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6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소년들' 주연 배우 설경구는 작품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방 작은 마을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 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을 재수사하는 형사를 그렸다. 영화에서는 '우리슈퍼'로 나오지만,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설경구는 세 소년이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아채고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뚝심 있는 수사반장 황준철을 연기했다. 부실·조작 수사로 글조차 쓸 줄 모르는 소년들을 감옥에 보낸 경찰대 출신 엘리트 최우성(유준상 분)과 대립 구도를 이룬다.
설경구는 "내 딴에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이 이야기를 진짜로 알고 있던 게 아니더라"고 회상했다.
"'소년들'을 소개할 때 '많이 알려진'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하지만 다 흘러가고 묻히고 지나간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 사회의 모순과 그로 인한 아픔은 덮어지지 않았나…사건의 이름만 안다고 해서 그 실체까지 다 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전주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뒤 이런 생각이 더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고 했다.
시사회에는 나라슈퍼 사건으로 누명을 쓴 실제 피해자와 증언을 통해 이들이 누명을 벗는 데 일조한 사건의 진범 A씨 등이 함께했다. 낙동강 살인사건, 이춘재 8차 살인사건 등에서 범인으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도 영화를 관람했다.
설경구는 한자리에 모인 이들을 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초월한 분들 같았다"며 씁쓸해했다.
"낙동강 사건 피해자분이 '애가 돌 때 수감됐는데 나와 보니 스물 네살이 돼 있더라'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할 수 없어요. 근데 정작 그분들은 말할 때마다 웃으시더라고요. 또 다른 공통점은 다들 약자들이라는 거예요. 무언가에 저항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 착하기까지 하세요."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처럼 영화에서도 소년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결국 누명을 벗는 모습을 보여준다.
설경구는 "공권력에 의해 뒤죽박죽이 된 사건을 유족과 누명 피해자들 같은 힘없는 소시민들이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했다.
"이 친구들은 덜 배우고 덜 가졌어요. 가족들마저 이들을 보호할 능력이 없어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대로 묻혔을지 몰랐던 사건입니다. 생각보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큰 용기도 필요하고요."
그는 '소년들'이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설경구는 정 감독이 "그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소년들'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정 감독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공공의 적'(2002), '공공의 적 2'(2005),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에 출연한 이후 일부러 경찰 역할은 피해 왔다고 한다. "어떤 경찰을 연기하더라도 강철중 같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그는 "감독님이 보여주는 진정성과 뚝심에 끌려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였다"면서 "워낙 활발하게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분 아니냐"고 말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촬영에 돌입해 여러 난관을 넘은 끝에 3년 만인 다음 달 1일 개봉하게 됐다. 그러나 올해 나온 한국 영화 가운데 단 5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을 만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미디 영화로 흥행 영화가 편중된 점도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소년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설경구는 "운 좋게 한국 영화 르네상스였다는 2000년대에 배우 생활을 했다"면서 "영화가 다 잘 돼서가 아니라, 다양한 작품이 많이 나와 행복한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소년들'이 잘되면 한국 영화가 살 것 같아요. '아, 이런 것도 되는구나' 하는 거지요. 피 터지고 뼈가 부러지고 코미디가 아니어도 흥행할 수 있다는 걸요. 단순히 영화를 보는 동안만 즐거우면 된다는 요즘의 문화가 아쉽기도 해요. 우리 영화는 많은 이야기가 입에 오르내리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6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소년들' 주연 배우 설경구는 작품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방 작은 마을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 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을 재수사하는 형사를 그렸다. 영화에서는 '우리슈퍼'로 나오지만,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설경구는 세 소년이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아채고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뚝심 있는 수사반장 황준철을 연기했다. 부실·조작 수사로 글조차 쓸 줄 모르는 소년들을 감옥에 보낸 경찰대 출신 엘리트 최우성(유준상 분)과 대립 구도를 이룬다.
설경구는 "내 딴에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이 이야기를 진짜로 알고 있던 게 아니더라"고 회상했다.
"'소년들'을 소개할 때 '많이 알려진'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하지만 다 흘러가고 묻히고 지나간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 사회의 모순과 그로 인한 아픔은 덮어지지 않았나…사건의 이름만 안다고 해서 그 실체까지 다 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전주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뒤 이런 생각이 더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고 했다.
시사회에는 나라슈퍼 사건으로 누명을 쓴 실제 피해자와 증언을 통해 이들이 누명을 벗는 데 일조한 사건의 진범 A씨 등이 함께했다. 낙동강 살인사건, 이춘재 8차 살인사건 등에서 범인으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도 영화를 관람했다.
