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만들어진 섬, 어르신들의 마을

입력 2023.12.0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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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41회 Ⅰ]만들어진 섬, 어르신들의 마을

■세상과 멀어져 가는 마을들

영겁의 시간을 넘어 흘러가는 강물.

아래로 갈수록 점점 S자형으로 휘어지고

흐름이 바뀝니다.

물의 속도가 빠른 바깥쪽 둥근 부분은 계속해서 깎이고

속도가 느린 안쪽엔 모래와 자갈이 쌓입니다.

이 작용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

어느 순간, 휘어진 부분들이 만나

소의 뿔처럼 고립되는 호수가 하나 남는데,

이걸 ‘우각호’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형성된 우각호는 습지로 변했다가 말라 없어지거나 매립돼 사라지고 맙니다

읍에 나가기 위해 버스를 탄 84살 이정자 할머니(좌)와 87살 이원준 할아버지(우).읍에 나가기 위해 버스를 탄 84살 이정자 할머니(좌)와 87살 이원준 할아버지(우).

■ 산골 노부부가 마트에 다녀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구병산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충북 보은군 구병리.

산 좋고 물 좋은 이곳에는
어르신 열일곱 가구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녹취] 방준원 기자
“어르신 안녕하세요?”

올해 여든일곱,
터줏대감 이원준 할아버지입니다.

[녹취] 이원준 / 구병리 주민
“여기 앉아요~”

여전히 거실의 TV로
세상과 소통하는 할아버지,

[녹취] 이원준 / 구병리 주민
(KBS 많이 보세요?)뭐 이것저것 봐요
(딱 10시에 버스가 오는 거죠?)네, 딱 10시에 나가요. 줄 서는 노인정 있는데 거기에서 나가요. (오늘) 은행도 가고 뭐 이게 병 갖다 주면 그 마트에도 가야 하고 또 여러 가지 살 거 있고 해서 두어 군데 두서너 군데 들러야지.

외출을 하기 위해
분주해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녹취] (병 세며) 넷. 다섯. 여섯.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병 가지고 가려고 해. 갖다 주는 데가 있어. 차비라도 하려고 그냥 내버리기는 그래서
(병이요? 병 제가 들어드릴게요. 몇 병이에요?)한 2박스, 2박스
(2박스요?)2박스에 돈 4천 원
(그걸 들고 버스를 타세요 원래?)그럼. 원래 타요

섬 같은 마을에서 나온 어르신들의 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점심도 안 먹고, 점심 먹을 새가 없어 보은 나가면. (올 때) 12시 차 타려면, 볼일이 많으면 / (12시 차를 못 타면) 3시 반 차나 5시 반 차를 타야 해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처음에 허리 수술했지. 무릎 수술했지. 심장 박동기 했지. 또 탈장이 또 수술했지. 눈 했지. 어깨가 양쪽 다 빠져서 있어요. 그러면 무거운 걸 못 들어요.

운전도 못 하고 택시는 엄두도 못 내는
어르신들에게 버스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다른 마을도 교통이 어렵다 보니, 이 마을 저 마을 들르는 버스.

자가용으로 운전해가는 것보다 거의 두 배의 거리를 달립니다.

[녹취] 이번 정거장은 중곡초등학교입니다.

[녹취] 들고 가야 해 저쪽에 둬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지금 거의 벌써 댁에서 나오신 지 1시간 됐는데) 그럼, 여기 오면 1시간이 걸려요
(보통 한 손에는 지팡이, 한 손에는 짐 들고 다니시는 거예요?)그렇지

힘겹게 가지고 온 공병부터 내밉니다.

<마트에서>
[녹취]마트직원
공병을 저희가 30개 이상을 못 받아요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30개 이상은 못 받는데 오늘 가지고 왔으니까. 오늘만 받으라고. 다른 날은 이제 안 할게


이제 겨우
계란 한판 들었는데
집으로 가는 버스 시간까지는
한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갈라고 시간 없는데 빨리빨리 가야지

이때부터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통장을 왜 이렇게 많이 갖고 오셨어요?)여러 개니까 이제 다 찍어봐야지. 같이할 때 한꺼번에 해야 하니까
(와서 한 번에 다 하시려고요?)그럼 이렇게 나오기 힘드니까. 정리해야지

버스 시간은 다가오는데..

결국, 노부부는 흩어져서 볼일을 보기로 합니다.

<은행에서>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내가 없어도 내 이름으로 찾는 데 찾겠지?

[녹취]이원준/ 구병리 주민
그럼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내가 가서 먼저 (고기) 살까?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그래, 사.


<정육점에서>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소꼬리가 얼마 한다고 그랬지? 애들이 돈 주는데 자꾸 사다 먹어야지

<시장에서>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이건 뭐에요? (갑오징어) 오징어보다는 나아? 그거 한 바구니에 얼마예요?(만 원)


할아버지도 은행 볼일을 막 마쳤습니다.

