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나는 솔로, 나는 절로!”…세금으로 청년 소개팅?

입력 2023.11.23 (19:44) 수정 2023.11.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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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템플스테이', 절에서 머물면서 여러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한 사찰이 운영하는 '만남 템플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입니다.

말 그대로 '템플스테이'지만, 미혼 남녀들을 초청해 만남을 주선하는 목적으로 마련됐는데요.

남녀 10명씩, 20명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에 2,5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리면서 약 15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데요.

저출생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지자체들도 이렇게 미혼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기에 나섰습니다.

대전 서구는 모레, '나는 대전 솔로'라는 데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요.

서천군도 바로 내일부터 미혼 남녀를 모집해 '나는 싱글'이라는 소개팅 행사를 엽니다.

[오은희/서천군 인구정책과 청년정책팀장 : "서천군의 경우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고 청년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결국에는 결혼까지 성사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는 게 저희 군의 생각입니다."]

실제 지자체 주선으로 연인이 되거나 결혼까지 한 사례도 있는데요.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올해 만남 주선 프로그램으로 99쌍의 남녀가 연인이 됐다고 하고요.

경북 구미시에서는 113쌍의 연인, 경남 진주시는 11쌍의 부부가 주선 행사를 통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지자체 만남 주선 행사 참가자 : "2022년 11월 12일쯤 참가했었고요. 올해 6월에 결혼했어요. 일대일 소개팅은 좀 부담스러워서 지인이랑 같이 나가게 됐는데,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들이랑 친해졌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자체 만남 주선 행사는 일부 시민들과 시민단체로부터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저출생' 대책이라는 부분에서 그런데요.

비교적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하루 이틀 진행되는 행사에 지자체가 투입하는 예산은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까지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결혼까지 이어진 사례가 소수이고, 결혼을 했더라도 아이 출생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태안군은 지난 2011년부터 해마다 추진했던 미혼남녀 만남 행사를 2019년부터 중단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태안군 관계자와 직접 통화해 봤는데요.

"내부에서도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고 하고요.

"많은 예산과 오랜 준비 과정이 들어갔지만, 단발성 이벤트가 됐고 저출생에 대한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인식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던 행사였다"고 답했습니다.

[류호정/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정의당 : "청년들은 국가의 만남의 장 마련을 바라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민간 시장에서 활성화가 되어 있는 부분이거든요. 이런 행사를 준비한다고 인력이나 예산을 쓰게 되면 저출생 현상의 본질 해결에 투입될 자원이 줄어들게 되잖아요. 정부, 지자체가 총력을 다해야 할 부분은 지금 사안의 본질인 사회 구조 개선에 있다고 보고요."]

단순히 청년 주민에 대한 복지 차원이라면, 이런 만남 주선 행사의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애초에 목적이 '저출생 문제 해결'이었다는 점에서, 일선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 담당자들도 그 효과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정부와 지자체 주선을 통해 청년들은 짝을 찾고 있지만, 정작 저출생 대책은 그 해결의 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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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3 19:44:43
    • 수정2023-11-24 1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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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템플스테이', 절에서 머물면서 여러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한 사찰이 운영하는 '만남 템플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입니다.

말 그대로 '템플스테이'지만, 미혼 남녀들을 초청해 만남을 주선하는 목적으로 마련됐는데요.

남녀 10명씩, 20명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에 2,5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리면서 약 15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데요.

저출생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지자체들도 이렇게 미혼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기에 나섰습니다.

대전 서구는 모레, '나는 대전 솔로'라는 데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요.

서천군도 바로 내일부터 미혼 남녀를 모집해 '나는 싱글'이라는 소개팅 행사를 엽니다.

[오은희/서천군 인구정책과 청년정책팀장 : "서천군의 경우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고 청년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결국에는 결혼까지 성사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는 게 저희 군의 생각입니다."]

실제 지자체 주선으로 연인이 되거나 결혼까지 한 사례도 있는데요.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올해 만남 주선 프로그램으로 99쌍의 남녀가 연인이 됐다고 하고요.

경북 구미시에서는 113쌍의 연인, 경남 진주시는 11쌍의 부부가 주선 행사를 통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지자체 만남 주선 행사 참가자 : "2022년 11월 12일쯤 참가했었고요. 올해 6월에 결혼했어요. 일대일 소개팅은 좀 부담스러워서 지인이랑 같이 나가게 됐는데,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들이랑 친해졌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자체 만남 주선 행사는 일부 시민들과 시민단체로부터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저출생' 대책이라는 부분에서 그런데요.

비교적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하루 이틀 진행되는 행사에 지자체가 투입하는 예산은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까지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결혼까지 이어진 사례가 소수이고, 결혼을 했더라도 아이 출생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태안군은 지난 2011년부터 해마다 추진했던 미혼남녀 만남 행사를 2019년부터 중단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태안군 관계자와 직접 통화해 봤는데요.

"내부에서도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고 하고요.

"많은 예산과 오랜 준비 과정이 들어갔지만, 단발성 이벤트가 됐고 저출생에 대한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인식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던 행사였다"고 답했습니다.

[류호정/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정의당 : "청년들은 국가의 만남의 장 마련을 바라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민간 시장에서 활성화가 되어 있는 부분이거든요. 이런 행사를 준비한다고 인력이나 예산을 쓰게 되면 저출생 현상의 본질 해결에 투입될 자원이 줄어들게 되잖아요. 정부, 지자체가 총력을 다해야 할 부분은 지금 사안의 본질인 사회 구조 개선에 있다고 보고요."]

단순히 청년 주민에 대한 복지 차원이라면, 이런 만남 주선 행사의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애초에 목적이 '저출생 문제 해결'이었다는 점에서, 일선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 담당자들도 그 효과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정부와 지자체 주선을 통해 청년들은 짝을 찾고 있지만, 정작 저출생 대책은 그 해결의 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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