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와인 강국…보르도 포도밭이 사라진다

입력 2023.11.04 (22:23) 수정 2023.11.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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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와인을 떼놓고 프랑스를 얘기할 수 없죠.

특히 보르도 와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손꼽히는데요.

그런데 보르도 와인 산지에서 더는 와인을 생산하지 않겠다며 포도밭을 갈아엎기로 한 농가가 늘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파리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보르도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

어딜 가나 드넓은 포도밭이 펼쳐집니다.

이 포도 농가는 8대째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를 이어갈수록 수익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비에 뤼모/포도 재배 농가 8대 : "가장 큰 어려움은 물론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죠."]

[클로드 뤼모/포도 재배 농가 7대 : "과거에도 유사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처럼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아예 포도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습니다.

이 농가는 경작 중인 포도밭 37만㎡의 절반 정도를 갈아엎기로 했습니다.

[르노 장/포도 재배 농가 : "(와인 한 병을) 1유로에 팔고 있는데 끝없는 경쟁에 놓여있고, 가격은 못 올리고, 생산하는 데 돈은 많이 드니 밭 면적을 줄여 비용을 줄이려는 겁니다."]

포도 재배를 포기한 땅은 다른 용도로 변경할 계획입니다.

[르노 장/포도 재배 농가 : "일정 부분은 숲으로 가꾸려고 합니다. 생계 유지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되겠지만요. 나머지는 말 먹이가 될 건초를 키워볼까 생각 중입니다."]

높은 명성을 자랑하던 보르도 와인 농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와인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디디에 쿠지네/지롱드 포도재배자협회 대변인 : "중국이라는 대규모 수입처가 있었지만 코로나 19 발생 이후 (중국에 팔았어야 할) 대량의 보르도 와인은 결국 창고에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와인 소비 감소도 요인 중 하나입니다.

[술집 손님 : "낮에 힘들게 일하고 나서 (맥주를 마시면) 갈증을 해소해주죠. 사람들이 점점 와인보다 맥주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1950~60년대 프랑스인 1명이 1년간 마신 와인 양이 130 리터, 병으로는 170병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40 리터, 병으로는 50병 정도니까 3분의 1 이하로 줄었습니다.

2021년, 그해 최고의 적포도주 상을 받은 농가입니다.

품질을 인정받았는데도, 다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남은 와인을 공업용 알코올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에릭 에티엔느/포도 재배 농가 : "와인 콩쿠르에서 금메달도 받은 좋은 와인이지만, 판매 경로가 없습니다. 구매자가 없다는 것이죠."]

또 전체 80만㎡ 포도밭 중 10만㎡를 갈아엎기로 결정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확산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릭 에티엔느/포도 재배 농가 : "병충해 입은 포도입니다. 씨가 마른 모습을 볼 수 있고요."]

기후변화는 프랑스 최대 와인 산지인 보르도 지역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이 포도밭들이 몇 년 안에 다른 작물로 대체되거나 전혀 다른 용도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올리브나 아보카도 등이 대체 작물로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당장은 쉽지 않습니다.

[디디에 쿠지네/지롱드 포도재배자 협회 대변인 : "올리브 재배만 4~5년이 걸리고 농작물 재배 이외로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데..."]

포도나무를 뽑고 정부 지원금을 받기로 신청한 농가는 천 곳 정도 됩니다.

면적으로 따지면 지롱드 전체 포도밭 1,100㎢ 중 10분의 1이 좀 안 되는 95㎢입니다.

주로 소규모 농가들입니다.

때문에 영세 농가는 도태되고, 기업형 농가만 살아남을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영세 농가 셋 중 하나꼴로 일단은 버텨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요안 소르시에/포도 재배 농가 : "제가 포도밭 갈아엎는 것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집, 시설, 포도밭 등 다 제가 투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전적으로 은행에 묶여있기 때문에..."]

집안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농가들도 포도밭을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자비에/포도 재배 농가 8대 : "조상들이 애써 가꾼 포도밭을 갈아엎는다는 건 슬픈 일이고요. 보르도 와인이 다시 부흥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는 줄고 와인은 과잉 공급되면서 비롯된 보르도발 와인농가 구조조정이, 프랑스 내 다른 유명 와인 산지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서채영/자료조사:이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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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와인 강국…보르도 포도밭이 사라진다
    • 입력 2023-11-04 22:23:34
    • 수정2023-11-06 09: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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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와인을 떼놓고 프랑스를 얘기할 수 없죠.