<은행에서>
[녹취] 은행 직원
안녕하세요 어머니. 마스크 쓰셔서 못 알아봤어. 아버님 목소리 들으니까 알아듣겠어

[녹취]이원준/ 구병리 주민
내 목소리가 크지. 나가서 (버스) 타면 맞겠네
(안 늦으셨어요?) 여기는 차 시간을 내가 모르면 안 되지 딱 12시 12시 10분
이번에 차를 놓치면,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는 길은 훨씬 더 무거워졌습니다.

<버스에서>
[녹취]이정자/ 구병리 주민
에그

[녹취]버스기사
안녕하세요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예 안녕하세요
봉다리 들은 거 날 줘. 따로 두지 말고.
(이 버스는 타면 얼마나 걸려요? 40분?)1시간. 이제 1시간 10분, 1시 조금 넘어요 도착하면.


/3시간 25분 스톱워치 그림/

먼 길을 돌아오느라 반나절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오늘은 날이 따습네 바람도 안 불고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아까 저 사골 사신 거요. 그거 엄청 무겁던데, 보통 그런 거 들고 버스 타세요?)아아 그럼요. 그거야 그보다 더 무거운 것도 타고 사서 타고 하지
(여기 택시 이런 거는 없나요?)택시는 있어요. 택시 타려면 근데 이런 산골에서 택시 탈 형편이 되나 비용은 지금은 꽤 비싸요. 여기까지 오려면 한 3만 원 줘야
(가는 데만 3만 원이에요? 아니면 왕복 3만 원이에요?)아니 가는 데 뭐 오는데 3만 원. 비싸. 여기는 머니까. 거리가 머니까.

이 마을도 살기 좋은 시절은 있었습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마을에) 한 70호 살 때는 술집도 머 여러 집이 그리고 슈퍼도 두 집 있고 그래서 장사도 잘 됐지. / 구병리 감자가 잘 되니까 / 그거 운반하고 돈 잘 벌어먹고. 감자 작업하는 날은 꾸준히 장날이 됐어“

자식들의 걱정은 잘 알지만, 이곳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그냥 이렇게 사니까. 애들은 자꾸 그 집으로 오라고 그러는데, 이 집 있고 한데 애들한테 가서 하루 이틀 당기기나 하지 불편해서


■버스가 하루에 2번 이하로 오는 마을 수는?

남현종 MC/
계란 한 판에 사골 이렇게 사는 게 사실 서울이라면 30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인데 지금 두 분의 경우는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방준원 기자/
네 일단 마을에 슈퍼나 이런 게 없고요. 또 버스는 다른 마을까지 들르느라 구불구불 다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습니다.

남현종/
버스는 얼마나 다니고 있었습니까?

방준원/
구병리에는 모두 3대의 버스가 들어오는데요. 530번 531번 그리고 532번이 들어옵니다. 각각 한 번 한 번 두 번 정도 들어오고요. 모두 따지면 하루에 총 4번에서 5번 정도 버스가 들어온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중에는 읍보다 가까운 속리산면에 들르는 버스도 있는데 한 번 놓치면 또 타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남현종/
다른 지역에 있는 마을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방준원/
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9년 교통 소외 지역을 조사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정류장이 도보 기준 800m 범위 안에 없는 곳이 농어촌 1만 5,172개 리 지역 중 6,486개소 42.7%에 달했고요. 버스가 하루 2회 이하 다니는 곳도 8,288개소 54.6%나 됐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녹취]임서현 연구위원/ 한국교통연구원
통행이 불편하시면 불편하실수록 이제 외출의 횟수를 점점 줄여나가실 수밖에 없죠+필수적으로 좀 받으셔야 되는 의료 서비스나 아니면 이러한 좀 생활에 누려야 할 것들에 대한 접근이 좀 제한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남현종/
이게 또 요즘 도시에서는 배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런 지역에 있는 마을들은 배달도 어려운 건가요?

방준원/
뭐 어르신들이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사용해서 배달을 이용하시기는 좀 어렵고요.다만 마트 같은 곳에서 10만 원 이상 구매를 하면 배달을 해 준다고 하는데요. 뭐 이원준 어르신 같은 경우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두 분만 거주하셔서 마트에서 10만 원어치 사는 일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상 배달이 어려운 거겠죠.

남현종/
버스도 많이 안 다니고 배달도 어렵다 보니까 아무래도 어르신들께서 직접 차를 몰고 나가서 장을 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방준원/
네 그렇습니다. 비교적 젊은 분들은 직접 차를 몰고 장을 보기도 하셨습니다.

[녹취]권수한 / 구병리 노인회장
“(운전을 못하시는 분들은)그런 분들은 주로 이제 버스를 이용하고 그러지 않은 분들은 이제 차를 자가용을 이용하고 그렇습니다. / 장 보러 갈 때 저는 차가 있으니까 차로 주로”

다만 요새 어르신들의 운전이 좀 쉽지만은 않잖아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4륜 오토바이를 타는 84세 유원형 할머니4륜 오토바이를 타는 84세 유원형 할머니

올해 여든넷이 된 유원형 할머니.

