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만의 귀향 ‘조선왕조실록·의궤’…원본 일반인에 상시 공개 시작

입력 2023.11.13 (07:00) 수정 2023.11.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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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오대산 사고본이 110년 만에 고향인 평창 오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 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돼 갖은 고초를 겪고 귀향하게 된 겁니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도 개관해 누구나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원본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의 귀향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11월 9일 열린 ‘평창군 보관식 재연행사’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의 귀향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11월 9일 열린 ‘평창군 보관식 재연행사’

■ 조용했던 마을에 흥겨운 대취타…110년 만에 귀향한 오대산본 조선왕조실록·의궤

인구 4만의 조용한 마을 평창군의 시내 거리에 흥겨운 국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조선시대 관복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130여 미터에 이르는 행렬을 펼치자 주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구경을 했습니다. 1606년 오대산 사고가 건립될 당시 한양에서부터 이어진 실록과 의궤의 평창 이운 행렬을 417년 만에 재연하는 행사였습니다.

오대산 사고에 보관됐던 국보 조선왕조실록과 보물 조선왕조의궤는 1913년 일제에 무단으로 반출됐습니다. 하지만 국내환수를 거쳐 이제 원래 있던 고향으로 110년 만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평창군에서는 이 경사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평창군 보관식 행사를 보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평창군 보관식 행사를 보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평창에 이렇게 귀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라는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역사적으로 많은 고초를 겪었지만 돌아온 것에 대해 감격스럽다"고 느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417년의 조선 역사를 담은 우리나라 기록유산의 정수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 제1대 왕 태조부터 제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역사서입니다. 또한, 의궤는 조선 왕실 행사의 준비와 시행, 사후 처리과정에 대한 기록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소중한 문화재인데요.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의궤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의궤

이 기록물을 보관하기 위해 조선 초기에는 춘추관과 충주, 전주, 성주 사고 4곳을 운영해왔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으로 전주사고를 제외한 모든 사고가 소실됐는데요. 이에 전쟁 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고 접근이 어려운 산 속에 사고를 추가로 설치하게 됩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산세가 다섯 개의 연꽃잎에 싸인 듯 하다는 강원도 오대산 사고입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였던 1913년 10월에서 11월 사이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전체가 동경제국 대학으로 반출됐습니다. 이후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이 발생했고, 실록 대부분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의궤는 1922년 5월 왕실도서 105종 1,205책과 함께 일본 궁내성으로 반출됐습니다.

임진왜란과 주권침탈 등 민족사의 아픔을 간직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200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환수운동을 통해 어렵사리 국내로 돌아옵니다. 2006년과 2017년에 실록이 2017년엔 의궤가 각각 환수됐는데요. 상당 수가 소실되고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75책, 의궤는 82책이 전해집니다.

■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그 의미를 꽃 피운다…환지본처의 염원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국내로 돌아왔지만, 제자리를 찾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은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머물렀기 때문인데요.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실록과 의궤가 원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환수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습니다.
2021년 지역사회와 불교계가 범도민환수위를 꾸려 문화재제자리찾기 운동을 펼치게 됩니다. 이에 힘입어 다음 해 2월 국회에서 조선왕조실록·의궤 오대산사고 이관 결의안 의결이 이뤄졌습니다.

또, 오대산사고의 수호사찰인 월정사가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기부체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이어 정부가 전시관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면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이 다시꾸려졌고, 실록과 의궤가 원래 자리인 오대산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개관, 조선왕조실록·의궤 원본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에 자리잡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에 자리잡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우여곡절 끝에 박물관에 자리한 오대산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환지본처'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습니다. 특별전시로만 잠깐씩 볼 수 있었던 실록과 의궤의 원본을 이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상설 전시로 누구나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박물관은 지금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해 온 오대산사고본 실록 75책과 의궤 82책을 포함해 관련 유물 1,207점을 보관하고 관리하며 원래 오대산 사고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현재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9책, 의궤는 26책입니다. 전체환수는 내년 하반기 수장고 리모델링 완료 후 진행될 예정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교정본, 빨간 글씨로 수정된 모습을 볼 수 있다.조선왕조실록의 교정본, 빨간 글씨로 수정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는 교정본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박물관에서 원본을 보면 빨간색으로 교정부호가 적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실록은 원고를 인쇄해 교정을 봐서 정본을 만들고 교정본은 파쇄하는게 원칙인데 임진왜란 후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교정쇄본도 버리기 아깝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록의 역사는12일 정식개관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110년 만에 고향으로”…조선왕조실록·의궤 오대산 귀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14339&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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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년 만의 귀향 ‘조선왕조실록·의궤’…원본 일반인에 상시 공개 시작
    • 입력 2023-11-13 07:00:20
    • 수정2023-11-13 1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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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과 의궤 오대산 사고본이 110년 만에 고향인 평창 오대산으로 돌아왔습니다.<br />일본 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돼 갖은 고초를 겪고 귀향하게 된 겁니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도 개관해 누구나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원본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의 귀향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11월 9일 열린 ‘평창군 보관식 재연행사’
■ 조용했던 마을에 흥겨운 대취타…110년 만에 귀향한 오대산본 조선왕조실록·의궤

