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정보원, ‘마약사범 조작’ 혐의로 기소…‘조작 피해자’는 재판 중

입력 2023.10.30 (21:10) 수정 2023.10.30 (23: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허위 제보로 무고한 사람을 마약 밀매 사범으로 둔갑시킨 혐의 등으로 '국정원 정보원'이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8월 사기·특가법상 무고 및 향정 등의 혐의로 50대 남성 손 모 씨를 구속 기소 했습니다.

■ 한 국정원 정보원의 '통 큰' 조작 시도…발단은 "실적이 될 정보 달라"

손 씨는 지난 3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실적이 될 정보를 달라'는 요청을 받고, A 씨 등 여러 인물을 '마약 밀매 범죄자'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손 씨는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로, 국정원의 '마약 정보원'으로 수년 간 활동해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손 씨는 또다른 정보원을 통해 텔레그램으로 마약 사범들의 근황이 기재된 '파일'을 건네받은 뒤, 이 파일에 있던 과거 마약 사범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파일에는 마약 전과자들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손 씨를 이를 통해 파악한 특정 인물들의 정보를 필리핀 마약상에게 보내면서 "이 주소로 필로폰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해당 인물에게 보내, 마약 사건의 입증 자료처럼 사용될 수 있도록 조작하기도 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 주문하지 않은 '국제우편' 받은 뒤 체포…필로폰 밀매 혐의로 기소까지

KBS 취재 결과, 실제로 이런 식으로 지난 5월 50대 A 씨가 영문을 모른 채 우편물을 받았다가 인천공항본부 세관 특별사법경찰에 의해 구속 송치됐습니다. 이어 인천지검은 A 씨를 필로폰 밀매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이후 손 씨가 '꾸며낸 일'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검찰은 A 씨를 석방하도록 지휘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공소를 취소하지 않아, A 씨가 '무고 피해자'인데도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대검찰청은 공소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인천지검 수사팀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고 피해자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지 않는 건 인권 침해가 아니냐'는 KBS의 질의에 인천지검은 "(무고 가해자인) 손 씨의 재판 상황을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KBS 취재진과 만나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갑자기 구속되면서 100일 가까이 가게 문을 닫아 생계에도 타격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 검찰 "A 씨 혐의에 대해 공소 취소 여부 결정할 것"

KBS 취재 이후 대검찰청은 A 씨의 필로폰 밀매 혐의에 대해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소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국정원은 KBS 보도 이후 입장문을 내고 "국정원 직원은 '단기 실적'이 될 수 있는 마약 밀반입 정보를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해당 정보원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국정원 정보원, ‘마약사범 조작’ 혐의로 기소…‘조작 피해자’는 재판 중
    • 입력 2023-10-30 21:10:37
    • 수정2023-10-30 23:57:01
    단독
허위 제보로 무고한 사람을 마약 밀매 사범으로 둔갑시킨 혐의 등으로 '국정원 정보원'이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8월 사기·특가법상 무고 및 향정 등의 혐의로 50대 남성 손 모 씨를 구속 기소 했습니다.

■ 한 국정원 정보원의 '통 큰' 조작 시도…발단은 "실적이 될 정보 달라"

손 씨는 지난 3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실적이 될 정보를 달라'는 요청을 받고, A 씨 등 여러 인물을 '마약 밀매 범죄자'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손 씨는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로, 국정원의 '마약 정보원'으로 수년 간 활동해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손 씨는 또다른 정보원을 통해 텔레그램으로 마약 사범들의 근황이 기재된 '파일'을 건네받은 뒤, 이 파일에 있던 과거 마약 사범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파일에는 마약 전과자들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손 씨를 이를 통해 파악한 특정 인물들의 정보를 필리핀 마약상에게 보내면서 "이 주소로 필로폰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해당 인물에게 보내, 마약 사건의 입증 자료처럼 사용될 수 있도록 조작하기도 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 주문하지 않은 '국제우편' 받은 뒤 체포…필로폰 밀매 혐의로 기소까지

KBS 취재 결과, 실제로 이런 식으로 지난 5월 50대 A 씨가 영문을 모른 채 우편물을 받았다가 인천공항본부 세관 특별사법경찰에 의해 구속 송치됐습니다. 이어 인천지검은 A 씨를 필로폰 밀매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이후 손 씨가 '꾸며낸 일'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검찰은 A 씨를 석방하도록 지휘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공소를 취소하지 않아, A 씨가 '무고 피해자'인데도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대검찰청은 공소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인천지검 수사팀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고 피해자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지 않는 건 인권 침해가 아니냐'는 KBS의 질의에 인천지검은 "(무고 가해자인) 손 씨의 재판 상황을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KBS 취재진과 만나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갑자기 구속되면서 100일 가까이 가게 문을 닫아 생계에도 타격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 검찰 "A 씨 혐의에 대해 공소 취소 여부 결정할 것"

KBS 취재 이후 대검찰청은 A 씨의 필로폰 밀매 혐의에 대해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소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국정원은 KBS 보도 이후 입장문을 내고 "국정원 직원은 '단기 실적'이 될 수 있는 마약 밀반입 정보를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해당 정보원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