주요 교통수단은 사륜 오토바이입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나는 저기다 짐 같은 거도 싣고 오고 뭐 깨 같은 거 떨으면 싣고 오고 그러지. 그래서 저걸 타면 허리가 덜 아프고 그냥 걸어서는 자꾸 구부러들어서, 안 그랬었는데.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지금 가게까지 얼마나 걸려요, 여기에서 가면요?)아이 한참 걸리지, 그래도
(버스 타면 한 30분? 40분? 걸리는 거예요?)30, 40..40분 걸릴걸?
(40분, 가는 데만요?) 그렇지 그렇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는 오토바이를 직접 몰 필요가 없었습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학교 뒤에 가게방이 있었어. 술도 팔고 그랬는데, 술 자시는 양반들도 다 돌아가시고 나니까 가게를 처분하더라고.(할아버지가)뭐 말만 하면 사 오고 그랬지.”

할머니의 발이 되어준 남편 송흠구 할아버지마저 면에 다녀오다 오토바이 사고로 다치자 직접 운전에 나서게 된 겁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저기 뭐 행사가 있어서 그러니까 정월 대보름 날 회인면에서 행사가 있잖아. 그 뭐, 그래서 거기 갔다가 오다 그랬다니까?(맨날 다니시던 길이었을텐데요) 글쎄, 거기 사고 날 데도 아니야

고석리에선 다른 어르신들도 오토바이를 자주 이용하는데, 다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윗집 분도 최근에 다쳤어) 내려가다가 저 다리, 이 다리 그 밑에로 뚝 떨어졌으니 나보다 한 살 더 먹었는데, 범띠인데..

할머니도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아니, 나도 같은 나이에 나도 도움받을 나이에 일해야 하지...


■늘어나는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남현종 MC/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어르신들의 운전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뉴스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방준원 기자/
도로교통공단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자료를 보면 2022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3만 4,652건이었는데요.최근 3년 동안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추이를 보면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시골에서는 어르신들이 승용차 말고도 농기계 이런 걸 많이 타시잖아요. 승용차 교통사고에 비해 농기계 교통사고가 치사율이 5배나 높다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남현종/
대중교통은 부족하고 그렇다고 운전을 하자니 상당히 위험하고 어르신들의 이동권 문제 마땅한 해결책은 없을까요?

방준원/
많은 곳에서 관련 서비스를 기획 운영하고 있기는 합니다. 홍성군은 개인 택시 10대를 활용해 마을 14개를 대상으로 운영을 하고 있고요. 다른 지자체들도 100원 택시나 마중 버스 이런 것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녹취]김정섭 선임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앙정부도 예산을 많이 풀었고 지자체도 많이 노력했습니다. 100원 택시 1천 원 택시 쿠폰은 1년에 한 450번 쓸 수 있을 만큼 버스가 안 들어가는 마을 주민에게는 그럼 일주일에 한 번 타고 나갈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굉장히 많은 리가 상황이 그런데 지금 투입되는 예산이 충분한가 이렇게 보면 아직 어렸다고 봅니다. 전체 수요의 제가 보기에는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는 수요이고

남현종/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령화와 지역 인구 소멸 문제를 사실 일본이 먼저 겪지 않았습니까? 일본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방준원/
일본의 경우 아예 지역 공공교통 활성화법을 2007년부터 제정해서 지역 교통을 관리하고 있는데요.

커뮤니티 버스나 화물 운송 결합 시스템 등을 구축해서 민간 노선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성 홈페이지를 보면 다른 지역의 잘된 사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놨는데요.

검색 기준으로 교통 수단이나 인구 등은 물론이고요. 고령화율과 인구 밀도도 검색 기준으로 설정을 해 놨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마을과 비슷한 다른 마을에서는 어떻게 이동 수단을 갖추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겁니다.

[녹취]임서현 연구위원 / 한국교통연구원
(일본은) 버스 사업자나 택시 사업자와 같이 기존의 사업자 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없는 경우에 지역의 어떤 주민이라든가, 커뮤니티 조직, 이러한 지역 주민의 운송 서비스를 담당을 하고, 이러한 분들도 어떤 운영에 필요한 비용들을 지자체나 정부에서 지원을 해서 운송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도로 규제를 완화를 했다고 이해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방준원/
우리나라에서도 부족한 공적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 민간이 많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색다른 시도들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몇몇 곳에서 지역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어르신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습니다. 이게 어르신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한번 찾아가 봤습니다.

이른바 ‘이동식 점빵’을 이용하는 할머니들 모습이른바 ‘이동식 점빵’을 이용하는 할머니들 모습

■ 지역 협동조합이 어르신 이동권에 미치는 영향은?

