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은 이렇게…경남교육청의 ‘노하우’

입력 2023.10.08 (09:01) 수정 2023.10.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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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급식노동자의 폐암 실태 자료를 냈습니다.

급식종사자 3만 8천5백여 명을 검진했더니 52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폐암 의심자도 379명이나 된다는 내용입니다.

점검한 급식실 중 환기설비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97%나 됐습니다. 대부분의 학교 급식실 환기설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연관기사]
[단독] 폐암 급식 노동자 21명 추가 확인…“의심 환자도 379명”(2023.09.07,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68315
하루 140인분 밥 짓는 급식 노동자, 아파도 못 쉰다(2023.09.08,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69278

그런데 경남 교육청의 경우 점검 대상이 된 28곳의 학교 모두 '기준'을 충족시켰습니다. 이미 시범사업으로 설비 개선을 마친 학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출처 : 민주당 강득구 의원실

다른 교육청보다 신속히 사업을 추진한 비결이나 이유가 있을까요? 경남교육청 담당자에게 연락해 봤습니다.

# 김수경 / 경남교육청 교육복지과 사무관

- 환기설비 개선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것 같다.
= 급식종사자의 폐암 문제는 건강과 안전 문제다.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교육감 의지도 있었고, 일선 학교들의 요구도 많았다.
(경남교육청은 급식종사자 3,474명을 검진했는데, 4명 폐암 확진·18명 폐암 의심)

- 본 사업 전에 시범사업을 한 이유는?
= 2021년 발표된 고용부 가이드라인을 학교 현장에 반영하려 했는데, 내용이 일반적이고 구체성이 다소 떨어졌다. 한 학교당 2~3억 원이 들어갈 수 있는 사업 아닌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우선 학교 30곳부터 시범사업을 한 것이다.

- 실제 사업을 해 보니 어땠나?
= 학교 현장마다 급식실 규모나 상황이 다르다. 애초 가이드대로 하려니 보완할 점이 적지 않았다. 창원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각 학교 급식실을 찾아다니며 조리기구 배치 변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돈 많이 들였는데, 개선 뒤에도 효과가 없으면 안 되지 않나.

- 앞으로의 '환기설비' 개선 계획은?
= 경남에 있는 학교 급식실 974곳 중 71곳을 완료했다. 903곳의 경우 2026년까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1,595억 원 예산을 더 투입할 예정이다. 경남교육청 현장 지원단이 학교 현장을 돌면서 개선 노력을 해 나갈 예정이다.

■ 전국에서 처음으로 매뉴얼 만들어...'시범사업'의 경험 공유

경남교육청은 최근 전국에서 처음으로 급식실 환기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자체 매뉴얼'도 내놨습니다. 30곳의 학교 급식실 환기설비를 개선하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조리기구의 배치만 바꿔도 유해 물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가스레인지와 부침기, 오븐 같은 조리시설이 급식실 중앙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리대를 벽면으로 옮기고 유해 물질 발생량이 적은 밥솥을 중앙에 배치하면, 유해 물질은 줄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기존 가이드에는 권장 사항으로 있던 내용이지만, 이를 표준화하고 구체화했습니다.


'후드' 설치 높이도 규격화했습니다. 후드가 너무 높으면 유해물질을 빨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적정한 높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측면에 판을 덧대는 등 현장 목소리도 반영했습니다.

이외에도 환기설비를 개선하면 온기와 냉기가 쉽게 외부로 빠져나가고 소음이 커지는데,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냉난방 설비 기능을 보강하고, 후드에 어떤 종류의 필터를 낄 때 소음이 줄어드는지 등도 매뉴얼에 반영했다는 게 경남교육청 설명입니다.

해당 내용은 경남교육청 홈페이지 업무자료실에서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청 별로 예산 편차 커...추가 피해 막아야

교육부와 각 교육청이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큰 건 문제입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제공한 17개 시도교육청의 2022년 결산 분석 자료를 보면 경기와 경남, 전남과 충남, 충북 등은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에 수십억 원대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지역은 관련 예산이 없거나 적은 곳이 많습니다.

17개 시도교육청 급식종사자 중 검진을 받은 사람은 3만 8천5백여 명입니다. 이중 폐암에 확진된 사람은 52명, 폐암 의심자는 379명입니다.

이미 퇴직한 사람이나 경력 또는 나이 조건이 안 돼, 검진에서 제외된 사람까지 더하면 확진자는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경남교육청의 노하우'가 확산돼 급식 종사자들이 더욱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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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은 이렇게…경남교육청의 ‘노하우’
    • 입력 2023-10-08 09:01:11
    • 수정2023-10-08 09: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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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급식노동자의 폐암 실태 자료를 냈습니다.

