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쑤성 강진 “130여 명 사망”…여진·추위와 사투

입력 2023.12.23 (21:59) 수정 2023.12.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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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 서북부 간쑤성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일어난 지 오늘로 닷새쨉니다.

이번 지진으로 130명 넘게 숨지는 등 사상자가 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특파원 연결해서 자세한 현지 상황 알아봅니다.

김효신 특파원! 지진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돌아오셨는데,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인명 피해는 강진이 발생한 간쑤성과, 인접 칭하이성에 집중됐습니다.

인명 피해가 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워낙 강진이었던데다, 수백 차례 여진이 이어졌고, 지진 시간도 자정쯤이어서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피해 지역이 가난한 소수 민족 지역이라 부실한 벽돌 건물들이 많아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영하 10도 이상의 한겨울 추위까지 겹쳐 구조 활동도 매우 어렵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구조 상황이 열악하기만 한데요, 피해지역 접근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기자]

네 우선 재난 지역이다 보니 안전 문제 등의 이유를 들어 지방 정부가 취재를 통제했습니다.

저도 지방 정부 관계자의 인솔을 받아 진앙지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취재 과정도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인터뷰 중에 여진이 발생해 취재진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진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정 무렵.

야식을 먹던 사람들이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자 혼비백산해 식당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슈퍼마켓이 흔들리며 진열대의 물건들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심하게 요동치는 집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주민들도 많았습니다.

[지진피해 지역 주민 : "집 전체가 흔들렸어요. 제 손 떨리는 것 좀 보세요. 다리도 떨려요. 자칫하면 못 빠져나갈 뻔했어요."]

규모 6.2 강진이 덮친 간쑤성과, 인접한 칭하이성 일대 집들이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진앙지 주변 마을들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마을 주민 : "내가 나이가 70인데 이런 일은 처음 겪어요. 이런 큰 일은 겪은 적이 없어요."]

모두가 잠든 자정 녘 발생한 지진에 옷조차 챙겨 입지 못한 주민들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한겨울 맹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추위를 잊어 보려고 불을 피우고 노래를 부릅니다.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야? 꽃이 피고 지는 것은 또 한 계절이다."]

다음 날 지진의 진앙지, 간쑤성 지스샨현을 찾았습니다.

현지 경찰이 도로를 통제해 지방 정부의 허가를 받고 피해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다허지아 지역입니다.

보시다시피 많은 건물이 크게 손상됐고 대부분 상가들은 추가 붕괴 우려에 문을 닫았습니다.

진앙지 인근 마을 주택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내려앉았습니다.

대부분 내진 설계와는 거리가 먼 벽돌 건물들입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건물도 금이 가 붕괴위험 때문에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안궈이/지진 피해 주민 : "(무너진 집을) 보자마자 바로 눈물이 났어요. 저희는 농촌 사람이고 돈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이재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진입니다.

처음 강진이 발생한 뒤 이틀 동안 여진이 400여 차례나 이어졌습니다.

현지 취재 중에도 여진은 계속됐습니다.

[마을 주민 : "지금 막 지진이 났어요. 빨리빨리 갑시다. 여기 위에 서 있으면 안 돼요. 조심하세요."]

가까스로 몸을 피해 구호 천막에 몸을 의지한 사람들은 한겨울 추위와도 싸워야 합니다.

집은 부서지고 천막 생활을 하자니 속절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이곳은 해발 고도 2,300m의 고산지역입니다.

밤이면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면서 구조와 복구 작업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접한 칭하이성에서는 마을이 높이 2 미터가 넘는 진흙으로 뒤덮혔습니다.

상당수의 주택이 진흙에 파묻혔고 마을 사람 십여 명이 실종됐습니다.

손에 쥐면 흘러내릴 정도로 흙이 질어 치우기도 어렵습니다.

강진에 지하수가 대량으로 솟구쳐 지반을 약화 시키는 지반 액상화 현상입니다.

[치펀융/칭하이성 민허현 마을 간부 : "지진이 멈추고 10분 뒤 마을에 도착했는데, 진흙에 이미 뒤덮이기 시작했습니다."]

강진에, 혹한, 진흙까지 덮치면서 간쑤성과 칭하이성에서 22일 현재 사망자가 130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부상자도 천명 가량 되고, 이재민은 18만 명에 이릅니다.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은 한파 때문에 더 짧아졌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틀간 구조에 집중했다 이후 대민 지원으로 전환했습니다.

특히 진앙지는 회족 자치, 무슬림 지역이어서 구호품, 특히 음식은 이슬람 율법에 맞는 할랄 식품을 준비해야 합니다.

[왕광/샤먼시 슈광구조대 대장 :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물자는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추위를 막는 물품과 옷과 이불, 그리고 '할랄 식품'입니다."]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규모 5가 넘는 지진이 12차례나 일어났는데, 신장, 쓰촨, 간쑤 등 대부분 서부에 집중됐습니다.

[한옌옌/중국 지진대망센터 수석공학사 : "이 지역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장시간 압착 작용을 받는 곳이어서 지질 구조의 활동이 매우 강합니다."]

간쑤성 강진 피해를 돕기 위해 찾아온 구조대와 복구 인력도 이재민 캠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부 캠프에서는 독감 등 전염성 질환까지 돌고 있어. 지진 이재민들은 더욱 힘겨운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중국 간쑤성에서 김효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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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간쑤성 강진 “130여 명 사망”…여진·추위와 사투
    • 입력 2023-12-23 21:59:44
    • 수정2023-12-23 22: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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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 서북부 간쑤성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일어난 지 오늘로 닷새쨉니다.