이른 아침 아이스 박스를 싣고..
콩나물 시루를 들고 뛰는 한 남자.

지역 협동조합인 ‘여민동락 공동체’에서 이동식 가게, 점빵을 운전하는 김동광 조합원입니다.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소비자들이 주로 노인들이세요. 그래서 주로 생필품 위주로 많이 팔리고. 그래서 어르신들 흔히 뭐 드실 수 있는 국수류나 두부, 뭐 이런 공산품류들이 많이 실려요. 젊은 층은 거의 없으니까
(두부, 이렇게 드시는 거로?) 그렇죠. 평상시 반찬으로. 그런데 어르신들의 일반 식사도 사실 보통 현장 가보면
그냥 쌈 찍어서 먹거나 가볍게 먹고.. 넘기는 게 많다 보니까...

한 시간 동안 준비를 마친 뒤
드디어 출발하는 점빵 차량.

매주 목, 금 이틀에 걸쳐 12.2㎢,
여의도 면적의 2.5배가 넘는 묘량면 전체를 돌아다닙니다.

[녹취]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신선한 콩나물, 두부, 계란, 동태, 고등어, 코다리..."

동네 어르신들이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홍보도 합니다.

오늘의 첫 마을

<마을에서 어르신과의 대화>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물엿 어떤 거 드려요? 큰 거? 이거? 이거랑 소주 큰 병?
(응 두 병 주세요) 어머니 고추장 담그시는구나(네)
물엿이 큰 게 만 6천 원씩이거든요. 그러면 2만 6천 원이요.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락스 하나 줄라우?) 7천 원 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녹취]김소임 / 신천리 주민
(어르신 매주 이용하세요?)갖다 주니까, 다리 아파서 못 다니고
(여기 오기 전에는 어떻게 하셨어요? 이 차가 오기 전에는?)오기 전에는? 그전에는 영감이 사서 오지
(직접 나가서 사오셨어요?)그러니까 못 와. 여기 갖다 주니까 얼마나 편해
(할아버지랑 두 분이 (댁에) 사시는 거예요?)아니 나 혼자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거에요?)네, 할아버지는 한 몇 년 6년(전에 돌아가셨어).

그리고 또 다른 마을...

[녹취]묘량면 주민
편리하고 좋죠. 사려면 시장가야 되는데, 버스 타고, 또 갔다가 저기서 내려서 한참 걸어와야 해
(버스는 자주 와요?)아니요. 어쩌다 하나 와.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묘량면에) 가게가 3개예요. 저희 포함하면 4개. 저희가 (인구가) 1,700명인데 전국의 면 단위에서도 가장 열악해요.
그래도 (다른 데는) 빵집도 있고 뭐도 있고 막 일반 철물점도 있고 그런 가게들이 있는데, 제가 진짜 많이 다녀봤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보다 열악한 면은 없다, 정말 없다, 면에 아무것도 없다.

점빵 차량은 이동식 가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자주 찾는 분 중에 안 나오시는 분들 있으면 집에 가서 확인도 하고 어디 집 상황이, 주방이 안 좋다, 싱크대가 안 좋다, 아니면 화장실 고쳐야 된다 이런 것들이 체크가 되면 바로바로 다 안내해 드리고..

어르신들의 이동이 어렵다 보니, 이동이 가능한 차량으로 방문해 보완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비용.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사실 저희가 지금 동락점빵의 매출 상황만으로는 현재 소속돼 있는 인력들의 인건비 지출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에요. 매일매일 이렇게 물건 팔아봤자 총 연 매출이 기대치가 안 되거든요. 그리고 구입 능력도 다 떨어지시고.

구입할 사람도 점점 줄어가고 있습니다.

[녹취]정명순 / 월암리 주민
(네 분이 사세요? 이 마을에?) 이 안에 네 분. 저기 간 사람은 안 치고.
(원래 여기 몇 분 사셨어요?)많았지. 저기 저리 다 빈집이잖아.

운영진은 어떻게든 이 서비스를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소멸되고 있는 지역이고 그리고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는 지역, 아무튼 너무 어려운 지역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지역에서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고 있고 이거를 어떻게든 일궈내려고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저는 군이나 아니면 다른 외부 지원이라든지 더 투입되어야 된다고 보긴 하거든요.

이런 고민이 이 지역뿐 아니라 더 큰 차원의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질 때,
어르신들의 웃음이 지켜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할머니들과의 대화>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맞아요.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그러게 올랐구먼)
/잔돈을 다른 사람에게 실수로 주었음/
아이고,

[녹취]묘량면 할머니들
하하하하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내가 우리 어머니한테 용돈 드릴 뻔 했네

[녹취]묘량면 할머니들
하하하

취재기자 : 방준원
촬영감독 : 강우용 조선기 설태훈
영상편집 : 이기승
그래픽 : 정예나
리서처: 신용하
AD : 김영일 유화영
모래아트 : (주)미스터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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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층시사국] 만들어진 섬, 어르신들의 마을
    • 입력 2023-12-02 23: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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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41회 Ⅰ]만들어진 섬, 어르신들의 마을

■세상과 멀어져 가는 마을들

영겁의 시간을 넘어 흘러가는 강물.

