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고장인데…오인 신고에 ‘가짜 테러’ 신고 몸살

입력 2023.10.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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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습격에 화들짝 놀랐던 프랑스 사회가 이번엔 테러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13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 사건. 대형 화물 트럭이 군중을 향해 돌진해 80여 명이 숨진 2016년 7월 니스 테러. 그리고 3년 전 역사 교사 참수 사건과 최근 또다시 발생한 교사 피살 사건. 모두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저지른 테러 사건입니다.

과거 여러 차례 대형 테러 사건을 겪었던 프랑스 사회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여파로 확산하는 테러 위협에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 허위 신고 대부분 미성년자… "장난 아닌 심리적 폭력"

최근 일주일 사이 실제 테러 신고는 급증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최근 일주일 사이 모두 5차례에 걸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문을 닫았다가 오인 신고로 확인돼 재개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곳은 학교와 기차역, 공항, 박물관, 심지어 원자력발전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 유명 관광지 베르사유 궁전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궁전이 폐쇄됐다.프랑스 유명 관광지 베르사유 궁전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궁전이 폐쇄됐다.

테러 위협 신고로 공항이 폐쇄되는 소동도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했습니다. 현지시각 19일에는 파리의 두 공항(샤를드골, 오를리)을 제외한 프랑스 주요 14개 공항에 대피령이 내려지고, 130편 넘는 항공편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신고, 모두 오인 신고거나 '가짜 테러' 신고였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허위 폭탄 신고 22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고, 이틀간 1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릭 뒤퐁 모레티 법무부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런 허위 신고 때문에 "국가가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런 가짜 테러 신고자는 대부분 미성년자로 확인됐고, 일부는 허위 신고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모레티 장관은 "거짓 폭탄 위협의 배후에 있는 사람들은 책임감이 없는 어린아이들, 장난꾸러기들"이라며, "매우 중대한 재정적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부모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철부지 아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허위 신고로 발생하는 금전적 책임을 그 부모에게 부담시키겠다는 취지입니다.

프랑스 형법은 성인이 거짓 폭탄 테러 위협을 전달하거나 말할 경우 2년의 징역형과 최대 3만 유로, 우리 돈 4,3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 검찰 인사는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장난 신고는 형법상 '허위 정보 유포'로 분류되지만, 이제는 '개인에 대한 계획적인 심리적 폭력'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대 범죄자는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했습니다.

■ 간판 불 안 들어왔을 뿐인데...경찰 출동


하마스 관련 식당으로 의심 신고가 접수된 프랑스 남서부의 프랜차이즈 식당. 사진 출처: X하마스 관련 식당으로 의심 신고가 접수된 프랑스 남서부의 프랜차이즈 식당. 사진 출처: X

황당한 오인 신고 소동도 있었습니다.

현지시각 18일 밤, 프랑스 남서부 발랑스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하마스 타코'라는 식당이 수상하다는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는 이유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 가게 이름은 원래 '샤마스 타코(CHAMAS TACOS)'인데 간판 조명이 고장 나, 맨 앞글자 'C'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C' 다음 글자부터 불이 들어와 '하마스 타코(HAMAS TACOS)'로 읽혔고, 하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와 같아지며, 의심을 산 겁니다.

옛 트위터 'X'에 올라온,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식당 측에 "오늘 밤 ('C'자의 불이 꺼진 HAMAS 간판 전등을 끄지 않고) 그대로 두면 행정 폐쇄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전쟁 상황으로 인해 민감한 부분이라 그렇다고 설명합니다.

이 식당의 간판 조명은 몇 달 동안 고장 나 있던 상태였습니다. 식당 측은 "누가 경찰에 신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마스와의) 상관 관계를 전혀 생각도 못 했다"며 억울해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경찰은 식당 간판 조명이 꺼질 때까지 한 시간 동안 머물며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황당하고 웃긴 소동으로 끝났지만, 현재 프랑스 사회가 테러와 관련해 얼마나 예민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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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판 고장인데…오인 신고에 ‘가짜 테러’ 신고 몸살
    • 입력 2023-10-21 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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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습격에 화들짝 놀랐던 프랑스 사회가 이번엔 테러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13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 사건. 대형 화물 트럭이 군중을 향해 돌진해 80여 명이 숨진 2016년 7월 니스 테러. 그리고 3년 전 역사 교사 참수 사건과 최근 또다시 발생한 교사 피살 사건. 모두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저지른 테러 사건입니다.

과거 여러 차례 대형 테러 사건을 겪었던 프랑스 사회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여파로 확산하는 테러 위협에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 허위 신고 대부분 미성년자… "장난 아닌 심리적 폭력"

최근 일주일 사이 실제 테러 신고는 급증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최근 일주일 사이 모두 5차례에 걸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문을 닫았다가 오인 신고로 확인돼 재개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곳은 학교와 기차역, 공항, 박물관, 심지어 원자력발전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 유명 관광지 베르사유 궁전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궁전이 폐쇄됐다.
테러 위협 신고로 공항이 폐쇄되는 소동도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했습니다. 현지시각 19일에는 파리의 두 공항(샤를드골, 오를리)을 제외한 프랑스 주요 14개 공항에 대피령이 내려지고, 130편 넘는 항공편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신고, 모두 오인 신고거나 '가짜 테러' 신고였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허위 폭탄 신고 22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고, 이틀간 1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릭 뒤퐁 모레티 법무부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런 허위 신고 때문에 "국가가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런 가짜 테러 신고자는 대부분 미성년자로 확인됐고, 일부는 허위 신고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모레티 장관은 "거짓 폭탄 위협의 배후에 있는 사람들은 책임감이 없는 어린아이들, 장난꾸러기들"이라며, "매우 중대한 재정적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부모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철부지 아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허위 신고로 발생하는 금전적 책임을 그 부모에게 부담시키겠다는 취지입니다.

프랑스 형법은 성인이 거짓 폭탄 테러 위협을 전달하거나 말할 경우 2년의 징역형과 최대 3만 유로, 우리 돈 4,3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 검찰 인사는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장난 신고는 형법상 '허위 정보 유포'로 분류되지만, 이제는 '개인에 대한 계획적인 심리적 폭력'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대 범죄자는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했습니다.

■ 간판 불 안 들어왔을 뿐인데...경찰 출동


하마스 관련 식당으로 의심 신고가 접수된 프랑스 남서부의 프랜차이즈 식당. 사진 출처: X
황당한 오인 신고 소동도 있었습니다.

현지시각 18일 밤, 프랑스 남서부 발랑스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하마스 타코'라는 식당이 수상하다는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는 이유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 가게 이름은 원래 '샤마스 타코(CHAMAS TACOS)'인데 간판 조명이 고장 나, 맨 앞글자 'C'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C' 다음 글자부터 불이 들어와 '하마스 타코(HAMAS TACOS)'로 읽혔고, 하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와 같아지며, 의심을 산 겁니다.

옛 트위터 'X'에 올라온,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식당 측에 "오늘 밤 ('C'자의 불이 꺼진 HAMAS 간판 전등을 끄지 않고) 그대로 두면 행정 폐쇄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전쟁 상황으로 인해 민감한 부분이라 그렇다고 설명합니다.

이 식당의 간판 조명은 몇 달 동안 고장 나 있던 상태였습니다. 식당 측은 "누가 경찰에 신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마스와의) 상관 관계를 전혀 생각도 못 했다"며 억울해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경찰은 식당 간판 조명이 꺼질 때까지 한 시간 동안 머물며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황당하고 웃긴 소동으로 끝났지만, 현재 프랑스 사회가 테러와 관련해 얼마나 예민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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