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콜센터에 막말’…보호법 5년에 얼마나 나아졌을까

입력 2023.10.19 (12:41) 수정 2023.10.19 (12: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콜센터 직원 등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고객의 폭언과 폭행, 과연 달라졌을까요?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누군지도 모른다'며 이 직원들에게 험한 말 늘어 놓는 사람, 많습니다.

콜센터를 비롯해 감정노동자에게 고통 주지 말자고 법 만들어 시행한 지 딱 5년 지났습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직원이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같은 괴롭힘으로 인해 얻게 될 문제에, 사업주가 어떤 조치를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고객에게 미리 폭언 말아 달라는 문구나 음성이 나오도록 해주거나, 실제 고객의 괴롭힘을 당한 직원은 일을 잠시 멈추게 해주고, 치료 지원은 물론, 직원이 고소를 원할 경우 증거물 준비도 지원해주는 겁니다.

그동안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취재진이, 콜센터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아까 전에 ** 바로 전화하라고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전화하라 그래. 지금 바로 당장. 소송 걸 거니까.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제가...) 아 입 닥쳐 ** 진짜!"]

폭언은 여전한 일상,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을 당하는 것도 부지기숩니다.

[민간 콜센터 노동자/익명 : "너 어디서 일하는지 안다. 너 콜센터, 망치 들고 쫓아가서 너 머리 깰 거다..."]

[김현주/민간 콜센터 노동자 : "(전화상으로 저렇게 욕을 할 때) 그 사람과 저만 있는 공간에서 한없이 저희는 약자이고, 그리고 어떤 말도 들어내야 하는 상담사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전화를 마음대로 끊지도 못합니다.

[민간 콜센터 노동자/익명 : "'고객님 계속 성희롱 하셔서 상담은 불가하여 정말 끊겠습니다'를, 세 번을 들어야지만, 욕설도 마찬가지고 (세 번) 들어야지만 끊을 수 있어요."]

듣기만 해도, 끔찍한데요.

'망치 들고 쫓아간다'는 말을 들은 직원은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한 겁니다.

이런 욕설, 협박. 다른 직원들도 흔하게 겪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감정노동자들의 현실, 전화 통화에서만이 아닙니다.

21년 차 검침원 이기복 씨는 문을 두드릴 때마다 두렵습니다.

[이기복/과장/전기 검침원 : "(연체되신 분은) 그 상황이 너무 기분이 안 좋으니까 계량기를 부숴 버리는…."]

["이 개**야 왜 만 사천 팔백팔십 원이 나왔는지. 갖고 오라고. 내가 가지러 갈까?"]

[조한남/지점장/녹취 당사자 : "(민원 전화 중) 술 마셨을 때가 거의 한 반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전화 받기) 망설여지기도 하고, 언제 올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있었고."]

고객의 막말이 계속 귀에 들어와도.

["할아버지도 잘 찾아왔는데 니가 왜 못 찾아와! 자꾸 잘한 거지 잘한거냐고, **? 잘한거냐고?"]

할 수 있는 건 마땅치 않습니다.

[배달 노동자/녹취 당사자 : "고객센터 답변은 그냥 고객한테 원칙을 고수해라. 당신 할 일은 음식 갖다 주면 되는 거다. 그거 외에 더 해줄 말이 없다."]

법 만들어진 게 무색할 정도로, 나아진 게 전혀 없는 것 같죠?

직장인 10명 가운데 6명은 '회사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10명 가운데 3명은 '아예 보호법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법에 과태료나 벌칙 조항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후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주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노동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또 앞서 한 콜센터 직원이 말한 것처럼, '욕설, 성희롱, 세 번을 들어야 끊을 수 있다'는 지침도 문제인데요.

한 번만 들어도 끊을 수 있어야 할 텐데, 대개 사업장 메뉴얼에는 반복이 돼야 응대를 멈출 수 있게 합니다.

