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5분 만에 처방 끝!…ADHD 치료제 오남용 처방 심각

입력 2023.10.18 (18:27) 수정 2023.10.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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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대치동에서 벌어진 '마약 음료' 사건, 기억하실겁니다.

당시 학생들은 집중력을 높여주는 음료라는 말에 필로폰을 탄 음료를 의심없이 마셨죠.

당시 학생들이 쉽게 속은 이유, 실제로 '공부 잘하는 약'이 유행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남 학원가에서 유행중이라는 이 약의 실태를 직접 취재한 사회부 이유민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공부 잘 하는 약'이 있다는 게 놀라운데, 어떤 약입니까?

[기자]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진짜 그런 약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약의 실체는 주의력결핍장애,즉 ADHD 치료제인데요.

주의력이 부족하고, 충동적 행동을 하는 질환이 있는 경우에, 이런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처방되는 약입니다.

그런데 이걸 먹었더니 단기적으로 집중력이 향상된다더라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학업 열기가 높은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약'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게 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실제로 수험생들이 이 ADHD 치료제를 먹고 있다는 거죠?

[기자]

네, 취재진도 이게 헛소문인건 아닌지 궁금해서 대치동 학원가에 무작정 찾아가봤습니다.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어렵지 않게, '공부 잘하는 약의 존재를 안다', '주변에 먹는 사람이 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현준/수험생 : "공부 잘 된다, 집중 잘 된다고 해서, (주변에) 2~3명 정도 먹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 "구해서 먹어볼까 하는 친구가 있어서 먹지 말라고 말렸던 기억이 있어요."]

최근 5년간 ADHD 치료제 처방 통계를 보면요.

전체 163만 건 중 10대가 53%로 가장 많이 처방을 받았고, 10대 미만이 23.9%, 20대가 14.8% 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주로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유행 중인 약이군요.

그런데 ADHD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라면, 복용에 제한이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ADHD 치료제는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성분이 들어간, 엄연한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마약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약을 구매할 수 있고요.

치료가 아닌 목적으로 복용할 경우에 두통이나 불안감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고 심각할 경우 환각이나 망상, 공격성 등의 부작용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이 기자 말대로라면, 처방 절차가 까다로울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많은 학생들이 ADHD 치료제를 공부 목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일부 병원에서 이 ADHD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도 대치동 학원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 '성지'로 꼽히는 강남의 한 병원에 가봤는데요.

어렵지 않게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취재진 : "제가 늦게 수능을 준비하다 보니까, 공부 잘하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나 해서 왔는데요."]

[OO의원 의사/음성변조 : "집중이 잘 안 돼요? 그 나이에 수능보는데…. 여섯 알씩 드릴테니까요. 30mg 먹다가 효과 별로 없는 것 같으면 40mg 먹고…"]

[앵커]

이렇게 쉽게 약을 처방해주는데,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선 대화에서 보셨듯, 취재진은 '공부 잘하는 약'을 처방받고 싶다고 말했는데, 의사는 5분 만에 ADHD 치료제를 처방해 줬습니다.

치료 목적에서 벗어난 처방이기 때문에 명백한 오남용 사례고요.

제재 대상입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이 병원에서 지난 한해 동안만 ADHD 치료제 78만 정이 처방됐다고 합니다.

[앵커]

한 병원에서 처방된 게 78만 정이면 엄청난 양인데요.

[기자]

네, 하루 평균 2천 정 꼴로 처방을 한 겁니다.

결국 지난 7월, 식약처 경고를 받았지만, 말 그대로 경고에 그치다보니 지금도 오남용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병원 외에도 최근 두달 새 ADHD 치료제 처방 남용으로 식약처 경고를 받은 의사는 전국 6천 2백 명으로 집계됐는데, 주로 학구열이 높은 강남 3구,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앵커]

경고보다도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건 아닐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식약처는 일단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경고를 받고도 오남용 처방을 계속하는 경우엔 수사 의뢰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수사 의뢰를 한다 해도 전문영역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롭기 때문에 절반 가까이가 무혐의 처분되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사후 조치보다는 처방 단계에서부터 오남용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유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 송혜성/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채상우 박미주/자료: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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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8 18:27:19
    • 수정2023-10-18 18: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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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에서 벌어진 '마약 음료' 사건, 기억하실겁니다.