인구 4만의 조용한 마을 평창군의 시내 거리에 흥겨운 국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조선시대 관복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130여 미터에 이르는 행렬을 펼치자 주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구경을 했습니다. 1606년 오대산 사고가 건립될 당시 한양에서부터 이어진 실록과 의궤의 평창 이운 행렬을 417년 만에 재연하는 행사였습니다.

오대산 사고에 보관됐던 국보 조선왕조실록과 보물 조선왕조의궤는 1913년 일제에 무단으로 반출됐습니다. 하지만 국내환수를 거쳐 이제 원래 있던 고향으로 110년 만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평창군에서는 이 경사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평창군 보관식 행사를 보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평창에 이렇게 귀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라는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역사적으로 많은 고초를 겪었지만 돌아온 것에 대해 감격스럽다"고 느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417년의 조선 역사를 담은 우리나라 기록유산의 정수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 제1대 왕 태조부터 제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역사서입니다. 또한, 의궤는 조선 왕실 행사의 준비와 시행, 사후 처리과정에 대한 기록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소중한 문화재인데요.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의궤
이 기록물을 보관하기 위해 조선 초기에는 춘추관과 충주, 전주, 성주 사고 4곳을 운영해왔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으로 전주사고를 제외한 모든 사고가 소실됐는데요. 이에 전쟁 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고 접근이 어려운 산 속에 사고를 추가로 설치하게 됩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산세가 다섯 개의 연꽃잎에 싸인 듯 하다는 강원도 오대산 사고입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였던 1913년 10월에서 11월 사이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전체가 동경제국 대학으로 반출됐습니다. 이후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이 발생했고, 실록 대부분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의궤는 1922년 5월 왕실도서 105종 1,205책과 함께 일본 궁내성으로 반출됐습니다.

임진왜란과 주권침탈 등 민족사의 아픔을 간직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200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환수운동을 통해 어렵사리 국내로 돌아옵니다. 2006년과 2017년에 실록이 2017년엔 의궤가 각각 환수됐는데요. 상당 수가 소실되고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75책, 의궤는 82책이 전해집니다.

■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그 의미를 꽃 피운다…환지본처의 염원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국내로 돌아왔지만, 제자리를 찾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은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머물렀기 때문인데요.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실록과 의궤가 원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환수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습니다.
2021년 지역사회와 불교계가 범도민환수위를 꾸려 문화재제자리찾기 운동을 펼치게 됩니다. 이에 힘입어 다음 해 2월 국회에서 조선왕조실록·의궤 오대산사고 이관 결의안 의결이 이뤄졌습니다.

또, 오대산사고의 수호사찰인 월정사가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기부체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이어 정부가 전시관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면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이 다시꾸려졌고, 실록과 의궤가 원래 자리인 오대산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개관, 조선왕조실록·의궤 원본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에 자리잡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우여곡절 끝에 박물관에 자리한 오대산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환지본처'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습니다. 특별전시로만 잠깐씩 볼 수 있었던 실록과 의궤의 원본을 이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상설 전시로 누구나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박물관은 지금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해 온 오대산사고본 실록 75책과 의궤 82책을 포함해 관련 유물 1,207점을 보관하고 관리하며 원래 오대산 사고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현재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9책, 의궤는 26책입니다. 전체환수는 내년 하반기 수장고 리모델링 완료 후 진행될 예정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교정본, 빨간 글씨로 수정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는 교정본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박물관에서 원본을 보면 빨간색으로 교정부호가 적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실록은 원고를 인쇄해 교정을 봐서 정본을 만들고 교정본은 파쇄하는게 원칙인데 임진왜란 후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교정쇄본도 버리기 아깝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록의 역사는12일 정식개관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110년 만에 고향으로”…조선왕조실록·의궤 오대산 귀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14339&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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