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마약과의 전쟁’ 선포했지만…현실은?

입력 2024.01.03 (18:24) 수정 2024.01.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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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가장 많이 전해드렸던 소식 중 하나가 마약 범죄 뉴스였습니다.

급속도로 우리의 삶 속에 퍼진 마약에 경찰은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겠다며 총력 대응을 선언하기도 했었는데요.

지난해 마약 사건의 특징들을 되짚어보고,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원동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원기자, 우선 지난해 벌어진 주요 마약 사건을 정리해주시죠.

[기자]

지난 4월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필로폰과 엑스터시를 탄 음료수를 나눠준 일이 있었습니다.

음료 시음회를 가장한 행사에서 학생 13명은 의심 없이 음료수를 마셨는데요.

마약을 살포한 일당은 피해 학생의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마약을 복용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 했습니다.

총책이자 주범 20대 이 모 씨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 뒤 지난달 28일 구속됐습니다.

지난해 7월엔 서울 연남동 카페거리에서 엑스터시를 만들 수 있는 '마약 공장'을 차려놓은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엔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연루된 집단 마약 모임이 적발됐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일부 마약은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현장에 잠입한 저희 취재진의 카메라에 대놓고 마약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마약 범죄가 잦아졌는데 경찰 등 수사기관의 대응은 달라졌나요.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강남 마약 음료 살포 사건 이후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는데요.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윤희근/경찰청장/지난해 4월 : "마약 범죄의 심각성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불퇴전의 각오로 '마약 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1만 7천여 명으로 역대 최다였습니다.

전년도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앵커]

검거 인원이 폭증했다는 건, 그만큼 마약이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는 걸 의미할텐데요.

최근 마약 거래와 유통의 특징은 뭔가요.

[기자]

마약 범죄는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마약 사범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은 전체의 60%에 가까웠고, 특히, 10대는 지난해보다 3배 넘게 늘었습니다.

또한, 텔레그램 등 SNS를 마약 유통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합니다.

이렇게 돈은 받은 판매상들은 미리 숨겨둔 마약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는데, 이를 '던지기' 방식이라고 합니다.

중독 경험자들은 이렇게 쉬운 마약 거래 방식 때문에 마약을 끊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중독자의 입장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마약 중독 경험자/음성변조 : "구하는 데까지 시간이 좀 있고 어떤 단계들이 있다면 '이건 아니다' 결심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을 거 같은데, 너무 쉽게 구하다 보니까..."]

[앵커]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마약 거래 현장엔 큰 변화가 없다면서요.

[기자]

네, 검거 인원이 늘긴 했지만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마약 거래 현장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지난 5월 마약이 거래되고 있는 텔레그램 채팅방에 취재차 들어가본적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말에 다시 확인해보니 폐쇄는커녕 여전히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마약 거래는 통계는커녕 실태 파악조차 안 된 상황입니다.

1g의 마약 가루를 3초 만에 탐지하는 이른바 '마약 스캐너'가 올해 전국의 공항과 항만에 전면 도입되지만 마약 밀반입을 차단하기엔 한계가 있단 지적도 나옵니다.

동남아 등 마약 밀수가 많은 우범국가 입국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마약을 못하게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 것도 중요할 거 같은데요.

이 부분은 잘 준비가 되어가고 있나요?

[기자]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독 재활 인프라는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마약류 중독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 전국에 모두 21곳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두 곳에 불과합니다.

[김영호/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 "치료하고 재활시키지 않고 처벌하고 격리만 했기 때문에 결국 교정기관에서 나온 사람들은 다시 약물을 사용하고... 마약류 중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올해에는 단속과 처벌을 넘어 유통을 차단하고 중독자 재활까지 돕는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단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원동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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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3 18:24:24
    • 수정2024-01-03 18: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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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장 많이 전해드렸던 소식 중 하나가 마약 범죄 뉴스였습니다.

급속도로 우리의 삶 속에 퍼진 마약에 경찰은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겠다며 총력 대응을 선언하기도 했었는데요.

지난해 마약 사건의 특징들을 되짚어보고,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원동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원기자, 우선 지난해 벌어진 주요 마약 사건을 정리해주시죠.

[기자]

지난 4월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필로폰과 엑스터시를 탄 음료수를 나눠준 일이 있었습니다.

음료 시음회를 가장한 행사에서 학생 13명은 의심 없이 음료수를 마셨는데요.

마약을 살포한 일당은 피해 학생의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마약을 복용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 했습니다.

총책이자 주범 20대 이 모 씨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 뒤 지난달 28일 구속됐습니다.

지난해 7월엔 서울 연남동 카페거리에서 엑스터시를 만들 수 있는 '마약 공장'을 차려놓은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엔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연루된 집단 마약 모임이 적발됐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일부 마약은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현장에 잠입한 저희 취재진의 카메라에 대놓고 마약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마약 범죄가 잦아졌는데 경찰 등 수사기관의 대응은 달라졌나요.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강남 마약 음료 살포 사건 이후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는데요.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윤희근/경찰청장/지난해 4월 : "마약 범죄의 심각성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불퇴전의 각오로 '마약 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1만 7천여 명으로 역대 최다였습니다.

전년도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앵커]

검거 인원이 폭증했다는 건, 그만큼 마약이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는 걸 의미할텐데요.

최근 마약 거래와 유통의 특징은 뭔가요.

[기자]

마약 범죄는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마약 사범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은 전체의 60%에 가까웠고, 특히, 10대는 지난해보다 3배 넘게 늘었습니다.

또한, 텔레그램 등 SNS를 마약 유통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합니다.

이렇게 돈은 받은 판매상들은 미리 숨겨둔 마약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는데, 이를 '던지기' 방식이라고 합니다.

중독 경험자들은 이렇게 쉬운 마약 거래 방식 때문에 마약을 끊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중독자의 입장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마약 중독 경험자/음성변조 : "구하는 데까지 시간이 좀 있고 어떤 단계들이 있다면 '이건 아니다' 결심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을 거 같은데, 너무 쉽게 구하다 보니까..."]

[앵커]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마약 거래 현장엔 큰 변화가 없다면서요.

[기자]

네, 검거 인원이 늘긴 했지만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마약 거래 현장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지난 5월 마약이 거래되고 있는 텔레그램 채팅방에 취재차 들어가본적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말에 다시 확인해보니 폐쇄는커녕 여전히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마약 거래는 통계는커녕 실태 파악조차 안 된 상황입니다.

1g의 마약 가루를 3초 만에 탐지하는 이른바 '마약 스캐너'가 올해 전국의 공항과 항만에 전면 도입되지만 마약 밀반입을 차단하기엔 한계가 있단 지적도 나옵니다.

동남아 등 마약 밀수가 많은 우범국가 입국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마약을 못하게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 것도 중요할 거 같은데요.

이 부분은 잘 준비가 되어가고 있나요?

[기자]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독 재활 인프라는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마약류 중독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 전국에 모두 21곳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두 곳에 불과합니다.

[김영호/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 "치료하고 재활시키지 않고 처벌하고 격리만 했기 때문에 결국 교정기관에서 나온 사람들은 다시 약물을 사용하고... 마약류 중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올해에는 단속과 처벌을 넘어 유통을 차단하고 중독자 재활까지 돕는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단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원동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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