당시 학생들은 집중력을 높여주는 음료라는 말에 필로폰을 탄 음료를 의심없이 마셨죠.

당시 학생들이 쉽게 속은 이유, 실제로 '공부 잘하는 약'이 유행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남 학원가에서 유행중이라는 이 약의 실태를 직접 취재한 사회부 이유민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공부 잘 하는 약'이 있다는 게 놀라운데, 어떤 약입니까?

[기자]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진짜 그런 약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약의 실체는 주의력결핍장애,즉 ADHD 치료제인데요.

주의력이 부족하고, 충동적 행동을 하는 질환이 있는 경우에, 이런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처방되는 약입니다.

그런데 이걸 먹었더니 단기적으로 집중력이 향상된다더라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학업 열기가 높은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약'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게 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실제로 수험생들이 이 ADHD 치료제를 먹고 있다는 거죠?

[기자]

네, 취재진도 이게 헛소문인건 아닌지 궁금해서 대치동 학원가에 무작정 찾아가봤습니다.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어렵지 않게, '공부 잘하는 약의 존재를 안다', '주변에 먹는 사람이 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현준/수험생 : "공부 잘 된다, 집중 잘 된다고 해서, (주변에) 2~3명 정도 먹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 "구해서 먹어볼까 하는 친구가 있어서 먹지 말라고 말렸던 기억이 있어요."]

최근 5년간 ADHD 치료제 처방 통계를 보면요.

전체 163만 건 중 10대가 53%로 가장 많이 처방을 받았고, 10대 미만이 23.9%, 20대가 14.8% 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주로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유행 중인 약이군요.

그런데 ADHD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라면, 복용에 제한이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ADHD 치료제는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성분이 들어간, 엄연한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마약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약을 구매할 수 있고요.

치료가 아닌 목적으로 복용할 경우에 두통이나 불안감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고 심각할 경우 환각이나 망상, 공격성 등의 부작용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이 기자 말대로라면, 처방 절차가 까다로울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많은 학생들이 ADHD 치료제를 공부 목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일부 병원에서 이 ADHD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도 대치동 학원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 '성지'로 꼽히는 강남의 한 병원에 가봤는데요.

어렵지 않게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취재진 : "제가 늦게 수능을 준비하다 보니까, 공부 잘하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나 해서 왔는데요."]

[OO의원 의사/음성변조 : "집중이 잘 안 돼요? 그 나이에 수능보는데…. 여섯 알씩 드릴테니까요. 30mg 먹다가 효과 별로 없는 것 같으면 40mg 먹고…"]

[앵커]

이렇게 쉽게 약을 처방해주는데,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선 대화에서 보셨듯, 취재진은 '공부 잘하는 약'을 처방받고 싶다고 말했는데, 의사는 5분 만에 ADHD 치료제를 처방해 줬습니다.

치료 목적에서 벗어난 처방이기 때문에 명백한 오남용 사례고요.

제재 대상입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이 병원에서 지난 한해 동안만 ADHD 치료제 78만 정이 처방됐다고 합니다.

[앵커]

한 병원에서 처방된 게 78만 정이면 엄청난 양인데요.

[기자]

네, 하루 평균 2천 정 꼴로 처방을 한 겁니다.

결국 지난 7월, 식약처 경고를 받았지만, 말 그대로 경고에 그치다보니 지금도 오남용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병원 외에도 최근 두달 새 ADHD 치료제 처방 남용으로 식약처 경고를 받은 의사는 전국 6천 2백 명으로 집계됐는데, 주로 학구열이 높은 강남 3구,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앵커]

경고보다도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건 아닐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식약처는 일단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경고를 받고도 오남용 처방을 계속하는 경우엔 수사 의뢰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수사 의뢰를 한다 해도 전문영역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롭기 때문에 절반 가까이가 무혐의 처분되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사후 조치보다는 처방 단계에서부터 오남용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유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 송혜성/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채상우 박미주/자료: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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