설경구는 한자리에 모인 이들을 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초월한 분들 같았다"며 씁쓸해했다.
"낙동강 사건 피해자분이 '애가 돌 때 수감됐는데 나와 보니 스물 네살이 돼 있더라'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할 수 없어요. 근데 정작 그분들은 말할 때마다 웃으시더라고요. 또 다른 공통점은 다들 약자들이라는 거예요. 무언가에 저항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 착하기까지 하세요."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처럼 영화에서도 소년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결국 누명을 벗는 모습을 보여준다.
설경구는 "공권력에 의해 뒤죽박죽이 된 사건을 유족과 누명 피해자들 같은 힘없는 소시민들이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했다.
"이 친구들은 덜 배우고 덜 가졌어요. 가족들마저 이들을 보호할 능력이 없어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대로 묻혔을지 몰랐던 사건입니다. 생각보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큰 용기도 필요하고요."
그는 '소년들'이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설경구는 정 감독이 "그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소년들'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정 감독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공공의 적'(2002), '공공의 적 2'(2005),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에 출연한 이후 일부러 경찰 역할은 피해 왔다고 한다. "어떤 경찰을 연기하더라도 강철중 같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그는 "감독님이 보여주는 진정성과 뚝심에 끌려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였다"면서 "워낙 활발하게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분 아니냐"고 말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촬영에 돌입해 여러 난관을 넘은 끝에 3년 만인 다음 달 1일 개봉하게 됐다. 그러나 올해 나온 한국 영화 가운데 단 5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을 만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미디 영화로 흥행 영화가 편중된 점도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소년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설경구는 "운 좋게 한국 영화 르네상스였다는 2000년대에 배우 생활을 했다"면서 "영화가 다 잘 돼서가 아니라, 다양한 작품이 많이 나와 행복한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소년들'이 잘되면 한국 영화가 살 것 같아요. '아, 이런 것도 되는구나' 하는 거지요. 피 터지고 뼈가 부러지고 코미디가 아니어도 흥행할 수 있다는 걸요. 단순히 영화를 보는 동안만 즐거우면 된다는 요즘의 문화가 아쉽기도 해요. 우리 영화는 많은 이야기가 입에 오르내리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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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들’ 설경구 “약자 대하는 태도 이야기…사회 거울 되길”
-
- 입력 2023-10-26 16:23:14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6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소년들' 주연 배우 설경구는 작품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방 작은 마을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 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을 재수사하는 형사를 그렸다. 영화에서는 '우리슈퍼'로 나오지만,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설경구는 세 소년이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아채고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뚝심 있는 수사반장 황준철을 연기했다. 부실·조작 수사로 글조차 쓸 줄 모르는 소년들을 감옥에 보낸 경찰대 출신 엘리트 최우성(유준상 분)과 대립 구도를 이룬다.
설경구는 "내 딴에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이 이야기를 진짜로 알고 있던 게 아니더라"고 회상했다.
"'소년들'을 소개할 때 '많이 알려진'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하지만 다 흘러가고 묻히고 지나간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 사회의 모순과 그로 인한 아픔은 덮어지지 않았나…사건의 이름만 안다고 해서 그 실체까지 다 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전주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뒤 이런 생각이 더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고 했다.
시사회에는 나라슈퍼 사건으로 누명을 쓴 실제 피해자와 증언을 통해 이들이 누명을 벗는 데 일조한 사건의 진범 A씨 등이 함께했다. 낙동강 살인사건, 이춘재 8차 살인사건 등에서 범인으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도 영화를 관람했다.
설경구는 한자리에 모인 이들을 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초월한 분들 같았다"며 씁쓸해했다.
"낙동강 사건 피해자분이 '애가 돌 때 수감됐는데 나와 보니 스물 네살이 돼 있더라'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할 수 없어요. 근데 정작 그분들은 말할 때마다 웃으시더라고요. 또 다른 공통점은 다들 약자들이라는 거예요. 무언가에 저항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 착하기까지 하세요."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처럼 영화에서도 소년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결국 누명을 벗는 모습을 보여준다.
설경구는 "공권력에 의해 뒤죽박죽이 된 사건을 유족과 누명 피해자들 같은 힘없는 소시민들이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했다.
"이 친구들은 덜 배우고 덜 가졌어요. 가족들마저 이들을 보호할 능력이 없어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대로 묻혔을지 몰랐던 사건입니다. 생각보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큰 용기도 필요하고요."
