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이는 맞아도 아무 말 못 했다

입력 2023.11.06 (19:31) 수정 2023.11.0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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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7살인 김 모 군. 누나와 방방 뛰며 장난칠 때 가장 행복해합니다.

핑크퐁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데, 부르지는 못합니다. 말을 떼는 게 또래에 비해 느렸던 김 군. 4년 전 어머니와 함께 간 병원에서 '무발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노력하면 언어 능력이 나아질 수 있단 말에, 어머니인 권 씨는 경기 시흥시의 한 언어 치료 센터로 아이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치료사를 잘 따르는 모습에, 믿고 맡겼습니다.

그러다 3달 전, 김 군의 치료사가 바뀌었습니다. 그때부터 수업을 마치고 온 김 군의 얼굴에서 생채기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왼쪽 뺨에 붉은 손자국...CCTV 확인해보니

처음엔 무리한 의심인가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6일, 하원한 아이 얼굴에 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CCTV를 보여달라는 박 씨 요구에 '못 보여준다', '선생님들끼리 봤더니 문제 되는 행동이 없더라', '2배속으로 보여주겠다' 등 답변으로 일관한 센터 측.

결국, 남편과 함께 센터를 찾아 CCTV를 확인했습니다.

CCTV에 녹화된 40분 내내, 아이는 겁에 질려있었고 문 쪽으로 도망가기 일쑤였습니다. 치료사의 손이 올라갈 때마다 막기 바빴습니다.

박 씨는 아동학대가 있었음을 직감했습니다. 박 씨는 해당 치료사가 다른 아이의 얼굴도 여러 차례 치고, 명치에 주먹을 갖다 대는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피해 아동 어머니 박 모 씨
"말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스트레스를 풀고 분풀이한 거잖아요. 아이가 말이라도 해줬으면 알아차렸을 수 있는데, 진작 알지 못해서 눈물만 났어요.악마의 소굴에 내 손으로 아이를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전세 사기로 감정 조절 안 돼서"?

폭행뿐만이 아닙니다. 학부모들이 확인해보니, 치료사는 수업시간 내내 휴대전화만 보고 있는 날도 많았습니다.

한 학부모는 "발달장애 아동은 계속해서 말을 걸고 살펴봐 줘야 하는데,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 자체가 고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센터 측은 이런 사람을 왜 고용했을까요.

원장은 "그런 사람인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안을 알게 된 직후 사직서를 수리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워낙 '순둥이' 이미지였고, 아이를 때렸냐는 질문에도 거짓말로 일관해 상습적으로 때렸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가해 치료사는 학부모들에 "최근에 전세 사기를 당해서 감정이 조절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피해 아동 계속 나와...아동학대 혐의 수사 중

김 군의 피해 사실이 센터 안에서 알려진 뒤, 피해 아동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CCTV를 확인했더니 거의 매 수업 얼굴을 때리는 장면 등이 확인된 겁니다.

경찰은 학부모들의 고소를 접수하고 30대 남성을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CCTV 분석을 마치는 대로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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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살 아이는 맞아도 아무 말 못 했다
    • 입력 2023-11-06 19:31:08
    • 수정2023-11-09 19: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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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7살인 김 모 군. 누나와 방방 뛰며 장난칠 때 가장 행복해합니다.

핑크퐁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데, 부르지는 못합니다. 말을 떼는 게 또래에 비해 느렸던 김 군. 4년 전 어머니와 함께 간 병원에서 '무발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노력하면 언어 능력이 나아질 수 있단 말에, 어머니인 권 씨는 경기 시흥시의 한 언어 치료 센터로 아이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치료사를 잘 따르는 모습에, 믿고 맡겼습니다.

그러다 3달 전, 김 군의 치료사가 바뀌었습니다. 그때부터 수업을 마치고 온 김 군의 얼굴에서 생채기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왼쪽 뺨에 붉은 손자국...CCTV 확인해보니

처음엔 무리한 의심인가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6일, 하원한 아이 얼굴에 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CCTV를 보여달라는 박 씨 요구에 '못 보여준다', '선생님들끼리 봤더니 문제 되는 행동이 없더라', '2배속으로 보여주겠다' 등 답변으로 일관한 센터 측.

결국, 남편과 함께 센터를 찾아 CCTV를 확인했습니다.

CCTV에 녹화된 40분 내내, 아이는 겁에 질려있었고 문 쪽으로 도망가기 일쑤였습니다. 치료사의 손이 올라갈 때마다 막기 바빴습니다.

박 씨는 아동학대가 있었음을 직감했습니다. 박 씨는 해당 치료사가 다른 아이의 얼굴도 여러 차례 치고, 명치에 주먹을 갖다 대는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피해 아동 어머니 박 모 씨
"말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스트레스를 풀고 분풀이한 거잖아요. 아이가 말이라도 해줬으면 알아차렸을 수 있는데, 진작 알지 못해서 눈물만 났어요.악마의 소굴에 내 손으로 아이를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전세 사기로 감정 조절 안 돼서"?

폭행뿐만이 아닙니다. 학부모들이 확인해보니, 치료사는 수업시간 내내 휴대전화만 보고 있는 날도 많았습니다.

한 학부모는 "발달장애 아동은 계속해서 말을 걸고 살펴봐 줘야 하는데,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 자체가 고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센터 측은 이런 사람을 왜 고용했을까요.

원장은 "그런 사람인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안을 알게 된 직후 사직서를 수리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워낙 '순둥이' 이미지였고, 아이를 때렸냐는 질문에도 거짓말로 일관해 상습적으로 때렸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가해 치료사는 학부모들에 "최근에 전세 사기를 당해서 감정이 조절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피해 아동 계속 나와...아동학대 혐의 수사 중

김 군의 피해 사실이 센터 안에서 알려진 뒤, 피해 아동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CCTV를 확인했더니 거의 매 수업 얼굴을 때리는 장면 등이 확인된 겁니다.

경찰은 학부모들의 고소를 접수하고 30대 남성을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CCTV 분석을 마치는 대로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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