의 연구진들이 초전도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양자위상상태 등을 이용한 다양한 큐비트 설계 방식을 제시했지만, 정밀한 제어가 어렵다거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의 단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자료:기초과학연구원(IBS)
이런 상황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일본, 스페인, 미국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큐비트 설계 방식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자스핀 큐비트…"원자 단위서 정밀 제어"

기초과학연구원의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연구진은 얇은 절연체(산화마그네슘)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들이 놓인 구조의 큐비트 플랫폼을 제시했습니다.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란 탐침 장비를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서 여러 원자 스핀들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복수 티타늄 원자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이후 센서 역할을 할 티타늄 원자(센서 큐비트)에 탐침을 두고 원격제어 방식으로 센서와 원거리에 놓인 여러 큐비트(원격큐비트)들을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하고 측정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앞서 나왔던 해외 연구진의 큐비트 설계방식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정밀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동 교신저자인 박수현 연구위원은 " 원격으로 원자를 조작하면서 여러 개의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전까지는 표면에서 단일 큐비트만 제어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단위에서 복수 큐비트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10억 분의 1미터 크기인 '나노'보다 더 작은 '원자' 단위에서 큐비트 여러 개를 동시에 제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궁극적으로는 소형화된 양자컴퓨터 개발에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기존 한계 뛰어 넘는 큐비트…양자 새 시대 가능성"

또한, 가장 작은 크기의 큐비트를 이용해 양자집적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큐비트 방식들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초전도체 등 특정 재료가 필요한 방식(초전도접합)과는 달리 다양한 원자를 큐비트 재료로 쓸 수 있는 것 역시 경쟁력으로 꼽힙니다.

공동 교신저자인 배유정 연구위원은 " 전자스핀 큐비트 플랫폼을 수십, 수백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다"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양자정보과학의 새 시대를 열고, 혁신을 견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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