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는 ‘방어’동맹…중국과 계속 협력하겠지만, 원칙 지켜야”

입력 2023.12.14 (15:01) 수정 2023.12.1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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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 8개 회원국 대표(대사)가 어제(13일)부터 2박 일정으로 방한 중입니다. 나토 회원국들이 방한단을 꾸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중·러 간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번 방한에 참여한 이탈리아 대표는 KBS 인터뷰에서, 나토와의 협력이 한반도 긴장을 높인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나토는 '방어' 동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번 방한의 의미가 '중국 견제' 목적이라는 해석을 경계했는데, 중국과는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국제질서에 따른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송에선 못 다룬 인터뷰 내용을 전합니다.


- 이번 방한은 어떻게 결정됐습니까?

"인도-태평양과 유로-대서양 지역 안보가 분명하게 연결된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한국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2차례 참석했고, 최근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도 안보 분야에서 여러 진전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오래전부터 협력해온 한국과 대화하고, 기존 협력을 어떻게 개선·강화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한국과 나토와의 밀착이 중·러를 자극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종종 간과되는 사실은, 나토가 기본적으로 '방어' 동맹이라는 겁니다. 일부 국가들은 나토를 누군가에 대항하는 동맹으로 묘사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위성 발사 횟수를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파트너 국가(한국)가 뛰어난 방어 집단과 협력을 발전시킨다고 해서, 이 상황이 달라질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같은 협력을 강화해 우리가 함께한다는 준비 태세를 보여주는 것이 우발적 충돌 불씨를 막을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적이고 새로운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갈등 해결책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각국 정상들과 입장하고 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각국 정상들과 입장하고 있다.

- 나토는 지난해 '전략개념'을 개정하며, 중국을 '나토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 대부분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며,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나토의 규범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과도 협력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어떻게 가능합니까?

"물론 가능합니다. 같은 세계에 속한 국가로서 기후 변화 등 다른 분야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중국과) 서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협력이 가능할 거로 생각합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지속하는 데에 상호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특정한 전략적 분야에서는 이러한 이해관계가 서로 존중될 수 있도록 더 신중할 것입니다."

- 그 맥락에서, 이탈리아의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 탈퇴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중 진영갈등이 심화하는 계기로 보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이탈리아의 결정이 많은 관심을 끌었죠. 다만 새 정부는 (일대일로 탈퇴가)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으며 중국과의 합의에 따라 협정을 종료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중국과 다른 종류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 협력은 매우 잘 될 거라 확신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대화 중이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대화 중이다.

- 이탈리아가 중국과 '거리두기'한다는 분석은 맞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현실은 이론보다 복잡합니다. 관계에는 변화가 있기 마련이고, 입장 재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탈리아가) 다른 수단을 통해 중국과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나토 회원국으로서, 러시아보다 중국과의 관계 관리가 더 까다롭지 않나요.

"이와 관련해 한국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넓고 깊은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안보라는 상호 이익을 위해 이웃 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수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한-나토 관계의 중요 요소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애초에 다른 유형의 국가입니다. 러시아는 국경을 침범해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나토는 2000년대 초반 러시아를 회원국으로 받으려 시도했으나 러시아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중국은 우리와 같은 지역에 속하지 않기에 경제를 비롯해 모든 글로벌 이슈에서 (러시아와) 다른 관계를 맺게 됐습니다. 다만 일방적인 무력 사용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국가가 자유와 안보를 누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중국에 전달해야 할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 남북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방한했습니다. 북한 도발 억지에 나토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나요.

"아시다시피 나토는 지역 동맹으로, 아시아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안보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토는 태평양 및 다른 지역 파트너들과의 관계 증진에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의 협력, 특히 첨단기술 분야 협력은 예측과 대비 능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정찰위성발사성공에 공헌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과학자, 기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정찰위성발사성공에 공헌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과학자, 기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방한 기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어떤 분야를 중점적으로 논의합니까?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격을 막을 가장 좋은 방법은 억지력 강화입니다. 이를 위해 서로 교류하고 배우려고 합니다. 특히 사이버 영역에서의 국가 간 공동 활동 분야나 정보 교환과 관련한 협력을 논의합니다. 두 번째는 기술 협력입니다. 기술 우위 유지는 안보의 최우선 요소입니다. 나토에는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기존보다 획기적으로 우수한 신기술)을 연구하는 전담 부서가 있으며, 산업이 매우 발달한 한국과의 협력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공지능 활용과 규제에 대해서도 대화하고 싶습니다."

