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하락? 문제는 ‘가격’!

입력 2023.12.09 (22:15) 수정 2023.12.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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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3% 초반으로 내려가면서 이젠 기준금리가 더 인상되지 않고, 내년엔 인하될 거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가 상승 환경은 좋아지는데, 막상 저소득층의 고통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뉴욕 박일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두워진 시간.

건설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디에고 씨가 저녁을 맞는 마음이 오늘은 한결 가볍습니다.

일을 구해 170달러를 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그리 편치는 않습니다.

[디에고 캐슈트니즈 : "건설노동자 전에는 괜찮았어요. 일주일에 6일 일할 수 있었고, 다 낼 수 있었죠. 지금은 아이들이 전자 기기나 장난감 같은 걸 사달라고 하면 기다리라고 해요."]

이것 저것 줄여 아껴보지만 집세는 9월에 낸 게 마지막이고, 가스료는 2천 달러 이상 밀렸습니다.

하루 전이 결혼기념일이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리아 솔레다드/디에고 씨 부인 : "때로는 화가 난다고 말해요. 왜 돈을 가져오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돈은 다 청구서 내는 데 들어가고 집에서 쓸 돈은 없어요."]

디에고 씨 같은 일용 노동자들은 일이 없는 겨울이 더 걱정입니다.

한 달에 약 4천 달러를 버는 아메리코 씨도 겨울엔 그 절반도 안 되는 실업 수당으로 버텨야 합니다.

먹는 것, 입는 걸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메리코 라미레즈/일용노동자 : "코로나19 이후엔 음식 같은 걸 줄여야 했죠. 고기 10파운드 샀던 걸, 5파운드만 사고..."]

지난해 9%를 넘었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이제 3% 초반까지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고통은 끝난 게 아닙니다.

물가상승률은 전보다 얼마나 올랐느냐는 비율입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는 건 덜 올랐다는 것일 뿐 가격이 싸지는 건 아닙니다.

[지아코보 산탄젤로/포덤 대학 경제학 교수 :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고) 가격이 내려가는 건 아닙니다. 그래요. 만일 열기구를 타고 빨리 올라가다 갑자기 속도를 늦춘다고 합시다. 그래도 땅에서는 여전히 높은 곳에 있는 거예요."]

코로나 19 대유행 기간에 한국에 있다 뉴욕으로 돌아온 유학생 오영경 씨는 물가가 오른 걸 더 실감합니다.

["이런 게 0.99였는데 지금은 2불 아래가 없는 것 같아요."]

오른 환율까지 감안하면 이제 외식은 남의 일이 됐습니다.

[오영경/유학생 : "외식이 엄청 무리다 할 정도로 생각은 안 들었는데 요즘은 외식이 너무 비싸니까 오히려 이런 식자재가 올랐어도, 좀 식자재가 싸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2019년부터 올해까지 먹거리 상승률은 전체 물가보다 가팔랐습니다.

이러다 보니 먹거리 나눔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학교가 운영하는 나눔터에 평소 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건 한 달에 한두 번뿐.

기부금은 주는데 찾는 학생은 늘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자 바소토/학생 :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와요. 음식량도 줄었어요. 아이를 어떻게 먹여야 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잘 때도 있어요."]

이런 먹거리 부담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피자 가격입니다.

뉴욕에서 피자는 서민이 한 끼 때울 수 있는 음식으로 통합니다.

특히 한 조각을 99센트에 파는 가게들이 거의 한 블록마다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사라졌고, 그나마 99센트 그대로 파는 곳도 찾기 힘듭니다.

어쩌다 그런 곳이 있으면 비가 오는 날에도 줄을 설 정도입니다.

[99센트 피자 구매자 : "1달러 가게에서도 1달러 50센트를 받아요. 여기는 1달러인데 괜찮아요..."]

소득이 물가를 따라잡으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가를 반영한 중간 소득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아코보 산탄젤로/포덤 대학 경제학 교수 : "누군가 차를 몰고 매우 빨리 가고 있는데(물가), 당신이 그 옆에서 뛴다고 합시다. (임금) 언젠가 차가 멈추면 당신은 차보다 빨리 달리지만 차는 이미 저 앞에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받았던 보조금에 대한 세금까지 내야 합니다.

[쥴리 원/뉴욕 시의원 : "소득이 없어서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았는데도, 이제 40~50%의 세금을 내라고 하고 있는 거죠."]

