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대가 고독사 고위험군…사회적 단절 막아야

입력 2024.01.10 (15:14) 수정 2024.01.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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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전에도, 마지막 순간에도 혼자였던 사람

고독사(孤獨死).

혼자 사는 사람이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죽는 경우를 뜻합니다.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2일, 충북 제천의 한 단독주택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연탄 보일러 앞에서 쓰러졌다가, 하루가 지난 뒤 발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함께 사는 가족 없이 홀로 생활해 왔습니다.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3년 전부터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주변 이웃들은 평소 이 사람과 왕래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심지어 그 집에 누가 사는지, 또 숨진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이 남성을 아는 주민을 찾았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았다는 이 주민은 "마을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는 편은 아니었다"며 "가끔 혼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긴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 고령의 친척이 종종 안부를 확인했지만, 사실상 이 남성은 오랜 시간 고립된 생활을 해 온 겁니다.

그렇게 살아 생전에도, 연탄을 갈다 쓰러진 마지막 순간에도 철저히 혼자였습니다.


■ 사회적 지원과 무관심, 그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

숨진 남성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에서 일정 부분 생계비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진 않았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가스나 전기, 수도 등 각종 공공요금도 감면받거나 따로 지원을 받습니다.

그래서 공공요금 체납으로 생계가 곤란한 처지를 파악하거나 생사가 불분명한 '위험 신호'를 감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남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면서도 정부나 자치단체의 집중 관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지원은 받으면서도 무관심에 방치된, 그 경계선에 놓여 있던 겁니다.

이 남성을 기억하는 한 주민은 "가끔 볼 때마다 술을 마시고 있었다"면서 "혼자 살면서 술만 마시다보니, 밥을 제때 챙겨 먹지 않았던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건강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외로운 상황에 있었지만, 우리 사회가 A 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뿐이었습니다.


현행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더 자세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결국 요약하자면 고독사는 '쓸쓸한 죽음'입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 누구와도 빠르고 쉽게 소통하는 시대에,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게 쓸쓸한 죽음을 맞고 있는 겁니다.

극히 일부의 사례 아니냐고요?

하지만 의외로 고독사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 고독사 막으려면...'사회적 관계 재형성' 우선돼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적 지원과 무관심 사이, 그 경계선에 있는 독거 중장년층은 고독사에 더 취약합니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첫 고독사 실태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독사 사망자 3,378명 가운데 50대가 1,001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60대가 981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전체 고독사 사망자의 58.6%가 50~60대 중장년층이었던 겁니다. 80대 이상 고령층은 203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최근에는 고령층 고독사보다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고독사가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고독사 위험 요인으로 열악한 주거 문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관계 단절 또는 기피, 만성질환, 알코올 의존, 영양 불균형, 좌절감 등을 꼽습니다.

고령층의 경우 만성질환과 경제적 어려움 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에 비해, 중장년층의 고독사 위험 요인은 더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에서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 단절'입니다.

이 남성도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친척 1명을 제외하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 정부나 자치단체의 고독사 예방 대책이 '경제적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낸 이 남성의 사례에서 보듯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수급자의 안부를 행정기관에서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때문에 우리 주변의 '쓸쓸한 죽음'을 막으려면, 위험한 경계선에 있는 이웃들을 어떻게 다시 사회적 관계의 장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고독사한 사람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밥이나 술을 사 먹을 돈보다는 건강을 물어보는 이웃의 작은 관심, 따뜻한 사회적 관계였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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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0 15:14:42
    • 수정2024-01-10 15: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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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전에도, 마지막 순간에도 혼자였던 사람

고독사(孤獨死).

혼자 사는 사람이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죽는 경우를 뜻합니다.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2일, 충북 제천의 한 단독주택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연탄 보일러 앞에서 쓰러졌다가, 하루가 지난 뒤 발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함께 사는 가족 없이 홀로 생활해 왔습니다.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3년 전부터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주변 이웃들은 평소 이 사람과 왕래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심지어 그 집에 누가 사는지, 또 숨진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이 남성을 아는 주민을 찾았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았다는 이 주민은 "마을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는 편은 아니었다"며 "가끔 혼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긴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 고령의 친척이 종종 안부를 확인했지만, 사실상 이 남성은 오랜 시간 고립된 생활을 해 온 겁니다.

그렇게 살아 생전에도, 연탄을 갈다 쓰러진 마지막 순간에도 철저히 혼자였습니다.


■ 사회적 지원과 무관심, 그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

숨진 남성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에서 일정 부분 생계비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진 않았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가스나 전기, 수도 등 각종 공공요금도 감면받거나 따로 지원을 받습니다.

그래서 공공요금 체납으로 생계가 곤란한 처지를 파악하거나 생사가 불분명한 '위험 신호'를 감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남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면서도 정부나 자치단체의 집중 관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지원은 받으면서도 무관심에 방치된, 그 경계선에 놓여 있던 겁니다.

이 남성을 기억하는 한 주민은 "가끔 볼 때마다 술을 마시고 있었다"면서 "혼자 살면서 술만 마시다보니, 밥을 제때 챙겨 먹지 않았던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건강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외로운 상황에 있었지만, 우리 사회가 A 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뿐이었습니다.


현행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더 자세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결국 요약하자면 고독사는 '쓸쓸한 죽음'입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 누구와도 빠르고 쉽게 소통하는 시대에,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게 쓸쓸한 죽음을 맞고 있는 겁니다.

극히 일부의 사례 아니냐고요?

하지만 의외로 고독사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 고독사 막으려면...'사회적 관계 재형성' 우선돼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적 지원과 무관심 사이, 그 경계선에 있는 독거 중장년층은 고독사에 더 취약합니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첫 고독사 실태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독사 사망자 3,378명 가운데 50대가 1,001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60대가 981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전체 고독사 사망자의 58.6%가 50~60대 중장년층이었던 겁니다. 80대 이상 고령층은 203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최근에는 고령층 고독사보다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고독사가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고독사 위험 요인으로 열악한 주거 문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관계 단절 또는 기피, 만성질환, 알코올 의존, 영양 불균형, 좌절감 등을 꼽습니다.

고령층의 경우 만성질환과 경제적 어려움 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에 비해, 중장년층의 고독사 위험 요인은 더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에서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 단절'입니다.

이 남성도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친척 1명을 제외하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 정부나 자치단체의 고독사 예방 대책이 '경제적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낸 이 남성의 사례에서 보듯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수급자의 안부를 행정기관에서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때문에 우리 주변의 '쓸쓸한 죽음'을 막으려면, 위험한 경계선에 있는 이웃들을 어떻게 다시 사회적 관계의 장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고독사한 사람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밥이나 술을 사 먹을 돈보다는 건강을 물어보는 이웃의 작은 관심, 따뜻한 사회적 관계였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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