이번 지진으로 130명 넘게 숨지는 등 사상자가 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특파원 연결해서 자세한 현지 상황 알아봅니다.

김효신 특파원! 지진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돌아오셨는데,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인명 피해는 강진이 발생한 간쑤성과, 인접 칭하이성에 집중됐습니다.

인명 피해가 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워낙 강진이었던데다, 수백 차례 여진이 이어졌고, 지진 시간도 자정쯤이어서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피해 지역이 가난한 소수 민족 지역이라 부실한 벽돌 건물들이 많아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영하 10도 이상의 한겨울 추위까지 겹쳐 구조 활동도 매우 어렵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구조 상황이 열악하기만 한데요, 피해지역 접근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기자]

네 우선 재난 지역이다 보니 안전 문제 등의 이유를 들어 지방 정부가 취재를 통제했습니다.

저도 지방 정부 관계자의 인솔을 받아 진앙지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취재 과정도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인터뷰 중에 여진이 발생해 취재진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진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정 무렵.

야식을 먹던 사람들이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자 혼비백산해 식당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슈퍼마켓이 흔들리며 진열대의 물건들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심하게 요동치는 집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주민들도 많았습니다.

[지진피해 지역 주민 : "집 전체가 흔들렸어요. 제 손 떨리는 것 좀 보세요. 다리도 떨려요. 자칫하면 못 빠져나갈 뻔했어요."]

규모 6.2 강진이 덮친 간쑤성과, 인접한 칭하이성 일대 집들이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진앙지 주변 마을들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마을 주민 : "내가 나이가 70인데 이런 일은 처음 겪어요. 이런 큰 일은 겪은 적이 없어요."]

모두가 잠든 자정 녘 발생한 지진에 옷조차 챙겨 입지 못한 주민들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한겨울 맹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추위를 잊어 보려고 불을 피우고 노래를 부릅니다.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야? 꽃이 피고 지는 것은 또 한 계절이다."]

다음 날 지진의 진앙지, 간쑤성 지스샨현을 찾았습니다.

현지 경찰이 도로를 통제해 지방 정부의 허가를 받고 피해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다허지아 지역입니다.

보시다시피 많은 건물이 크게 손상됐고 대부분 상가들은 추가 붕괴 우려에 문을 닫았습니다.

진앙지 인근 마을 주택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내려앉았습니다.

대부분 내진 설계와는 거리가 먼 벽돌 건물들입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건물도 금이 가 붕괴위험 때문에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안궈이/지진 피해 주민 : "(무너진 집을) 보자마자 바로 눈물이 났어요. 저희는 농촌 사람이고 돈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이재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진입니다.

처음 강진이 발생한 뒤 이틀 동안 여진이 400여 차례나 이어졌습니다.

현지 취재 중에도 여진은 계속됐습니다.

[마을 주민 : "지금 막 지진이 났어요. 빨리빨리 갑시다. 여기 위에 서 있으면 안 돼요. 조심하세요."]

가까스로 몸을 피해 구호 천막에 몸을 의지한 사람들은 한겨울 추위와도 싸워야 합니다.

집은 부서지고 천막 생활을 하자니 속절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이곳은 해발 고도 2,300m의 고산지역입니다.

밤이면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면서 구조와 복구 작업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접한 칭하이성에서는 마을이 높이 2 미터가 넘는 진흙으로 뒤덮혔습니다.

상당수의 주택이 진흙에 파묻혔고 마을 사람 십여 명이 실종됐습니다.

손에 쥐면 흘러내릴 정도로 흙이 질어 치우기도 어렵습니다.

강진에 지하수가 대량으로 솟구쳐 지반을 약화 시키는 지반 액상화 현상입니다.

[치펀융/칭하이성 민허현 마을 간부 : "지진이 멈추고 10분 뒤 마을에 도착했는데, 진흙에 이미 뒤덮이기 시작했습니다."]

강진에, 혹한, 진흙까지 덮치면서 간쑤성과 칭하이성에서 22일 현재 사망자가 130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부상자도 천명 가량 되고, 이재민은 18만 명에 이릅니다.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은 한파 때문에 더 짧아졌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틀간 구조에 집중했다 이후 대민 지원으로 전환했습니다.

특히 진앙지는 회족 자치, 무슬림 지역이어서 구호품, 특히 음식은 이슬람 율법에 맞는 할랄 식품을 준비해야 합니다.

[왕광/샤먼시 슈광구조대 대장 :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물자는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추위를 막는 물품과 옷과 이불, 그리고 '할랄 식품'입니다."]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규모 5가 넘는 지진이 12차례나 일어났는데, 신장, 쓰촨, 간쑤 등 대부분 서부에 집중됐습니다.

[한옌옌/중국 지진대망센터 수석공학사 : "이 지역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장시간 압착 작용을 받는 곳이어서 지질 구조의 활동이 매우 강합니다."]

간쑤성 강진 피해를 돕기 위해 찾아온 구조대와 복구 인력도 이재민 캠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부 캠프에서는 독감 등 전염성 질환까지 돌고 있어. 지진 이재민들은 더욱 힘겨운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중국 간쑤성에서 김효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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