미국 집값은 최근 8개월 연속 상승하며 최고점을 갈아 치웠고, 나스닥 지수는 올해 30% 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조사에서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다고 대답한 사람은 세 명 가운데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뉴욕에서 박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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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상승률 하락? 문제는 ‘가격’!
    • 입력 2023-12-09 22:15:37
    • 수정2023-12-23 15:04:07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3% 초반으로 내려가면서 이젠 기준금리가 더 인상되지 않고, 내년엔 인하될 거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가 상승 환경은 좋아지는데, 막상 저소득층의 고통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뉴욕 박일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두워진 시간.

건설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디에고 씨가 저녁을 맞는 마음이 오늘은 한결 가볍습니다.

일을 구해 170달러를 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그리 편치는 않습니다.

[디에고 캐슈트니즈 : "건설노동자 전에는 괜찮았어요. 일주일에 6일 일할 수 있었고, 다 낼 수 있었죠. 지금은 아이들이 전자 기기나 장난감 같은 걸 사달라고 하면 기다리라고 해요."]

이것 저것 줄여 아껴보지만 집세는 9월에 낸 게 마지막이고, 가스료는 2천 달러 이상 밀렸습니다.

하루 전이 결혼기념일이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리아 솔레다드/디에고 씨 부인 : "때로는 화가 난다고 말해요. 왜 돈을 가져오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돈은 다 청구서 내는 데 들어가고 집에서 쓸 돈은 없어요."]

디에고 씨 같은 일용 노동자들은 일이 없는 겨울이 더 걱정입니다.

한 달에 약 4천 달러를 버는 아메리코 씨도 겨울엔 그 절반도 안 되는 실업 수당으로 버텨야 합니다.

먹는 것, 입는 걸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메리코 라미레즈/일용노동자 : "코로나19 이후엔 음식 같은 걸 줄여야 했죠. 고기 10파운드 샀던 걸, 5파운드만 사고..."]

지난해 9%를 넘었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이제 3% 초반까지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고통은 끝난 게 아닙니다.

물가상승률은 전보다 얼마나 올랐느냐는 비율입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는 건 덜 올랐다는 것일 뿐 가격이 싸지는 건 아닙니다.

[지아코보 산탄젤로/포덤 대학 경제학 교수 :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고) 가격이 내려가는 건 아닙니다. 그래요. 만일 열기구를 타고 빨리 올라가다 갑자기 속도를 늦춘다고 합시다. 그래도 땅에서는 여전히 높은 곳에 있는 거예요."]

코로나 19 대유행 기간에 한국에 있다 뉴욕으로 돌아온 유학생 오영경 씨는 물가가 오른 걸 더 실감합니다.

["이런 게 0.99였는데 지금은 2불 아래가 없는 것 같아요."]

오른 환율까지 감안하면 이제 외식은 남의 일이 됐습니다.

[오영경/유학생 : "외식이 엄청 무리다 할 정도로 생각은 안 들었는데 요즘은 외식이 너무 비싸니까 오히려 이런 식자재가 올랐어도, 좀 식자재가 싸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2019년부터 올해까지 먹거리 상승률은 전체 물가보다 가팔랐습니다.

이러다 보니 먹거리 나눔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학교가 운영하는 나눔터에 평소 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건 한 달에 한두 번뿐.

기부금은 주는데 찾는 학생은 늘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자 바소토/학생 :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와요. 음식량도 줄었어요. 아이를 어떻게 먹여야 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잘 때도 있어요."]

이런 먹거리 부담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피자 가격입니다.

뉴욕에서 피자는 서민이 한 끼 때울 수 있는 음식으로 통합니다.

특히 한 조각을 99센트에 파는 가게들이 거의 한 블록마다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사라졌고, 그나마 99센트 그대로 파는 곳도 찾기 힘듭니다.

어쩌다 그런 곳이 있으면 비가 오는 날에도 줄을 설 정도입니다.

[99센트 피자 구매자 : "1달러 가게에서도 1달러 50센트를 받아요. 여기는 1달러인데 괜찮아요..."]

소득이 물가를 따라잡으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가를 반영한 중간 소득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아코보 산탄젤로/포덤 대학 경제학 교수 : "누군가 차를 몰고 매우 빨리 가고 있는데(물가), 당신이 그 옆에서 뛴다고 합시다. (임금) 언젠가 차가 멈추면 당신은 차보다 빨리 달리지만 차는 이미 저 앞에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받았던 보조금에 대한 세금까지 내야 합니다.

[쥴리 원/뉴욕 시의원 : "소득이 없어서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았는데도, 이제 40~50%의 세금을 내라고 하고 있는 거죠."]

미국 집값은 최근 8개월 연속 상승하며 최고점을 갈아 치웠고, 나스닥 지수는 올해 30% 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조사에서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다고 대답한 사람은 세 명 가운데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뉴욕에서 박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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