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내고 간 5만 원 지폐…알고보니 ‘가짜’

입력 2023.12.28 (15:06) 수정 2023.12.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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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노점에서 가짜지폐로 된장을 사는 남성전통시장 노점에서 가짜지폐로 된장을 사는 남성

■ 수상한 남성이 주고 간 지폐… 알고보니 '가짜'

청주의 한 전통시장 노점에서 식품을 파는 70대 오 모씨는 지난 3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2천 원짜리 된장을 사러 온 한 손님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손님에게 반쯤 접힌 5만 원짜리 지폐를 받고 거스름돈 4만 8천 원을 거슬러 주던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 차렸습니다.

손님이 주고 간 돈이 일반 지폐보다 더 빳빳했고, 색깔도 더 진했던 겁니다. 은행 이름도 '한국은행'이 아니었고 'fake money'라는 글자가 적혀있었습니다.

오 씨가 손님에게 "가짜 돈이네?"하고 물으니, 남성은 급히 도망갔습니다.

남성이 다른 점포에서 가짜 지폐로 나물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아가는 모습남성이 다른 점포에서 가짜 지폐로 나물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아가는 모습

확인해보니, 이날 이 시장의 다른 상점에서도 비슷한 일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도망간 손님은 다른 점포에서도 5만 원짜리 가짜 지폐로 나물을 3천 원 어치만 사고, 거스름돈 4만 7천 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나물을 판 상인에게 "만 원을 덜 받았다"고 우겨, 모두 5만 7천 원을 챙겨 달아났습니다.

박 씨가 범행에 사용한 가짜지폐박 씨가 범행에 사용한 가짜지폐

■ '가짜 돈 사용' 30대 남성 검거… "전통시장 고령 상인 노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추적 끝에 사건 발생 2주 만인 지난 16일, 대전에서 용의자 30대 박 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박 씨가 사기 등 전과 33범으로 최근 출소했는데, 누범 기간에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박 씨가 사건 당일에 시장 한 곳에서만 가짜 지폐로 3건의 범행을 저질렀고, 근처 상가에서 휴대전화 보호용 액세서리를 훔친 사실을 확인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박 씨의 집에서 범행에 쓴 것과 같은 5만 원권 가짜 지폐 33장을 발견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박 씨는 "생활비가 부족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씨가 범행에 쓴 지폐는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놀이용·소품용 가짜 지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박 씨를 사기, 사기미수, 절도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겨냥한 피해자 대부분은 위폐 여부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고령의 상인이었다"면서 "전통시장에서 손님이 많을 때 제대로 지폐를 살펴보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월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발견된 위조지폐지난 10월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발견된 위조지폐

■ 위조지폐 예방법, "비춰보고 기울여보고 만져보고"

최근, 충북 청주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도 앞뒤가 같은 5만 원짜리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 4만 2천 원을 받아간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고령의 상인이 많은 전통시장이나 노점상을 중심으로 이런 위조지폐 범행과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로 5만 원짜리 위조지폐를 낸 뒤, 값싼 상품을 구매해 거스름돈을 4만 원 이상 받아 챙기는 수법입니다.

한국은행이 적발한 위조지폐만 한 해 100~200여 건에 이릅니다.

위조지폐 적발 현황위조지폐 적발 현황

위조지폐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놀이에 쓰이는 장난감 지폐나 영화 소품, 그리고 ' SPECIMEN(견본)' 등의 문구가 적힌 위폐 등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은 "지폐를 비춰보고, 기울여 보고, 만져보면서 홀로그램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지폐를 빛에 비춰보면 숨은 세종대왕이나 신사임당 그림 등을 찾을 수 있고, 지폐의 홀로그램을 기울여보면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나 태극 등이 번갈아보입니다.

지폐 속의 세종대왕과 신사임당을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감촉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위조지폐를 발견하면 지문이 지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봉투에 넣은 뒤, 가까운 경찰서나 은행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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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노점에서 가짜지폐로 된장을 사는 남성
■ 수상한 남성이 주고 간 지폐… 알고보니 '가짜'

청주의 한 전통시장 노점에서 식품을 파는 70대 오 모씨는 지난 3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2천 원짜리 된장을 사러 온 한 손님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손님에게 반쯤 접힌 5만 원짜리 지폐를 받고 거스름돈 4만 8천 원을 거슬러 주던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 차렸습니다.

손님이 주고 간 돈이 일반 지폐보다 더 빳빳했고, 색깔도 더 진했던 겁니다. 은행 이름도 '한국은행'이 아니었고 'fake money'라는 글자가 적혀있었습니다.

오 씨가 손님에게 "가짜 돈이네?"하고 물으니, 남성은 급히 도망갔습니다.

남성이 다른 점포에서 가짜 지폐로 나물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아가는 모습
확인해보니, 이날 이 시장의 다른 상점에서도 비슷한 일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도망간 손님은 다른 점포에서도 5만 원짜리 가짜 지폐로 나물을 3천 원 어치만 사고, 거스름돈 4만 7천 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나물을 판 상인에게 "만 원을 덜 받았다"고 우겨, 모두 5만 7천 원을 챙겨 달아났습니다.

박 씨가 범행에 사용한 가짜지폐
■ '가짜 돈 사용' 30대 남성 검거… "전통시장 고령 상인 노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추적 끝에 사건 발생 2주 만인 지난 16일, 대전에서 용의자 30대 박 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박 씨가 사기 등 전과 33범으로 최근 출소했는데, 누범 기간에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박 씨가 사건 당일에 시장 한 곳에서만 가짜 지폐로 3건의 범행을 저질렀고, 근처 상가에서 휴대전화 보호용 액세서리를 훔친 사실을 확인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박 씨의 집에서 범행에 쓴 것과 같은 5만 원권 가짜 지폐 33장을 발견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박 씨는 "생활비가 부족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씨가 범행에 쓴 지폐는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놀이용·소품용 가짜 지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박 씨를 사기, 사기미수, 절도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겨냥한 피해자 대부분은 위폐 여부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고령의 상인이었다"면서 "전통시장에서 손님이 많을 때 제대로 지폐를 살펴보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월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발견된 위조지폐
■ 위조지폐 예방법, "비춰보고 기울여보고 만져보고"

최근, 충북 청주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도 앞뒤가 같은 5만 원짜리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 4만 2천 원을 받아간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고령의 상인이 많은 전통시장이나 노점상을 중심으로 이런 위조지폐 범행과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로 5만 원짜리 위조지폐를 낸 뒤, 값싼 상품을 구매해 거스름돈을 4만 원 이상 받아 챙기는 수법입니다.

한국은행이 적발한 위조지폐만 한 해 100~200여 건에 이릅니다.

위조지폐 적발 현황
위조지폐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놀이에 쓰이는 장난감 지폐나 영화 소품, 그리고 ' SPECIMEN(견본)' 등의 문구가 적힌 위폐 등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은 "지폐를 비춰보고, 기울여 보고, 만져보면서 홀로그램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지폐를 빛에 비춰보면 숨은 세종대왕이나 신사임당 그림 등을 찾을 수 있고, 지폐의 홀로그램을 기울여보면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나 태극 등이 번갈아보입니다.

지폐 속의 세종대왕과 신사임당을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감촉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위조지폐를 발견하면 지문이 지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봉투에 넣은 뒤, 가까운 경찰서나 은행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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