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혀?” 이제 그만!…식용 금지 이후 갈길 멀어

입력 2024.01.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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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개고기 식당에서 손님이 영양탕을 먹고 있다.대전의 한 개고기 식당에서 손님이 영양탕을 먹고 있다.

■ 충남의 '개고기 문화'…축제·장례식장 음식까지

"개 혀?"

개 고기를 먹냐(하냐)는 충청도 사투리입니다. 옛날 충청도, 특히 충남에서는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만나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간결하지만 원하는 바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충청도 사투리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충청도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 들었을 땐 '뭔 소리' 인지 몰라 되묻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배경설명을 더해 뜻을 말해주면 대부분 매우 재밌어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넘기기도 하지만, 사실 지역에서 개고기를 대접하는 건 극진한 대우로 여겨졌습니다.

충남 지역에서는 개고기를 즐겨 먹어온 문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충남 서천에서는 1770년 조선 시대 최초로 서천 판교의 백중장에서 보신탕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개고기에 대한 최초의 상업적 소비' 기록인 셈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2003년 9월 개고기 축제를 열었다가 동물보호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충남 서천뿐만 아니라 부여에서는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에게 개고기를 대접해왔습니다. 초상을 치르는 집에서 개고기를 내놓지 않을 경우, 예를 다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간주 되기도 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 개고기는 그만큼 일상적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역사도 잠시,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개고기 문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 법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 일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 단체는 환영 일색입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법 통과를 자축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개 식용 금지법 통과에 우호적인 댓글이 많습니다. "인제 그만 먹을 때가 됐다"는 내용입니다.


■ "업종 바꾸면 손님 안 올 것"…음성화 우려까지

하지만 여전히 개고기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취재팀이 대전시 유성구의 한 개고기 식당에서 만난 70대 업주 김용선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김 씨는 대전시 서구와 유성구 일대에서 30년 넘게 개고기를 팔아왔습니다. 김 씨는 "주로 단골 장사를 해왔다"며 개 식용 금지에 따라 업종을 바꾸면 "손님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정은 대전시 서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개고기를 팔아온 한 소매상인도 비슷합니다. 이 상인은 수십 년 동안 개고기를 팔아왔는데 최근에는 택배 주문을 제외하면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잡곡을 함께 팔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고기를 아예 팔지 못하면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먹는 개를 키우는 육견 업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개고기를 계속 팔 수 있다고 기대하는 상인도 있었습니다. 대전 서구의 또 다른 전통시장에서 개고기를 파는 상인 B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예 기간 동안 상황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철장 속에서 사육 중인 개철장 속에서 사육 중인 개

개 식용을 금지한 법에도 식용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개고기 식당에서 취재팀을 만난 C 씨는 "보양식 전통 탓에 절대 안 먹지는 않을 것"이라며 "음성적으로 먹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며 개는 더이상 먹어서는 안 될 것이 됐습니다. 다만 과정의 진통만큼 보완해야 할 점은 여전히 많습니다. 종사자 폐업·전업 지원부터 '먹지 않는 문화'의 정착까지 '개 식용 금지법'의 후속 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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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1 15: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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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개고기 식당에서 손님이 영양탕을 먹고 있다.
■ 충남의 '개고기 문화'…축제·장례식장 음식까지

"개 혀?"

개 고기를 먹냐(하냐)는 충청도 사투리입니다. 옛날 충청도, 특히 충남에서는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만나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간결하지만 원하는 바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충청도 사투리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충청도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 들었을 땐 '뭔 소리' 인지 몰라 되묻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배경설명을 더해 뜻을 말해주면 대부분 매우 재밌어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넘기기도 하지만, 사실 지역에서 개고기를 대접하는 건 극진한 대우로 여겨졌습니다.

충남 지역에서는 개고기를 즐겨 먹어온 문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충남 서천에서는 1770년 조선 시대 최초로 서천 판교의 백중장에서 보신탕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개고기에 대한 최초의 상업적 소비' 기록인 셈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2003년 9월 개고기 축제를 열었다가 동물보호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충남 서천뿐만 아니라 부여에서는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에게 개고기를 대접해왔습니다. 초상을 치르는 집에서 개고기를 내놓지 않을 경우, 예를 다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간주 되기도 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 개고기는 그만큼 일상적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역사도 잠시,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개고기 문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 법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 일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 단체는 환영 일색입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법 통과를 자축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개 식용 금지법 통과에 우호적인 댓글이 많습니다. "인제 그만 먹을 때가 됐다"는 내용입니다.


■ "업종 바꾸면 손님 안 올 것"…음성화 우려까지

하지만 여전히 개고기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취재팀이 대전시 유성구의 한 개고기 식당에서 만난 70대 업주 김용선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김 씨는 대전시 서구와 유성구 일대에서 30년 넘게 개고기를 팔아왔습니다. 김 씨는 "주로 단골 장사를 해왔다"며 개 식용 금지에 따라 업종을 바꾸면 "손님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정은 대전시 서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개고기를 팔아온 한 소매상인도 비슷합니다. 이 상인은 수십 년 동안 개고기를 팔아왔는데 최근에는 택배 주문을 제외하면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잡곡을 함께 팔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고기를 아예 팔지 못하면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먹는 개를 키우는 육견 업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개고기를 계속 팔 수 있다고 기대하는 상인도 있었습니다. 대전 서구의 또 다른 전통시장에서 개고기를 파는 상인 B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예 기간 동안 상황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철장 속에서 사육 중인 개
개 식용을 금지한 법에도 식용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개고기 식당에서 취재팀을 만난 C 씨는 "보양식 전통 탓에 절대 안 먹지는 않을 것"이라며 "음성적으로 먹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며 개는 더이상 먹어서는 안 될 것이 됐습니다. 다만 과정의 진통만큼 보완해야 할 점은 여전히 많습니다. 종사자 폐업·전업 지원부터 '먹지 않는 문화'의 정착까지 '개 식용 금지법'의 후속 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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