그는 '소년들'이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설경구는 정 감독이 "그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소년들'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정 감독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공공의 적'(2002), '공공의 적 2'(2005),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에 출연한 이후 일부러 경찰 역할은 피해 왔다고 한다. "어떤 경찰을 연기하더라도 강철중 같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그는 "감독님이 보여주는 진정성과 뚝심에 끌려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였다"면서 "워낙 활발하게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분 아니냐"고 말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촬영에 돌입해 여러 난관을 넘은 끝에 3년 만인 다음 달 1일 개봉하게 됐다. 그러나 올해 나온 한국 영화 가운데 단 5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을 만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미디 영화로 흥행 영화가 편중된 점도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소년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설경구는 "운 좋게 한국 영화 르네상스였다는 2000년대에 배우 생활을 했다"면서 "영화가 다 잘 돼서가 아니라, 다양한 작품이 많이 나와 행복한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소년들'이 잘되면 한국 영화가 살 것 같아요. '아, 이런 것도 되는구나' 하는 거지요. 피 터지고 뼈가 부러지고 코미디가 아니어도 흥행할 수 있다는 걸요. 단순히 영화를 보는 동안만 즐거우면 된다는 요즘의 문화가 아쉽기도 해요. 우리 영화는 많은 이야기가 입에 오르내리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6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소년들' 주연 배우 설경구는 작품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방 작은 마을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 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을 재수사하는 형사를 그렸다. 영화에서는 '우리슈퍼'로 나오지만,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설경구는 세 소년이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아채고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뚝심 있는 수사반장 황준철을 연기했다. 부실·조작 수사로 글조차 쓸 줄 모르는 소년들을 감옥에 보낸 경찰대 출신 엘리트 최우성(유준상 분)과 대립 구도를 이룬다.
설경구는 "내 딴에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이 이야기를 진짜로 알고 있던 게 아니더라"고 회상했다.
"'소년들'을 소개할 때 '많이 알려진'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하지만 다 흘러가고 묻히고 지나간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 사회의 모순과 그로 인한 아픔은 덮어지지 않았나…사건의 이름만 안다고 해서 그 실체까지 다 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전주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뒤 이런 생각이 더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고 했다.
시사회에는 나라슈퍼 사건으로 누명을 쓴 실제 피해자와 증언을 통해 이들이 누명을 벗는 데 일조한 사건의 진범 A씨 등이 함께했다. 낙동강 살인사건, 이춘재 8차 살인사건 등에서 범인으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도 영화를 관람했다.
설경구는 한자리에 모인 이들을 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초월한 분들 같았다"며 씁쓸해했다.
"낙동강 사건 피해자분이 '애가 돌 때 수감됐는데 나와 보니 스물 네살이 돼 있더라'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할 수 없어요. 근데 정작 그분들은 말할 때마다 웃으시더라고요. 또 다른 공통점은 다들 약자들이라는 거예요. 무언가에 저항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 착하기까지 하세요."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처럼 영화에서도 소년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결국 누명을 벗는 모습을 보여준다.
설경구는 "공권력에 의해 뒤죽박죽이 된 사건을 유족과 누명 피해자들 같은 힘없는 소시민들이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했다.
"이 친구들은 덜 배우고 덜 가졌어요. 가족들마저 이들을 보호할 능력이 없어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대로 묻혔을지 몰랐던 사건입니다. 생각보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큰 용기도 필요하고요."
그는 '소년들'이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설경구는 정 감독이 "그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소년들'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정 감독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공공의 적'(2002), '공공의 적 2'(2005),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에 출연한 이후 일부러 경찰 역할은 피해 왔다고 한다. "어떤 경찰을 연기하더라도 강철중 같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그는 "감독님이 보여주는 진정성과 뚝심에 끌려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였다"면서 "워낙 활발하게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분 아니냐"고 말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촬영에 돌입해 여러 난관을 넘은 끝에 3년 만인 다음 달 1일 개봉하게 됐다. 그러나 올해 나온 한국 영화 가운데 단 5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을 만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미디 영화로 흥행 영화가 편중된 점도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소년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설경구는 "운 좋게 한국 영화 르네상스였다는 2000년대에 배우 생활을 했다"면서 "영화가 다 잘 돼서가 아니라, 다양한 작품이 많이 나와 행복한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소년들'이 잘되면 한국 영화가 살 것 같아요. '아, 이런 것도 되는구나' 하는 거지요. 피 터지고 뼈가 부러지고 코미디가 아니어도 흥행할 수 있다는 걸요. 단순히 영화를 보는 동안만 즐거우면 된다는 요즘의 문화가 아쉽기도 해요. 우리 영화는 많은 이야기가 입에 오르내리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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