특히 보르도 와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손꼽히는데요.

그런데 보르도 와인 산지에서 더는 와인을 생산하지 않겠다며 포도밭을 갈아엎기로 한 농가가 늘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파리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보르도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

어딜 가나 드넓은 포도밭이 펼쳐집니다.

이 포도 농가는 8대째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를 이어갈수록 수익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비에 뤼모/포도 재배 농가 8대 : "가장 큰 어려움은 물론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죠."]

[클로드 뤼모/포도 재배 농가 7대 : "과거에도 유사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처럼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아예 포도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습니다.

이 농가는 경작 중인 포도밭 37만㎡의 절반 정도를 갈아엎기로 했습니다.

[르노 장/포도 재배 농가 : "(와인 한 병을) 1유로에 팔고 있는데 끝없는 경쟁에 놓여있고, 가격은 못 올리고, 생산하는 데 돈은 많이 드니 밭 면적을 줄여 비용을 줄이려는 겁니다."]

포도 재배를 포기한 땅은 다른 용도로 변경할 계획입니다.

[르노 장/포도 재배 농가 : "일정 부분은 숲으로 가꾸려고 합니다. 생계 유지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되겠지만요. 나머지는 말 먹이가 될 건초를 키워볼까 생각 중입니다."]

높은 명성을 자랑하던 보르도 와인 농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와인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디디에 쿠지네/지롱드 포도재배자협회 대변인 : "중국이라는 대규모 수입처가 있었지만 코로나 19 발생 이후 (중국에 팔았어야 할) 대량의 보르도 와인은 결국 창고에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와인 소비 감소도 요인 중 하나입니다.

[술집 손님 : "낮에 힘들게 일하고 나서 (맥주를 마시면) 갈증을 해소해주죠. 사람들이 점점 와인보다 맥주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1950~60년대 프랑스인 1명이 1년간 마신 와인 양이 130 리터, 병으로는 170병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40 리터, 병으로는 50병 정도니까 3분의 1 이하로 줄었습니다.

2021년, 그해 최고의 적포도주 상을 받은 농가입니다.

품질을 인정받았는데도, 다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남은 와인을 공업용 알코올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에릭 에티엔느/포도 재배 농가 : "와인 콩쿠르에서 금메달도 받은 좋은 와인이지만, 판매 경로가 없습니다. 구매자가 없다는 것이죠."]

또 전체 80만㎡ 포도밭 중 10만㎡를 갈아엎기로 결정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확산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릭 에티엔느/포도 재배 농가 : "병충해 입은 포도입니다. 씨가 마른 모습을 볼 수 있고요."]

기후변화는 프랑스 최대 와인 산지인 보르도 지역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이 포도밭들이 몇 년 안에 다른 작물로 대체되거나 전혀 다른 용도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올리브나 아보카도 등이 대체 작물로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당장은 쉽지 않습니다.

[디디에 쿠지네/지롱드 포도재배자 협회 대변인 : "올리브 재배만 4~5년이 걸리고 농작물 재배 이외로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데..."]

포도나무를 뽑고 정부 지원금을 받기로 신청한 농가는 천 곳 정도 됩니다.

면적으로 따지면 지롱드 전체 포도밭 1,100㎢ 중 10분의 1이 좀 안 되는 95㎢입니다.

주로 소규모 농가들입니다.

때문에 영세 농가는 도태되고, 기업형 농가만 살아남을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영세 농가 셋 중 하나꼴로 일단은 버텨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요안 소르시에/포도 재배 농가 : "제가 포도밭 갈아엎는 것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집, 시설, 포도밭 등 다 제가 투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전적으로 은행에 묶여있기 때문에..."]

집안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농가들도 포도밭을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자비에/포도 재배 농가 8대 : "조상들이 애써 가꾼 포도밭을 갈아엎는다는 건 슬픈 일이고요. 보르도 와인이 다시 부흥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는 줄고 와인은 과잉 공급되면서 비롯된 보르도발 와인농가 구조조정이, 프랑스 내 다른 유명 와인 산지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서채영/자료조사:이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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