- 한국이 사이버 방어 훈련 외에, 실제 병력을 투입하는 나토 연합훈련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준비태세 유지를 위한 경우,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파트너와 함께 훈련하도록 나토는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 이탈리아를 비롯해 나토 회원국에도 방위산업 강국들이 많습니다. 한국 방위산업의 확장이 달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데, 방산 분야 협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합니까?

"나토의 안보에 대한 의지는 올해에도 매우 높으며, 이는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이 늘어날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국방 분야에서도 기술에 기반한 협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탈리아는 영국·일본과 함께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프로그램과 같은 대규모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방위산업은 대단히 뛰어납니다. 방위 산업에서도 가치와 관심사가 같고 전략적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은 긍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하게도 유럽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우리가 전 세계 파트너들과 공조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7월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제일 왼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두번째),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회담했다.7월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제일 왼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두번째),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회담했다.

- 미국 하원의원이 '아시아판 나토' 창설 필요성을 검토하자는 법안을 냈습니다. 인도태평양지역에도 집단방위체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우선 이 문제는 인도태평양국가들의 토론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아시아판 나토가) 필수는 아니라고 봅니다.이 지역의 안보 구조는 고유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에 모든 국가의 필요를 충족하는 특정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나토는 유럽 역사의 특수한 시기에 탄생한 조약이기에 다른 지역이나 맥락으로 옮겨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이 지역 국가들은 양자, 다자간 협정을 맺었으며, 이같은 자체 시스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가 말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토는 최근 일본 도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려 했지만 프랑스는 나토의 영향력 확대가 중국 등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이러한 우려에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연락사무소 개설은 다소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일본은 올해 초 유럽연합(EU) 대표부가 겸임하던 나토 대표부를 따로 독립시키며 우리와의 협력을 더 강화했습니다. 연락사무소 유무는 협력과 큰 관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과의 협력은 지난 두 번의 정상회의에 이어 내년에도 의제로 채택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회원국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인도태평양 외에도 나토는 어느 지역과의 협력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까?

"나토는 방어체계시스템 표준화(standardization)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려면 전 세계에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는데, 지중해를 비롯해 걸프·아프리카 국가를 중요하게 볼 것입니다."

■ 마르코 페로나치(Marco Peronaci)
1988년 이탈리아 외무부에 들어가 프랑스, 벨기에, 일본 등에서 근무했다. 외무부 대변인을 거쳐 2022년부터 나토 대표를 맡고 있다. 나토는 1949년 4월 12개국으로 시작했는데, 이탈리아도 창설 국가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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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는 ‘방어’동맹…중국과 계속 협력하겠지만, 원칙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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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 8개 회원국 대표(대사)가 어제(13일)부터 2박 일정으로 방한 중입니다. 나토 회원국들이 방한단을 꾸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중·러 간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번 방한에 참여한 이탈리아 대표는 KBS 인터뷰에서, 나토와의 협력이 한반도 긴장을 높인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나토는 '방어' 동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번 방한의 의미가 '중국 견제' 목적이라는 해석을 경계했는데, 중국과는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국제질서에 따른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송에선 못 다룬 인터뷰 내용을 전합니다.


- 이번 방한은 어떻게 결정됐습니까?

"인도-태평양과 유로-대서양 지역 안보가 분명하게 연결된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한국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2차례 참석했고, 최근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도 안보 분야에서 여러 진전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오래전부터 협력해온 한국과 대화하고, 기존 협력을 어떻게 개선·강화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한국과 나토와의 밀착이 중·러를 자극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종종 간과되는 사실은, 나토가 기본적으로 '방어' 동맹이라는 겁니다. 일부 국가들은 나토를 누군가에 대항하는 동맹으로 묘사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위성 발사 횟수를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파트너 국가(한국)가 뛰어난 방어 집단과 협력을 발전시킨다고 해서, 이 상황이 달라질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같은 협력을 강화해 우리가 함께한다는 준비 태세를 보여주는 것이 우발적 충돌 불씨를 막을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적이고 새로운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갈등 해결책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각국 정상들과 입장하고 있다.
- 나토는 지난해 '전략개념'을 개정하며, 중국을 '나토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 대부분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며,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나토의 규범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과도 협력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어떻게 가능합니까?

"물론 가능합니다. 같은 세계에 속한 국가로서 기후 변화 등 다른 분야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중국과) 서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협력이 가능할 거로 생각합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지속하는 데에 상호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특정한 전략적 분야에서는 이러한 이해관계가 서로 존중될 수 있도록 더 신중할 것입니다."

