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늘어나는 무연고 묘 ‘고민’…‘무덤 없는 추모’ 확산

입력 2023.10.09 (06:55) 수정 2023.10.0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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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찾는 사람이 없는 무연고 묘가 갈수록 늘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묘 자체를 만들지 않는 풍토가 확산하며 기존의 장례 문화가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 보도입니다.

[리포트]

일본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립묘지.

넓은 묘지 한쪽에 수많은 묘비석들이 뒤섞여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찾는 사람이 없는 무연고 묘를 정리하면서 묘비석만 따로 모아 놓은 겁니다.

오랜 기간 추모의 흔적이 없거나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무연고 묘라고 판단합니다.

이 묘지의 40% 이상, 2천7백 곳이 무연고 묘로 분류됐습니다.

하지만 묘비석 보관이나 처분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관리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마에다 가즈나리/다카마쓰시 묘원 담당 : "시의 예산도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시 전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공립묘지 7백여 곳 중 절반이 넘는 4백여 곳에서 무연고 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택가에 있는 개인이나 마을이 관리하는 묘지입니다.

이런 묘지는 일본 전체 묘지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와키야 사유리/무연고 묘지 인근 주민 : "오래전 스모 선수의 묘였다고 합니다. 아무도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묘비석이 쓰러지고 깨지는 등 위험하게 방치된 곳이 많습니다.

[고타니 미도리/시니어생활문화연구소 대표이사 : "묘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무연고가 된 하나의 묘와 그 가족의 문제라고만 생각해선 안 됩니다."]

저출생으로 자손이 돌보지 않는 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일본에선 추모 공간을 디지털화하거나 집안에 두는 가구형 제품이 나오는 등 장례 문화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영상편집:양의정/자료조사:문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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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도 늘어나는 무연고 묘 ‘고민’…‘무덤 없는 추모’ 확산
    • 입력 2023-10-09 06:55:11
    • 수정2023-10-09 06:57:11
    뉴스광장 1부
[앵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찾는 사람이 없는 무연고 묘가 갈수록 늘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묘 자체를 만들지 않는 풍토가 확산하며 기존의 장례 문화가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 보도입니다.

[리포트]

일본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립묘지.

넓은 묘지 한쪽에 수많은 묘비석들이 뒤섞여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찾는 사람이 없는 무연고 묘를 정리하면서 묘비석만 따로 모아 놓은 겁니다.

오랜 기간 추모의 흔적이 없거나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무연고 묘라고 판단합니다.

이 묘지의 40% 이상, 2천7백 곳이 무연고 묘로 분류됐습니다.

하지만 묘비석 보관이나 처분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관리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마에다 가즈나리/다카마쓰시 묘원 담당 : "시의 예산도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시 전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공립묘지 7백여 곳 중 절반이 넘는 4백여 곳에서 무연고 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택가에 있는 개인이나 마을이 관리하는 묘지입니다.

이런 묘지는 일본 전체 묘지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와키야 사유리/무연고 묘지 인근 주민 : "오래전 스모 선수의 묘였다고 합니다. 아무도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묘비석이 쓰러지고 깨지는 등 위험하게 방치된 곳이 많습니다.

[고타니 미도리/시니어생활문화연구소 대표이사 : "묘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무연고가 된 하나의 묘와 그 가족의 문제라고만 생각해선 안 됩니다."]

저출생으로 자손이 돌보지 않는 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일본에선 추모 공간을 디지털화하거나 집안에 두는 가구형 제품이 나오는 등 장례 문화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영상편집:양의정/자료조사:문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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