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사고 위장’ 혐의 육군 부사관 징역 35년 선고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하고, 사망보험금 4억여 원을 타내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육군 부사관에게 군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더 높은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제3지역 군사법원 제2부는 오늘(5일) 살인과 시체손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7살 허 모 원사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허 씨가 아내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한 뒤, 아내가 사망했다고 착각, 범행을 은폐하려고 교통사고를 내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케 했다”며, 허 씨가 아내를 살해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을 토대로 허 씨가 아내의 목을 조르고,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징후나 뚜렷한 동기가 없었고, 피해자 목 부위에 삭흔(끈이 압박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점을 중형 선고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의식을 잃은 배우자를 발견하고 신고하거나 응급처치하지 않고 오히려 범행 현장을 치우고 청소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는 점을 종합할 때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납득할 수 없는 변명과 객관적 정황에 모순되는 진술로 일관하는 등 범행에 대한 참회나 반성 등의 감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범행의 중대성,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허 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0분쯤 강원도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숨진 아내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옹벽을 들이받는 등 위장 교통 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공소장에는 허 씨가 아내의 사망보험금 명목으로 4억 7천여만 원을 타내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포함됐습니다.

허 씨는 범행 당시 은행과 카드사로부터 2억 9천여만 원에 이르는 채무가 있었고,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단기 대출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허 씨에게 징역 30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천인공노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해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면서도 “피고인이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회로부터 영원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