- 그 맥락에서, 이탈리아의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 탈퇴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중 진영갈등이 심화하는 계기로 보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이탈리아의 결정이 많은 관심을 끌었죠. 다만 새 정부는 (일대일로 탈퇴가)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으며 중국과의 합의에 따라 협정을 종료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중국과 다른 종류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 협력은 매우 잘 될 거라 확신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대화 중이다.
- 이탈리아가 중국과 '거리두기'한다는 분석은 맞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현실은 이론보다 복잡합니다. 관계에는 변화가 있기 마련이고, 입장 재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탈리아가) 다른 수단을 통해 중국과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나토 회원국으로서, 러시아보다 중국과의 관계 관리가 더 까다롭지 않나요.

"이와 관련해 한국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넓고 깊은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안보라는 상호 이익을 위해 이웃 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수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한-나토 관계의 중요 요소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애초에 다른 유형의 국가입니다. 러시아는 국경을 침범해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나토는 2000년대 초반 러시아를 회원국으로 받으려 시도했으나 러시아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중국은 우리와 같은 지역에 속하지 않기에 경제를 비롯해 모든 글로벌 이슈에서 (러시아와) 다른 관계를 맺게 됐습니다. 다만 일방적인 무력 사용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국가가 자유와 안보를 누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중국에 전달해야 할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 남북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방한했습니다. 북한 도발 억지에 나토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나요.

"아시다시피 나토는 지역 동맹으로, 아시아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안보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토는 태평양 및 다른 지역 파트너들과의 관계 증진에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의 협력, 특히 첨단기술 분야 협력은 예측과 대비 능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정찰위성발사성공에 공헌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과학자, 기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방한 기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어떤 분야를 중점적으로 논의합니까?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격을 막을 가장 좋은 방법은 억지력 강화입니다. 이를 위해 서로 교류하고 배우려고 합니다. 특히 사이버 영역에서의 국가 간 공동 활동 분야나 정보 교환과 관련한 협력을 논의합니다. 두 번째는 기술 협력입니다. 기술 우위 유지는 안보의 최우선 요소입니다. 나토에는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기존보다 획기적으로 우수한 신기술)을 연구하는 전담 부서가 있으며, 산업이 매우 발달한 한국과의 협력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공지능 활용과 규제에 대해서도 대화하고 싶습니다."

- 한국이 사이버 방어 훈련 외에, 실제 병력을 투입하는 나토 연합훈련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준비태세 유지를 위한 경우,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파트너와 함께 훈련하도록 나토는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 이탈리아를 비롯해 나토 회원국에도 방위산업 강국들이 많습니다. 한국 방위산업의 확장이 달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데, 방산 분야 협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합니까?

"나토의 안보에 대한 의지는 올해에도 매우 높으며, 이는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이 늘어날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국방 분야에서도 기술에 기반한 협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탈리아는 영국·일본과 함께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프로그램과 같은 대규모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방위산업은 대단히 뛰어납니다. 방위 산업에서도 가치와 관심사가 같고 전략적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은 긍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하게도 유럽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우리가 전 세계 파트너들과 공조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7월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제일 왼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두번째),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회담했다.
- 미국 하원의원이 '아시아판 나토' 창설 필요성을 검토하자는 법안을 냈습니다. 인도태평양지역에도 집단방위체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우선 이 문제는 인도태평양국가들의 토론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아시아판 나토가) 필수는 아니라고 봅니다.이 지역의 안보 구조는 고유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에 모든 국가의 필요를 충족하는 특정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나토는 유럽 역사의 특수한 시기에 탄생한 조약이기에 다른 지역이나 맥락으로 옮겨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이 지역 국가들은 양자, 다자간 협정을 맺었으며, 이같은 자체 시스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가 말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토는 최근 일본 도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려 했지만 프랑스는 나토의 영향력 확대가 중국 등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이러한 우려에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연락사무소 개설은 다소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일본은 올해 초 유럽연합(EU) 대표부가 겸임하던 나토 대표부를 따로 독립시키며 우리와의 협력을 더 강화했습니다. 연락사무소 유무는 협력과 큰 관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과의 협력은 지난 두 번의 정상회의에 이어 내년에도 의제로 채택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회원국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인도태평양 외에도 나토는 어느 지역과의 협력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까?

"나토는 방어체계시스템 표준화(standardization)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려면 전 세계에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는데, 지중해를 비롯해 걸프·아프리카 국가를 중요하게 볼 것입니다."

■ 마르코 페로나치(Marco Peronaci)
1988년 이탈리아 외무부에 들어가 프랑스, 벨기에, 일본 등에서 근무했다. 외무부 대변인을 거쳐 2022년부터 나토 대표를 맡고 있다. 나토는 1949년 4월 12개국으로 시작했는데, 이탈리아도 창설 국가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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