아래로 갈수록 점점 S자형으로 휘어지고

흐름이 바뀝니다.

물의 속도가 빠른 바깥쪽 둥근 부분은 계속해서 깎이고

속도가 느린 안쪽엔 모래와 자갈이 쌓입니다.

이 작용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

어느 순간, 휘어진 부분들이 만나

소의 뿔처럼 고립되는 호수가 하나 남는데,

이걸 ‘우각호’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형성된 우각호는 습지로 변했다가 말라 없어지거나 매립돼 사라지고 맙니다

읍에 나가기 위해 버스를 탄 84살 이정자 할머니(좌)와 87살 이원준 할아버지(우).
■ 산골 노부부가 마트에 다녀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구병산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충북 보은군 구병리.

산 좋고 물 좋은 이곳에는
어르신 열일곱 가구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녹취] 방준원 기자
“어르신 안녕하세요?”

올해 여든일곱,
터줏대감 이원준 할아버지입니다.

[녹취] 이원준 / 구병리 주민
“여기 앉아요~”

여전히 거실의 TV로
세상과 소통하는 할아버지,

[녹취] 이원준 / 구병리 주민
(KBS 많이 보세요?)뭐 이것저것 봐요
(딱 10시에 버스가 오는 거죠?)네, 딱 10시에 나가요. 줄 서는 노인정 있는데 거기에서 나가요. (오늘) 은행도 가고 뭐 이게 병 갖다 주면 그 마트에도 가야 하고 또 여러 가지 살 거 있고 해서 두어 군데 두서너 군데 들러야지.

외출을 하기 위해
분주해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녹취] (병 세며) 넷. 다섯. 여섯.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병 가지고 가려고 해. 갖다 주는 데가 있어. 차비라도 하려고 그냥 내버리기는 그래서
(병이요? 병 제가 들어드릴게요. 몇 병이에요?)한 2박스, 2박스
(2박스요?)2박스에 돈 4천 원
(그걸 들고 버스를 타세요 원래?)그럼. 원래 타요

섬 같은 마을에서 나온 어르신들의 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점심도 안 먹고, 점심 먹을 새가 없어 보은 나가면. (올 때) 12시 차 타려면, 볼일이 많으면 / (12시 차를 못 타면) 3시 반 차나 5시 반 차를 타야 해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처음에 허리 수술했지. 무릎 수술했지. 심장 박동기 했지. 또 탈장이 또 수술했지. 눈 했지. 어깨가 양쪽 다 빠져서 있어요. 그러면 무거운 걸 못 들어요.

운전도 못 하고 택시는 엄두도 못 내는
어르신들에게 버스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다른 마을도 교통이 어렵다 보니, 이 마을 저 마을 들르는 버스.

자가용으로 운전해가는 것보다 거의 두 배의 거리를 달립니다.

[녹취] 이번 정거장은 중곡초등학교입니다.

[녹취] 들고 가야 해 저쪽에 둬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지금 거의 벌써 댁에서 나오신 지 1시간 됐는데) 그럼, 여기 오면 1시간이 걸려요
(보통 한 손에는 지팡이, 한 손에는 짐 들고 다니시는 거예요?)그렇지

힘겹게 가지고 온 공병부터 내밉니다.

<마트에서>
[녹취]마트직원
공병을 저희가 30개 이상을 못 받아요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30개 이상은 못 받는데 오늘 가지고 왔으니까. 오늘만 받으라고. 다른 날은 이제 안 할게


이제 겨우
계란 한판 들었는데
집으로 가는 버스 시간까지는
한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갈라고 시간 없는데 빨리빨리 가야지

이때부터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통장을 왜 이렇게 많이 갖고 오셨어요?)여러 개니까 이제 다 찍어봐야지. 같이할 때 한꺼번에 해야 하니까
(와서 한 번에 다 하시려고요?)그럼 이렇게 나오기 힘드니까. 정리해야지

버스 시간은 다가오는데..

결국, 노부부는 흩어져서 볼일을 보기로 합니다.

<은행에서>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내가 없어도 내 이름으로 찾는 데 찾겠지?

[녹취]이원준/ 구병리 주민
그럼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내가 가서 먼저 (고기) 살까?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그래, 사.


<정육점에서>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소꼬리가 얼마 한다고 그랬지? 애들이 돈 주는데 자꾸 사다 먹어야지

<시장에서>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이건 뭐에요? (갑오징어) 오징어보다는 나아? 그거 한 바구니에 얼마예요?(만 원)


할아버지도 은행 볼일을 막 마쳤습니다.

