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식지 않고 있다…“석달 째 최고 기온 경신”

입력 2023.10.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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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 찬바람 분다고 이 기사를 외면하지는 말자. 여름이 지났으면, 지구(북반구)가 식어야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9월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던 7월과 8월에 이어 석달 째 기록 경신 중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완전히 미쳤다(Gobsmackingly bananas)'고 표현했다.

9월 지구기온편차. 평년(1991-2020) 9월 평균 기온보다 섭씨 0.93도가 더 높다. 출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홈페이지9월 지구기온편차. 평년(1991-2020) 9월 평균 기온보다 섭씨 0.93도가 더 높다. 출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홈페이지

■ "가장 더웠던 9월"…우리나라도 48년만에 최고 기온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9월 지구 평균기온이 16.83℃로 집계돼, 역대 가장 더운 9월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최근 30년(1991-2020년) 평균치보다 0.93℃ 높고, 과거 최고치였던 2020년 9월 기록보다 0.5℃ 높다.

특히 인류가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태우기 시작한 산업화 이전(1850-1900년)의 9월 기온보다는 1.75℃ 높은 수치다.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을 1.5℃ 이하로 억제하자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목표치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새 기록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는 아래 그래프를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검은 선이 올해 기온 편차를 나타내는데, 9월에 선이 꺾이기는 커녕 오히려 치솟고 있다. 한마디로 '튀는 기록'이다.

1950년대부터 올해까지 월별 지구 기온 편차를 나타낸 그래프. 출처: 기후학자 Zeke Hausfather SNS1950년대부터 올해까지 월별 지구 기온 편차를 나타낸 그래프. 출처: 기후학자 Zeke Hausfather SNS

우리나라 기온도 역대 최고치였다. 기상청은 9월 전국 평균기온이 22.6℃로,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다고 밝혔다.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1975년 22.2℃보다 0.4℃ 더 높았고, 평년치보다는 2.1℃가 높았다.

■ '뜨거운 바다'에 사라진 남극의 겨울
지구 기온을 식혀줄 바다도 식을 줄 모른다. 극지방을 제외한 지역(북위 60도-남위 60도)의 9월 바닷물 온도는 20.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겨울이었던 남반구에서는 이상 고온이 계속됐는데 그러다보니 남극의 해빙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9월 10일 관측한 남극 해빙. 과거 평년치(1981-2010)를 나타내는 노란선보다 흰색의 해빙이 더 적게 형성돼 있음이 보인다. 출처: 미국 해양대기청 설빙센터(NOAA/NSIDC)9월 10일 관측한 남극 해빙. 과거 평년치(1981-2010)를 나타내는 노란선보다 흰색의 해빙이 더 적게 형성돼 있음이 보인다. 출처: 미국 해양대기청 설빙센터(NOAA/NSIDC)

■"올해 가장 더울 확률 93%↑"…"극단 기후가 일상 될 수도"
이에 따라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역대 가장 더웠던 2016년 같은 기간보다 0.05℃ 더 높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는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확률을 93%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주된 원인이 계속되는 탄소 배출과 엘니뇨(적도 동태평양 해수의 이상 고온 현상) 때문이라는 데는 과학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왜 지구가 좀처럼 식지 않는지, 큰 차이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선 경악하고 있다.

미국의 기후학자 제케 하우스파더(Zeke Hausfather)는 "기후학자의 전문 견해로서, 9월은 절대적으로 굉장히 미쳤다(absolutely gobsmackingly bananas)"고 SNS에 썼다. 핀란드 기후학자인 미카 란타넨은 "과거와 비교해 1년이 이렇게 튈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라고 썼고, 호주 기후학자인 조엘 저지스(Joelle Gergis)는 "호주의 9월이 충격적" 이라며 "여름이 잔인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후행동의 극적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일어난 예외적 사건들이 앞으로 10년간 보통의 일들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제로'로 줄이는 과감한 조치를 과학자들이 압도적으로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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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가 식지 않고 있다…“석달 째 최고 기온 경신”
    • 입력 2023-10-07 0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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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 찬바람 분다고 이 기사를 외면하지는 말자. 여름이 지났으면, 지구(북반구)가 식어야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9월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던 7월과 8월에 이어 석달 째 기록 경신 중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완전히 미쳤다(Gobsmackingly bananas)'고 표현했다.

9월 지구기온편차. 평년(1991-2020) 9월 평균 기온보다 섭씨 0.93도가 더 높다. 출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홈페이지
■ "가장 더웠던 9월"…우리나라도 48년만에 최고 기온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9월 지구 평균기온이 16.83℃로 집계돼, 역대 가장 더운 9월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최근 30년(1991-2020년) 평균치보다 0.93℃ 높고, 과거 최고치였던 2020년 9월 기록보다 0.5℃ 높다.

특히 인류가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태우기 시작한 산업화 이전(1850-1900년)의 9월 기온보다는 1.75℃ 높은 수치다.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을 1.5℃ 이하로 억제하자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목표치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새 기록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는 아래 그래프를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검은 선이 올해 기온 편차를 나타내는데, 9월에 선이 꺾이기는 커녕 오히려 치솟고 있다. 한마디로 '튀는 기록'이다.

1950년대부터 올해까지 월별 지구 기온 편차를 나타낸 그래프. 출처: 기후학자 Zeke Hausfather SNS
우리나라 기온도 역대 최고치였다. 기상청은 9월 전국 평균기온이 22.6℃로,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다고 밝혔다.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1975년 22.2℃보다 0.4℃ 더 높았고, 평년치보다는 2.1℃가 높았다.

■ '뜨거운 바다'에 사라진 남극의 겨울
지구 기온을 식혀줄 바다도 식을 줄 모른다. 극지방을 제외한 지역(북위 60도-남위 60도)의 9월 바닷물 온도는 20.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겨울이었던 남반구에서는 이상 고온이 계속됐는데 그러다보니 남극의 해빙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9월 10일 관측한 남극 해빙. 과거 평년치(1981-2010)를 나타내는 노란선보다 흰색의 해빙이 더 적게 형성돼 있음이 보인다. 출처: 미국 해양대기청 설빙센터(NOAA/NSIDC)
■"올해 가장 더울 확률 93%↑"…"극단 기후가 일상 될 수도"
이에 따라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역대 가장 더웠던 2016년 같은 기간보다 0.05℃ 더 높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는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확률을 93%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주된 원인이 계속되는 탄소 배출과 엘니뇨(적도 동태평양 해수의 이상 고온 현상) 때문이라는 데는 과학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왜 지구가 좀처럼 식지 않는지, 큰 차이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선 경악하고 있다.

미국의 기후학자 제케 하우스파더(Zeke Hausfather)는 "기후학자의 전문 견해로서, 9월은 절대적으로 굉장히 미쳤다(absolutely gobsmackingly bananas)"고 SNS에 썼다. 핀란드 기후학자인 미카 란타넨은 "과거와 비교해 1년이 이렇게 튈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라고 썼고, 호주 기후학자인 조엘 저지스(Joelle Gergis)는 "호주의 9월이 충격적" 이라며 "여름이 잔인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후행동의 극적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일어난 예외적 사건들이 앞으로 10년간 보통의 일들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제로'로 줄이는 과감한 조치를 과학자들이 압도적으로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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