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축제'라더니…외국어 오남용 '여전'
충남 공주와 부여에서는 지난달부터 백제 문화 유산을 소재로 한 지역 축제인 '대백제전'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전통축제'라는 홍보가 무색할 정도로 각종 행사의 소제목은 외국어 투성이였습니다.
먼저 대백제전 대표 행사의 명칭은 '수상 멀티미디어 쇼'.
주관사인 백제문화제재단의 설명은 더욱 가관입니다. 해당 행사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에는
'금서루를 모티브로',
'워터커튼 및 워터스크린을 활용한 미디어 맵핑',
'레이저, 포그 등 특수장비를' 등
제목보다 어려운 외국어 설명이 따라 붙었습니다.
그 외에도
'탈춤 페스타'나
'백제 사비 천도 페스타',
'백제문화 판타지 퍼레이드',
'웅진성 퍼레이드' 등
대표 행사치고 영어가 쓰이지 않은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전시관 역시 '아카이브', '미디어아트' 등의 외국어가 사용됐는데, 각각 '자료 보관소'나 '매체 예술' 등 순화어가 있다는 점에서 외국어 오남용의 심각성이 두드러집니다.
다소 낯설더라도 차라리 활용 가능한 일부 '백제어'를 적용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 '뿌리 환타지 헤어쇼?' 외국인도 '어리둥절'
대전에서 열리는 '효 문화 뿌리 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성씨와 문중, 효를 주제로 열리는 전통축제지만 주요 행사는 역시나
'문중 퍼레이드',
'조선황실 시니어 패션쇼',
'K-효 페스타' 등
축제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영어 제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축제 소재 중 하나인 '뿌리'의 동음이의어에서 착안한 친환경 가발 전시회를
'뿌리 환타지 헤어쇼'라 명명한 것에는 실소가 나올 정도입니다.
'환타지'는 공상을 뜻하는 '판타지'의 비표준어로 외래어 표기 규정에도 맞지 않는 단어입니다.
축제를 개최한 대전시 중구청은 "청소년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친숙한 외래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한국어와 외국어, 외래어의 조합에 젊은이들은 물론 외국인들조차 무슨 공연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이 축제들을 주관한 기관은 우리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지자체들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공문서는 국민이 알기 쉽게 한글로 쓰라고 법(국어기본법 14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가뜩이나 국적불명 신조어와 무분별한 줄임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자체가 우리말 홀대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은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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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축제에 등장한 ‘뿌리 환타지 헤어쇼’…외국인도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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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10-09 10:00:33
■ '전통축제'라더니…외국어 오남용 '여전'
충남 공주와 부여에서는 지난달부터 백제 문화 유산을 소재로 한 지역 축제인 '대백제전'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전통축제'라는 홍보가 무색할 정도로 각종 행사의 소제목은 외국어 투성이였습니다.
먼저 대백제전 대표 행사의 명칭은 '수상 멀티미디어 쇼'.
주관사인 백제문화제재단의 설명은 더욱 가관입니다. 해당 행사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에는
'금서루를 모티브로',
'워터커튼 및 워터스크린을 활용한 미디어 맵핑',
'레이저, 포그 등 특수장비를' 등
제목보다 어려운 외국어 설명이 따라 붙었습니다.
그 외에도
'탈춤 페스타'나
'백제 사비 천도 페스타',
'백제문화 판타지 퍼레이드',
'웅진성 퍼레이드' 등
대표 행사치고 영어가 쓰이지 않은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전시관 역시 '아카이브', '미디어아트' 등의 외국어가 사용됐는데, 각각 '자료 보관소'나 '매체 예술' 등 순화어가 있다는 점에서 외국어 오남용의 심각성이 두드러집니다.
다소 낯설더라도 차라리 활용 가능한 일부 '백제어'를 적용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 '뿌리 환타지 헤어쇼?' 외국인도 '어리둥절'
대전에서 열리는 '효 문화 뿌리 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성씨와 문중, 효를 주제로 열리는 전통축제지만 주요 행사는 역시나
'문중 퍼레이드',
'조선황실 시니어 패션쇼',
'K-효 페스타' 등
축제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영어 제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축제 소재 중 하나인 '뿌리'의 동음이의어에서 착안한 친환경 가발 전시회를
'뿌리 환타지 헤어쇼'라 명명한 것에는 실소가 나올 정도입니다.
'환타지'는 공상을 뜻하는 '판타지'의 비표준어로 외래어 표기 규정에도 맞지 않는 단어입니다.
축제를 개최한 대전시 중구청은 "청소년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친숙한 외래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한국어와 외국어, 외래어의 조합에 젊은이들은 물론 외국인들조차 무슨 공연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이 축제들을 주관한 기관은 우리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지자체들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공문서는 국민이 알기 쉽게 한글로 쓰라고 법(국어기본법 14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가뜩이나 국적불명 신조어와 무분별한 줄임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자체가 우리말 홀대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은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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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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