<은행에서>
[녹취] 은행 직원
안녕하세요 어머니. 마스크 쓰셔서 못 알아봤어. 아버님 목소리 들으니까 알아듣겠어

[녹취]이원준/ 구병리 주민
내 목소리가 크지. 나가서 (버스) 타면 맞겠네
(안 늦으셨어요?) 여기는 차 시간을 내가 모르면 안 되지 딱 12시 12시 10분
이번에 차를 놓치면,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는 길은 훨씬 더 무거워졌습니다.

<버스에서>
[녹취]이정자/ 구병리 주민
에그

[녹취]버스기사
안녕하세요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예 안녕하세요
봉다리 들은 거 날 줘. 따로 두지 말고.
(이 버스는 타면 얼마나 걸려요? 40분?)1시간. 이제 1시간 10분, 1시 조금 넘어요 도착하면.


/3시간 25분 스톱워치 그림/

먼 길을 돌아오느라 반나절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오늘은 날이 따습네 바람도 안 불고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아까 저 사골 사신 거요. 그거 엄청 무겁던데, 보통 그런 거 들고 버스 타세요?)아아 그럼요. 그거야 그보다 더 무거운 것도 타고 사서 타고 하지
(여기 택시 이런 거는 없나요?)택시는 있어요. 택시 타려면 근데 이런 산골에서 택시 탈 형편이 되나 비용은 지금은 꽤 비싸요. 여기까지 오려면 한 3만 원 줘야
(가는 데만 3만 원이에요? 아니면 왕복 3만 원이에요?)아니 가는 데 뭐 오는데 3만 원. 비싸. 여기는 머니까. 거리가 머니까.

이 마을도 살기 좋은 시절은 있었습니다.

[녹취]이원준 / 구병리 주민
(마을에) 한 70호 살 때는 술집도 머 여러 집이 그리고 슈퍼도 두 집 있고 그래서 장사도 잘 됐지. / 구병리 감자가 잘 되니까 / 그거 운반하고 돈 잘 벌어먹고. 감자 작업하는 날은 꾸준히 장날이 됐어“

자식들의 걱정은 잘 알지만, 이곳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녹취]이정자 / 구병리 주민
그냥 이렇게 사니까. 애들은 자꾸 그 집으로 오라고 그러는데, 이 집 있고 한데 애들한테 가서 하루 이틀 당기기나 하지 불편해서


■버스가 하루에 2번 이하로 오는 마을 수는?

남현종 MC/
계란 한 판에 사골 이렇게 사는 게 사실 서울이라면 30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인데 지금 두 분의 경우는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방준원 기자/
네 일단 마을에 슈퍼나 이런 게 없고요. 또 버스는 다른 마을까지 들르느라 구불구불 다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습니다.

남현종/
버스는 얼마나 다니고 있었습니까?

방준원/
구병리에는 모두 3대의 버스가 들어오는데요. 530번 531번 그리고 532번이 들어옵니다. 각각 한 번 한 번 두 번 정도 들어오고요. 모두 따지면 하루에 총 4번에서 5번 정도 버스가 들어온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중에는 읍보다 가까운 속리산면에 들르는 버스도 있는데 한 번 놓치면 또 타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남현종/
다른 지역에 있는 마을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방준원/
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9년 교통 소외 지역을 조사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정류장이 도보 기준 800m 범위 안에 없는 곳이 농어촌 1만 5,172개 리 지역 중 6,486개소 42.7%에 달했고요. 버스가 하루 2회 이하 다니는 곳도 8,288개소 54.6%나 됐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녹취]임서현 연구위원/ 한국교통연구원
통행이 불편하시면 불편하실수록 이제 외출의 횟수를 점점 줄여나가실 수밖에 없죠+필수적으로 좀 받으셔야 되는 의료 서비스나 아니면 이러한 좀 생활에 누려야 할 것들에 대한 접근이 좀 제한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남현종/
이게 또 요즘 도시에서는 배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런 지역에 있는 마을들은 배달도 어려운 건가요?

방준원/
뭐 어르신들이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사용해서 배달을 이용하시기는 좀 어렵고요.다만 마트 같은 곳에서 10만 원 이상 구매를 하면 배달을 해 준다고 하는데요. 뭐 이원준 어르신 같은 경우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두 분만 거주하셔서 마트에서 10만 원어치 사는 일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상 배달이 어려운 거겠죠.

남현종/
버스도 많이 안 다니고 배달도 어렵다 보니까 아무래도 어르신들께서 직접 차를 몰고 나가서 장을 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방준원/
네 그렇습니다. 비교적 젊은 분들은 직접 차를 몰고 장을 보기도 하셨습니다.

[녹취]권수한 / 구병리 노인회장
“(운전을 못하시는 분들은)그런 분들은 주로 이제 버스를 이용하고 그러지 않은 분들은 이제 차를 자가용을 이용하고 그렇습니다. / 장 보러 갈 때 저는 차가 있으니까 차로 주로”

다만 요새 어르신들의 운전이 좀 쉽지만은 않잖아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4륜 오토바이를 타는 84세 유원형 할머니
올해 여든넷이 된 유원형 할머니.