그것도 관리자의 판단을 필요로 해, 배달 노동자 같은 현장직은 아예 무방비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때문에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친절한 뉴스K] ‘콜센터에 막말’…보호법 5년에 얼마나 나아졌을까
    • 입력 2023-10-19 12:41:55
    • 수정2023-10-19 12:50:36
    뉴스 12
[앵커]

콜센터 직원 등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고객의 폭언과 폭행, 과연 달라졌을까요?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누군지도 모른다'며 이 직원들에게 험한 말 늘어 놓는 사람, 많습니다.

콜센터를 비롯해 감정노동자에게 고통 주지 말자고 법 만들어 시행한 지 딱 5년 지났습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직원이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같은 괴롭힘으로 인해 얻게 될 문제에, 사업주가 어떤 조치를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고객에게 미리 폭언 말아 달라는 문구나 음성이 나오도록 해주거나, 실제 고객의 괴롭힘을 당한 직원은 일을 잠시 멈추게 해주고, 치료 지원은 물론, 직원이 고소를 원할 경우 증거물 준비도 지원해주는 겁니다.

그동안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취재진이, 콜센터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아까 전에 ** 바로 전화하라고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전화하라 그래. 지금 바로 당장. 소송 걸 거니까.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제가...) 아 입 닥쳐 ** 진짜!"]

폭언은 여전한 일상,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을 당하는 것도 부지기숩니다.

[민간 콜센터 노동자/익명 : "너 어디서 일하는지 안다. 너 콜센터, 망치 들고 쫓아가서 너 머리 깰 거다..."]

[김현주/민간 콜센터 노동자 : "(전화상으로 저렇게 욕을 할 때) 그 사람과 저만 있는 공간에서 한없이 저희는 약자이고, 그리고 어떤 말도 들어내야 하는 상담사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전화를 마음대로 끊지도 못합니다.

[민간 콜센터 노동자/익명 : "'고객님 계속 성희롱 하셔서 상담은 불가하여 정말 끊겠습니다'를, 세 번을 들어야지만, 욕설도 마찬가지고 (세 번) 들어야지만 끊을 수 있어요."]

듣기만 해도, 끔찍한데요.

'망치 들고 쫓아간다'는 말을 들은 직원은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한 겁니다.

이런 욕설, 협박. 다른 직원들도 흔하게 겪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감정노동자들의 현실, 전화 통화에서만이 아닙니다.

21년 차 검침원 이기복 씨는 문을 두드릴 때마다 두렵습니다.

[이기복/과장/전기 검침원 : "(연체되신 분은) 그 상황이 너무 기분이 안 좋으니까 계량기를 부숴 버리는…."]

["이 개**야 왜 만 사천 팔백팔십 원이 나왔는지. 갖고 오라고. 내가 가지러 갈까?"]

[조한남/지점장/녹취 당사자 : "(민원 전화 중) 술 마셨을 때가 거의 한 반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전화 받기) 망설여지기도 하고, 언제 올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있었고."]

고객의 막말이 계속 귀에 들어와도.

["할아버지도 잘 찾아왔는데 니가 왜 못 찾아와! 자꾸 잘한 거지 잘한거냐고, **? 잘한거냐고?"]

할 수 있는 건 마땅치 않습니다.

[배달 노동자/녹취 당사자 : "고객센터 답변은 그냥 고객한테 원칙을 고수해라. 당신 할 일은 음식 갖다 주면 되는 거다. 그거 외에 더 해줄 말이 없다."]

법 만들어진 게 무색할 정도로, 나아진 게 전혀 없는 것 같죠?

직장인 10명 가운데 6명은 '회사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10명 가운데 3명은 '아예 보호법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법에 과태료나 벌칙 조항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후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주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노동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또 앞서 한 콜센터 직원이 말한 것처럼, '욕설, 성희롱, 세 번을 들어야 끊을 수 있다'는 지침도 문제인데요.

한 번만 들어도 끊을 수 있어야 할 텐데, 대개 사업장 메뉴얼에는 반복이 돼야 응대를 멈출 수 있게 합니다.

그것도 관리자의 판단을 필요로 해, 배달 노동자 같은 현장직은 아예 무방비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때문에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