급식종사자 3만 8천5백여 명을 검진했더니 52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폐암 의심자도 379명이나 된다는 내용입니다.

점검한 급식실 중 환기설비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97%나 됐습니다. 대부분의 학교 급식실 환기설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연관기사]
[단독] 폐암 급식 노동자 21명 추가 확인…“의심 환자도 379명”(2023.09.07,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68315
하루 140인분 밥 짓는 급식 노동자, 아파도 못 쉰다(2023.09.08,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69278

그런데 경남 교육청의 경우 점검 대상이 된 28곳의 학교 모두 '기준'을 충족시켰습니다. 이미 시범사업으로 설비 개선을 마친 학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민주당 강득구 의원실
다른 교육청보다 신속히 사업을 추진한 비결이나 이유가 있을까요? 경남교육청 담당자에게 연락해 봤습니다.

# 김수경 / 경남교육청 교육복지과 사무관

- 환기설비 개선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것 같다.
= 급식종사자의 폐암 문제는 건강과 안전 문제다.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교육감 의지도 있었고, 일선 학교들의 요구도 많았다.
(경남교육청은 급식종사자 3,474명을 검진했는데, 4명 폐암 확진·18명 폐암 의심)

- 본 사업 전에 시범사업을 한 이유는?
= 2021년 발표된 고용부 가이드라인을 학교 현장에 반영하려 했는데, 내용이 일반적이고 구체성이 다소 떨어졌다. 한 학교당 2~3억 원이 들어갈 수 있는 사업 아닌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우선 학교 30곳부터 시범사업을 한 것이다.

- 실제 사업을 해 보니 어땠나?
= 학교 현장마다 급식실 규모나 상황이 다르다. 애초 가이드대로 하려니 보완할 점이 적지 않았다. 창원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각 학교 급식실을 찾아다니며 조리기구 배치 변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돈 많이 들였는데, 개선 뒤에도 효과가 없으면 안 되지 않나.

- 앞으로의 '환기설비' 개선 계획은?
= 경남에 있는 학교 급식실 974곳 중 71곳을 완료했다. 903곳의 경우 2026년까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1,595억 원 예산을 더 투입할 예정이다. 경남교육청 현장 지원단이 학교 현장을 돌면서 개선 노력을 해 나갈 예정이다.

■ 전국에서 처음으로 매뉴얼 만들어...'시범사업'의 경험 공유

경남교육청은 최근 전국에서 처음으로 급식실 환기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자체 매뉴얼'도 내놨습니다. 30곳의 학교 급식실 환기설비를 개선하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조리기구의 배치만 바꿔도 유해 물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가스레인지와 부침기, 오븐 같은 조리시설이 급식실 중앙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리대를 벽면으로 옮기고 유해 물질 발생량이 적은 밥솥을 중앙에 배치하면, 유해 물질은 줄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기존 가이드에는 권장 사항으로 있던 내용이지만, 이를 표준화하고 구체화했습니다.


'후드' 설치 높이도 규격화했습니다. 후드가 너무 높으면 유해물질을 빨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적정한 높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측면에 판을 덧대는 등 현장 목소리도 반영했습니다.

이외에도 환기설비를 개선하면 온기와 냉기가 쉽게 외부로 빠져나가고 소음이 커지는데,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냉난방 설비 기능을 보강하고, 후드에 어떤 종류의 필터를 낄 때 소음이 줄어드는지 등도 매뉴얼에 반영했다는 게 경남교육청 설명입니다.

해당 내용은 경남교육청 홈페이지 업무자료실에서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청 별로 예산 편차 커...추가 피해 막아야

교육부와 각 교육청이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큰 건 문제입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제공한 17개 시도교육청의 2022년 결산 분석 자료를 보면 경기와 경남, 전남과 충남, 충북 등은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에 수십억 원대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지역은 관련 예산이 없거나 적은 곳이 많습니다.

17개 시도교육청 급식종사자 중 검진을 받은 사람은 3만 8천5백여 명입니다. 이중 폐암에 확진된 사람은 52명, 폐암 의심자는 379명입니다.

이미 퇴직한 사람이나 경력 또는 나이 조건이 안 돼, 검진에서 제외된 사람까지 더하면 확진자는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경남교육청의 노하우'가 확산돼 급식 종사자들이 더욱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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