주요 교통수단은 사륜 오토바이입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나는 저기다 짐 같은 거도 싣고 오고 뭐 깨 같은 거 떨으면 싣고 오고 그러지. 그래서 저걸 타면 허리가 덜 아프고 그냥 걸어서는 자꾸 구부러들어서, 안 그랬었는데.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지금 가게까지 얼마나 걸려요, 여기에서 가면요?)아이 한참 걸리지, 그래도
(버스 타면 한 30분? 40분? 걸리는 거예요?)30, 40..40분 걸릴걸?
(40분, 가는 데만요?) 그렇지 그렇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는 오토바이를 직접 몰 필요가 없었습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학교 뒤에 가게방이 있었어. 술도 팔고 그랬는데, 술 자시는 양반들도 다 돌아가시고 나니까 가게를 처분하더라고.(할아버지가)뭐 말만 하면 사 오고 그랬지.”

할머니의 발이 되어준 남편 송흠구 할아버지마저 면에 다녀오다 오토바이 사고로 다치자 직접 운전에 나서게 된 겁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저기 뭐 행사가 있어서 그러니까 정월 대보름 날 회인면에서 행사가 있잖아. 그 뭐, 그래서 거기 갔다가 오다 그랬다니까?(맨날 다니시던 길이었을텐데요) 글쎄, 거기 사고 날 데도 아니야

고석리에선 다른 어르신들도 오토바이를 자주 이용하는데, 다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윗집 분도 최근에 다쳤어) 내려가다가 저 다리, 이 다리 그 밑에로 뚝 떨어졌으니 나보다 한 살 더 먹었는데, 범띠인데..

할머니도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녹취]유원형 / 고석리 주민
아니, 나도 같은 나이에 나도 도움받을 나이에 일해야 하지...


■늘어나는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남현종 MC/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어르신들의 운전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뉴스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방준원 기자/
도로교통공단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자료를 보면 2022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3만 4,652건이었는데요.최근 3년 동안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추이를 보면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시골에서는 어르신들이 승용차 말고도 농기계 이런 걸 많이 타시잖아요. 승용차 교통사고에 비해 농기계 교통사고가 치사율이 5배나 높다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남현종/
대중교통은 부족하고 그렇다고 운전을 하자니 상당히 위험하고 어르신들의 이동권 문제 마땅한 해결책은 없을까요?

방준원/
많은 곳에서 관련 서비스를 기획 운영하고 있기는 합니다. 홍성군은 개인 택시 10대를 활용해 마을 14개를 대상으로 운영을 하고 있고요. 다른 지자체들도 100원 택시나 마중 버스 이런 것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녹취]김정섭 선임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앙정부도 예산을 많이 풀었고 지자체도 많이 노력했습니다. 100원 택시 1천 원 택시 쿠폰은 1년에 한 450번 쓸 수 있을 만큼 버스가 안 들어가는 마을 주민에게는 그럼 일주일에 한 번 타고 나갈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굉장히 많은 리가 상황이 그런데 지금 투입되는 예산이 충분한가 이렇게 보면 아직 어렸다고 봅니다. 전체 수요의 제가 보기에는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는 수요이고

남현종/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령화와 지역 인구 소멸 문제를 사실 일본이 먼저 겪지 않았습니까? 일본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방준원/
일본의 경우 아예 지역 공공교통 활성화법을 2007년부터 제정해서 지역 교통을 관리하고 있는데요.

커뮤니티 버스나 화물 운송 결합 시스템 등을 구축해서 민간 노선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성 홈페이지를 보면 다른 지역의 잘된 사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놨는데요.

검색 기준으로 교통 수단이나 인구 등은 물론이고요. 고령화율과 인구 밀도도 검색 기준으로 설정을 해 놨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마을과 비슷한 다른 마을에서는 어떻게 이동 수단을 갖추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겁니다.

[녹취]임서현 연구위원 / 한국교통연구원
(일본은) 버스 사업자나 택시 사업자와 같이 기존의 사업자 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없는 경우에 지역의 어떤 주민이라든가, 커뮤니티 조직, 이러한 지역 주민의 운송 서비스를 담당을 하고, 이러한 분들도 어떤 운영에 필요한 비용들을 지자체나 정부에서 지원을 해서 운송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도로 규제를 완화를 했다고 이해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방준원/
우리나라에서도 부족한 공적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 민간이 많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색다른 시도들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몇몇 곳에서 지역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어르신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습니다. 이게 어르신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한번 찾아가 봤습니다.

이른바 ‘이동식 점빵’을 이용하는 할머니들 모습
■ 지역 협동조합이 어르신 이동권에 미치는 영향은?

이른 아침 아이스 박스를 싣고..
콩나물 시루를 들고 뛰는 한 남자.

지역 협동조합인 ‘여민동락 공동체’에서 이동식 가게, 점빵을 운전하는 김동광 조합원입니다.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소비자들이 주로 노인들이세요. 그래서 주로 생필품 위주로 많이 팔리고. 그래서 어르신들 흔히 뭐 드실 수 있는 국수류나 두부, 뭐 이런 공산품류들이 많이 실려요. 젊은 층은 거의 없으니까
(두부, 이렇게 드시는 거로?) 그렇죠. 평상시 반찬으로. 그런데 어르신들의 일반 식사도 사실 보통 현장 가보면
그냥 쌈 찍어서 먹거나 가볍게 먹고.. 넘기는 게 많다 보니까...

한 시간 동안 준비를 마친 뒤
드디어 출발하는 점빵 차량.

매주 목, 금 이틀에 걸쳐 12.2㎢,
여의도 면적의 2.5배가 넘는 묘량면 전체를 돌아다닙니다.

[녹취]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신선한 콩나물, 두부, 계란, 동태, 고등어, 코다리..."

동네 어르신들이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홍보도 합니다.

오늘의 첫 마을

<마을에서 어르신과의 대화>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물엿 어떤 거 드려요? 큰 거? 이거? 이거랑 소주 큰 병?
(응 두 병 주세요) 어머니 고추장 담그시는구나(네)
물엿이 큰 게 만 6천 원씩이거든요. 그러면 2만 6천 원이요.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락스 하나 줄라우?) 7천 원 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녹취]김소임 / 신천리 주민
(어르신 매주 이용하세요?)갖다 주니까, 다리 아파서 못 다니고
(여기 오기 전에는 어떻게 하셨어요? 이 차가 오기 전에는?)오기 전에는? 그전에는 영감이 사서 오지
(직접 나가서 사오셨어요?)그러니까 못 와. 여기 갖다 주니까 얼마나 편해
(할아버지랑 두 분이 (댁에) 사시는 거예요?)아니 나 혼자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거에요?)네, 할아버지는 한 몇 년 6년(전에 돌아가셨어).

그리고 또 다른 마을...

[녹취]묘량면 주민
편리하고 좋죠. 사려면 시장가야 되는데, 버스 타고, 또 갔다가 저기서 내려서 한참 걸어와야 해
(버스는 자주 와요?)아니요. 어쩌다 하나 와.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묘량면에) 가게가 3개예요. 저희 포함하면 4개. 저희가 (인구가) 1,700명인데 전국의 면 단위에서도 가장 열악해요.
그래도 (다른 데는) 빵집도 있고 뭐도 있고 막 일반 철물점도 있고 그런 가게들이 있는데, 제가 진짜 많이 다녀봤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보다 열악한 면은 없다, 정말 없다, 면에 아무것도 없다.

점빵 차량은 이동식 가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자주 찾는 분 중에 안 나오시는 분들 있으면 집에 가서 확인도 하고 어디 집 상황이, 주방이 안 좋다, 싱크대가 안 좋다, 아니면 화장실 고쳐야 된다 이런 것들이 체크가 되면 바로바로 다 안내해 드리고..

어르신들의 이동이 어렵다 보니, 이동이 가능한 차량으로 방문해 보완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비용.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사실 저희가 지금 동락점빵의 매출 상황만으로는 현재 소속돼 있는 인력들의 인건비 지출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에요. 매일매일 이렇게 물건 팔아봤자 총 연 매출이 기대치가 안 되거든요. 그리고 구입 능력도 다 떨어지시고.

구입할 사람도 점점 줄어가고 있습니다.

[녹취]정명순 / 월암리 주민
(네 분이 사세요? 이 마을에?) 이 안에 네 분. 저기 간 사람은 안 치고.
(원래 여기 몇 분 사셨어요?)많았지. 저기 저리 다 빈집이잖아.

운영진은 어떻게든 이 서비스를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소멸되고 있는 지역이고 그리고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는 지역, 아무튼 너무 어려운 지역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지역에서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고 있고 이거를 어떻게든 일궈내려고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저는 군이나 아니면 다른 외부 지원이라든지 더 투입되어야 된다고 보긴 하거든요.

이런 고민이 이 지역뿐 아니라 더 큰 차원의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질 때,
어르신들의 웃음이 지켜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할머니들과의 대화>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맞아요.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그러게 올랐구먼)
/잔돈을 다른 사람에게 실수로 주었음/
아이고,

[녹취]묘량면 할머니들
하하하하

[녹취]김동광 / 사회복지사
내가 우리 어머니한테 용돈 드릴 뻔 했네

[녹취]묘량면 할머니들
하하하

취재기자 : 방준원
촬영감독 : 강우용 조선기 설태훈
영상편집 : 이기승
그래픽 : 정예나
리서처: 신용하
AD : 김영일 유화영
모래아트 : (주)미스터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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